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64 명이 참가할 수 있는 온라인 전장을 구현해 ‘멀티플레이 FPS 게임’의 신세계를 열었다고 평가 받는 EA 디지털일루전(DICE)의 <배틀필드> 시리즈. 지금까지 2차 세계대전과 현대전, 미래전 등 다양한 ‘전장’을 보여주었던 <배틀필드>가 색다른 ‘온라인 게임’으로 돌아왔습니다.
카툰풍의 독특한 그래픽과 EA의 ‘무료 온라인 게임’(부분 유료화)이라는 특징으로 관심을 받았던 신작의 이름은 바로 <배틀필드 히어로즈>(Battle Field Heroes, 이하 히어로즈). 최근 베타테스트가 진행 중인 <히어로즈>를 직접 체험해 봤습니다. /디스이즈게임 필진 nodkane
※ <히어로즈>는 현재 NDA(기밀유지협약)이 걸려 있습니다. 본 기사에 쓰인 이미지 중 홈페이지 이미지를 제외한 게임 스크린샷들은 모두 정식으로 공개된 것들만 활용했습니다.
웹런처로 시작하는 게임
국산 온라인 게임과 다소 다른 점은, ‘캐릭터의 생성’이 홈페이지에서 이뤄진다는 것입니다. 유저들은 홈페이지에서 ‘Create a Hero’ 버튼을 눌러 자신의 ‘진영’과 ‘클래스’를 선택해서 캐릭터를 생성하면 바로 게임을 즐길 수 있습니다.
다만 각 캐릭터들은 진영이 고정되어 있기 때문에 친구들과 게임을 즐기고 싶다면 처음부터 로열 아미, 또는 내셔널 아미 중 한쪽 진영으로 맞추는 것이 좋습니다.
PLAY NOW! 버튼만 누르면 인스톨부터 실행이 자동으로 이루어집니다.
로열 아미를 선택하면 나오는 클래스 선택 화면. 캐릭터의 진영은 바꿀 수 없습니다.
팀포트리스2와는 확연하게 다른 게임성 |
사실 많은 게이머들은 <히어로즈>가 처음 공개되었을 때 밸브의 <팀포트리스2>와 유사해 보인다는 의견을 많이 제기했습니다.
실제로 겉모습을 보기에 두 게임은 굉장히 비슷합니다. 만화와 같은 ‘카툰’ 그래픽을 선보이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배틀필드> 시리즈나 <팀 포트리스> 시리즈는 모두 분대와 클래스 기반의 ‘전략성’을 강조한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두 게임은 완전히 다릅니다. 게임성부터 시작해서 그래픽을 제외한 거의 모든 것들이 확연하게 다르기 때문에, <히어로즈>와 <팀포트리스2>를 직접적으로 비교하는 것은 부적절합니다.
밸브의 <팀포트리스2>(위)와 <히어로즈>(아래). 비슷한 카툰풍 그래픽을 선보이지만 속을 들여다 보면 완전히 다릅니다.
일단 <히어로즈>는 FPS(1인칭 슈팅)가 아닌 ‘3인칭 슈팅’(TPS) 게임입니다. 게다가 캐릭터들은 ‘성장’의 개념이 있어서 유저들은 레벨업과 어빌리티 획득을 통해 자신의 히어로를 성장시킬 수 있습니다.
이런 점만 놓고 봐도 <히어로즈>는 <팀포트리스2>는 물론이고, 기존의 거의 모든 FPS 게임들과 확연하게 다른데요, 심지어 기존 <배틀필드> 시리즈와도 뚜렷한 차별점을 다수 보입니다.
대표적으로 ‘클래스’의 선택 방식을 들 수 있습니다. <히어로즈>는 게임을 할 때마다 여러 클래스(병과) 중에서 하나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었던 기존 시리즈와 다릅니다. 처음 캐릭터를 생성할 때 결정한 클래스 외에 다른 클래스를 게임 중에 선택할 수 없습니다. 시작할 때 자신의 캐릭터를 저격수로 생성했다면, 그 캐릭터는 삭제되는 날까지 저격수라는 뜻입니다.
이밖에도 <히어로즈>는 자신만의 ‘개인 미션’이 주어지며, 무기와 장비를 상점에서 구입하고 따로 관리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점들로 인해 <히어로즈>는 게임을 하다 보면 FPS 나 TPS가 아닌, RPG 같다는 느낌까지 받게 됩니다.
3인칭 시점의 RPG라고 우겨도 100% 거짓말은 아닐 겁니다.
성장이 부각된 게임성 |
캐릭터 성장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유저들은 다양한 포인트를 사용해서 캐릭터를 업그레이드할 수 있습니다.
준비되어 있는 포인트는 세 가지입니다. 어빌리티를 업그레이드 할 때 사용하는 ‘히어로 포인트’부터 각종 무기나 이모션, 위젯을 살 수 있는 ‘밸러 포인트’, 그리고 현금으로 구입할 수 있는 ‘배틀펀드’(Battle Fund)입니다. 히어로 포인트와 밸러 포인트는 게임을 많이 즐기면 얻을 수 있지만, 배틀펀드는 오직 현금으로만 충전할 수 있습니다.
