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마루에서 개발하고 CJ인터넷이 서비스하는 <노바2>는 국내에 흔치 않은 ‘실시간 전략 시뮬레이션’(RTS) 온라인 게임으로 인기를 끌었던 <노바 1492>의 후속작입니다.
RTS라고는 하지만 ‘파츠를 구입해서 나만의 로봇을 만들어 싸운다’는, 흡사 메카닉 게임과 같은 느낌의 <노바2>가 최근 오픈 베타테스트(OBT)를 시작했는데요,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디스이즈게임 필진 nodkane
■ 나만의 유닛을 조립해서 싸운다
<노바2>는 <스타크래프트>나 <C&C> 같은 정통 RTS처럼 정해진 유닛을 생산해서 싸우는 게임이 아닙니다. 유저들은 사전에 자신이 사용할 유닛을 ‘미리 조립해 두고’, 본 게임에서 이들을 하나씩 꺼내서 싸우게 됩니다.
기존 RTS의 방식에 익숙해진 유저들에게는 ‘유닛 조립’이라는 것이 와 닿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말 그대로 다리면 다리, 몸통이면 몸통 등을 취향에 맞춰 조립해 하나의 로봇을 만든다는 의미로 이해하면 됩니다.
RTS에 이런 방식이 적용된 사례로는 <노바> 시리즈 외에 과거 넥슨에서 잠시 유통했던 <임파서블 크리처스>를 꼽을 수 있습니다. 동물들의 DNA를 조합해서 자신 만의 유닛을 창조했던 그 게임과 다르게 <노바2>는 ‘로봇’을 조립할 수 있다는 것이 다릅니다.
<임파서블 크리처스>는 머리는 소인데 몸뚱이는 사자이며, 꼬리는 뱀장어에 날개는 독수리… 이런 식의 조합으로 자신 만의 유닛을 만들어 싸우는 게임이었습니다.
<노바2>에서 하나의 유닛은 크게 ‘기동부’, ‘코어’, ‘팔’, ‘무기’ 파츠로 구성됩니다.
기동부는 속도와 하중을 담당하고, 코어는 체력과 시야, 팔은 장착할 수 있는 무기의 종류를 결정합니다. 파츠를 결정할 때는 ‘체력’ 또는 ‘속도’ 중 하나를 선택하거나, 균형 잡힌 파츠를 조합하는 형태로 유닛을 조립해야 하는 경우가 생깁니다.
가령 빠른 속도를 가진 기동부는 하중이 작아서 강한 무기나 체력이 높은 코어를 장착하기 힘듭니다. 반대로 튼튼하고 하중이 큰 기동부는 속도가 느리죠. 이런 식의 특성이 장단점으로 연결됩니다.
물론 새로운 파츠를 구입하지 않고 이미 장착한 파츠를 강화해서 공격력이나 방어력을 올리는 것도 가능합니다.
유닛은 자신의 입맛에 맞게 도색도 가능하며 이름도 바꿀 수 있습니다.
파일럿을 바꾸면 인공지능이 바뀐다고 하지만, 사실 그렇게 차이가 나진 않습니다.
한 가지 괜찮은 것은 파츠의 가격과 강화의 가격이 유저가 벌 수 있는 돈보다 비싸지 않다는 것입니다. 덕분에 유저들은 비교적 여유롭게 이런저런 시도를 하면서 플레이 스타일에 맞춰 여러 유닛을 조합해 볼 수 있습니다. 파츠 몇 개를 잘못 샀다고 처음부터 다시 할 필요는 없다는 겁니다.
강화는 성공 확률도 나와 있어서 더 시도할 것인지 결정할 수 있습니다.
■ RTS 초보자도 할 수 있는 쉬운 게임
<노바2>의 장점을 꼽으라면 역시나 ‘쉽다’는 점입니다.
유닛을 한 번 만들어 두면 (자원만 된다면) 별다른 제약 없이 바로 뽑을 수 있습니다. 자원 채취 개념은 거의 없다시피 할 정도로 간단하고, 심지어 ‘건물’도 등장하지 않기 때문에 ‘테크트리’라는 개념은 아예 존재하지도 않습니다.
<스타크래프트>의 ‘9 드론→스포닝 풀→레어 업그레이드’ 같은 빌드오더나 전략을 외울 필요도 없고, 손의 속도가 느려도 기본적으로 즐기는 데 큰 지장이 없습니다.
튜토리얼 시스템도 비교적 잘 갖춰진 편입니다. 처음 시작할 때 나오는 튜토리얼은 스토리를 곁들여서 자세하게 설명해 주기 때문에 RTS 장르를 처음 접하는 유저도 적응이 어렵지 않습니다.
기본 조작부터 가르쳐 주는 튜토리얼. 사실 유닛 생산을 제외하면 기본적으로 국민 게임이라고 할 수 있는 <스타크래프트>와 다를 게 없긴 합니다.
