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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리뷰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다, 1인칭 퍼즐 ‘더 소전’

독특한 콘셉트와 만만치 않은 난이도가 돋보인다

방승언(톤톤) 2021-04-20 17:41:03

‘매운맛’에도 종류가 많듯, 게임의 ‘어려움’도 여러 가지 유형이 있다. 특히 문제풀이가 핵심인 퍼즐 장르에서는 난이도를 구현하는 방식이 그대로 게임의 정체성이 되기도 한다.

 

그런 맥락에서, 시프팅 타이즈가 개발한 <더 소전>은 유저의 직관적 통찰력을 시험하는 독특한 게임성을 지닌 작품이다. 한눈에 풀이법이 보이는 듯하지만, 직접 부딪혔을 때 비로소 발견되는 여러 난관들은 건강한 도전의식을 자극한다.

 

'어둠 에너지'를 이용해 이면의 세계에서 사물들과 상호작용하는 독특한 메카닉은 다른 퍼즐 게임에서 쉽게 접하지 못한 것이어서 그 자체로도 주목할 만하다. 독자적 퍼즐 시스템으로 빚어낸 묵직한 어려움이 담백한 매력으로 다가오는 <더 소전>을 플레이해봤다. / 디스이즈게임 방승언기자

 


 

 

# 모험의 목적은 모호하지만 월드는 아름답다

 

<더 소전>의 '줄거리'는 사실 꽤 모호하다. 기본적 세계 설정이나 주인공의 정체, 모험의 목적 모두 명확하지 않다. 다만 허공에서 자유자재로 나타나고 사라지는 건물들, 주인공을 인도하는 빛덩어리, 어딘지 종교적 색채가 느껴지는 내부 장식 등은 이곳이 모종의 영적인 세계라는 인상을 준다.

 

이 신비한 세계에서 주인공에게 주어지는 과업은 다름 아니라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스테이지별로 마련된 장애물(퍼즐)들을 넘어 '출구'에 도달하면 다음 이야기가 펼쳐지는 진행 방식이 <포탈> 시리즈와도 유사하다.

 

스테이지와 스테이지 사이를 이동할 때는 때때로 격언이나 시 같은 텍스트가 나오기도 하고, 조각상이 배치되어 있기도 하다. 조각상은 불교의 탱화처럼 어떤 소년의 일대기를 시간 순서대로 나열해놓은 듯하다. 이들 요소는 모두 제작진이 밝힌 게임의 공식 테마인 "빛, 어둠, 현실의 본질에 대한 이야기"와 관련된 것임에 틀림없지만, 그 추상성이 강해 유저마다 해석이나 감상이 달라질 수 있다.

 

월드 구현에 있어 제작진은 독창적인 아트 스타일 구현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덕분에 퍼즐 게임인데도 유저 리뷰에서 ‘아름답다’는 찬사를 자주 볼 수 있다. 챕터별로 달라지는 독특한 색감, 광원표현, 비주얼 이펙트, 음악과 음향 모두 오묘하고 신비로운 느낌을 준다.

 

 

 

# 메카닉의 독창성

 

퍼즐 장르에는 기존의 유명 퍼즐 시스템을 변주한 게임(<애니팡> 등)이 있는가 하면 독자적인 시스템을 새로 만들어 낸 게임들도 많다. <더 소전>은 후자에 해당한다. 장르 내에서 흔하게 보지 못했던 여러 아이디어가 게임의 매력을 구축하고 있다.

 

플레이어는 ‘어둠 에너지’를 이용해 일종의 '이면의 세계'로 넘어갈 수 있다. 이 상태에서 사물들과 특수한 상호작용을 할 수 있다. 어둠 에너지를 공급하는 ‘불꽃’ 위에 서면, 어둠 에너지 총량을 표시하는 게이지가 생긴다. 게이지는 주인공이 이동하면 줄어든다. 게이지가 유지되는 동안 유저는 스테이지에 배치된 여러 퍼즐 장치를 이용해 스테이지를 돌파해야 한다.

