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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리뷰

게임 마니아들을 위한 2인용 롤러코스터, ‘잇 테이크 투’

다양한 장르와 콘셉트를 넘나드는 '테마파크'같은 경험

에 유통된 기사입니다.
방승언(톤톤) 2021-04-07 11:07:41

2인 코옵 게임 <잇 테이크 투>가 화제입니다. 반드시 2명이 함께 플레이해야 하는 데다가, ‘이혼 부부’라는 보편적이지 않은 게임 테마를 선택했지만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출시 이틀 만에 스팀 판매량 7위에 올랐고, ‘압도적으로 긍정적(95%)’ 평가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명성만큼 훌륭한 게임일까 궁금해 직접 플레이해봤습니다. 플레이를 도와준 것은 아쉽게도 여자친구가 아닌 13년 지기 ‘게임 친구’입니다. 결론부터 ‘스포’하자면 <잇 테이크 투>는 생각보다 격렬했고, 쉼 없이 유쾌했으며, 다수의 평가대로 과연 잘 만들어진 작품이었습니다. 어떤 점에서 그런지 하나씩 뜯어보겠습니다.

 


 

 

# '드라마'는 필요한 만큼만

 

메이(아내), 코디(남편) 부부의 묘사는 꽤 전형적입니다. 게임 시작부터 둘은 냉랭한 말다툼을 하고, 하나뿐인 자녀 ‘로즈’는 몰래 이 광경을 훔쳐봅니다. 이후 저녁을 먹다가 부부는 어렵게 로즈에게 이혼 결정을 통보합니다. 로즈는 대답도 없이 조용히 자리를 피하고 부부는 망연자실합니다.

 

드라마가 더 펼쳐질 만도 하지만, 흥미롭게도 여기까지가 ‘배경 설명’의 전부입니다. 불과 몇 분 만에 게임은 핵심으로 직행합니다. 상심한 로즈는 헌책방에서 산 수상쩍은 ‘부부 카운슬링’ 도서를 펼쳐놓고는 부모가 헤어지지 않게 해달라 울며 소원을 빕니다. 그러자 미지의 힘에 의해 부부는 로즈의 장난감 인형에 봉인되고, 원래 몸을 되찾기 위한 이들의 모험이 바로 시작됩니다.

 

가볍지 않은 소재를 다루면서 제작진은 과감한 ‘거두절미’를 선택했습니다. 로즈의 아픔이 그려지는 컷신이 중간중간 삽입되지만, 분량은 최소화했습니다. 기저에 깔린 감정선은 생생하게 유지해 몰입을 유도하면서도 게임의 템포를 늦추지 않는 이런 ‘절제’는 인상적입니다.

 


 

# 극장 애니메이션 닮은 플롯과 설정

 

인물 간의 현실적 문제를 이야기의 큰 틀로 삼고, 그 안에서 유쾌한 판타지 활극을 펼쳐 보이는 플롯 구조는 어딘지 익숙합니다. <토이 스토리>, <인사이드 아웃>과 같은 유명 극장 애니메이션을 떠올리게 만듭니다. 현실과 모험 속 사건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전개 방식도 이들 작품을 닮았습니다.

 

익살맞고 정감 넘치는 ‘의인화’ 캐릭터들도 애니메이션 느낌을 한껏 더합니다. 부부를 계속 곤경에 빠뜨려 관계를 억지로 회복시키려는 마법의 책 ‘하킴 박사’(로즈가 펼쳐놓고 소원을 빌었던 그 책입니다), 복수심에 불타 보스 몬스터가 된 구형 청소기와 공구통, 마당에서 말벌들과 전쟁을 벌이는 다람쥐 군대 등은 모두 친근함과 웃음을 줍니다.

 

다만 ‘가족 관객’을 아우르는 디즈니·픽사 작품들과 달리 다소 짓궂고 때로 잔인한 블랙 코미디가 종종 등장하니 게임의 전반적 분위기를 완전한 ‘아동 애니메이션’으로 오해해서는 안 되겠습니다.

