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디비전 리서전스>(이하 ‘리서전스’)는 유비소프트의 루트 슈터 <더 디비전> 시리즈의 최초 모바일 버전 작품이다. PC/콘솔용으로 동시 개발 중인 익스트랙션 슈터 <더 디비전: 하트랜드>와 함께 시리즈를 이어갈 차기 주자이기도 하다.
주목할 것은 두 작품 모두 ‘프리 투 플레이’를 표방하고 있다는 점. 유비소프트는 기존 IP들을 여러 플랫폼으로 확장하는 한편 새로운 BM도 실험 중이다. <더 디비전>을 새로운 플랫폼/BM으로 확장한 <리서전스> 또한 유비소프트의 미래 생존 전략을 검증할 시금석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오늘 13일부터 스웨덴, 덴마크, 호주 등 해외 몇몇 국가에 한정해 <리서전스>의 베타테스트가 시작된다. 한국에서도 같은 기간 미디어 대상으로 한정 테스트가 진행된다. 한발 앞서 경험한 ‘모바일 디비전’의 첫인상을 공유한다. (※ 캐릭터 빌드와 BM등 심화 콘텐츠는 후속 리뷰를 통해 알아본다)
<더 디비전> 시리즈는 ‘달러 플루’라는 이름의 전염병이 창궐한 미국을 배경으로 한다. 전염 속도와 치사율이 모두 높은 인위적 병원균에 의해 미국의 사회제도와 공권력은 빠르게 붕괴한다. 이를 틈 타 이념, 이익, 혹은 생존을 목표로 뭉친 무장 파벌(팩션)들이 난립하면서 무고한 시민들의 삶을 위협하기 시작한다.
이에 미정부가 숨겨 두었던 비밀 안보 조직 전략국토부(SHD), 일명 ‘더 디비전’ 요원들이 활동을 시작, 정부군 JFT를 도와 시민 보호에 나선다. 문명사회의 마지막 보루로서 이들이 치안 회복과 사회 안정화에 힘쓰는 과정이 시리즈의 주된 이야기다.
<리서전스>는 이러한 기존 이야기의 프리퀄에 해당한다. 설정상 ‘디비전’ 요원들은 사태 발발 직후 여러 차례에 걸쳐 현장에 투입되었다. 이 중 1차 파견 요원은 대부분 가혹한 상황과 아군의 배신 등에 못 이겨 변절하고 만다. 원작에서 이들은 ‘로그 요원’이라고 불리며 2차 요원들을 위협한다. 한편 이번 작품은 이들이 현장에 투입됐던 당시의 시점에서 전개된다.
대부분 비극적 결말을 맞이하는 '1차 요원'들의 뒷이야기를 알아볼 수 있는 점은 기존 팬 입장에서 특히 흥미롭다. 이야기의 시발점을 다루고 있기에 신규 팬 역시 진입에 용이하다. 다만 캐릭터들의 연기 톤과 애니메이션, 대사 등이 기존 작품들보다도 훨씬 전형성을 띠고 있는 점은 아쉽다.
이전보다 다이나믹한 컷씬이 자주 등장하고, 주인공에게 목소리가 생겼는데도 불구하고, 다소 판에 박힌 대사와 상황들 탓에 이야기에 생동감이 크게 더해지지는 않는 편이다.
<리서전스>는 기존 작품 제작에 쓰였던 매시브 엔터테인먼트 자체 엔진 ‘스노드롭’이 아닌 언리얼 엔진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그러나 전반적 외양과 게임플레이에서는 원작과의 유사성을 강하게 느낄 수 있다.
먼저 조작감 측면을 살펴보면 터치스크린 조작의 어색함을 극복하고 나면 원작에 근접한 플레이 경험을 할 수 있다. 이는 조작 반응성과 동작 애니메이션의 디테일을 가급적 그대로 재현한 결과로 보인다.
상태이상 표시 아이콘 등 세세한 UI에서도 익숙함을 느낄 수 있다.
‘커버 슈터’ 장르로 분류되는 <더 디비전> 시리즈의 전투는 삼인칭 시점으로 진행되며 엄폐물을 적극 활용한다. 기본 총기 2종에 더불어 첨단 장비 2종, 시그니처 무기 1종, 수류탄 등 사용하는 장비 또한 많다.
그만큼 ‘기본 조작’의 종류 역시 엄폐, 엄폐 해제, 장애물 넘기, 조준사격, 지향 사격, 스킬(도구) 사용, 구르기 등으로 다양하고, 각각의 중요도 역시 높다. 이들 조작 중 무엇 하나라도 원작과 크게 달랐다면 바로 체감되었을 법하지만, 그러한 이질감은 거의 느낄 수 없었다.
