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탈 워: 삼국>의 두 번째 챕터팩 <토탈 워: 삼국 - 천명>(이하 토탈워 천명)이 오는 17일 출시합니다. 이번 확장팩은 나관중 원작 역사 소설 <삼국지연의>는 물론 '삼국지' 이야기의 시작이라 할 수 있는 '황건적의 난'을 소재로 삼았으며, 한나라의 몰락과 장각의 등장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야기가 등장합니다.
이번 확장팩이 흥미로운 점은 주인공인 한나라와 황건적 모두 저마다의 '천명'을 따른다는 점입니다. 특히, 이번 확장팩에서 '장각'은 유저들에게 익숙한 코에이 <삼국지>나 <진 삼국무쌍> 시리즈 속에 나오던 통솔력 높은 종교 지도자의 모습이 아닌, 몰락해가는 한나라에 살아가는 백성들을 구하기 위해 일어난 새로운 지도자로 그려졌다는 점에서도 유저들의 이목을 사로잡기도 했죠.
몰락을 앞둔 한나라, 그런 한나라를 탐탁치 않아 하며 저마다의 야망을 키우는 신흥 세력, 그리고 고통을 참지 못해 일어난 황건적까지. 다양한 매력으로 무장한 <토탈워 천명>을 플레이하고 소감을 정리했습니다. /디스이즈게임 박준영 기자
※ 이 기사는 1월 17일 발매하는 <토탈 워: 삼국 - 천명> 미디어 프리뷰 '연희모드'를 플레이하고 작성했습니다. 실제 발매 버전과 달라지는 부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토탈워 천명>의 주제 '황건적의 난'은 소재 자체로만 봤을 때 '삼국지' 팬들의 이목을 집중시킬만한 매력적인 소재는 아닙니다. 이는 코에이 <삼국지>, <진 삼국무쌍> 시리즈를 비롯해 '삼국지' 소재 게임이나 미디어를 통해 많이 다뤄지기도 했고, '삼국지'에 대해 조금이라도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워낙 친숙한 소재인 게 사실이니까요.
그래서인지 <토탈워 천명>은 '황건적'과 '한나라'에 대한 해석을 기존 게임이나 미디어와 달리했습니다. 트레일러나 게임 구성만 하더라도 단순하게 '아군 한나라, 적군 황건적'이 아니죠. 게임은 혼란스러운 시대 전체를 비추고 각 등장인물들이 한나라와 황건적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담았습니다. 여기에 각자의 야망은 무엇이고 긴 잠에서 깨어나는 난세에서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도 그리죠.
이처럼 <토탈워 천명>은 한나라를 무조건 '선한 세력'으로 표현하지 않았고, 황건적 역시 한나라에 반기를 들고 난을 일으킨 '적대 세력'으로 표현하지 않았습니다. 아군-적군이라는 이분법이 아니라 인물과 국가, 그리고 상황을 설명하며 '모두가 그럴 수밖에 없는 저마다의 이유'를 전달하죠. 이는 군주와 국가의 특징을 확고하게 만드는 동시에, 플레이하는 인물에 보다 몰입할 수 있게 도와주는 느낌이었습니다.
또한 한나라와 동맹국들이 '동상이몽' 중이라는 설정도 흥미를 돋우는 요소 중 하나였죠. 한나라는 동맹국들과 힘을 합쳐 황건적을 물리치고자 하지만, 동맹국은 물론 한나라에 충성을 맹세한 신하들까지도 부패하기 시작한 한나라에 이미 환멸을 느끼고 있죠. 때문에 대부분 인물은 한나라의 부름에 응하기는 하지만 언제라도 저마다의 야심을 펼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토탈워 천명>은 '삼국지'의 시작 '황건적의 난'을 소재로 삼은 것뿐 아니라 이를 시작으로 각종 권모술수와 전쟁이 넘치는 난세가 시작함을 알리죠. 때문에 이번 확장팩은 새로운 요소를 체험할 수 있다는 정도가 아니라 본편 재미까지 한층 더 올려주는 업그레이드 요소로도 느껴졌습니다.
