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방이 눈과 빙하로 덮인 곳, 알래스카. 많은 이들이 이곳을 여행할 때 액티비티를 즐기겠지만, 그중에는 반드시 개썰매가 꼽힐 것 같다. 기자 역시 인생영화로 꼽는 '에이트 빌로우'를 보며 개썰매를 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곤 했다.
해외 게임사 팀버라인 스튜디오가 개발한 <더 레드 랜턴>은 이런 개썰매를 소재로 하는 게임이다. 과거 국내외에서 개썰매를 소재로 하는 게임은 여럿 볼 수 있었지만, 이들은 성장이나 경쟁 등 순수하게 게임적인 요소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더 레드 랜턴>은 유저는 한 명의 머셔가 되어 5마리의 썰매견과 함께 눈과 야생동물로 이루어진 알래스카를 생존, 탐험하며 마지막 도착지까지 이동해야 한다. 여기까지만 들으면 서바이벌, 어드벤처의 일반적인 특징이 떠올려지지만, 게임은 이들과 좀 다르다. <더 래드 랜턴>은 자연에서 벌어지는 예측불허 이야기를 단순하면서도 아름답게 그려냈다.
우리가 삶에서 결과보다 과정을, 또 과정에서 여러 실패를 하며 그 속에서 의미를 발견하듯 게임 역시 마치 현실에서 느끼는 그런 감정을 유저에게 전달한다. 잔잔하지만 제법 아름다운 게임. <더 레드 랜턴>을 체험한 소감을 남긴다. 게임은 작년 10월 22일 PC, 닌텐도 스위치로 출시했다. / 디스이즈게임 정혁진 기자
# 주인공(머셔)와 썰매견, 알래스카 야생이 만들어내는 이야기
서두에서 타 게임과 다름을 강조했듯, 게임은 전형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으면서 새로운 스타일의 내러티브를 추구했다. 거대한 자유도와 사실과 같은 자연경관을 그리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더 레드 랜턴>은 주인공(머셔)의 독백과 썰매견과의 교감, 알래스카 야생에서 만나는 여러 요소로 소소한 재미를 제공한다.
게임에서, 주인공 외에 다른 인물은 절대 등장하지 않는다. 주인공이 교감을 나눌 상대는 오로지 썰매견들과 야생에서 만나는 다양한 것들뿐이다. 꽤나 적적하겠다는 생각이 들 법도 하지만, 의외로 그런 생각은 들지 않는다. 교감의 수단이나 방법을 한정 짓지 않는다면, 게임을 하면서 느끼는 감정이나 정서적 위안은 절대 적지 않다.
시작 설정과 결과는 정해져 있다. 하지만 어떤 과정을 겪어갈지는 유저의 선택에 따라 달렸다. 모든 과정은 플레이할 때마다 다르게 진행되며 이벤트 역시 마찬가지다.
흔히 '오픈월드'라 부르는 엄청난 필드에서 수 많은 할 것과 선택지가 있는 느낌은 아니지만, 게임은 끊임없이 유저를 새로운 도전 속으로 이동시킨다. 유저와 썰매견, 알래스카의 야생은 다양한 관계를 맺으며 여러 스토리를 만들어낸다.
# 우연함이 빚어내는 수많은 이벤트, 실제 삶의 모습과 닮았기도
유저는 생존을 위해 알래스카 야생에서 습득하는 자원을 잘 관리해야 한다. 크게 고기와 총알, 자작나무, 그리고 구급킷이 있다. 고기는 야생의 동물이나 생선을 사냥해 얻으며 총알은 누군가가 흘린 것을 우연히 주워야 한다. 구급킷 역시. 자작나무는 당연히 나무에서 얻는다.
비교적 간단하고, 당연히 얻을 수 있는 자원들이지만 이들 중 고기와 구급킷은 유저와 썰매견이 공유한다. 배가 고프거나 곰이나 늑대의 습격, 갑작스런 순록과 충돌로 상처를 입었을 때 등 여러 상황이 발생하면 즉시 사용해야 한다. 총알과 자작나무는 표현 그대로 '우연히' 얻는다. 빈 오두막에서 얻기도 하고, 누군가가 흘린 외투 주머니에서 발견하기도 한다.
맵은 세밀하게 표시되어 있지 않지만, 대략 어느 곳에 뭐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순록을 사냥하면 고기를 얻을 수 있다
순록의 시체에서 트랩을 발견할 수도 있고
버려진 오두막 나무에서 총알을 얻을 수도 있다
총알과 자작나무를 두고 우연히 얻는다고 얘기했지만, 이런 우연함은 게임에서 벌어지는 모든 이벤트도 마찬가지다. 이동할 수록 유저와 썰매견은 배고파 체력이 줄어들며, 이를 위해서는 고기를 먹어야 한다. 고기를 먹으려면 사냥을 해야 하는데, 총으로 사냥하려면 총알이 필요하다. 잠시 머물러 캠프를 차려도, 불을 붙이려면 자작나무가 필요하다.
후반에 낚싯대를 얻으면 낚시를 할 수 있기는 하나 그러려면 빙하연못이 필요하다. 물론 총알이 있어도 순록이나 기타 동물을 만나지 못하면 역시 아무 쓸모 없다. 도구나, 사냥감을 만나지 못하면 모든 게 허사다. 계획대로 살려 하지만, 게임 내 이벤트는 생각만큼 유저 뜻대로 되지 않는다.
