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PC MMORPG <엘리온>이 사전 체험을 통해 처음으로 변경된 게임 콘텐츠를 공개했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단 12시간의 사전 체험 동안, 수년 간 홍보해온 게임 타이틀을 왜 변경했는지에 대한 개발진의 대답이 전해졌다. 그들이 공언한 대로 <에어>에서 강조됐던 많은 콘텐츠가 <엘리온>에서 찾아볼 수조차 없었다.
게임 자체가 바뀐 것이다. <엘리온>으로 변화하며 사전 체험 참가자들이 가장 호평하는 부분은 '논타깃 전투'다. 기존 <에어> 전투는 몬스터를 하나 잡고 쉬어야 할 정도로 불연속적이었다. 일부 유저는 프레임은 안 끊기는 데 전투가 끊긴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하지만 <에어>에게도 사정이 있었다. 시그니처 콘텐츠였던 '공중 콘텐츠'때문에 타깃팅 전투를 고수해야 했다. 그래서 <엘리온>, 정말 과감하게 변했다. 나는 탈 것 전투를 전면 제거하는 등 공중 콘텐츠를 크게 줄였다. <에어>에서 버릴 부분은 버리고, 넣을 부분을 살리며 <엘리온>만의 전투 맛을 선보이는 것에 성공했다.
# '논타깃 · 몰이사냥'으로 전투 콘셉트 확실하게 잡은 '엘리온'
공중, 타깃 등 필요없는 전투 콘셉트를 버리자, <엘리온> 전투가 확실해졌다. 덕분에 유저 입장에서는 직관적으로 적응하기도 편해졌다.
지난 2차 CBT에서 <에어>는 많은 유저에게 템포가 느린 답답한 전투를 보완점으로 지적받았다. 특히, 타깃 기반 전투이기에 몬스터를 하나하나 잡아야 하는 점은 번거롭게만 느껴졌다. 또, 나는 탈것 위에서 펼쳐지는 전투는 지상 전투의 연장선에 가까워 새롭다는 느낌보다는 피곤하다는 느낌이 강했고, 유저들의 큰 불만 요소 중 하나로 꼽혔다.
▲ 두 마리는 기본이고, 클래스에 따라 5~6마리를 동시에 사냥한다
▲ 각 진영은 '하스'라는 하나의 대륙 양 끝에 있다. 그리고 초반부터 어렵지 않게 만들 수 있을만큼 가깝다
그래서 <엘리온>에서는 공중 콘텐츠를 줄였다. 계륵과도 같았던 공중은 최대한 배제하면서 논타깃 전투를 중심으로 꾸리자 <엘리온> 전투 콘셉트가 확실하게 보였다. <에어>에서부터 호평받았던 전투 타격감과 다양한 스킬 선택지가 빛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기존에도 <에어>는 각 클래스 스킬 컨셉이 확실하고, 연계기 개념이 있어 전투 손맛에 관해서는 어느정도 호평받고 있었다. 논타깃을 통해 이런 <에어> 매력이 <엘리온>에서 꽃을 피우게 된 것이다.
<엘리온> 전투는 기본적으로 논타깃에 몰이사냥으로 진행된다. 필드에 넘치는 몬스터를 끌고 다니며 전투에 집중하면 소위 '무쌍류'를 하는 기분까지 든다. 또, 회피키(쉬프트 할당)와 방어 등을 통해서 활성화 되는 약점 노출 개념의 스킬들은 각종 보스전에서 더 집중하게 하는 요소다. 여기에 월드맵을 '하스' 단 하나에 통일하고 압축하자, 자연스럽게 유저 기반 RVR이 자주 발생했다.
전체적으로 이번 사전 체험에서 보여준 <엘리온>의 전투는 라이브서비스 중인 여느 MMORPG랑 견주어도 합격점인 수준이다.
▲ 유물을 통한 스킬 변화 시스템이 드디어 빛을 발휘한다. 사전체험에서 전투 상황에 맞게 스킬을 선택해야했다
▲ 새롭게 선 보인 룬 특성은 유저가 원하는 캐릭터를 만들 수 있는 새로운 선택지였다.
다만, 이번 사전체험에서는 체감하긴 어려웠다
# 에어만의 MMORPG 덜어내며 매력 뽐냈지만, 엘리온만의 MMORPG는 "글쎄"
<엘리온>은 <에어>자체를 덜어냈다.