 

 

초반을 벗어나면 ‘불꽃’ 대신 ‘에너지 빔’ 등 다른 방법으로 어둠 에너지를 공급받기도 한다. 가장 많이 등장하는, 기본이 되는 퍼즐 장치는 ‘석상’이다. 어둠 에너지를 가진 상태일 때 주인공은 석상과 위치를 서로 ‘바꿔치기’할 수 있으며, 이때는 에너지가 소모되지 않는다.

 

필요한 행동을 빠짐없이 순서대로 수행해야 ‘출구’에 도달할 수 있다. 중간에 순서를 틀리거나 과정을 생략하면, ‘풀이’가 꼬여 처음부터 다시 시도해야 할 때가 많다. 하나하나의 스테이지가 제법 길고 주인공의 이동 속도는 매우 느리기 때문에 ‘재도전’은 항상 달갑지 않다. 따라서 체스나 바둑을 둘 때처럼 ‘다음 수’들을 머릿속에 미리 그려보며 장고해볼 일이 많다.

 

 

 

#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다

 

퍼즐 장치의 기믹은 처음부터 두 가지 이상이거나, 게임 진행에 따라 변형·추가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석상은 주로 이동수단처럼 활용되지만, 특정 스위치를 작동시키는 누름돌 역할도 한다. 나중에 등장하는 ‘에너지 빔’의 경우 1차적 기능은 주인공에게 어둠 에너지를 공급하는 것이지만, 퍼즐 장치를 원격으로 활성화하는 기능도 있다.

 

제작진은 이렇게 하나의 장치에 여러 역할을 부여함으로써, 퍼즐의 직관성을 의도적으로 낮추는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장치들의 ‘주요 기능’만 고려한 채 첫눈에 보이는 풀이법을 따라가다 보면 미처 생각지 못했던 요소들에 발목을 잡힌다. 석상의 '바꿔치기' 기능을 이용해 어떻게든 2층 출구 앞으로 이동해놓고 보니, 1층의 스위치 작동을 깜빡해 스테이지를 클리어하지 못하는 식이다.

 

이렇듯 제작진이 파놓은 ‘함정’을 피해 진짜 정답을 알아내야 하는 스테이지가 많다. 더 넓고, 깊게 생각해야만 함정에 빠지지 않을 수 있다. 눈에 보이는 것 이면의 해법을 찾아야 하는 게임플레이는 <더 소전>의 핵심적 매력이다.

 

흥미롭게도, 인게임 상에도 인식과 실제의 차이를 논하는 듯한 여러 메시지가 등장한다.빛의 세계와 어둠의 세계를 넘나드는 게임의 기본 콘셉트를 표현하는 문구들이겠지만, 실제 게임 경험 역시 이러한 주제의식과 상통하는 면이 있다는 점은 재미있다.

 

 

 

# 내러티브는 선택

 

각 스테이지의 추가 챌린지를 완수해 ‘스크롤’을 얻으면 게임 주제와 연관된 듯한 여러 문장을 감상할 수 있다. 다만 의미하는 바가 아주 명확하지는 않아, 이런 문구를 얻는 행위가 플레이에 대한 ‘보상’으로 쉽게 다가오지는 않는다.

 

그러나 ‘어려움’이 그 자체로서 콘텐츠가 될 수 있는 퍼즐 장르의 특수성을 고려하면, 이는 감수할 만한 부분이다. 스크롤에 쓰인 말이 무슨 뜻인지는 잘 모르더라도, 스크롤을 얻기 위한 난해한 과정을 통과했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유저에게 보상이 된다.

 

같은 맥락에서, 내러티브 측면이 모호하다는 점도 그저 단점만으로 다가오지는 않는다. 때로는 장르 정체성을 따르는 ‘기본기’가 곧 콘텐츠가 되기도 한다. 치열한 고민 끝에 풀어내는 만족스러운 퍼즐 경험을 원하는 게이머라면 즐겨볼 만하다.

 

[스토브에서 바로 다운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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