<토탈워 천명>은 본편에 새로운 챕터와 플레이어블 캐릭터를 추가하는 확장팩입니다. 때문에 설치 후 반동탁 연합군 결성이 일어나기 8년 전인 182년 시간대가 추가되죠. 등장인물들은 모두 저마다의 고유 캠페인이 있으며, 본편과 <토탈워 천명>에 모두 등장하는 인물들은 본편과 다른 스토리와 시작 위치를 자랑합니다.
이번 확장팩이 본편 재미를 업그레이드하는 것 같다는 느낌을 주는 이유는 설정 시간대에서도 찾을 수 있었습니다. <토탈워 천명>은 본편보다 앞선 시간대를 다루고 있기에 플레이에 따라 도원결의, 여포의 등장 등 본편에서는 확인할 수 없던 삼국지 주요 사건들을 확인할 수 있죠. 때문에 이벤트 등장에 따라 "아, 내가 역사대로 잘 따라가고 있었구나"하며 안도하고 인물과 세력에 보다 몰입할 수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본편인 <토탈 워: 삼국>은 저마다의 야망을 품은 군주와 세력이 '통일'이라는 원대한 꿈에 도전하는 이야기를 그렸기에 모든 세력이 공격적인 자세를 취했습니다.
하지만, <토탈워 천명>은 한나라가 불복종 세력을 물리치고 지금처럼 계속 통치했으면 하는 방어적인 자세를 취하는 반면, 대부분 나라는 한나라가 망하고 자신의 세력이 왕위를 이어갔으면 하는 마음에 공격적인 자세를 취합니다. 공격과 방어에 특화한 세력이 모두 등장하기에 본편보다 개성 넘치는 플레이를 경험할 수 있죠.
이번 확장팩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세력 '황건'은 공격 플레이에 집중한 세력 중 하나입니다. 황건의 목적은 한나라를 물리치는 일. 이를 위해 황건 세력을 키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황천'을 믿고 따르는 사람들에게 얼마나 큰 믿음을 주느냐도 중요한 일입니다.
장각을 비롯한 황건 세력으로 플레이하면 해당 세력 전용 시스템 '열의'가 등장합니다. 이는 장각 세력에 버프-디버프를 주는 시스템으로 이벤트나 시간 경과, 한나라 입지에 따라 강해질 수도 약해질 수도 있는 일종의 '반란의 불꽃'으로 볼 수 있죠.
사소한 기능으로 보일 수 있으나 개인적으로 '열의' 시스템은 황건을 다른 세력과 다른 '특별한 존재'로 만들고 그에 입각해 플레이할 수 있게 도와주는 중요한 기능으로 느껴졌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장각으로 플레이하는 중 '열의'가 식지 않게 만들기 위해 자연스럽게 한나라와 그들의 동맹 세력을 공격하는 플레이를 펼치게 됐죠. 여기에 기근과 천재지변에 시달리는 백성들을 실망시키지 않게 만들기 위해 이들을 위한 정책이나 선택지, 건물을 선택하게 됐습니다. 이처럼 '열의'는 작은 기능이지만 자연스럽게 유저를 황건적처럼 생각하고 행동하게끔 만들어줬죠.
한나라를 다스리는 유굉은 자신 역시도 천명에 따라 나라를 다스리고 있다고 주장하며, 한나라는 현재까지도 앞으로도 굳건하다고 자랑합니다. 하지만, 나라에 뿌리내린 기근과 흉흉한 민심은 그의 눈에도 피할 수 없는 현실이죠.
한나라의 목표는 안 그래도 어려운 나라를 흔드는 황건적 무리를 물리치는 일입니다. 다만, 한나라가 막강한 군사력을 자랑한다 하더라도 황건적을 그리 쉽게 해치울 수는 없습니다. 장각 세력은 동맹과 침략, 백성들의 지지로 빠른 세력 확장을 이어갑니다. 여기에 충성을 맹세한 신하, 동맹국들도 예전과 달리 머리를 쉽게 조아리지 않으며, 되려 자신의 야망을 숨기지 않는 이들도 늘어나고 있는 상황입니다.
