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2M>은 웹젠의 14년 차 IP <R2>를 계승한 모바일 MMORPG다. 특히 <R2>의 슬로건 'No rules, Just Power!'까지 그대로 차용한 만큼, 성채와 스팟을 둘러싼 경쟁 구도에 대한 유저들의 관심도 뜨거웠다. 그래서일까. <R2M>은 출시 전부터 사전 예약 100만을 돌파하는 한편, 사전 캐릭터명 선점 역시 이틀 만에 조기 마감되는 등 많은 유저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MMORPG의 기본에 충실했다던 <R2M>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그리고 화려한 겉 포장지보다 기본에 충실한 게임을 만들고 싶었다는 이범수 PD의 각오는 어떤 결과물로 이어졌을까. 무과금으로 12시간동안 나이트와 아처를 플레이해본 결과, <R2M>의 첫인상은 '변신'의 강력함과 동시에 약간의 '아쉬움'을 남겼다. / 디스이즈게임 이형철 기자
가장 먼저 눈길을 끈 것은 <R2M>의 '그래픽'이다.
냉정히 말하자면, <R2M>의 그래픽은 그리 좋은 편이 아니다. 최근 출시된 모바일 MMORPG가 하나같이 '화려한 그래픽'을 내세운 것과는 분명 다른 구조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R2M>의 그래픽이 게임 플레이를 방해할 정도로 심각한 것은 결코 아니다. 2.5D로 구현된 캐릭터와 배경은 아주 화려하진 않지만 플레이하기에 거슬린다거나 몰입을 방해할 정도는 아니었다.
오히려 단순화된 게임 그래픽은 플레이에 직관성을 더해줬다. 비록 캐릭터와 몬스터는 쿼터뷰 시점의 작은 사이즈로 표현되지만, 연출이 과하지 않아 필드에서 어떤 상황이 펼쳐지고 있는지를 쉽게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스킬과 버프 등 꼭 필요한 UI를 제외하면 오로지 캐릭터와 필드에 집중할 수 있게끔 구성된 화면 역시 원활한 플레이를 도왔다.
<R2M>이 그래픽 품질을 낮춘 이유는 따로 있다. <R2M>의 핵심 콘텐츠는 원작 <R2>와 마찬가지로 '공성전'이다. 때문에 기본적인 게임과 전투를 화려하게 구성할 경우, 자칫 다수 유저가 참가할 대규모 PVP가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을 수도 있다. 핵심 콘텐츠를 위해 그래픽 부분에서 현실적인 타협을 한 것이다.
<R2M>의 론칭 클래스는 나이트, 아처, 위저드다. 각각의 클래스가 근거리 딜러, 원거리 딜러, 보조 역할에 해당하는 만큼 밸런스의 근본이 될 수 있는 것들을 론칭 클래스로 공개한 셈이다.
먼저 나이트는 유일하게 길드 마스터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만큼, 그 중요도가 높은 클래스에 해당한다. 나이트는 근접전에서 다양한 힘을 발휘할 수 있음은 물론, 필드 사냥도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다. 또한 제대로 육성할 경우 PVP 상황에서 아주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는 특징도 갖고 있다.
반면 아처는 상대를 원거리에서 먼저 때릴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으며, 짧은 시간에 높은 대미지를 뿜어낼 수 있는 클래스다. 위저드는 상대를 묶을 수 있는 스킬이나 광역 스킬 등 유틸리티 성격이 강하기에 공성전에 있어 필수 클래스로 꼽힌다.
이 중 가장 필드 사냥이 수월했던 것은 '나이트'로, 방어력과 기본 체력이 높은 만큼 큰 부담 없이 퀘스트를 이어갈 수 있었다. 특히 '변신'을 하지 않더라도 중반 구간까지는 사냥에 무리가 없었으며, 마나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 클래스라는 점 역시 게임의 진행을 편하게 만들었다.
반면, 아쉬움이 남는 클래스는 '아처'다. 활을 사용한다는 컨셉에도 불구하고, 적과 거리를 유지하기보다 직접 얼굴을 맞대고 싸우는 형태의 '근접전'이 훨씬 많이 펼쳐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아처의 전투는 특유의 민첩함을 통해 먼 거리에서 적을 빠르게 요격하는 전투 대신 물약을 소모해가며 근거리에서 싸우는 '소모전' 형태로 전개되곤 했다.
전체적인 게임은 크게 어렵지 않다. <R2M>은 주어진 퀘스트를 따라 필드에 있는 몬스터를 사냥하고, 캐릭터를 강하게 육성시키는 구조를 철저히 따라간다. 별도의 복잡한 퀘스트 없이 오로지 몬스터 사냥에만 집중하게 했던 초창기 MMORPG를 떠올리게 하는 형태다.
모바일 플랫폼에 꼭 필요한 '편의성' 부분도 잘 준비되어 있다. 이제는 모바일에서 빠질 수 없는 '자동 사냥'은 물론, 퀘스트를 누르면 이동 과정을 지켜볼 필요 없이 곧바로 해당 NPC 또는 사냥터로 이동할 수 있다는 점은 매우 편리했다. 물론 중간중간 퀘스트 완료나, NPC를 클릭해야 하는 상황도 있지만 크게 불편할 정도는 아니었다.
