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넓고 게임은 많습니다.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 15년 역사의 게임 전문지 디스이즈게임에서 어떤 게임이 맛있는지, 맛없는지 대신 찍어먹어드립니다. 밥먹고 게임만 하는 TIG 기자들이 짧고 굵고 쉽게 여러분께 전해드립니다. TIG 퍼스트룩!
텔테일 게임즈가 개발한 <워킹데드> 시리즈는 한편의 영화 같은 느낌을 전하며 많은 유저의 호평을 받은 타이틀인데요. 그만큼 스토리 전개와 분기점, 그에 따른 '선택'에 무게중심을 둔 게임으로 꼽힙니다.
이는 기자가 어린 시절 즐겨 읽었던 '게임북'과 상당히 유사한 형태입니다. 게임북이란 책 속 주인공의 이야기를 따라가되, 책이 제시하는 분기점 중 하나를 골라 표기된 페이지로 넘어가며 이야기를 풀어가는 '상호작용' 가능한 형태의 책이었죠.
다소 투박했던 그 시절 종이 게임북은 기술의 진화와 함께 비디오 게임으로 연결됐고 오늘날의 어드벤쳐, 인터렉티브 무비가 됐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워킹데드> 시리즈 외에 퀀턱 드림이 출시했던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 역시 이러한 인터렉티브 무비의 대표 사례 중 하나입니다.
오늘 소개할 타이틀은 스토리와 선택을 선호하는 분이라면 익히 알고 계실 <라이프 이즈 스트레인지 2>입니다. 2015년 첫 번째 시리즈를 시작한 뒤 약 5년 만에 돌아온 후속작인데요. 과연 <라이프 이즈 스트레인지 2>는 좋은 평가를 받았던 전작의 아성을 이을 수 있을까요?
두 형제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보자 (출처: 라이프 이즈 스트레인지 2 스팀 페이지)
<라이프 이즈 스트레인지 2>는 주인공 션과 그의 동생 다니엘이 목적지를 향해가는 이야기를 다룹니다. 알 수 없는 힘에 의해 모종의 사건에 휘말린 형제가 도시를 탈출하는 것이 게임의 출발점인데요. 마냥 어리고 철없던 형제는 엔딩이 가까워짐에 따라 유저들의 선택을 통해 조금씩 성장하게 됩니다.
그래서일까요? <라이프 이즈 스트레인지 2>는 겉보기엔 밝고 명랑한 '학생물' 같은 느낌을 줍니다. 중간중간 등장하는 배경이나 사물은 물론 그래픽과 폰트는 심각하다기보다 말랑한 쪽에 가깝기 때문이죠.
명랑 학생물처럼 보이는 구간도 적지 않다
하지만 그 속에 있는 이야기는 결코 밝지만은 않습니다.
<라이프 이즈 스트레인지 2>는 주인공 주변에 지속적으로 극단적인 상황과 인물들을 배치합니다. 유저 입장에서 몰입하지 않으려야 않을 수 없는 상황을 조성한 건데요. 개인적으로는 다소 지나치다는 느낌이 들다가도 이내 잔뜩 몰입해 선택을 두고 한참 망설인 경우가 잦았습니다. 특정 장면에서는 가슴이 먹먹해질 정도의 슬픔과 감동을 느끼기도 했고요.
그렇다고 해서 <라이프 이즈 스트레인지 2>가 억지 신파 노선을 탄 건 아닙니다. 속칭 '이래도 안 울어?' 식의 연출이나 표현과는 거리가 멀죠. 게임은 주인공의 소소한 일상을 지속적으로 조명함과 동시에 앞서 말씀드린 극단적인 상황을 통해 유저로 하여금 자연스레 상황에 몰입하도록 유도합니다. 대조되는 상황들은 아이러니하게도 유저들의 감성을 자극합니다.
이는 게임에 등장하는 '멋진 풍경'들과 연결되어 또 다른 감성의 영역을 형성합니다. 특히 밤하늘이나 모닥불, 호수 등이 넓은 화면에 담길 때는 마치 게임 속 인물들과 함께 그 자리에 있는 것처럼 감상에 빠져들게 되죠. 정확히 한 단어로 그 느낌을 말씀드리긴 어렵지만, <라이프 이즈 스트레인지 2>는 게임 내내 유저들의 감성을 자극합니다. 아주 '잔잔하면서도 촉촉하게.'