때문에 유저는 한나라 플레이 시 황건적을 몰락시키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는 건 물론 나라 안팎으로 정세를 살피고 보다 안정적으로 국가를 운영하는 방어적이고 복잡한 플레이를 경험하게 됩니다. 즉, 한나라는 가진 권력에 비해 초심자가 게임을 하기 어려운 세력인 게 분명하고, '삼국지' 연혁을 모르는 유저들에게도 갑작스러운 배신이나 신흥 세력 등장 등으로 당황스러운 이벤트가 자주 등장하는 세력입니다.
한나라의 또 다른 특징은 '권력 다툼'입니다. 한나라에는 관료, 군벌, 왕실 세력이 있고 유저는 각종 이벤트나 관직 등을 통해 이들 중 하나에게 힘을 실어줄 수 있습니다. 물론, 플레이를 통해 파벌을 중재하면서 힘의 균형을 맞출 수도 있죠.
만약 특정 세력에만 힘을 실어줘 든든한 우군을 만든다면 전용 건물을 지을 수 있거나 마음에 안드는 고관을 제거하는 플레이를 펼칠 수 있습니다. 다만, 세력 힘이 한쪽으로 기울어지면 반대 세력에서 변혁을 꾀하고 한나라를 이탈하거나 반란을 일으키는 등 리스크도 있죠.
이처럼 한나라는 방어적인 플레이가 기본이 되긴 하지만 내정과 권모술수, 충성과 배신을 압축해서 경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재밌는 세력이고 봅니다.
<토탈워 천명>은 <토탈 워: 삼국>과 마찬가지로 인물과 시대 흐름에 주목한 '역사물'로의 접근과 해석이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특히, 황건적이 초반에 잠깐 나왔다 흘러가는 졸개 세력, 단순 반란군이나 물리쳐야 하는 '적' 정도가 아니라 몰락해가는 한나라에 참지 못하고 일어난 신흥 세력이자 백성을 진정으로 생각하는 세력으로 그렸다는 부분은 흥미로운 해석이기도 하죠.
<토탈워 천명>은 이렇게 게임 구성과 설정에서부터 코에이 <삼국지>나 <진 삼국무쌍> 시리즈에 익숙한 유저들에게 색다른 기분을 느끼게 합니다. 또한, 부패한 나라를 이끄는 우유부단한 왕 유굉과 세상을 구하기 위해 일어난 장각을 대비 시켜 명확한 대립 구도를 그리며, 이 사이에서 '한나라가 몰락했다'를 기정사실로 여기고 저마다의 야망을 키우는 세력들을 비춰 '삼국지'가 어떤 과정에서 시작했는지를 보다 효과적으로 전달하죠.
이처럼 <토탈 워: 삼국>은 우리에게 친숙한 '삼국지'라는 소재를 사용하면서도, 기존에 접한 요소와는 다른 해석을 담아 유저들에게 색다른 재미를 줍니다. 특히 <토탈워 천명> 속 황건적과 한나라를 그리는 모습이 기존 게임이나 미디어와 다른 길을 걷고 있기에 앞으로 발매할 확장팩들에서 인물과 사건을 어떻게 그릴지도 궁금한 게 사실입니다.
<토탈워 천명>의 또 다른 장점은 플레이 시간이 길어지면서 자연스럽게 본편과 스토리가 이어진다는 점입니다. 이 부분 덕분에 확장팩 설치 후에야 비로소 <토탈 워: 삼국> 완전판을 플레이하는 듯한 느낌도 들었죠.
또, 한나라가 황건 세력을 물리친다 하더라도 이는 이제 막 '삼국지' 스토리가 정석대로 시작했을 뿐이며, 반대 상황이 와도 난세가 이어지는 건 피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시대를 바꿔도 난세가 이어진다는 점 등 '삼국지' 본연의 재미를 이어간다는 점에서도 이번 확장팩은 기대 이상의 매력을 자랑한다고 생각됩니다.
<토탈 워: 삼국 - 팔왕의 난>을 비롯해 상당한 볼륨을 담은 확장팩을 선보이는 <토탈 워: 삼국>. 게임이 앞으로 어떤 콘텐츠를 선보일지 주목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