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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리뷰

아쉬움과 기대감을 담아서, 좀비 서바이벌 액션 '젤터' 핸즈온

[연재] 김승주의 방구석 게임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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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주(사랑해요4) 2020-10-28 09:56:08

최근 한국 인디 게임의 스팀 진출이 눈에 띈다. 

 

특히 최근 가장 화제를 모았던 작품은 <트릭아트 던전>, <배틀 소서러>를 만든 국내 게임 개발사 '지원플레이그라운드'의 좀비 서바이벌 액션 게임 <젤터>다. <젤터>는 3인칭 탑 뷰 시점에서 진행하는 좀비 서바이벌로 디테일 있는 도트 그래픽과 화려한 액션을 갖춘 게임이다. 이런 요소가 주목을 받으면서 크라우드 펀딩 1주일 만에 모금액 2만 달러(약 2,000만 원)을 돌파한 바 있다. 


좀비 서바이벌 장르는 개발하기 쉽지는 않으나, 인디 씬에서 꽤 시도되었던 장르다. 7년 동안 얼리 액세스 중인 게임 <프로젝트 좀보이드>가 가장 유명하고, 오픈 소스 로그라이크 게임인 <카타클리즘 : 다크 데이즈 어헤드>도 있다. 두 작품은 아직도 진행형으로 업데이트가 계속되고 있다. 서바이벌 장르의 특성상 구현해야 할 요소들이 많고, 그만큼 개발에 큰 노력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젤터>또한 좀비 서바이벌 게임으로써, 주인공을 습격해오는 좀비 무리 사이에서 은신처와 생존용품을 만들며 살아남아야 한다. 화려한 액션을 볼 수 있었지만, 아쉬움도 남았다. 10월 24일 얼리 액세스로 출시된 <젤터>에 대한 소감을 정리해 본다. /편집= 디스이즈게임 김재석 기자

 

 

 

# 좀비 한복판에서 살아남기

 

앞서 밝혔듯 <젤터>는 기본적으로 서바이벌 게임이다. 그러면서도 샌드박스의 성격을 ​가지는데 주어지는 목표나 퀘스트 등은 없으며, 유저 스스로 세운 목표를 하나하나 달성해 나가는 것이 게임의 주요 재미이다.


일단 게임을 시작하면 권총 외엔 아무것도 주어지지 않는다. 플레이어 직접 재료를 모아 은신처를 구축하고 자기 방호 수단을 갖추는 것이 첫 번째 목표다.

 

<젤터>는 재료 수급 방식이 조금 독특하다. 상자를 열거나 쓰레기 더미를 뒤지는 대신 <마인크래프트>처럼 오브젝트를 직접 파괴해야 자원을 얻을 수 있다. 자동차를 파괴하면 고철이 나오고, 쓰레기통을 파괴하면 플라스틱이 나온다. 쓰레기나 박스 더미를 파괴하면 아이템이 튀어나온다.

 

오브젝트를 파괴해서 재료를 모을 수 있다.

 

물론 모든 오브젝트를 하나하나 파괴해 나가다 보면 맵 전체엔 남는 물건이 없어질 것이기에 자연적으로 수급되는 자원도 있다. '나뭇가지'나 '돌덩이'는 일정 시간마다 해당 오브젝트 주변에 떨어진다. 이런 자원의 경우에는 오브젝트를 파괴하기보다는 자동으로 떨어지는 자원을 수급하는 것이 더 효율이 높다.

 

하지만 구리, 플라스틱, 고철 같은 상위 재료는 직접 도시에 들어가 해당 물체를 하나하나 파괴해서 획득해야 한다. 따라서 숲속에 홀로 있는 것이 안전할지라도, 플레이어는 자연스럽게 위험하지만 많은 재료를 얻을 수 있는 도시 속으로 만반의 준비를 갖춘 후 들어가게 된다.

 

또 좀비를 직접 사냥해 자원을 구할 수 있다. 개중에는 희소한 자원을 떨어트리는 경우도 있고, 옷이나 총알 같은 아이템을 주는 경우도 있다. 때에 따라서는 제작 대신 좀비를 직접 사냥해 아이템을 구할 필요성도 있다. 

 

특히 인벤토리를 획기적으로 늘려주는 배낭의 하위 아이템인 '군용 바지' 같은 아이템도 좀비가 드롭하는 경우가 있어, 운이 좋다면 좋은 장비를 손쉽게 구할 수 있기도 하다. 

