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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리뷰

오랜 잠에서 깨어난 4X 게임의 원조, 마스터 오브 오리온

워게이밍의 리메이크 타이틀, 마스터 오브 오리온 체험기

정혁진(홀리스79) 2016-04-12 10:09:12


 

과거 SF 턴제 시뮬레이션으로 수많은 동종 장르에 영향을 끼친 <마스터 오브 오리온>이 워게이밍의 손을 통해 부활합니다. 2003년 3편 이후 13년 만. 개발은 아르헨티나 개발사 NGD 스튜디오에서 맡았고, 원작 개발팀의 핵심 인력이 참여해 게임의 재미를 그대로 살려내는데 주력했다고 합니다.

 

워게이밍으로서는 회사의 시초인 <매시브 어설트> 이후 SF 장르에 두 번째 도전입니다. 2013년 <마스터 오브 오리온>의 판권을 취득한 후 다시 SF 게임을 내놓게 됐죠. 이미 <던전 시즈>의 개발사 ‘가스 파워드 게임스’를 비롯해 MMO 미들웨어 제공사 ‘빅월드’, 데이원 스튜디오 등 여러 해외 개발사를 인수하며 새로운 IP를 위한 기반 작업을 해왔으며, <마스터 오브 오리온>은 그 결과에서 나온 첫 번째 게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과거 SF 4X(‘eXplore(탐험)’, ‘eXpand(확장)’, ‘eXploit(개척)’, ‘eXterminate(절멸)’, ) 게임의 원조가 돌아온다는 소식은 분명 반가운 일입니다. 2편은 현재까지도 칼리(PC타이틀 온라인 플레이 중개 소프트웨어)를 통해 즐기는 이들이 있을 정도로 마니아층이 확고하니까요. 스팀을 통해서도 다수 유저들이 기대감과 함께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과연 <마스터 오브 오리온>은 과거의 명성을 회복하고 SF 턴제 시뮬레이션의 건재함을 나타낼 수 있을까요? 디스이즈게임이 얼리 억세스를 통해 <마스터 오브 오리온>을 체험해봤습니다. / 디스이즈게임 정혁진 기자


 

■ 구시대 게임에서 최신식 게임으로 환골탈태한 <마스터 오브 오리온>

 

오랜 시간이 흘러 등장한 <마스터 오브 오리온>의 모습은 최근 <문명>, <X-COM> 등과 같은 게임들의 모습과 같이 꽤 깔끔한 그래픽으로 거듭났습니다.  흐른 세월만큼 게임의 외형도 전반적으로 발전해서 격세지감을 느끼는 분들도 있지 않을까 합니다.

 

  

세월이 흐른 만큼 정말 많은 것이 바뀌었습니다. 물론 긍정적으로요.

 

오래전부터 시리즈를 즐겨온 팬들이라면 처음에는 달라진 외형에 살짝 생소할 수 있겠지만, 게임을 플레이하다 보면 흐름이나 플레이 방식, ‘역변’에 가까울 정도로 멋있어진 각 종족의 외모 등 재미를 느끼면서 쉽게 적응할 수 있습니다. 각 종족은 자원 또는 연구, 전투 등 저마다 4개의 고유 특성이 있습니다. 물론 11개의 종족(다로크와 실리코이드는 출시버전에 공개)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사용자 지정 종족을 선택하면 됩니다.

 

전반적인 구성이나 운용 방식은 구 시리즈들과 크게 벗어나지는 않은 모습입니다. 다만 절대주의, 대의제, 집산주의 등 각종 정부 체계와 같은 것은 간편화를 위해 삭제됐습니다. 행성의 경영과 부대 운영을 위해 전반적인 시스템들이 간략화된 것 같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전혀 쉬운 게임은 아닙니다. 많은 고민과 전략을 구상해야 하는 장르니까요.

 

종족마다 고유의 특성을 잘 선택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수 많은 행성을 탐사하고, 지배해서 세력의 규모를 늘려야 합니다.

 

 

■ 세력의 성장을 위해 탐사하고, 운용하고 점령하라

 

기본적인 이동은 행성 간 행성의 궤도, 왜곡점을 이동하는 방식입니다. 이를 통해서 최초 행성 외의 식민지들을 탐사할 수 있죠. 반대편 혹은 매우 먼 거리의 행성이면 오랜 턴이 소모되기도 하지만, 웜홀을 통해 차원 이동을 할 수도 있습니다. 운이 좋다면 우주 잔해들을 발견해 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고요. 되도록 많은 탐사를 하는 것이 좋습니다.

 

헷갈려 보이지만, 막상 적응하고 나서 보면 꽤 단순합니다.

 

게임에서 세력을 늘리기 위해서는 자원을 모아야 하죠. 자원을 모으기 위해서는 여러 행성을 식민지로 삼아야 합니다. 턴을 소비해서 이주선을 여럿 만든 다음, 자원이나 기후, 환경이 적절한지 판단해 적절한 행성을 점령하면 됩니다. 점령한 행성은 성장을 시켜야죠. 생태계가 살기 적정한 기후를 만들고 인구도 늘리고. 기반이 된 다음 제구실을 하면 그때부터는 자원과 병력을 뽑아낼 때입니다. 이런 행성 수가 많아지면 신경 쓸 것도 많아지겠죠.