 


 

# 직관성 높이고 진입장벽 낮추는 일상적 오브젝트

 

<잇 테이크 투>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물건들을 살짝 비틀어 인게임 오브젝트로 활용합니다. 부부가 작아졌다는 설정에 맞춰 평범한 사물들이 지형지물, 도구, 무기, 심지어 적이나 동료로까지 등장합니다. 게임 월드에 조금 더 빨리 빠져들 수 있게 하고, 흥미를 유발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이 덕분에 각종 상호작용의 직관성도 높아집니다. 못을 던져서 플랫폼을 벽에 고정하거나, 고무공을 밟고 튀어 올라 높이 올라가는 등의 상호작용은 자연스럽게 터득됩니다. 스테이지 곳곳에 배치된 ‘물리 퍼즐’ 풀이에도 도움이 됩니다. 물건들의 원래 특징을 생각하면 쉽게 힌트를 얻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게임이 현실적 상호작용에만 단단히 얽매인 것은 아닙니다. 작품 전반은 게임적 허용으로 가득합니다. 주인공 모디도 “왜곡된 현실(twisted version of reality)에 들어온 것 같다”고 언급합니다. 이는 풍성한 콘텐츠를 위한 장치입니다. 가령 집의 구조가 말도 안 되게 복잡하다거나, 그 안에 괴상한 함정이 즐비해 있는 등의 상황이 어색하지 않게 다가옵니다.

 

 

 

# 다양한 장르 섭렵하는 '합본' 경험

 

이런 유연한 세계 설정 위에 제작진은 제한 없는 상상력을 마음껏 풀어놓습니다. 덕분에 게임은 도통 지루할 틈이 없습니다. 아내 메이의 공방에서 시작된 모험은 앞마당, 지하동굴, 장난감 마을, 우주 공간 등 서로 전혀 다른 분위기의 여러 스테이지를 배경으로 펼쳐집니다. 각 스테이지는 테마에 맞는 환경 요소로 빼곡히 채워져 눈을 즐겁게 합니다. 잘 꾸며진 테마파크에서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한 기분을 계속 선사해줍니다.

 

스테이지별로 달라지는 것은 분위기만이 아닙니다. 매번 메이와 코디에게는 이전과 전혀 다른 도구와 목표, 상황이 주어집니다. 퍼즐, 전투, 협동 등의 기본 게임플레이 양상이 일정 주기로 계속 변하는 셈입니다. 심지어 같은 스테이지 안에서조차 구간별로 전혀 새로운 게임 메카닉이 펼쳐지고는 합니다.

 

덕분에 <잇 테이크 투>는 <마리오 파티>와 같은 ‘미니게임 합본’의 느낌도 듭니다. 차이가 있다면 개별 미니게임의 특성이 스토리 연출과 밀접히 연결된다는 점입니다.

 

 

더 나아가 장르를 아예 탈피해버리는 시도마저 서슴지 않습니다. 퍼즐 플랫포머와 액션 어드벤처를 기본 삼지만, 3인칭 슈터, 레이싱, 아이소메트릭 ARPG, 비행시뮬레이션, 심지어는 대전격투에 이르는 여러 장르를 만나볼 수 있습니다.

 

이 중엔 농담처럼 삽입된 요소도 많지만 이런 구간조차 원본 장르의 문법을 충실하게 구현해냅니다. 덕분에 폭넓은 게임 생활을 누려온 유저라면 <무서운 영화>, <미트 더 스파르탄>과 같은 ‘스푸프 필름’을 감상하는 듯한 즐거움을 느낄 수 있습니다.

 

스푸프 필름(spoof film): 특정 장르 혹은 유명 작품들의 특징과 스타일을 한데 모으는 기법으로 만드는 코미디 장르 영화. 

