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넓고 게임은 많습니다.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 16년 역사의 게임 전문지 디스이즈게임에서 어떤 게임이 맛있는지, 맛없는지 대신 찍어먹어드립니다. 밥먹고 게임만 하는 TIG 기자들이 짧고 굵고 쉽게 여러분께 전해드립니다. TIG 퍼스트룩!
이번에 소개해 드릴 게임은 이른바 ‘<하데스> 모드’ 추가로 출시 1년 6개월여 만에 다시금 시선을 끌고 있는 인디 액션 로그라이트 <칠드런 오브 몰타>입니다. 던전크롤링, 로그라이트, RPG의 조합으로 2019년 발매 당시에도 많은 호평을 받은 게임입니다. ‘<하데스> 모드’의 반응도 나쁘지 않습니다. 게임의 전반적 특징과 장단점, 두 가지 모드의 차이점을 살펴봤습니다.
# 픽셀 아트로 그려진 ‘히어로 가족’ 이야기
<칠드런 오브 몰타>는 신성한 산 ‘몰타’를 지키는 ‘베르그송’ 가족의 이야기입니다(프랑스어 발음을 따른 한글 표기와 달리 성우는 영어식인 ‘버거슨’으로 발음합니다). 언젠가부터 전 세계에 퍼진 사악한 힘(‘오염’)은 베르그송 가문이 대대로 지켜 온 ‘몰타’를 물들이려 합니다. 가문의 지주인 할머니 ‘마가렛’은 가족들에게 몰타 산을 수호하는 ‘가업’을 재개하자고 말합니다. 이에 각자 특별한 능력을 지닌 베르그송 가족의 모험이 시작됩니다.
게임은 픽셀아트로 제작돼 비주얼이 비교적 심플합니다. 하지만 애니메이션이 정교한 편이어서 모험 사이사이 묘사되는 가족 간의 스토리를 연출하기에는 부족함이 없습니다. 인물의 내면 묘사와 대사는 성우 한 명의 내레이션으로 전부 처리돼 마치 오디오북을 듣는 것 같습니다.
오염을 막으려면 가족은 산에 잠든 세 명의 ‘신’을 깨워야합니다. 산에 도사린 몬스터들을 헤치고 나아가 신을 만나는 과정이 하나의 ‘챕터’입니다. 챕터 안에는 여러 스테이지가 있고, 순서에 따라 하나씩 클리어하게 됩니다. 한 챕터 내에 등장하는 몬스터와 함정은 서로 유사하지만 스테이지별로 고유의 보스 몬스터가 있습니다.
# 다양한 캐릭터로 즐기는 던전 크롤링
<칠드런 오브 몰타>의 액션은 탑 뷰 시점의 실시간 전투입니다. 캐릭터마다 기본공격, 기본스킬, 회피, 궁극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여기에 던전에서 일시적인 능력(아이템)을 얻어 싸우게 됩니다.
기본적으로 몬스터 수가 많은 데다 함정까지 곳곳에 있어 끊임없이 움직이고 피해야 생존할 수 있습니다. 모든 캐릭터에 회피기술이 있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기본 난이도에서도 컨트롤에 신경 쓰지 않으면 금방 쓰러져 ‘집’으로 강제 소환됩니다.
캐릭터에 따라 플레이스타일이 달라진다는 점이 재미의 핵심입니다. 각자 무기와 스킬트리가 크게 달라서 기본 조작법부터 육성, 운영까지 차이를 보입니다. 각 캐릭터를 하나의 ‘클래스’(직업군)로 생각해도 무방합니다. 아버지 ‘존’이 검과 방패를 쓰는 성기사라면, 막내딸 ‘루시’는 화염을 다루는 마법사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다양한 캐릭터들을 최대한 골고루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발진은 일종의 ‘채찍’과 ‘당근’을 마련해 뒀습니다. 먼저 ‘오염’ 시스템은 채찍 역할을 합니다. 한 캐릭터를 연속으로 출전시키다 보면, ‘오염’이 쌓여 최대 체력이 줄어듭니다. 캐릭터의 전체 체력이 많지 않기에 이는 플레이에 큰 지장을 줍니다.
오염을 감소시키려면 다른 캐릭터로 던전에 다녀와야 합니다. 특수 아이템을 쓰면 오염을 한 번에 많이 제거할 수 있지만, 드롭 확률이 낮은 편이어서 사용을 신중히 해야 합니다. 때문에 ‘애정하는’ 캐릭터 하나만 계속 플레이하기는 어렵습니다.
한편 ‘가족 공용 스킬’은 당근입니다. 각 캐릭터는 스킬포인트 투자로 스킬 티어를 한 단계씩 해금할 때마다 ‘가족 스킬’을 얻습니다. ‘가족 스킬’은 가족 전체에 적용되는 일종의 패시브 스킬로, 플레이에 무시할 수 없는 도움을 주기 때문에 고루 확보해두면 플레이가 훨씬 수월해집니다.