 

장르적 특성상 행성을 운용하기 위한 건물 및 시설들 건설, 병력 모집 등 알아야 할 것이 다소 많기는 하지만, 다행히 한글화를 했을 뿐 아니라 각 세력 별 도우미가 팝업 메시지를 통해 사용법 및 그때마다 하면 좋을 것들에 관해 설명해줍니다.

 

이제 이 행성은 나의 땅이다!

 

매 턴이 돌아올 때마다 행성의 성장 또는 병력 생산을 위해 프로젝트를 실행해야 합니다.

 

모든 시설이나 병력은 건설 및 생산을 하기 위해서는 일정 턴이 소모됩니다. 물론 턴 종류는 다양하고요. 좋은 것을 위해서는 그만큼 수십 턴이 지나야 합니다. <마스터 오브 오리온>에서도 이는 마찬가지입니다. 일정 크레딧을 소모해야 하고요, 건설 완료 후에도 이를 유지하기 위한 비용이 듭니다. 무턱대고 병력이나 좋은 건물을 짓는 것은 방법은 아닙니다. 적자가 되면 건물이나 병력이 자동으로 소모되니까요.

 

게임에서는 식민지를 육성하기 위해, 먼저 생태계나 광물이 좋은 곳인가를 따져봐야 하고, 규모도 크면 좋습니다. 이후 기후 정화나 토양 비옥도 개선 등 각종 시설을 통해 인구가 성장하고 식량이 증가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든 후 병력을 생산해야 합니다. 만약 세율이 높다면 반란이나 파업 등이 일어나 운용에 차질이 생기기도 합니다. 물론 세 가지를 모두 만족하는 곳도 있지만 그런 곳은 보통 제3의 외계 세력인 경우가 많습니다. 이를 뺏기 위해서는 막대한 병력이 들죠.

 

게임에서는 과거 시리즈들과 같이 GNN이(Galactic News Network)라는 일종의 보도 뉴스 같은 형식으로 로봇들이 나와서 현재 우주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알 수 있습니다. 이벤트 신 같은 건데요, 타 세력을 알고 승리 순위표에서 서로 어느 정도의 규모를 이루고 있는지 알 수도 있지만, 'GNN'은 그보다 조금 더 다양한 타 세력 간 규합 소식이나 각종 이벤트도 알려주곤 합니다. 알아두면 좋은 것들이 꽤 많습니다.

 

보통 이와 같은 '매우 좋은' 제 3의 외계 행성을 점령하기 위해서는 5~60,000의 군사력이 필요합니다.

 

꼭 해외 뉴스를 보는 것 같은, 재미있는 구성으로 되어 있는 GNN.

 

 

■ 압도적인 군사력을 위해! 강한 군사력은 승리의 지름길

 

병력을 건설하기 위해서는 행성마다 건설 턴이 돌아왔을 때 원하는 우주선을 건설하면 됩니다. 우주선의 종류는 각종 연구 기술을 완성할 때마다 종류가 늘어납니다. 또한, 연구를 통해서 우주선의 공격력을 높여주는 미사일, 추진기, 레이저 등 각종 무기도 완성시킬 수 있고요. 

 

또한 우주선마다 유저가 세심하게 관리할 수 있도록 ‘우주선 청사진 편집기’를 통해 우주선의 이름부터 외형 및 장착하는 무기 등을 임의 편집할 수도 있습니다. 우주선의 등급이 높고 무기 연구를 통해 다양한 무기가 장착될수록 군사력이 높아집니다. 물론 여러 대가 있을 때는 더욱 증가하겠죠. 따라서 매 턴마다 효율적인 진행을 해야 합니다. 다른 세력들도 함께 성장하고 있으니까요.

 

예산과 규모를 고려해서 전함을 생산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파산을 겪을 수 있으니까요.

 

자신의 효율(또는 취향)에 맞게​ 우주선을 편집할 수도 있습니다.

 

연구를 통해 우주선의 장비를 업그레이드, 군사력을 강화할 수 있습니다.

 

게임에서 전투는 행성 궤도 간 같은 왜곡점에 있을 때 벌어집니다. 초반에는 우주 해적이나 타 세력 정찰선 등 견제를 위해서 소규모 전투가 벌어지지만, 장르 특성상 본격적인 전투는 군사력이 어느 정도 갖춰진 후반부에서 자주 이루어집니다.

