로그인

회원가입 | ID/PW 찾기

프리뷰/리뷰

(영상) 영화 속 주인공이 되어라! 게임같은 VR게임 '블렛 트레인' 현장체험기

안정빈(한낮) 2016-03-27 18:43:03

'지금까지 체험해 본 VR게임 중 가장 게임같은 게임'

 

필자가 에픽게임스의 <블렛 트레인>을 체험하고 든 평가다. 에픽게임스가 오큘러스리프트를 이용한 VR게임 <블렛 트레인>을 공개했다. 미국의 게임개발자 컨퍼런스(GDC)에서 공개됐던 체험버전을 국내 기자들을 대상으로 공개한 것인데, 예상보다 반응이 뜨겁다.

 

게임 자체는 이제 막 개발 3달 째에 접어든 프로토타입에 불과했지만 지금까지 체험했던 VR게임 중 충격은 가장 컸다. 그래픽이 대단해서도, 무언가 엄청난 게 있어서도 아니다. 그냥 지금까지의 VR게임들과 달리 정말로 게임다웠던 탓이다.

 

디스이즈게임에서도 체험에 나섰다. 먼저 <블렛 트레인>의 공식트레일러부터 감상하자. /디스이즈게임 안정빈 기자


 

 

<블렛 트레인>은 오큘러스리프트와 오큘러스터치를 이용한 VR게임이다. 게임 이름처럼 지하철을 타고 승강장에 도착하면 쏟아지는 적들이 반겨주는데, 이를 모두 처치한 후 거대한 보스까지 무찌르면 끝난다. 체험에 걸리는 시간은 약 5분 남짓.

 

모든 조작은 양손에 쥔 오큘러스 터치를 통해서만 이뤄진다. 오큘러스 터치는 오큘러스리프트 전용 컨트롤러로 한손에 들어오는 작은 컨트롤러 안에 아날로그 스틱과 몇 개의 버튼이 준비돼있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게임패드를 반으로 잘라서 양손에 쥐는 모양새를 떠올리면 된다.

 

모든 장비를 장착(!)하면 지하철 내부에서 게임을 시작한다. 지하철 내부에서는 일종의 튜토리얼이 시작되는데 총이 있는 곳에 손을 가져다대고 중지손가락을 쥐면 총을 집어 들 수 있고, 손에 총을 든 채로 검지손가락을 쥐면 총알이 발사된다. 현실에서 총을 들고 쏘는 과정을 생각하면 될 것이다.

 


 

 

■ 가상현실은 가상현실에서만 가능한 걸 하자

 

<불렛 트레인>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점은 '비현실성'이다. 에픽게임스는 현재의 기술로는 가상현실 그래픽을 최대한 끌어올려도 현실처럼 만들 수 없을 거라 생각했고, 그렇다면 차라리 게임에서만 할 수 있는 경험에 초점을 맞추자고 판단했다.

 

<블렛 트레인>에는 에픽게임스의 이런 생각이 잘 녹아있다. 전투는 기본적으로 다대일로 진행된다. 지하철 문이 열리는 순간 화면에는 수 십 명의 적이 쏟아지고, 이후에도 적은 끝없이 밀려온다. 

 

적의 총알도 쏟아진다. 다만 적의 총알은 눈에 보일만큼 느려서 플레이어가 붙잡은 후 다시 집어던질 수 있다. 날아오는 총기나 폭발물도 마찬가지다. 심지어 마지막의 보스는 총이 아닌 미사일을 붙잡아 던지는 방식으로 처치해야 한다.

 


 

실제 게임에서는 양손에 권총을 혹은 샷건을 든 채로 몰려오는 적을 처치하고, 재장전할 시간이 아까워서 총을 버리고 새로운 총기를 줍는다. 눈에 거슬리는 총알은 붙잡은 후 되돌려주고 (물론 그 사이에도 다른 손은 총을 쏘는 상태다) 쓰러지는 적의 총은 붙잡아서 그 즉시 무기로 사용한다. 서부영화, 혹은 느와르의 주인공이라도 된 듯한 착각을 느낄 정도의 플레이다. 

 

단언컨대 영화 좀 봤다는 사람은 '무엇 하나라도 따라해보게' 된다. 쌍권총에 유난히 집착하는 기자도 있었고, 총알을 되돌려주는데 플레이의 절반을 할애한 기자도 있었다. 굳이 현실같은 뛰어난 그래픽을 보여주지 않아도, 사실적인 움직임이나 인터랙션을 보여주지 않더라도 1인칭 시점에 '깊이감'을 이용한 조작이 가능한 VR에서만 느낄 수 있는 즐거움이다.