게임 튜토리얼에 해당하는 초반 스토리 퀘스트는 기존과 비교하면 압축된 정도가 아니라 없는 수준이다. 12시간만 진행된 사전체험이라는 점도 고려해야겠지만, 10-20분 정도면 바로 다양한 스킬과 함께 몰이 사냥을 할 수 있었다.
특히, 과거 <에어>는 세계관을 설명하기 위해 수 시간 동안 과거와 현재를 왔다갔다하며 퀘스트를 진행하는 '친절한' 스토리라인을 가지고 있었다. 반면, <엘리온>은 '불친절함'을 택했다. 싸우고 사냥하면서 유저가 간접적으로 체감하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엘리온>의 성공적인 변화 중 하나다.
▲ 마갑기 등 호평받은 스팀펑크 세계관은 여전히 존재한다
결국, 엄청난 칼질을 당한 공중 콘텐츠까지 고려하면 <엘리온>에서 찾아볼 수 있는 <에어>의 특징은 특유의 스팀펑크 풍 세계관이 전부인 셈이다. 개발진은 이 부분은 <엘리온>에 맞게 재해석했다. <엘리온>은 전체적으로 '캐릭터 간 전투'가 중심이 된다. 2차 CBT에서 호평받은 마갑기와 비행선 등은 유저들이 대규모 전투에서 전선 유지 · 화력 보충을 위한 보조적인 선택지로 활용된다.
<엘리온>은 <에어>에서 재밌는 부분을 더 강조하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엘리온>만의 MMORPG에 관해서는 의문부호가 붙는다. 기존 <에어>에서 <엘리온>으로 변경하기 위해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한 것은 안다. 실제로 주어진 시간에 비해 많은 부분 변화하는데 성공했다. 그럼에도 <엘리온>만의 특징을 단순히 '전투'라고 설명하기에는 <에어>의 특별했던 콘셉트가 괜히 눈에 밟힌다.
몰이 사냥과 논타깃 전투는 어떤 MMORPG만의 시그니처가 되기에는 부족하다. <엘리온>만 콘텐츠를 추후 테스트를 통해 보여주는 것이 큰 숙제로 남았다.
▲ 흐름을 끊는 컷씬도 여전히 존재한다. 개인적으로 가장 패치가 시급한(?) 부분
# 선택과 집중에 나선 엘리온, 다음 테스트가 기대된다
이번 사전체험에서 보여준 <엘리온>의 변화 대부분은 기존 팬에게 환영할만한 소식이다. <엘리온> 콘텐츠 속 선택과 집중에서는 개발진의 의지가 담겨있는 듯하다. 무엇보다 유저 피드백 듣기 위해 노력하고, 이를 개발 방향으로 확실하게 적용하는 개발진의 노력이 여실히 이번 <엘리온> 사전체험에서 느껴졌다.
호평을 받는 <엘리온>이지만 이제 시작이다. 이번에 게임을 즐긴 사전 체험자들은 2차 CBT 경험자인 경우가 많다. 2차 CBT를 경험한 유저에게 <엘리온>은 재미있을 수밖에 없다. <엘리온>으로 게임을 처음 접한 유저들에게도 같은 경험일지는 아직 확답하긴 이르다.
▲ 랭킹만 해도 수십 개다. 2차 CBT 당시 "유저에게 선택권을 주고 싶었다"라고 했지만,
오히려 적절한 제한이 유저로부터 더 멋진 선택을 이끌곤 한다
또, 여전히 산발적으로 퍼져있는 많은 콘텐츠도 정리가 필요하다. <엘리온> 전투가 재밌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전투를 잘하기 위해서 또는 전투에서 이기기 위해서 어떤 것을 채워넣어야 하는 지 불명확하다. PVE나 채집, 낚시 등 전투 외 콘텐츠도 너무 많다. 이 부분에서는 더 확실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지금 단계의 <엘리온>은 아직 완성됐다고 평가하기에는 이르다. 계속해서 변화하고 있다. 누군가는 이런 <엘리온>의 변화를 지금까지 투입된 개발비를 뽑기 위한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한다. 그런 의도라고 한들 어떤가?
게이머에게 중요한 사실은 '게임의 재미'고, <엘리온>은 재밌는 게임을 향해 천천히 향해가고 있다는 증거를 이번 테스트에서 보여줬다. 벌써 다음 <엘리온> 테스트가 기다려질 뿐이다.
▲ <엘리온>으로 성공적인 변화, 다음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