총알이 없을 때(다행히 낚싯대가 있다면) '제발 낚싯대가 나와라' 하며 긴장 속에 설원을 이동하겠지만, 안타깝게 곰을 마주칠 때가 있다. 냉정하게도 그렇다. 총이 있다면 능숙히 조준해 사냥할 수도 있겠지만 그럴 수는 없는 상황이다. 맨손 격투라도 하고 싶지만, 안타깝게도 게임에는 그런 기능이 없다.
제압이 능사가 아니라면, 곰의 주위를 다른 데 돌리면 된다. 만약 소량의 고기가 있다면 그중 하나를 멀리 던져 곰을 그곳으로 가게 하면 상황을 벗어날 수 있다. 뭐, 고기조차 없는 순간도 있을 수 있지만...
총알이 없다면, 곰은 그리 반가운 손님(?)은 아니다
유저는 개썰매로만 이동할 수 있으며, 플레이 하는 동안 직진만 하며 왼쪽(Haw)과 오른쪽(Gee) 등 이동 경로만 선택할 수 있다. 이벤트는 이러한 이동 과정에서 벌어지는 것으로, 이벤트를 보러 가는 것도 자원을 소비한다.
처음에는 이동에 제약이 있다는 것이 조금 의아했지만, 되려 이것이 '우연함'을 좀 더 극대화하는 기능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처럼 되지 않는다는 것이 실제 삶의 모습과 닮았다는 생각도 든다.
수려한 밤하늘을 보는 것도 이 게임을 즐기는 방법 중 하나다
오로라도 볼 수 있다
# 다회차 플레이의 수월함. 그렇다고 안심할 수는 없다
제한된 자원을 마음대로 관리, 계획할 수 없다는 것이 어떻게 보면 스트레스가 될 수도 있다. 그래서 <더 레드 랜턴>은 다회차 플레이로 이를 완화시키는 방식을 선택했다.
가령, 처음에는 텐트에서 유저가 허기를 채우기 위해서는 '자작나무로 불을 붙인다 > 보유한 고기를 일정 수량만큼 사용하면 익혀서 먹는다'는 경로로 진행되며, 자작나무가 없어서 그냥 고기를 먹는다면 탈이 나서 여정을 마치게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여러 회차를 플레이할 수록 이벤트를 통해 부싯돌을 획득하면 자작나무가 굳이 없어도 부싯돌로 제약 없이 캠프에서 불을 붙여 안전히 음식을 먹을 수 있다.
다회차 플레이를 할 수록 도움이 되는 아이템을 계속 습득하게 된다
이는 고기도 마찬가지다. 처음에는 다람쥐부터 늑대, 순록, 곰 등 동물만 사냥해 설정된 수량의 고기를 얻지만 이후 여러 번 플레이하다 보면 낚싯대를 얻어 물고기를 낚아 고기 자원을 대체할 수 있다. 물론 여러 번 플레이를 하며 조금씩 대체법이 제공되기는 하나, 이것 역시 절대적인 방법은 아니다.
어떠한 방식으로든 주어진 자원을 가지고 도착지에 이르지 못하면 게임 오버가 되고, 자동차에서 운전을 하다가 잠시 졸다가 깼다는 설정으로 돌아온다. 다행히 모든 것이 초기화가 되는 건 아니다. 경험이나 기록, 자원을 얻기 위한 수단은 기록되어 있어 좀 더 수월하게 게임을 진행할 환경이 조성된다.
목적과 도착지가 같지만, 앞서 얘기했듯 과정은 항상 달라지기 때문에 매번 플레이하며 다른 이야기를 만들 수 있다. 그렇기에 점점 수월한 환경이 조성된다 해도, 마냥 안심할 수도 없다.
이 게임은, 결과 보다는 '과정'에 무게를 두고 있다
# 제법 따듯하고 잔잔한, 삶의 모습과 닮은 게임 <더 레드 랜턴>
효율적인 자원 관리는 중요하지만, 그것은 전부가 될 수는 없다. <더 레드 랜턴>에서는 'Chomper'라는 메인 썰매견과 함께 4마리를 팀원으로 고를 수 있다. 각 썰매견은 저마다 이름과 사이드 스토리가 있다. 그에 따라 이야기가 다르게 진행될 수 있어 이들과 꾸준히 교감하는 것이 중요하다.
썰매견은 야생에서 발견되는 다람쥐 같은 동물에 관심을 보이기도 한다. 유저가 이를 그냥 보고 싶어 해도, 썰매견은 이를 물어 유저에게 칭찬을 받고 싶어 한다. 이럴 때는 썰매견에게 무조건 물어서 안 된다는 것을 가르쳐야 한다.
여러 썰매견과 교감을 쌓으며 만드는 사이드 스토리도 재미 중 하나다
총알의 유무를 떠나 야생의 동물을 그냥 보고 싶을 수도 있지만, 앞서 얘기했듯 모든동에는 자원이 소모된다. 자원을 관리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이는 불필요한 행동일 수 있다.
하지만 게임에서 모든 이벤트가 우연히 벌어지기에, 자원 획득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어 보이는 것이라도 자원 여유가 있을 때 이를 쌓아가면 자원 획득의 이벤트와 연결될 가능성이 높아질지도 모르겠다. 야생에서 벌어지는 이벤트는 수치로 표기되는 것이 아니기에, 일종의 음... 덕을 쌓는 것 말이다. 제비 다리를 고쳐주니 박씨를 물어오는 그런 느낌적인 느낌.
착한 일을 하면 복을 받는다는 것은 역시 인생의 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