환경 표현이 자연스럽고 디테일이 살아 있다
다만, 이는 모두 터치스크린 조작의 기본적 불편함을 감안했을 때의 이야기다. 다행히 <리서전스>는 선배 모바일 슈팅 게임들의 예시를 본받아 방대한 조작 커스터마이징 옵션과 ‘자이로 조준’ 기능을 도입, 단점을 보완하고 있다. 더 나아가, 리서전스는 패드와 키보드/마우스 또한 공식 지원한다.
한편 원작의 캐릭터 조작에서 느껴지던 불편 사항들까지 그대로 계승했다는 점은 조금 당혹스럽다. 예를 들어 소형 터렛을 던져 난간 위나 기타 좁은 표면에 설치하기란 여전히 매우 어렵다. (다행히 터렛의 기본 무기가 곡사형 폭발물로 바뀐 덕에, 설치 위치는 덜 중요하다) <더 디비전> 시리즈가 처음인 유저라면 이러한 요소들을 <리서전스> 고유의 문제로 오해할 법하다.
게임의 전반적 비주얼 역시 모바일 환경임을 감안할 때 만족감을 준다. 배경 묘사에서는 뉴욕 도심에 복잡하게 배치된 구조물들과 밤낮의 광원 변화, 날씨 효과 등을 통해 원작 분위기를 근접하게 묘사한다. 장비와 무기 그래픽 등에선 디테일을 최대한 살린 반면, 불필요한 텍스쳐는 눈에 잘 보이는 위치더라도 퀄리티를 희생시키는 전략적 선택을 한 점을 알 수 있다.
원경 오브젝트가 갑자기 로딩되는 ‘팝인’ 현상은 주기적으로 목격되지만, 그 거리가 충분히 멀어 크게 거슬리지는 않는다. 최신 기종(갤럭시 S23 울트라)에서 플레이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최고 그래픽 옵션에서 퍼포먼스 저하가 거의 느껴지지 않은 점도 좋은 인상을 준다.
한편, 모바일 환경을 고려한 몇 가지 주요 변경점도 눈에 들어온다.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적들의 공격패턴 변화다. 먼저 AI의 기본 행동을 보면 원작과 비교해 엄폐의 속도와 빈도, 그리고 측면을 파고드는 성향이 감소한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그 때문에 느릿한 조준으로도 위협을 제거하기 어렵지 않다. 일부 체력 높은 적이 엄폐물 뒤의 유저에게 직접 다가와 위협하는 행동은 여전하지만, 대신 접근하는 속도가 현저히 줄었다.
‘특수 적’의 종류와 등장 확률 역시 차이를 보인다. 초반 몇 시간 동안 저격수, 중장갑 유닛, 소형 자폭 로봇, 투척병 등을 이미 만나볼 수 있었지만, 이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등장하지 않고 적절한 텀을 두고 나타나기 때문에 상대하기 버거운 느낌을 크게 주지 않았다.
모바일 조작의 한계를 고려할 때, 적 패턴과 종류를 단순화한 것은 당연한 선택처럼 보인다. 게다가 미션 난이도를 한 단계만 상승시켜도 적들의 체력이 유의미하게 늘어나면서, 플레이 긴장감이 쉽게 올라가는 현상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기존 시리즈가 보여준 엔드 게임 콘텐츠를 생각할 때, 이러한 방식의 난이도 조절은 장기적으로 시리즈 정체성을 가리는 맹점이 될 가능성이 있다.
<더 디비전> 시리즈에서 ‘캐릭터 빌드’의 재미는 아이템 수집만으로 성립하지 않으며 해당 빌드가 요구하는 특수한 전투 메카닉을 직접 수행함으로써 완성된다. 예를 들어 ‘헤드샷 대미지 중첩’ 빌드는 실제로 헤드샷을 연속하여 맞췄을 때 비로소 그 재미와 위력을 온전히 느낄 수 있다.
게임의 어렵고 난잡한(?) 전투는 이러한 여러 플레이스타일을 펼쳐 보일 만한 무대가 된다. 이를테면 빠른 접근과 높은 대미지로 악명 높았던 일명 ‘샷건 맨’에 대응하는 방식으로는 ▲접근하기 전 높은 피해를 줘 처치하기 ▲고화력 근접 무기로 맞상대하기 ▲가젯으로 감전시켜 접근을 차단하기 ▲방패로 버티기 등의 여러 선택지를 고려해 볼 수 있는 식이다.
이렇듯 복잡한 전투 시스템을 갖췄던 원작들조차 일명 ‘불릿 스펀지’(지나치게 체력이 높은 적) 요소, 그리고 메타 밸런싱 실패 등으로 인해 ‘지루하고 획일적’이라는 비판에 시달리고는 했다는 점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만약 <리서전스>가 현재의 단순화된 적 패턴을 유지한 채 체력 향상 등 산술적 방향으로만 난이도를 조절한다면 메타별 변별력이 떨어지면서 유사한 비판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모바일 환경에 어울리는 새로운 적 유형과 대응 수단을 함께 마련해 게임플레이 다양성을 키울 필요가 다소 엿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