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아포칼립스(인류가 거의 멸망한 뒤의 세계관) 소재의 FPS 게임 <레이지 2>(RAGE 2)가 지난 5월 14일 발매되었다.
<퀘이크>, <둠>(Doom)으로 유명한 이드 소프트웨어의 새로운 FPS 게임 프렌차이즈 'RAGE'(레이지)의 2번째 작품으로, 전작에서 부족했던 오픈 월드 요소를 보강하고자 <저스트 코즈> 시리즈를 개발한 아발란체스튜디오와 협업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그 기대(?)가 더욱 컸던 작품이다.
하지만 발매 후, <레이지 2>에 대한 유저들의 평가는 엇갈리고 있다. 미국 평론 종합 사이트 메타크리틱 유저 평점은 10점 만 점에 5.8점. 유저들의 평가 또한 극과 극을 오가며 엇갈리고 있다. 대체 어떠한 점이 게임의 평가를 이렇게 만들었을까? 세계보건기구와 MBC <100분 토론>에 묻힐 뻔한 '1인칭 총 쏘는 게임' <레이지2> 리뷰, 이제서야 시작한다.
※ <레이지2>는 스토리 자체가 개미 눈곱 만큼도 의미 없는 작품이긴 하지만, 본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담겨 있을지도 모른다.
<레이지 2>의 특징을 한 마디로 설명하자면 '전투가 끝내준다'. 전작보다도 더 '전투가 끝내준다'. 전작보다 더 정신없고, 거친 싸움으로 돌아왔다. '슈터'의 전투에서 느낄 수 있는 원초적인 재미를 이 게임은 날것 그대로 보여준다.
이 게임의 생생한 전투는 진주인공이나 다름없는 '일반 몬스터'들과의 영혼을 나눈듯한 피격과 타격의 균형에서부터 시작된다. 일반 몬스터들(보스는 아니다)은 공격을 받으면 영화 배우 뺨치는 피격 모션을 취한다. 확실하게 "내가 쏜게 지금 제대로 맞았구나"를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그 속에서 <레이지 2>의 전투는 말 그대로 '난장판' 그자체다. 다수의 적이 수류탄을 배트로 치거나, 박격포를 쏘는 등. 광역 기술을 쉼없이 쏘며, 화면에는 다양한 경고가 이어진다. 또, 마우스도 흔들린다고 착각할만큼 뛰어난 총기 반동과 헤드샷으로 전투를 시작하면 느려지는 화면 역시 시각적으로 즐거움을 준다.
자칫 시각적으로 잔인하게만 느껴질 수 있는 전투는 매력적인 사운드와 함께 개성 강한 난장판을 제대로 연출한다. 전투 개시와 동시에 시작되는 록 음악과 폭발음, 둔탁한 총기 소리, 특유의 헤드샷 소리까지 계속해서 말 그대로 유저의 귀를 때린다. 데스티니/ 보더랜드 시리즈처럼 다수 일반 몬스터를 빠르게 제거하진 않지만, <레이지2>는 보이는 모든 것을 시원하게 '날려버리며' 유저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다.
다양한 전투 관련 시스템 역시 유저를 전장의 중심으로 움직이도록 유도한다. 필살기 개념인 '오버드라이브'와 '아크'에서 배우는 특별한 기술인 11가지의 나노트라이트에 이르기까지 적을 물리치는 방법은 다양하기 때문에 유저들은 자신의 '취향' 에 따라 전투를 진행할 수 있다. 재미 있는 점은 저격용 총이 없으며, 체력 회복 수단이 다양하지 않기 때문에 결국 유저는 원거리에서의 정적인 전투보다는 전장의 최전선에서 '난장판'을 경험하게 된다.
덕분에 <레이지 2>의 전투는 적을 모두 제거하는 그 순간까지 정말 정신없이 펼쳐진다. 그야말로 전투에서 아드레날린이 끊임없이 분비되는 느낌을 받을 수 있을 정도다.
