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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리뷰

여전히 어색한 MMOFPS ‘헉슬리: 디스토피아’

헉슬리: 더 디스토피아 사전 테스트 체험기

하얀고릴라 2009-01-15 19:12:51

<헉슬리>는 언리얼 엔진 3 기반의 화려한 그래픽, 막대한 제작비, MMO+FPS라는 퓨전 장르의 선택으로 주목을 받았다. 작년 6월 시작된 오픈 베타에는 동시접속자 1만 명 이상이 몰렸을 정도로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게임성은 기대치를 밑돌았고, <헉슬리>는 11월25일 새로운 모습을 예고하며 서비스를 잠시 중단했다. 

 

그리고 한 달 후, 글로벌 버전 <헉슬리: 더 디스토피아>로 새로운 테스트가 시작되었다. 향상된 게임성과 변화를 약속한 버전이었기에, 그렇게 끝나기는 아쉬운 시도였기에 유저들의 관심이 다시 한번 모아졌다. 지난 12일까지 3주라는 긴 시간 동안 사전 테스트를 진행한 <헉슬리: 더 디스토피아>를 체험해 봤다. /디스이즈게임 필진 하얀고릴라


<헉슬리: 더 디스토피아>는 지난 버전에 비해 FPS 요소의 강화, 퀘스트 재편성, 라이선스 요소를 보강했습니다. 하지만 본 체험기는 지난 버전과의 비교가 아닌, 이번에 처음 <헉슬리>를 접한 유저의 입장에서 체험한 것임을 밝힙니다.

 
MMORPG FPS어색한 만남

 

보통 온라인 FPS 게임들은 현실성을 추구한다. 물론 <카운터스트라이크 온라인>의 좀비 모드 같은 예외도 있긴 하지만, 유저들에게 온라인 FPS의 재미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역시나 언제 총알 한 방으로 죽을지 모르는 극한의 긴장감을 빼놓지 않고 꼽을 것이다.

 

때문에 FPS는 성장 요소가 부각되지 않는다. <서든어택>에도 계급이 존재하고, 캐쉬 아이템이 있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모든 캐릭터들은 능력치에 차이가 없다남는 것은 오직 유저들의 실력뿐이고, 유저들의 실력이란 레벨이 아닌 /데스 비율을 통해 드러나게 된다.

 

반면 MMORPG 요소가 가미된 <헉슬리: 더 디스토피아>(이하 디스토피아)는 레벨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레벨이 올라감에 따라 더 좋은 장비를 착용할 수 있고, 그로 인해 캐릭터의 능력은 MMORPG에서 캐릭터가 성장하듯 높아진다.

 

<디스토피아>에는 레벨 외에도 일종의 스탯 분배 시스템인 라이선스 포인트가 존재한다. 더 좋은 장비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전투 라이선스에 포인트를 투자해야 한다. 추가 생명력과 빠른 이동을 위해서도 성장 라이선스에 포인트를 투자해야 하는 식이다.

 

여기에 등급이 구별 되는 있는 장비 아이템까지 등장하기 때문에 <헉슬리>의 캐릭터 성장 시스템만 놓고 보면 정말 MMORPG가 따로 없다.

 

전투/성장 라이선스 포인트 배분을 통해 능력을 강화 시킬 수 있다.

 

여기서 MMORPG FPS의 어색한 만남이 시작된다. 무심코 쏜 총알에 이등병이 소령도 죽일 수 있는 여타 FPS와 달리, <헉슬리>에서는 레벨과 라이선스에 얼마나 투자 했는지가 곧 능력의 차이로 연결 되기 때문이다.

 

이는 인공지능(AI) 적들을 상대하는 퀘스트에서는 별 문제가 되지 않지만, 다음에 이야기 할 가상 전투 공간에서 기존 유저들과의 ‘벽’을 만드는 심각한 문제로 작용한다.

 

 
PvP 밸런스의 붕괴

 

<헉슬리>에는 유저가 인공지능 적들과 전투를 벌이는 퀘스트’가 존재한다. 그리고 다른 유저들과 PVP를 즐기는 가상전투 공간이 존재한다.

 

가상전투 공간은 유저들이 진영과 관계 없이 가상으로 사피엔스와 얼터너티브 진영으로 나누어져 PvP를 즐기는 모드로, 레벨업도 할 수 있기 때문에 많은 유저들이 게임을 시작하면 자연스럽게 찾게 된다.

 

하지만 문제가 있다면, 1레벨부터 30레벨까지 모든 유저가 별다른 안전장치 없이 같은 장소에서 전투를 치르게 된다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아직 사전 테스트여서 그런지, 가상전투를 즐기는 유저들은 굉장히 적다.

 

가상전투 공간의 느낌은 <언리얼 토너먼트>와 비슷하다. 엔진 때문일까?