 


 

 

■ 이동과 시점에서 내놓은 현실적인 타협점

 

아직 (게임으로 진짜 만들지조차 모르는) 프로토타입임에도 현실적인 타협은 확실하다. <블렛 트레인>은 일단 일반적인 캐릭터 이동이 없다.

 

모든 이동은 캐릭터를 직접 이동시키는 게 아니라 화면에 표시되는 이동가능 장소 중 하나를 선택해서 순간이동 하는 방식이다. 오큘러스 터치에 달린 스틱을 사용하면 광선이 발사되는데, 이를 화면 곳곳에 위치한 포털(?)에 맞추면 그 장소로 캐릭터가 이동한다. 걸어다니거나 뛰어다니는 동작은 없다.

 

그만큼 VR의 단점이 어지러움이 덜하고, 게임에서는 '순수하게 지금 보이는 화면에만 집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생긴다. 그걸로 무슨 게임이 되겠느냐고 반문할 유저라면 한때 오락실에 자주 보였던 '건슈팅게임'을 떠올려보자. 게임이 계속 개발된다고 가정했을 떄 필자가 상상한 <블렛 트레인>은 딱 그런 느낌이다.

 


 

 

■ VR에서 본 '새로운 조작'의 가능성

 

현실과 타협하는 과정에서 VR에서만 느낄 수 있는 독특한 가능성도 한가지 봤는데 바로 조작이다. VR은 기본적으로 조작을 민감하게 만들기 어렵다. 일단 사용자마다 느끼는 깊이의 감각이 다르고, 몸으로 직접 조작하는 요소가 많다 보니 오차도 많이 봐주는 편이다. 덕분에 지금까지 필자가 봤던 VR게임은 게임이라기보다는 '선택지에 따른 화면감상의 연속'에 가까웠다.

 

반면 <블렛 트레인>에서는 양손으로 전혀 다른 조작을 쉴 틈없이 요구한다. 왼손으로 총을 쏘는 사이에 오른손으로는 날아오는 총알을 연이어 잡아야 하거나, 반대로 오른손으로 총을 쏘는 사이에 왼손으로는 적의 총을 뺏어들고 장전을 하는 등의 행동이 이어진다.

 

양손이 해야 하는 동작이 계속해서 바뀌다 보니 생각보다 조작이 어렵다. 간단한 예를 들어보면 왼손으로는 삼각형을, 오른손으로는 사각형을 그리다가 5초마다 갑자기 도형을 바꿔 그리는 구조라고 생각하면 된다.


프로토타입인 만큼 딱히 체력도 없어서 느긋하게 진행이 가능했지만 실제로 각종 레벨디자인을 붙인 이후라면 양손을 얼마나 다르게 움직일 수 있느냐가 컨트롤의 기준이 되는 새로운 상황이 펼쳐질 수도 있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을 정도다.




■ 고작 프로토타입에서 본 환상

사실 지금의 <블렛트레인>은 정식으로 무언가를 하기 위한 게임보다는 에픽게임스에서 VR게임에 대한 미래와 방향을 보여주기 위한 '데모버전'이다. 체력도 없고, 진행을 하지 않는 한 적은 끝 없이 쏟아지고, 플레이어는 죽지도 않는 데다가, 타격판정이나 모션도 어색한 것들 투성이다.

<기어즈 오브 워> 같은 게임도 있으니 이후에 대단한 게임이 되지 말라는 법은 없지만 프로토타입에 불과한 지금시점에서 '게임성'만 놓고 본다면 당연히 별로다. 그럼에도 에픽게임스에서 이를 기자들에게 공개한 이유는 VR게임이 보여줄 수 있는 재미의 '가능성'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블렛트레인>에는 이 재미의 가능성이 충분히 녹아있다. 과거 <타임크라이시스>나 <하우스 오브 더 데드> 같은 오락실 건슈팅게임을 되살릴 수도 있을 것이고, <영웅본색>이나 <이퀄리브리엄> 같은 영화를 연상시키는 활극을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비단 실사를 강조하는 것만이 VR게임의 해법은 아님을 알려줬다. 이 부분이 앞서 필자가 프로토타입에 불과한 <블렛 트레인>을 '가장 게임같은 VR게임'이라고 감히 말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아래는 <블렛 트레인>의 실제 체험 영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