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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초 CDPR 한국 팀에서 달콤한 제안을 해왔다. <사이버펑크 2077> 미디어 체험회가 있는데 해볼 거냐고.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이었다. 기자는 6월 22일, 4시간 동안 <사이버펑크 2077>을 플레이했다. 그리고 지금껏 후회 중이다.
기자는 며칠째 '사펑' 앓이를 하고 있다. 아, <사이버펑크 2077>!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이렇게 게임을 잘 뽑아놓고 출시를 11월 19일로 미룬다고? 그냥 체험회에 가지 않을 걸 그랬다. 오픈월드 RPG를 고작 4시간 시켜주고 어땠는지 소감을 쓰라는 게 말이 되나? 제대로 쓰려면 4시간이 아니라 40시간은 넘게 해야 한다. 아무튼 11월까지 건강하게 살 이유가 생겼다.
게임에 대한 다른 정보는 다른 기사를 통해 충분히 전했다. 그러므로 여기선 소감만 쓰겠다. <사이버펑크 2077>은 미쳤다. 나오면 무조건 할 것이다. 특정 회사, 기기의 독점작도 아니기 때문에 출시 즉시 PC로 끝장을 낼 작정이다. 괜히 권하고 싶다. 이 게임 함부로 시작하지 마시라고. <사이버펑크 2077>을 가볍게 보고 접했다가는 현실에 접속하기 어려워질지도 모른다.
누구나 대상을 평가할 때 첫인상을 많이 본다. 이 글도 <사이버펑크 2077>의 첫인상에 대한 것이다. 다트머스대 연구 조사에 따르면 인간의 뇌는 0.017초 만에 상대방에 대한 호감이나 신뢰 여부를 판단한다. <사이버펑크 2077>의 첫인상은 '극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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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우리 주변에는 '다시 보니 선녀' 내지는 '속 빈 강정'이 많다. 하지만 이름난 개발사에서 2012년부터 준비한 AAA급 타이틀을 4시간 정도 해봤고 이후 사흘 밤낮을 그 생각만 한다면 강정 알맹이도 꽉 차있겠다고 예상해도 좋지 않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오픈월드는 싫어" 같은 취향 문제는 남겠지만.
게임의 초반부는 굉장히 내밀하게 설계됐다. 세 개의 계층을 어떻게 선택하느냐에 따라서 그 전개도 달라지는데, 가상현실 방식으로 튜토리얼에 접속해서 게임 진행에 필요한 각종 기능을 익힌다는 설정이 그랬다. 초반의 리듬을 끊지 않으면서도 게임에 익숙해질 수 있는 능수능란한 방법이었다.
기자는 노마드 루트를 선택해 플레이했는데 핵심 조력자 '재키'와 만나는 과정은 체험판에서 생략되었지만, 튜토리얼이 끝나고 재키와 함께 다니면서 나이트 시티에 익숙해질 수 있었다. 짧게 맛본 미래 도시 나이트 시티는 굉장히 매력적이었다. 탐험할 거리도 굉장히 많았고 인터랙션도 훌륭했다. 자판기에서 음료수를 뽑아마실 수도 있고, 집에 있던 기물을 상점에 내다 팔 수도 있다.
영화 <블레이드 러너>에 들어가 사는 기분이 들었다. 비유하자면 <GTA>의 리버티 시티가 사이버펑크화된 것 같았다. 플레이어는 차를 훔칠 수도 있고, 행인을 때려 눕힐 수도 있다. 그런 잘못을 저지른다면 <GTA>와 마찬가지로 경찰이 플레이어를 제압하러 온다.
플레이어는 게임 시작 전 V의 스탯을 미리 찍을 수 있다. 예를 들어 바디의 수치는 캐릭터 생성 때 7까지 설정할 수 있는데, 이는 전통적인 RPG의 힘(STR)에 해당한다. 이러한 수치는 플레이어의 행동을 가능/불가능하도록 하는 중요한 장치로 기능한다.