 

좀비도 아이템을 드롭한다.

 

장비는 직접 제작해야 하지만, 좀비들에게 구할 수 있기도 하다. 능력치도 있어 단순한 치장용은 아니다.

 

 

# 타 좀비 서바이벌 게임과 차별화되는 '액션'


"액션 게임은 총만 쏴도 재밌어야 한다." 

 

개발사가 <젤터>를 개발하면서 가장 강조하고 싶었던 부분이라고 한다. 확실히, <젤터>는 타 좀비 서바이벌과 비교해 실시간으로 벌어지는 액션이 눈에 띈다. 

 

기존 좀비 서바이벌 게임이 '현실성'을 강조해 느린 전투를 주로 선보였다면, <젤터>는 탑뷰 액션 게임다운 빠른 템포의 전투를 구현해 냈다. 플레이어는 빠른 속도로 시가지를 누비며 화면을 뒤덮을 정도로 몰려오는 좀비 떼들을 말 그대로 '신나게' 죽일 수 있다.

 

 액션 하나는 정말 재미있다.

 

좀비도 단순한 공격만을 하진 않는다. 플레이어 근처에 다가오면 자폭 공격을 시도하는 좀비도 있으며, 원거리에서 체액을 발사하는 좀비도 있다. 맵 구석구석에 숨어 있다가 플레이어가 다가오면 소리를 질러 근처의 좀비를 끌어모으는 아기 좀비도 존재한다. 이런 좀비를 만났을 경우엔 재빨리 마우스 오른쪽 버튼을 눌러 공격을 회피해야 한다. 

 

원거리에서 공격을 가해오는 좀비도 있어 자칫하다간 위험해질 수 있다.

액션 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사운드'와 '타격감', '이펙트'도 꽤 충실하다. 실내, 실외에 따라 총소리도 구분되어 있고, 좀비는 총에 맞으면 피를 흘리거나 산산조각 나기도 하는 등 액션 게임이 갖춰야 할 요소는 전부 갖추고 있다. 

 

고티어 무기, 예를 들어 라이플의 경우에는 좀비를 관통하는 효과도 있다. 덕분에 라이플을 만들어 일렬로 몰려오는 좀비 떼를 학살하다 보면 타 좀비 서바이벌 게임에서 느낄 수 없는 쾌감이 느껴진다.

 

화사한 도트 그래픽도 눈에 띈다. 도트를 메인으로 하면서도 세련된 느낌을 주기 위해 쉐이더나 그림자 효과에 대해서도 심혈을 기울였다는 것이 보인다. 도트와 그래픽 퀄리티는 확실히 평균치 이상을 보이고 있다.

 

 

#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아쉽게도 <젤터>가 얼리 액세스 발매를 통해 긍정적인 부분만을 보여준 것은 아니다.

먼저 파밍 시스템이 빈약하다. 나무와 돌멩이는 자연에서 자동으로 떨어지는 재료만으로 충분히 수급이 가능하지만, '구리', '철', '플라스틱' 등의 상위 재료를 모을 땐 많은 애로사항이 꽃핀다. 아이템 제작에 요구되는 자원 양도 골치를 아프게 만든다.

특히 '나무'는 쓰이는 곳이 너무 많아 아무리 모아도 부족할 지경이다. 바리케이드를 만드는 데만 16개의 나무판자(32개의 나무 막대기)가 들어가고, 용광로에서 철을 만들기 위해 나무를 태워 '숯'도 꾸준히 만들어 줘야 한다. 그러니 늘 하루의 시작은 숲을 돌며 나뭇가지를 모으는 데에서 출발한다.

나뭇가지는 정말로, 정말로 많이 필요하다.

또한 주변 환경을 파괴함으로써 얻어낼 수 있는 양에는 한계가 있기에, 좀비를 직접 사냥해 고급 자원을 모을 필요도 있다. 

하지만 총을 쏘면 소음이 발생하고, 이 소리를 들은 좀비들이 끝없이 몰려든다. 덕분에 파밍을 하려고 좀비를 사냥했다가 오히려 전체적으로는 손해를 보는 경우도 있다. 몇 날 며칠 동안 탄약을 모아 좀비를 사냥하러 가면 단 몇 분 만에 탄약이 전부 떨어진다. 

