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전략 게임 <C&C 레드얼럿3>의 확장팩이라고 할 수 있는, <업라이징>(Uprising)이 지난 3월 20일, 국내에 정식으로 출시 되었다. 이 게임은 발매 전부터 각종 UCC 사이트에 화려한 배우진을 이용한 영화 같은 동영상 마케팅 전략을 사용해 팬들의 주목을 끌었다. 또한 일반적인 패키지가 아닌 ‘디지털 다운로드’ 방식의 판매방식을 채택해 많은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팬들의 기대감은 곧 걱정으로 바뀌었다. 원본이라고 할 수 있는 <레드얼럿3>의 출시 이후 고작 5개월 가량이 지난 시점에 발매 되었다는 점. 그리고 오직 싱글 플레이만 가능한 작품이라는 점에서 제대로 된 확장팩을 기대한 유저들의 기대에는 다소 미치지 못했던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업라이징>은 유저들의 걱정 그대로 허술한 작품일까? 아니면 의외로 황금알을 품은 거위였을까? /디스이즈게임 필진 에젤라인
유리코 양이 메인을 장식한 <업라이징>의 바탕화면
중구난방 스토리, 하지만 잘 짜여 있는 싱글 캠페인
<업라이징>의 즐길 거리는 크게 두 종류로 볼 수 있다. ‘캠페인 미션’과 ‘도전과제 미션’이 그것이다. 이 중 캠페인 미션은 원본 <레드얼럿3>와 마찬가지로 소련군, 연합군, 욱일 제국군의 캠페인을 지원한다. (각 진영 별 3~4개씩 지원한다). 그리고 게임은 여기에 추가적으로 색다른 게임성을 가진 ‘유리코 캠페인’을 지원한다.
* 유리코(Yuriko): ‘욱일제국’의 영웅 유닛. 여고생 복장에 초능력을 사용하는, 굉장히 파격적인 얼굴을 갖고 있다.
미션의 연출이 상당히 우수하다.
<업라이징>의 캠페인은 <레드얼럿> 시리즈의 전통대로(?) 원본의 연합군 엔딩에서 이어진다. 하지만 스토리에 있어서 많은 것을 기대해서는 안 된다. 원작의 엔딩을 본 유저라면 알겠지만 사실 원작의 스토리가 워낙에 산으로 간 상태이다 보니(허무맹랑하게 끝났다는 뜻), <업라이징> 역시 비슷하게 흘러 간다. 아니, 애당초 진영 별로 미션 3~4개로 이루어진 캠페인 미션에서 심도 높은 스토리를 느낀다는 것은 무리다.
수준 높은 동영상은 여전하다.
하지만 원본이 그랬던 것처럼, 게임의 중구난방 스토리는 수많은 실사 등장인물들의 감칠맛 나는 연기와 미션 개개의 수준 높은 구성에 의해 어느 정도 보완된다. 애초에 <업라이징> 캠페인이 승부수를 띄운 부분도 바로 이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원본에서 친숙해진 옛 배우들과 뉴페이스들 사이에서 미션을 계속 진행하다 보면 끊임없이 흘러나오는 그들의 만담에 절로 미소가 맺힐 것이다.
전체적인 미션의 구성 또한 굉장히 짜임새 있게 잘 구성 되어 있다. 대단한 정성을 들인 흔적이 보인다고 할까? 최소한 스토리는 젖혀 두더라도, 유저들은 미션을 진행하는 동안에는 확실하게 게임에 몰입할 수 있다.
특히 의외의 백미는 바로 유리코 캠페인이다. 비록 미션의 볼륨이 큰 것은 아니지만, <C&C> 시리즈 사상 초유의 RPG 구성을 채택하고 있어 굉장히 신선한 맛을 선사한다. 미션의 짜임새 또한 훌륭하고, 모든 사건들이 유리코 한 명을 놓고 진행되기 때문에 심도 높은 외전 스토리도 음미할 수 있다.
유리코 미션은 기대 이상으로 만족스러웠다.
업라이징의 백미, 도전 과제 캠페인
이제 캠페인 미션과 함께 <업라이징>을 구성하는 양대 산맥 중 하나인 도전과제 미션이다. 이것은 과거 <C&C 제너럴: 제로아워>에서 등장한 제너럴 챌린지와 비슷한 개념인데, 말 그대로 전 세계에서 각 진영의 수많은 사령관들에게 도전하는 것이 목적이다.
플레이어는 세계 1위의 군수기업인 퓨처테크의 책임자로 임명된다. 그리고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각 군의 사령관을 패퇴시키고 그들이 지닌 고유의 유닛 기술들을 탈취해 퓨처테크의 무기고에 합류시키는 임무를 받게 된다.
도전과제 미션은 서로 스토리가 연계되어 세계를 정복하는 기분을 느끼게 해 준다.
각 미션은 특정 유닛과 연결되어 있으며, 클리어하면 그 유닛을 생산할 수 있게 된다.
도전과제 미션은, 그 미션의 구성만 놓고 보면 캠페인에 비해 훨씬 떨어진다. 하지만 각각의 미션들이 모두 색다른 형식이라는 점이 눈에 띈다. 쉽게 말해 <스타크래프트>의 유즈맵세팅을 싱글 버전으로 옮겨 놓았다고 생각하면 된다.
가령 어떤 도전과제 미션에서는 맵의 전역에 폭발성 드럼통이 형성되며, 그 수는 시간이 지날수록 계속 늘어난다. (드럼통은 공격이 미치면 폭발해서 주변의 모든 유닛에게 큰 대미지를 준다). 어떤 미션에서는 적이 수많은 센추리 폭격기만을 보내기 때문에 플레이어는 상대의 폭격을 막아내면서 전진해야 한다. 또 다른 미션에서는 맵에 집채만한 곰들이 돌아다니기도 한다.