남의 차를 뺏어 타려면 STR이 특정 수치를 넘겨야만 하는 식이다. 플레이어가 미친 듯한 전투 없이 젠틀하게 해킹을 하면서 상대를 유린하고자 한다면 그에 따른 테크니컬 수치를 맞춰야 한다. 물론 RPG니만큼 초기 세팅이 끝이 아니라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이러한 스탯을 점차 올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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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사의 전작 <위쳐>에게는 수많은 장점이 있는데, 딱 하나 지적할 게 있다면 바로 전투가 밋밋하다는 것이다. '위쳐 전투'라고 구글에 검색하면 맨 위에 따라붙는 단어는 다름 아닌 노잼이다.
CDPR은 각성했다. <사이버펑크 2077>의 전투는 AAA급 타이틀에 걸맞다. 진짜 재밌다.
기자는 생각 같은 거는 조금만 하고 일단 다 죽여버리는 플레이를 선호한다. 그러면 그렇게 하면 된다. 총을 신나게 바꿔가면서 메뚜기마냥 전장을 뛰어다닐 수 있다. 물론 거기에 따른 리스크, 많이 죽을 수 있다는 것은 자기가 책임지면 된다.
CCTV나 주변 기물을 해킹하는 영리한 플레이도 잘 짜여있다. 전자레인지가 터져버리게끔 해킹한 뒤 주변의 주위를 끌어서 적들을 폭사시켜버릴 수도 있다. 해킹은 간단한 퍼즐을 푸는 형식의 미니게임을 통해 이루어진다. 쉴 틈 없는 전투보다는 각과 합이 잘 짜인 전투를 선호하는 이들을 위한 옵션이다.
플레이어가 자기 입맛에 맞는 전투를 이끌어갈 수 있다는 것은 엄청난 장점으로 다가온다. 해킹을 한 뒤에 적의 뒤를 밟아 암살을 한 다음, 주변의 적은 근접 전투로 해결한 뒤에 나머지는 라이플로 시원하게 처치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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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DPR 한국 매니저들은 기자에게 체험 빌드에서 스토리와 캐릭터를 즐길 것을 권했지만, 그게 쉽지는 않았다. 체험 빌드의 부랑아 루트에서 V와 재키가 어떻게 친해지는지는 빠졌다. 그 와중에 오픈월드와 즐길 거리들이 엄청나게 많이 밀려드는데, 스토리와 캐릭터에 이끌리면서 '왜 주인공이 퀘스트에 나서는지'에 대해 깊이 이해하기 쉽지 않았다.
오픈월드 게임은 그야말로 열린 세계이기 때문에 게임을 시작하면 플레이어는 정보의 바다에 빠진다. 그래서 튜토리얼이나 초반부 세팅을 탄탄하게 설계하는 게 중요하다. 락스타게임즈 오픈월드 게임의 첫 번째 퀘스트는 대체로 A 지점에서 B 지점까지 차나 말을 타고 가면서 떠드는 것이 전부다.
이 게임도 무수히 많은 수다로 채워졌지만, 그것이 정보의 홍수로 다가와 4시간 만에 스토리와 캐릭터를 제대로 맛보기는 쉽지 않았다. <사이버펑크>는 한국에서 유명한 IP가 아니다. 또 CDPR이 아무리 <위처 3> 만든 데지만, 오픈월드 게임에서 레거시를 가진 락스타나 베데스다만큼 충성 고객이 있지는 않다. 그런 점에서 게임이 한국 시장을 공략한다면 한국어로 친절할 필요가 있다.
뿐만 아니라 미래 공간을 배경으로 한, AAA급 볼륨의 오픈월드 게임은 없었기 때문에 <사이버펑크 2077>의 세계는 익숙해지는 데 시간이 꽤 걸린다. CDPR은 원래 <사이버펑크 2077>에 성우 더빙을 고려했지만, 이후에 취소했다. 차라리 원래 계획대로 시각 정보와 함께 청각 정보를 함께 제공하는 게 게임에 사람들을 붙잡아놓기 더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