 

 

 

# 코옵의 완성도

 

앞선 설명에서 유추할 수 있듯, 코옵 메카닉 또한 다양한 장르와 형태를 취합니다. 우선 <포탈 2>, <브라더스: 두 형제 이야기>, <언레이블 2> 등 기존 ‘2인 코옵’ 게임들이 닦아놓은 길을 고유한 스타일로 계승, 발전시켜 제시했습니다. 퍼즐은 정교하고, 액션은 절묘합니다.

 

기존에 접해보지 못한 기발한 형태의 코옵 메카닉도 자주 등장합니다. 개발사의 전작 <더 웨이 아웃>의 코옵 아이디어가 대부분 ‘예상 가능한’ 범위를 벗어나지 못했던 점과는 대조를 이룹니다.

 

두 캐릭터가 맡는 역할이 다르지만, 이들이 일으키는 시너지는 분명하게 전달돼 협력하는 즐거움을 최대화해줍니다. 역할분담의 완성도가 가장 잘 드러나는 게임의 백미는 다양한 보스전입니다. 전혀 다른 컨셉과 패턴을 가진 보스들이 덤벼오기 때문에, 자기 역할을 빠르게 이해하고 동시에 동료가 활약할 조건을 잘 마련해줘야만 승리할 수 있습니다. 이 과정이 쉽지 않은 만큼 클리어의 쾌감도 큽니다.



 

# '게임 초보'와 하기에는 애매하다

 

폭넓게 공감할 수 있는 스토리, 밝은 그래픽, 귀여운 캐릭터 연출 등으로 ‘모두를 위한 게임’이라는 인상을 줍니다. 2인 코옵이라는 장르 특성상 진입장벽이 낮아야 게임의 흥행에 유리한 것도 사실입니다.

 

그런데 게임은 꽤 어렵습니다. 상당한 ‘게임 문해력’을 요구합니다. 기본 조작 튜토리얼을 제외하면 큰 설명 없이 게임이 계속 진행됩니다. 반면 플레이 양상은 계속 변하기 때문에 퍼즐이나 전투의 ‘해법’을 실시간으로 빠르게 캐치하는 게이밍 센스가 필요해집니다.

 

따라서 초보 두 사람이 플레이하기에는 무리가 따를 것으로 보입니다. 적어도 둘 중 한 사람은 게임 지식이 풍부한 편이 좋습니다. 두 캐릭터 중 하나만 살아있다면 다른 하나는 무한히 부활할 수 있기 때문에, 실력차가 나더라도 보조를 맞출 수 있습니다.

 

하지만 ‘초보’ 쪽인 사람도 기본적인 컨트롤 능력은 갖추고 있어야 합니다. 두 플레이어가 각자 정확한 타이밍으로 조작하지 않으면 통과할 수 없는 구간이 꽤 많고, 보스전의 난도가 높습니다.

 


 

# 마치며

 

<잇 테이크 투>는 외출이 자제되는 요즘에 가장 어울리는 ‘종합 선물세트’ 같은 게임입니다. 놀이동산, 극장 애니메이션, AAA 게임, 사회교류를 한 작품에서 모두 누리는 듯한 경험은 진귀했습니다. 다만 무리 없이 플레이하려면 비교적 높은 게임 이해력이 필요합니다. 영미권 미디어의 전형적 스토리텔링과 연출 방식에도 익숙하다면 금상첨화입니다.

 

전체 플레이 시간은 마냥 길지 않지만, 촘촘하다 못해 빽빽하게 배치된 각종 콘텐츠 덕분에 체감되는 시간은 실제보다 훨씬 깁니다. 온라인 코옵도 가능하며, 이때도 한 사람만 게임을 가지고 있으면 되기 때문에 4만 4,000원의 가격을 분담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입니다. 좌충우돌 플레이를 웃으며 함께할 수 있는 친구가 있다면 플레이를 권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