# RPG스러운 로그라이트
게임은 로그라이트 장르 주요 특성을 몇 가지 답습하고 있습니다. 던전은 매번 다르게 생성됩니다. 그 안에서는 랜덤하게 부적, 은총, 성유물, 룬 등 액티브 스킬과 패시브 보너스를 얻을 수 있고, 이는 던전을 클리어하거나 죽으면 모두 초기화됩니다. 죽을 때마다 가족들간의 이야기가 조금씩 드러납니다. 던전을 클리어하면 메인 스토리가 진행됩니다.
그런데 실제 플레이를 하다 보면 로그라이트보다 액션 RPG 같은 플레이 감각이 더 자주 느껴집니다. 던전에서 얻는 다양한 ‘랜덤 능력’보다는 캐릭터의 ‘영구적 성장’이 전투 경험을 더 크게 좌우하기 때문입니다.
일반적으로 로그라이트 장르에서 ‘성장’은 전투에 직접적 영향을 끼치지 못하는 보조 역할일 때가 많습니다. 획득 재화량이나 공격 대미지를 일정 비율로 증가시키는 등의 ‘패시브 버프’가 대부분입니다(<칠드런 오브 몰타>에서는 ‘업그레이드’ 시스템이 이 역할을 맡습니다).
그런데 <칠드런 오브 몰타>의 ‘스킬 시스템’은 전투 자체를 바꿉니다. 7개의 캐릭터가 각각 11개의 스킬을 가지고 있으니 스킬의 종류만 총 77개입니다(가족 스킬 제외). 이중 패시브 스킬은 다양한 보너스를 더하며 그 계수가 크고, 액티브 스킬은 아예 새로운 전투 메카닉을 추가합니다. 결과적으로 플레이에 미치는 영향력이 상당히 큽니다. 심지어 스킬 간 시너지도 존재해 육성 방향도 다양한 편입니다.
레벨 디자인 또한 RPG와 유사합니다. 적들이 강해지는 속도와 가족이 성장하는 속도가 서로 적당 간격을 계속 유지합니다. 캐릭터를 나만의 방식으로 성장시켜 종전에 깰 수 없었던 던전을 격파하는 재미는 RPG에서 흔히 느낄 수 있는 바로 그것입니다.
# ‘로그라이트’ 강화한 ‘가족의 시련’ 모드
이런 특징이 혹여 ‘아쉬움’으로 다가오는 유저라면, 로그라이트적 요소가 훨씬 강한 ‘가족의 시련’ 모드가 적격입니다. ‘가족의 시련’은 본편과 유사한 메카닉을 공유하는 별개의 게임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먼저 스토리 진척 시스템이 삭제됐습니다. 본편에서 스토리를 진행하며 하나씩 언락해야 했던 7명의 캐릭터를 처음부터 모두 이용할 수 있습니다.
스킬트리 시스템도 없습니다. 캐릭터들의 액티브 스킬은 처음부터 모두 사용 가능합니다. 패시브 스킬이 없어진 대신, 매 라운드를 진행할 때마다 제시되는 3개의 랜덤한 업그레이드 중 하나를 고르게 됩니다. 이러한 진행방식이 슈퍼자이언트 게임즈의 <하데스>와 닮아 일부에서는 ‘<하데스> 모드’로 부르고 있습니다.
영구적 성장 요소도 없지는 않습니다. 특정한 도전과제들을 만족하면, 이에 해당하는 ‘지클루스 제물’이 하나씩 활성화됩니다. 제물은 일종의 보너스를 제공해 다음 도전에 도움을 줍니다. 그러나 본편의 스킬 시스템처럼 전투를 크게 변화시키지는 않습니다.
# 마치며
몇 가지 아쉬운 점을 살펴보며 마무리를 짓겠습니다. 핵심 줄거리는 앞뒤가 맞고 설득력이 있지만, 다소 흔한 설정, 캐릭터, 줄거리여서 큰 감흥을 주지 못합니다. 난이도 측면에서는 (본편 한정) 일부 랜덤 능력이 게임을 너무 쉽게 만들곤 해 간혹 허탈해집니다. 자신 있는 유저에게는 어려움 모드를 권합니다.
전투 콘텐츠에서 가장 아쉬운 점은 ‘단조로움’입니다. 몬스터는 대량으로 등장하지만, 챕터 별로 종류가 많지 않습니다. 특수능력을 지닌 미니 보스들이 긴장감을 조성하고, 랜덤 아이템이 전투에 변수가 되어주지만, 그래도 기본 플레이가 반복적이라는 인상을 완전히 지워 주지는 못합니다.
물론 7명의 캐릭터를 다양하게 육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게임 전체가 지루하다고 평가하기는 힘듭니다. 다만 ‘캐릭터 성장’에 방점을 찍은 게임 특성상, 어느 정도 메인 스토리를 진행해야만 진정한 재미가 드러난다는 점은 유념할 필요가 있습니다. 본편과 비슷하면서도 색다른 재미를 주는 ‘가족의 시련’ 모드는 분명한 플러스 요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