평화로운 일상은 물론
감성을 건드리는 연출 역시 몰입감을 올려준다
감성의 영역은 게임에 등장하는 인물들과 엮여 또 하나의 시너지를 만듭니다.
<라이프 이즈 스트레인지 2>에는 멕시칸, 히스패닉은 물론 히피, 게이 커플 등 사회 각층의 캐릭터가 등장하는데요. 현재 그들이 미국 사회에서 어떤 고충을 받고 있는지가 잘 담겨있습니다.
션과 다니엘 역시 히스패닉 혼혈인 만큼, 게임 내내 차별과 멸시를 마주합니다. 그리고 이는 자연스레 유저들의 몰입감을 끌어올리죠. 이처럼 <라이프 이즈 스트레인지 2>는 다양한 사회 계층의 사람들과 그들이 받고 있는 시선, 부당한 상황 등을 지속적으로 비춰줍니다. 가상의 이야기 위에 현실적 요소를 얹어 다양한 그림을 보여주고자 한 개발진의 의도를 엿볼 수 있는 부분입니다.
게임은 차별과 멸시를 받는 각층 사람들의 이야기를 계속해서 비춰준다
<라이프 이즈 스트레인지 2>의 핵심은 전작과 마찬가지로 '선택'입니다.
유저들은 시시콜콜한 것부터 게임의 흐름을 바꿀 수 있는 중요한 선택 등 계속해서 선택의 기로에 놓입니다. 그중 핵심은 결정적인 순간에 등장하는 선택지인데요. 게임은 결정적인 순간에 유저로 하여금 확실한 정답이 될 수 없는 것 중 하나를 고르도록 '강요'합니다. 때문에 유저들은 실제 자신이 갖고 있는 가치관과 게임 속 인물에 적합한 가치관 중 어느 것이 옳은지를 끝없이 고민하고 올바른 판단을 내려야 합니다.
<라이프 이즈 스트레인지 2>는 이러한 고민과 선택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갑니다. 일반적인 경우, 이러한 게임들은 유저의 선택에 따라 주인공의 행동과 성격이 결정되는데요.
<라이프 이즈 스트레인지 2>는 유저의 결정에 따라 '동생'의 행동과 성장 방향이 바뀝니다. 따라서 엔딩 부분에서는 유저가 어떤 선택을 했냐에 따라 엔딩은 물론 동생의 성격도 크게 변하죠. 선택지를 앞두고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시시콜콜한 선택부터
게임의 운명을 가를 선택도 등장한다. 모든 건 유저들의 몫이다
어릴 때였을 겁니다.
여행스케치가 부른 '산다는 건 다 그런 게 아니겠니'의 가사는 언제나 기자를 웃게 만들었습니다. 가사 속 주인공은 어린 시절을 회상하며 친구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데요. 주인공은 남편의 수입에 관한 이야기, 독신만 고집했지만 결국 엄마가 된 친구 등 다양한 주제로 옛 추억을 회상하죠. 어렸던 기자에겐 그저 '웃긴 가사'에 불과한 내용이었습니다.
시간이 지나 어느 정도 나이를 먹은 뒤, 다시 들어본 '산다는 건 다 그런 게 아니겠니'는 그때와 전혀 다른 묵직함으로 기자에게 다가왔습니다. 가사 속 주인공이 그러했듯 저 역시 원하는 대로 인생을 살 순 없지만, 내일을 알 수 없는 설렘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는 걸 인제야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라이프 이즈 스트레인지 2>도 마찬가지입니다. 게임 속 주인공의 삶을 따라가고 그 선택을 함께 하다 보면 '산다는 건 다 그런 게 아니겠냐'하는 마음으로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을 겁니다. 내일을 알 수 없는 설렘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야 하는 <라이프 이즈 스트레인지 2> 주인공들과 함께 당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보는 건 어떨까요?
▶ 추천 포인트
1. 선택과 고민을 즐긴다면 망설일 필요가 없다
2. 메마른 감성을 촉촉이 적실 절호의 기회!
▶ 비추 포인트
1. 액션에 익숙한 유저라면 지루하게 느껴질 것
2. 게임인 걸 감안하더라도 다소 '과한' 장면이 있다
▶ 정보
장르: 어드벤쳐
개발: 돈노드 엔터테인먼트
가격: 27,800원
한국어 지원: X (한글 패치 가능)
플랫폼: 스팀, PS4, Xbox One
▶ 한 줄 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