<R2M>의 핵심 콘텐츠에 해당하는 변신에 대해서도 알아보자. '변신'은 다른 캐릭터의 모습으로 외형이 바뀌는 한편 최대 HP, 이동 속도, 공격 스탯 등을 크게 증가 시켜 전투를 수월하게 만들어준다. 특히 높은 등급에 해당하는 '희귀' 또는 '전설' 변신을 활용할 경우, 그 상승 폭은 눈에 띌 정도로 매우 크다.
같은 클래스라도 어떤 캐릭터로 변신하느냐에 따라 활용하는 무기가 달라지는 것 역시 재미있는 포인트다. 활을 사용하는 아처를 예로 들어보자. 만약 아처를 '본보우 아크리언'으로 변신시킬 경우, 무기는 그대로 유지하되 기본 스탯만 증가한다. 반면 '헌터 노바' 등 총을 다루는 캐릭터로 변신하면 중화기를 무장한 채 전투에 임하게 된다.
기자가 직접 체험해본 변신은 꽤나 '충격적'이었다. 퀘스트 보상으로 주어진 고급 변신, '캡틴 라이칸'은 공격 속도 30% 증가와 함께 물리 공격력과 명중력까지 올려줬다. 이에 더해 양손 무기를 착용하면 물리 명중력이 추가로 상승하는 '전용 무기 효과'도 부여됐다. 기본 캐릭터에게서 느낄 수 없었던 '화끈한 타격 효과'는 덤이다.
향후 <R2M>은 레벨과 퀘스트 보상을 통해 높은 등급의 변신 보상을 무료로 제공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유저는 '변신의 강력함'을 직접 체감하고, 그 필요성을 인지하게 된다. 변신을 사용해야 하는 암묵적 명분을 제공하는 셈이다.
이 외에도 <R2M>에는 캐릭터를 육성시킬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이 존재한다.
먼저 '서번트'는 캐릭터를 따라다니는 일종의 하수인으로, 전투에 참여하진 않지만 경험치 증가량과 무게, 기본 전투 스탯 등을 올려주는 보조 역할을 담당한다. 또한, 기본 스탯 버프와 세트 효과를 지닌 '매터리얼'과 아이템을 등록해 능력치를 올리는 '컬렉션' 등을 통해 캐릭터 성장에 활용할 수도 있다.
<R2M>은 철저히 클래식 MMORPG의 '기본'에 충실한 게임이다. 때문에 <R2M>에는 유저들의 복잡한 컨트롤을 요하는 전투도, 눈을 번쩍 뜨이게 하는 참신한 퀘스트도 없다. 유저는 그저 우직하게 몬스터를 잡아 내 캐릭터를 공성전에서 활약할 수 있게끔 육성하는 것에 집중하면 된다.
물론 아쉬운 부분은 존재한다. 먼저 밋밋한 성장 과정에 대한 아쉬움이다. 보통 모바일 MMORPG는 새로운 스킬을 통해 유저로 하여금 성장의 재미를 느끼게끔 유도한다. 새로운 스킬은 유저들의 동기부여를 유발하는 한편, 전투 과정에서의 신선함도 불어넣는다.
반면, <R2M>은 초반 단계에서 얻을 수 있는 기술이 많지 않다. 물론 캐릭터를 생성함과 동시에 '헤이스트'라는 첫 번째 스킬을 지급하지만, 두 번째 스킬을 활용할 수 있는 것이 15레벨임을 감안하면 크게 와닿지 않는 부분이다.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자. 나이트는 30레벨에 도달하더라도, 공격으로 활용할 수 있는 스킬은 '하드히트' 뿐, 나머지는 전부 기본 스탯을 올려주는 보조 스킬에 불과하며 그 갯수도 많지 않다. 위저드는 사용할 수 있는 스킬이 적어서, 근거리 평타 공격으로 사냥하는 장면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아처 역시 공격 스킬이 적다 보니 원거리에서 먼저 몬스터를 때리더라도, 근접전을 더 많이 펼치게 된다.
결국 캐릭터의 레벨을 올리는 것만으로는 '성장의 재미'를 쉽게 체감할 수 없는 셈이다.
마나 포션에 대한 아쉬운 목소리도 적지 않다. <R2M>의 마나 포션(회복제)는 '인벤토리 무게가 50% 미만'일 때만 효과가 적용된다. 때문에 조금만 사냥을 하다 보면, 무게로 인해 이를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한다. 그나마 별도의 보조 장비가 없는 나이트는 양호한 편이지만, 기본 무기 외에 '화살'을 별도로 준비해야 하는 아처의 경우 기본 필드 사냥마저도 꽤 빡빡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물론 이 모든 아쉬움은 <R2M>의 핵심 콘텐츠 '공성전'이 어떤 모습으로 등장하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흘러갈 수도 있다. 특히 <R2M>의 공성전이 일정 허들만 넘어서면 누구든 참가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다양한 점령지를 통해 하나의 길드가 모든 것을 독식할 수 없게끔 설계된 부분은 원작 못지않은 '경쟁'의 재미를 유저들에게 선사할 것으로 기대된다.
아직 <R2M>은 본인들이 갖고 있는 '진짜' 강점을 제대로 보여주지 않은 상황이다. 이범수 PD는 유저들이 보내는 의견에 귀 기울이고 적극적으로 소통하여 오래도록 사랑받을 수 있는 게임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머지않은 미래, <R2M>이 핵심 콘텐츠를 통해 이러한 바람을 현실로 만들 수 있을지 관심을 갖고 지켜보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