썰렁한 개그를 내보내는, 손발이 오그라드는 성우만 극복한다면 볼 만합니다. (-_-;)
RTS에서 유저들이 가장 많이 겪는 어려움 중 하나인 ‘대전 스트레스’(고수가 아니면 게임에서 질 때가 많기 때문에, 여기에서 받는 스트레스)도 <노바2>는 ‘퀘스트 모드’를 통해 어느 정도 해결하고 있습니다.
퀘스트 모드란 유저들끼리 대결하는 것이 아니라, 유저들이 힘을 합쳐 하나의 목표를 달성하는 모드를 말합니다. 아군 기지를 향해 달려드는 적들을 막아내는 모드부터 소수의 유닛을 컨트롤 해서 컴퓨터(AI)를 물리치는 모드까지, 다양한 콘텐츠가 준비되어 있더군요.
특히 퀘스트를 완료하면 제법 좋은 보상들을 많이 주기 때문에 PvP 모드를 하지 않아도 좋은 파츠를 구하거나, 게이머의 레벨을 올리는 데 어려움이 없습니다.
유저들끼리 힘을 합쳐 소수의 유닛을 조작해서 AI를 물리치는 모드부터,
유닛을 뽑아 기지를 보호하는 모드까지 여러 형식의 모드를 제공합니다.
퀘스트를 끝내면 보상을 고를 수 있습니다. 파츠를 고르는 것이 가장 좋더군요.
■ ‘전략성’ 부족이 아쉽다
전반적으로 <노바2>는 쉽고 가볍게 즐기기 적당한 게임성을 보여줍니다. <스타크래프트> 같은 게임에서 고수들의 현란한 컨트롤과 외우기 힘들고 복잡한 전술에 연전 연패를 당했던 유저는 물론이고, RTS를 거의 하지 않은 초보자가 하기에도 괜찮습니다.
하지만 RTS의 마니아인 필자의 입장에서는 “이것이 정녕 RTS가 맞나?” 싶은 부분들이 많습니다. 대표적으로 ‘부족한 전략성’을 꼽을 수 있습니다.
직업에 따라 스킬트리가 바뀌게 되며, 게임을 더 쉽고 빠르게 진행할 수 있습니다.
와트(자원)를 소모하면서 공격력이나 방어력을 일시적으로 올리거나 연사속도를 빠르게 하는 등 전략적인 활용이 가능합니다.
유저들은 처음엔 제한적인 파츠을 받고, 적은 수의 유닛만 조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레벨업을 할수록 다양한 파츠를 가질 수 있고, 동시에 전함(기본 기지)의 레벨을 올려 다양한 스킬도 익힐 수 있습니다.
또한 일정 레벨에 도달하면 자신의 직업을 선택할 수 있어서, 직업에 맞는 스킬들을 사용해 게임을 풀어 나갈 수도 있습니다.
필자는 이런 <노바2>의 시스템을 알고 나서, 레벨을 올리면 한층 다양한 전술을 사용할 수 있게 되고, 게임을 풀어 가는 방법도 다양해질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어떠한 전략을 써도 결국 ‘유닛의 레벨’이 승패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치기 때문입니다.
전략? 컨트롤? 물론 승패에 전혀 영향을 주지 않는 건 아니지만, 아무리 그래도 <노바2>는 마지막엔 결국 ‘레벨이 깡패’로 귀결됩니다.
승패를 결정하는 것은 컨트롤이나 전략이 아니라, 유닛의 강력함입니다.
사실 게임의 구조 자체도 ‘전략성’을 살리기에는 약간 부족한 느낌을 줍니다.
대표적으로 맵만 해도 ‘높낮이’의 개념이 없고, 특징 없는 대칭형 맵들이 태반입니다. 자원 시스템 역시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채워지기 때문에 지형을 이용해서 싸우거나, 상대보다 자원을 많이 차지해서 불리한 레벨을 뒤집는 식의 전략이 불가능합니다.
대기방에서는 상대의 레벨을 가늠할 수 없기에 더욱 불안합니다.
이 밖에도 아쉬운 점은 제법 많이 있습니다. 특히 퀘스트 모드의 경우, 말이 좋아서 퀘스트지. 사실은 <스타크래프트>나 <워크래프트3>의 유즈맵에서 많이 볼 수 있던 모드들이 대부분이라 기존의 RTS 마니아들 입장에서는 식상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무언가 <노바2> 만의 독특한 방식을 선보이는 퀘스트 모드가 추가되면 어떨까? 하는 바람이 남더군요.
종합하자면 <노바2>는 국내 온라인 게임 중 몇 안 되는 RTS 게임으로, 유닛의 조합이라는 시스템을 이용해 자신만의 개성을 드러내고 있는 독특한 게임입니다.
게임을 쉽게 즐기기 위해서 여러 요소를 간략화한 것도 좋은 시도였다고 봅니다. 하지만 그것을 제외한 다른 요소들이 너무 평범하다는 점이 아쉽습니다.
이후의 업데이트에서는 <노바2>의 특징을 잘 살릴 수 있는 모드와 시스템이 추가되어 더 많은 유저에게 사랑을 받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