 

가상전투는 인공지능 몬스터를 죽이는 퀘스트에 비해 확실히 재미 면에서는 뛰어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초보자와 고레벨이 안전장치 없이 한 장소에서 전투를 벌인다는 것은 기존의 FPS 게임을 즐기던 유저, MMORPG를 즐기던 유저 모두에게 납득이 가지 않는 상황이다.

 

과장을 조금 보태 <WoW> 투기장에서 1레벨 유저와 60레벨 유저가 한 장소에서 PvP를 하는 느낌이라고 할까?

 

초보자들은 막강한 장비의 화력과 쉽사리 따라잡기 힘든 이동속도, 다양한 스킬을 가진 고레벨을 향해 총구를 겨누는 것조차 힘들다. 어렵게 먼저 선빵을 때리더라도, 막강한 방어력과 화력에 결국 무릎을 꿇는 쪽은 초보자들이다.

 

레벨, 장비, 라이선스의 차이는 결코 쉽게 허물 수 있는 벽이 아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가상전투 공간에는 사람들이 없고, 그나마 있어 봐야 절대 다수가 만렙인 30이었다.

 

많지 않은 유저들의 레벨은 대다수가 만렙(30)이었다.

 

그나마 <헉슬리>는 만렙이 30으로 다른 게임에 비해 낮다. 퀘스트를 주로 플레이하면 비교적 빠르게 레벨업할 수 있지만 만렙을 찍었다고 해도 문제는 남는다. 만렙 이후 입장할 수 있는 전장에 들어가려면 가상전투 공간에서 훈장을 모아야 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가상전투 공간은 아무 의미 없는 아이템 파밍 장소로 변질된다.

 

이 때문에 <헉슬리>의 가상전투는 승패보다 최대한 빠르게 훈장과 같은 아이템을 모으기 위한 편법이 판친다. 최근에는 모드와 관계 없이 서로 죽고 죽이는 이른바 서든전이 유행했는데, 필자의 경우에는 이를 모르고 루나 플래그 쟁탈전(깃발전)에서 깃발을 반환해 다른 게이머들로부터 면박을 당하기도 했다.

 

그나마 가상전투 공간 이후 즐길 수 있는 전장 컨텐츠는 1시간을 기다려도 제대로 즐길 수 없을 정도로 활성화되지 않았다. 기다려서 겨우겨우 들어가도 실제 플레이 자체는 가상전투와 거의 다를 것이 없기 때문에 유저들의 진을 빼놓는다.

 

 
헬게이트: 런던의 데자뷰

 

<헉슬리>를 즐기면서 필자가 계속해서 받은 인상은 바로 <헬게이트: 런던>의 바로 그 느낌이 그대로 재연된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두 게임의 게임성은 비슷하다. 시스템은 MMORPG이고, 전투는 FPS를 기반으로 한다는 점부터 오직 도시에서만 다른 유저들을 만날 수 있고 전투를 위해서는 인스턴스 공간에 진입해야만 한다는 점, 성장을 통해 캐릭터를 강화 시킬 수 있다는 점 등 닮은 면이 많다.

 

 

슐고스와 기술요원이 떠오른다, 데자뷰인가?

 

물론 <헉슬리>는 분명 <헬게이트: 런던>과는 다르다. PvP를 강조한 게임성이나, 비교적 손쉽게 달성할 수 있는 만렙 이후에는 인스턴스 던전의 반복 플레이가 아닌 전장 컨텐츠로 이를 상쇄한다는 점 등은 분명 <헉슬리> 만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PvP는 게이머의 실력이 아닌 아이템과 레벨로 결정되기 때문에 초보자들은 들어가자마자 질리게 되고, 전장 컨텐츠는 부족한 유저 수 때문인지, 시스템 문제 때문인지 있으나 마나한 존재로 인식되고 있다.

 

 

<헉슬리>는 작년 11월 서비스를 중단할 때 확실하게 달라진 모습으로 돌아온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과거 <헉슬리>를 즐겨 봤다는 유저들은 모두 대체 달라진 것이 무엇이냐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서비스 중단이라는 칼을 뽑았다면 무라도 자르기 전까지는 더욱 칼을 갈고 닦았어야 했던 것은 아닐까? 단순한 리뉴얼 수준이 아닌, 새로운 게임으로 인식될 정도의 신선함 말이다. 만약 그러기에 1개월이 너무 짧았다면 그보다 더 오랜 재정비 기간을 가졌어야 했다.

 

<헉슬리: 디스토피아>글로벌 버전 의 기치를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지금 <헉슬리>를 사랑하는 유저들에게 필요한 것은 글로벌 버전이 아니라 헉슬리를 위한 리뉴얼이 아닐까 싶다.

 

사살을 하든, 당하든 모두가 즐거운 <헉슬리>가 되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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