유저들은 히어로 포인트와 밸러 포인트를 통해 자신이 주로 사용하는 어빌리티를 업그레이드 하거나, 좀더 강력한 무기를 사서 다른 적들을 제압할 수 있습니다.
포인트는 세 가지가 있는데 배틀펀드는 오로지 현금으로만 충전할 수 있습니다.
‘어빌리티’는 RPG의 액티브 스킬과 패시브 스킬이라고 이해하면 쉽습니다. 각각의 클래스 별로 조금씩 사용할 수 있는 스킬이 다르거든요. 이 때문에 자신의 플레이 성향과 히어로의 특성을 고려해서 적절하게 포인트를 투자하는 게 좋습니다.
캐릭터 어빌리티는 이것저것 여러 개를 배우는 것도 좋지만, 클래스의 특성에 맞는 스킬에 올인하는 것도 효과적입니다.
한편 아이템들은 기간제로, 사용 기간이 제한되어 있지만 게임 플레이에서 포인트를 얻는 속도가 비교적 빠르기 때문에 어느 정도 여유롭게 취향에 맞는 아이템을 구입할 수 있습니다.(현재 베타테스트 중이라는 특성을 감안할 필요도 있겠지요)
특히 밸러 포인트는 한 계정에서 모두 공유되기 때문에 다른 캐릭터를 통해 포인트를 벌어 놓고 새로운 캐릭터에 투자할 수도 있습니다. <히어로즈>는 하나의 계정에서 다수의 캐릭터를 만들 수 있습니다.
양날의 검이 될 가벼운 게임성 |
<배틀필드> 시리즈는 전통적으로 배경이 되는 전장의 분위기를 중량감 있게 살리고, 박진감 있는 전투를 선보였습니다.
하지만 <히어로즈>는 전혀 다릅니다. 시리즈 특유의 무거운 전장은 온데간데없고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전장이 펼쳐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인지 ‘배틀필드 답다’는 느낌은 전혀 받을 수 없습니다.
비행기 조종도 쉬운 편입니다.
탱크로 적을 쏴도 공중에 붕붕 뜨기만 하고 대여섯 번을 명중시켜야 겨우 죽일 수 있습니다. 날아다니는 비행기도 대충 저격총으로 4~5발 맞추면 격추시킬 수 있습니다. 시리즈 특유의 탄도학? DICE 개발진들이 개발 도중 상실한 것이 틀림없고, 비행기의 조작 역시 굉장히 쉬워 초보자들 또한 어렵지 않게 몰 수 있습니다. 모두 하나 같이 기존 시리즈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입니다.
그래도 기본 게임모드는 데스매치가 아닌, 시리즈 전통의 진지 점령 모드입니다. 하긴 이것마저 아니었다면 이미 이 게임은 <배틀필드>가 아니었겠지요.
이런 변화가 나쁘기만 하다는 뜻은 아닙니다. 게임이 전체적으로 쉬워지고, 가벼운 게임성을 선보이기 때문에 어려운 FPS 게임에 싫증이 난 유저들이나 초보자들에겐 굉장히 매력적으로 다가옵니다.
게임 안에서 ‘미션’이라는 목표를 계속 제시해서 플레이에 목적성을 부여해 주는 것도 좋고, 어빌리티의 사용을 통해 기존의 FPS 게임이나 TPS 게임과 다른 재미를 추구하는 것도 좋습니다.
하지만 몇 가지 밸런스 측면에서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대표적으로 클래스 고정을 들 수 있는데요. <히어로즈>는 게임의 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클래스를 바꾸고, 기민하게 대처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팀 플레이’와 클래스 불균형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영향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죠.
가령 같은 팀에 동일한 클래스의 유저가 우르르 몰린다고 해도 어떻게 중간에 이를 보완할 방법이 없습니다.
하다 보면 계속 미션이 주어지기 때문에 목적의식을 갖고 게임을 할 수 있습니다.
국내 서비스가 기다려지는 게임
정리하면, 비공개 테스트에서 드러난 <히어로즈>는 아무래도 ‘배틀필드’라는 이름을 듣고 기대한 유저에게는 다소 실망으로 다가올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가볍게 즐길 수 있는 FPS(TPS) 게임을 찾는 유저들에겐 ‘재미있는 TPS 게임’으로 충분히 어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히어로즈>는 분위기와 조작감, 진행 등이 쉽고 전반적으로 ‘재미있는’ 게임성을 보여줍니다. 한 판의 플레이 타임도 짧은 편이어서 가볍게 즐기기도 좋습니다. 국내 서비스 계획이 어떻게 되는지 알려지지 않았지만, 만약 <히어로즈>가 한국에 들어온다면 분명 주목해 볼 만할 것입니다.
여담이지만 <히어로즈>의 부분 유료화 형태는 우리나라의 온라인 게임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유저들은 현금으로 충전한 ‘배틀펀드’로 꾸미기 아이템부터 경험치 획득량 증가 아이템, 밸러 포인트 획득량 증가 아이템 등을 구입할 수 있습니다.
다양한 신용카드로 배틀펀드를 구입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