 

전투는 크게 자동전투와 수동전투 두 가지가 있습니다. 자동전투는 빠르게 전투가 끝나며, 군사력이 높기만 하면 이깁니다. 수동전투의 경우 우주선의 진형 및 공격, 방어형태 설정 등 여러 가지를 조작해야 합니다. 전략 설정 시 '잠시 멈춤' 설정이 되므로 충분히 생각을 가진 후 전투에 임할 수 있습니다. 현재는 주로 승률이 50% 정도일 때 컨트롤로 커버할 수 있는 용도로 사용되는 것이 대부분이라, 조금 더 전투에 대한 재미를 높일 수 있는 방법으로 풀어내는 것이 좋겠다는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이러한 자동 전투도 간편하고 빨라서 좋지만,

 

우주 전투의 묘미라면 수동 전투도 즐겨보시기를 권합니다.
대규모 우주선끼리 붙는 전투는 그야말로 감동이니까요.

 

 

■ 4X 게임의 필수 요소인 외교, 살짝 아쉬움으로 남아

 

마지막으로 세력 간 균형이나 우위를 점하기 위한 외교를 살펴보죠. 서로 협약을 맺어 탐사 경로를 확보하거나 연구 스킬을 구매 또는 연합전쟁 등 여러 가지가 가능합니다. 기본적인 시뮬레이션 게임의 외교 특징은 모두 담겨있습니다.

 

턴제 시뮬레이션은 매 턴마다 많은 생각과 전략이 필요합니다. 초반 러시, 또는 건물 건설에 주력하는 등 극단적인 플레이보다는 적절히 균형적인 발전과 공격, 외교가 중요하죠. 물론 쉽지는 않습니다. <마스터 오브 오리온>의 승리 조건도 어느 한쪽에 치우치기는 참 어렵습니다. 과거 시리즈들과 마찬가지로 정기적으로 열리는 우주위원회에서 2/3 이상의 표를 받고 최고 지도자로 선발되거나, 우주정복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승리 패턴은 인공지능 수가 매우 적지 않고서는 전자 쪽이 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정기적으로 열리는 반상회(?)인 우주위원회. 또 하나의 승리의 지름길이기도 합니다.

물론 선출되려면 압도적인 세력이 되어야 합니다.

 

같이 한 번 1위 세력을 몰아내봅시다!

 

만약 유저의 군사력이 부족하다면 2위 세력과 연합해 1위를 몰아내는 시도도 할 수 있고요. 주기적으로 전 우주 세력이 모여 여는 우주 위원회에서 선두 세력을 견제하기 위해 기권 표나 2위 세력에 표를 던지는 것도 할 수 있습니다. 군사력이 압도적이라면 열세에 있는 세력을 협박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물론 난이도에 따라 타 세력의 건설이나 식민지화 방향에 차이는 있지만, 외교에 대한 AI는 조금 낮아 보였습니다. 정찰선을 파괴해도 이에 대한 반응도 크게 없고, 단지 위협이라면 ‘크레딧을 내놓아라!’는 정도? 이상하게 그런 제안을 거절해도 어떤 보복행위나 전쟁으로 잘 이어지지도 않았습니다.

 

긴장 구도에 있는 세력이 나의 세력 궤도 안에 침입해도 별다른 전투나 견제 신호도 없었고요. 세력 간 긴장감이 조금 덜했다는 점은 살짝 아쉬움으로 남았습니다. 세력 1위를 견제하기 위한 나머지 세력들이 연합하는 등의 보다 다양한 경쟁 구도를 형성할 수 있는 시스템들이 마련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제안이 별로라면, 가열차게 거절해도 됩니다. 이상하게 별다른 보복은 없더라고요. 

 

에러 메시지지만 뭔가 이해를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명령어(참고로 게임은 아직 출시 전).

 

 

■ 우주 조상님 <마스터 오브 오리온>, 4X 게임의 명성 회복할까?

 

턴제 시뮬레이션의 재미는 매 턴마다 자신의 세력을 어떻게 하면 늘릴지, 또한 주변 세력들 속에서 어떻게 관계를 형성하며 나아갈지에 대한 고민을 하는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한두 턴을 보내는 것은 예사도 아니죠. 정신을 차리면 몇 시간이 흐르기도 합니다.

 

오랜 잠에서 깨어난 <마스터 오브 오리온>의 얼리 억세스를 체험해 본 소감은 꽤 나쁘지 않았습니다. 아직 많은 부분이 구현되지 않은 상태이긴 하지만, 2개 종족 추가 및 향후 외교나 각종 전투 등이 조금만 개선된다면 괜찮은 턴제 시뮬레이션 게임이 될 것 같다는 판단입니다.

 

리메이크된 <마스터 오브 오리온>은 워게이밍이 심혈을 기울인 게임이자 시리즈 자체의 위상을 높여야 하는 목표도 갖고 있습니다. 2003년 내놓은 전작 3편이 버그 및 콘텐츠 부실로 마니아들로부터 혹평을 받기도 했거든요. 물론 많은 이들의 기대감을 얻은 타이틀인 만큼, 워게이밍은 유저 피드백 등을 통해 계속 보완하면서 정식 출시까지 다듬겠다는 계획입니다. <마스터 오브 오리온>이 다시 SF 4X 게임의 건재함을 알릴 수 있기를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