플레이어는 이러한 수많은 변수들을 숙지하고 활용하면서 상대 사령관을 물리쳐야 한다. 적을 물리치면 맵의 특성에 해당하는 유닛의 생산 기술이 확보된다. 그리고 플레이어는 다음 미션부터 봉인이 풀린 유닛을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이런 식의 미션이 총 50개가 준비되어 있다.
심지어는 전작에서 악명을 떨쳤던 쇼군 집행자를 처단하는 미션도 있다.
또한 도전과제 미션에서는 캠페인 미션에서는 사용할 수 없는 새로운 시스템이 지원된다. ‘레드얼럿 버튼’이라는 것인데, 위기시마다 활성화되는 이 버튼을 누르면 플레이어의 모든 유닛이 엘리트로 승진하며 플레이어에게 천문학적인 액수의 자금이 지원된다. 하지만 이 버튼을 사용하면 미션의 제한시간을 넘기게 되어 100% 달성율을 얻을 수 없게 되므로 꼼꼼한 플레이어들은 사용을 자제해야만 한다.
그리고 도전과제 미션은 초반에는 쉽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점차 인간의 한계를 시험하는 난이도의 미션들이 등장한다. 하지만 모든 미션에는 결국 열쇠가 있고, 그 열쇠가 무엇인지만 파악하면 미션을 클리어하는 것 자체는 그다지 어렵지 않다.
하지만 각 미션을 100% 달성률로 클리어하기 위해서는 레드얼럿 버튼을 사용하지 않고 제한시간 내에 적을 물리쳐야 한다. 이 조건을 만족시키기란 너무도 어렵다. 전반적으로 플레이어의 도전욕을 자극하는 멋진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상상력의 봉인을 푼 새로운 유닛들
<업라이징>은 <레드얼럿3>의 시스템을 그대로 계승했지만 확장팩답게 많은 신규 유닛을 추가하고 있다. 박격포와 화염병을 사용하는 초고속 바이크에서부터 추억의 ‘그랑조’를 연상케 하는 거대한 전함에 이르기까지. 모든 추가 유닛들은 상상을 뛰어넘을 정도로 참신하면서도 강력하다.
게임 안에서 최강으로 군림하고 있는 기가포트리스의 모습
물론 이들은 멀티 플레이에서 사용할 수 없기에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멀티 플레이를 완전히 배제한 만큼 가격에 비해 엄청난 위력을 발휘하기에 사용하는 재미가 있으며, 싱글 플레이를 보다 풍성하게 즐길 수 있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할 수 있다. 게이머들의 망상을 현실로 옮겨 놓은 듯한 특이한 신규 유닛들을 가지고 놀다 보면 상당히 아기자기한 재미를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역으로, 이런 유닛의 등장으로 인해 난이도가 필요 이상으로 올랐다는 점은 아쉽다. 심지어 이 유닛을 사용하지 않으면 이 미션은 절대로 깨지 못할 걸! 이라고 말하는 듯한 구성의 미션도 허다하다. 그리고 신규 유닛에 의해 비슷한 컨셉의 기존 유닛은 사용할 가치조차 없는 장식품으로 전락한 것 역시 아쉽다.
소장할 수 없는 게임, 불법 복제판에 대항할 능력이 없는 게임
<업라이징>은 전세계적으로 출시된 작품이다. 하지만 패키지는 따로 존재하지 않으며 오로지 EA 공식 홈페이지(//eastore.ea.com)에서 다운로드 방식으로만 구입할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은 게임사 입장에선 참신한 시도라 할 수 있을지 몰라도 구매자의 입장에서는 마땅찮은 일임에는 틀림없다.
<업라이징>은 다운로드 매니저를 통한 구매방식만을 고수하고 있다.
그 이유라고 하면 역시나 기존 패키지 게임 유저의 입장에서는 ‘소장가치’가 전혀 없다는 점. 그리고 우리나라에만 한정된 이유일 수 있지만, 현재 EA코리아의 홈페이지 결제 방식은 ‘직불카드’ 및 ‘신용카드’ 딱 2가지만 지원할 정도로 불편하다는 점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업라이징>은 정품이 불법복제판에 비해 가질 수 있는 메리트가 전혀 없기 때문에 더더욱 구매 의욕을 꺾는다. 대부분의 RTS 게임들이 불법복제에 대한 최후의 보루로 삼고 있는 시디키 기반의 멀티 플레이 서비스는 <업라이징>에 당연하게도(?) 존재하지 않는다.
물론 EA에서는 수준 높은 싱글 플레이 컨텐츠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멀티 플레이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정품 유저들의 권익을 보호할 장치를 갖추지를 하나도 마련하지 않았다는 점은 너무나도 아쉽다. 심지어 발매가 늦어진 국내의 경우, 불법복제판이 정품에 비해 일주일이나 먼저 등장하는 기현상까지 벌어졌다. 이쯤 되면 게이머들의 입장에서는 패키지로서의 장점을 모두 잃은데다 정품으로써의 이점조차 하나도 없는 <업라이징>에 실망할 수 밖에 없다.
복돌이(불법복제 유저)나, 정품 유저나 즐길 수 있는 것은 똑같다.
어찌 되었든 '패키지 게임' 으로서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해도, <업라이징>은 ‘게임’ 그 자체만 놓고 보자면 <C&C>, 그리고 <레드얼럿> 시리즈의 골수 마니아들을 위한 팬서비스 작품이라고 결론지을 수 있다.
확실한 것은 오리지널 <레드얼럿3>의 싱글 플레이를 재미있게 즐겼던 사람이라면 돈 주고 구입해도 후회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적어도 싱글 미션 개개의 게임성은 확실한 재미를 보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