한 줄 평 : <레이지2> 전투만 보면 '이드소프트웨어가 단독' 개발중인 차기작 <둠 이터널>이 더더욱 기대된다.
'게임 시작과 함께 소개되는 적을, 게임 시작과 함께 소개되는 세 명과 힘을 모아 물리친다' <레이지 2>의 스토리를 요약하면 이게 끝이다. 제대로 완결도 안짓고 갑자기 엔딩이 나오는 전작 <레이지>에 비하면 스토리 '완결성' 자체는 뛰어나지만, 문제는 기승전결을 갖췄다고는 해도 그 양이 너무 짧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 게임의 플레이 시간은 주요 임무(메인 스토리) 기준으로 8~12시간에 불과하다. 새로운 게임에서 유저는 새롭게 소개되는 시스템을 ① 배우고 ② 익히고 ③ 응용하게 된다. 하지만, <레이지2>는 짧은 스토리덕에 반강제로 ②에서 끝이 난다. 이제 손 풀고 몸 풀었더니, 벌써 최종 보스와 결전이 끝났다고 말하는 셈이다.
나름 <레이지2>는 부족한 메인 스토리를 채우기 위해 메인 시나리오 외에 각종 보조 임무를 제공하고, 전투 보상 시스템도 제공한다. 문제는 이런 것들이 되려 전투에 큰 매력을 느끼는 유저들에게 실망감과 거부감을 준다.
<레이지2>는 특정 지역에서 치러지는 전투에서 승리하면 보상을 받는다. 하지만 '더 큰 보상'을 얻으려면 (공략 정보가 없는 한) 여러 지역을 돌아가면서 난데없이 '보물찾기'를 해야 한다. 캐릭터 능력 업그레이드를 위해서는 반강제적으로 지역 구석구석에 숨어있는 '상자'를 찾아서 습득해야 한다. 문제는 이런 보물상자를 찾느라 뒤지는 시간이 전투 시간의 2~3배는 걸린다는 것. 또, 미니게임이나 퍼즐 요소가 있는 게 아닌, 눈에 띄지 않는 장소에 있을 뿐이라 지루함은 배가 된다.
보조 임무 역시 ▲ 방어 포탑 제거 ▲ 현상금 사냥 ▲ 약탈자 제거 등. 스토리가 있지도 않고, 도전 의식을 자극하지도 않는다. 마지못해 해야 하는 '숙제'에 가깝다. 멀티 플레이가 지원되지도 않으면서, <레이지2>는 엔딩 이후 콘텐츠마저 없다. 모든 보조 임무를 클리어하거나, 더 어려운 난이도를 도전하는 것 정도가 엔딩 이후 선택지다.
한 줄 평 : 뛰어난 전투를 갉아 먹는 <레이지2>의 알맹이 없는 스토리와 콘텐츠 양
뛰어난 전투 시스템을 만들어 놓고, '멸망 직전의 세계'답게 몬스터를 제한된 전투 지역에만 모아놓는다. 흔히 있는 오픈 월드 속 미지의 던전나 의외의 임무도 없다. 오픈월드지만 전혀 오픈월드의 매력을 살리지 못하고 있다.
또, 넓은 세계 속 전투 지역 사이의 긴 거리는 게임 초반, 유저들에게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제공되는 차량들은 완성도가 뛰어나지만, 유저들은 니드 포 스피드 시리즈를 하려고 <레이지2>를 산 것이 아니다.
한 가지 장점이 있다면, 높은 수준으로 구현된 <레이지2> 세계는 스크린샷이 멋지게 나온다. 하지만 그걸로 끝이다.
한 줄 평 : 잘 구현한 '포스트 아포칼립스' 오픈 월드 비주얼, 구현되지 않은 <레이지2>만의 오픈 월드
총평 : <레이지2>의 론칭 가격은 스팀 기준 PC판 67,000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