그러면 다시 고통스러운 재료 파밍 과정을 거쳐야 하니 <젤터>가 자랑하는 액션이란 요소도 희석되고 만다. 액션성을 가미해 타 서바이벌 게임과의 차별화를 보이려 했지만, 샌드박스와 크래프팅이라는 요소가 발목을 잡는 모양새다. 서바이벌 게임이기에 개발사의 의도라고 볼 여지도 충분하지만, 상위 재료 수급이 힘들다는 것은 좀 아쉽다. 

불편한 UI도 플레이어를 답답하게 한다. 샌드박스형 게임은 플레이어가 다양한 환경을 구성하고 이를 편리하게 관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하지만 <젤터>의 UI는 영 답답하다. 기본적인 크래프팅 메뉴부터 도구별로 세분화되어 있지 않아 플레이어는 일일이 스크롤을 내리며 자신이 만들고 싶은 항목을 찾아야 한다. 

이것마저 마구 뒤섞여 있다. 라이플을 만들고 '라이플 총알'을 만들어야 하는데, 정작 라이플 밑에는 엉뚱한 항목이 있는 경우가 있다.

<젤터>의 제작 화면. 종류별로 세분화가 되어있지 않아 일일이 제작할 물품을 찾아야 한다.

동료 시스템도 문제다. 앞서 언급한 불편한 UI로 '채집'이나 '경계'등 동료들의 활동을 일일이 지정해 주기가 매우 불편하다. 게다가 NPC들도 욕구 수치가 있어 먹을 것과 마실 것을 꾸준하게 지급해야 하는데, 툭하면 플레이어에게 먹을 것을 요구하면서 '핫식수'같은 중요 아이템도 마음대로 먹어 치워 버리니 골치가 아프다. 심지어는 자고 일어나니 동료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는 경우도 있다.

뭘 요구를 하는데, 설명이 없어 알기가 힘들다.

마지막으로, 튜토리얼의 부재와 더불어 샌드박스의 구성도 부족하다는 것도 문제다. 플레이어는 직접 이리저리 부딪치면서 시스템을 익혀야 하며, 만들 수 있는 건축물의 가짓수가 적어 캠프파이어를 설치하고 바리케이드 몇 개를 쌓으면 그대로 끝이다. 은신처를 꾸밀 수 있는 요소도 아직 부족하다.


# 이제 첫걸음일 뿐이다.

실제로 <젤터>의 스팀 평가(10월 27일 기준)를 보면 호평과 비평이 산재한 '복합적'을 유지하고 있다. 많은 기대를 받아 온 작품이었던 만큼, 얼리 액세스의 퀄리티에 관해서 다양한 견해가 오가는 모양새다.

다행히도, <젤터>의 앞길에 어두운 그림자만이 드리운 것은 아니다. 개발사는 발매 하루가 지난 10월 24일, 스팀 커뮤니티에 글을 올려 "많은 실망과 아쉬움을 남겨드렸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라며 "정식 발매일까지 유저들의 피드백을 받아 개선해 나갈 것"을 약속했다. 

12월까지의 향후 개발 계획도 공개했다. 10월에는 전반적인 버그 수정, 11월에는 UI, AI 개선과 폭탄 아이템 추가, 12월에는 큰 규모의 시스템 개선과 콘텐츠 추가가 이루어질 예정이라고 한다.

<젤터>의 로드맵

좀비, 서바이벌, 크래프팅, 액션. 개인적으로는 만들기는 만들긴 까다롭지만 인디 게임을 위한 최고의 재료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액션 부분에서는 나쁘지 않은 모양새를 보여 준 만큼, 유저들의 피드백을 받아 하나하나 고쳐갈 수 있다면 분명 좋은 결과물이 나올 수 있을 것이다.

 

<젤터>는 이제 정식 발매를 위한 한 걸음을 막 내디뎠을 뿐이니까. (동류 게임인 <프로젝트 좀보이드>도 7년째 얼리 액세스 딱지를 못 떼고 있지 않은가?) 액션 부분에서는 충분히 합격점을 보인 만큼 <젤터>가 어떤 길을 걸어나 갈진 지켜봐 줄 필요성이 있다. 

 

개발사가 약속한 대로 꾸준한 업데이트가 이뤄질 수 있다면 초창기의 부정적 평가는 충분히 뒤집고도 남을 수 있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