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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리뷰

[리뷰] 11번째 천하통일, 삼국지11

봄버맨 2006-03-30 10:37:36

 

중국의 후한 말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나관중 원작의 소설 삼국지는 게임산업이 태동한 이래 지금까지 정말 수많은 종류의 게임으로 만들어져 왔다.

 

온갖 종류의 시뮬레이션 게임, 액션 게임, 롤플레잉 게임, 어드벤처 게임, 퍼즐 게임은 물론, 심지어는 스포츠 게임으로까지 만들어졌을 정도이니, 사실상 연예 시뮬레이션을 제외한 모든 장르의 게임으로 만들어졌다고 봐도 무리가 아닐 것이다. (사실 모른다. 혹시 어디에선가는 삼국지 소재의 연예시뮬레이션 게임이 만들어졌을지도. 쿨럭-_-)

 

그런데 이런 수많은 삼국지 관련 게임들 중, ‘삼국지라는 타이틀을 마치 자신들의 전유물인양 온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게임은 이 세상에 오직 단 하나만이 존재한다. 바로 10년이 넘는 기나긴 세월 동안 꾸준히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일본 코에이(KOEI)사의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인 <삼국지> 시리즈!

 

언제나 때 되면신작이 발매되어 우리에게 천하통일의 큰 기쁨을 하사하는 이 게임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사실 생략해도 될 것이다. (솔직히 이에 대해 떠들자니 귀찮고 무엇보다 지겹다 -_-)

 

어찌되었든 지금 당장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이 게임의 최신작인 <삼국지 11>이 바다 건너 일본에서는 이미 발매되었다는 사실이고, 우리나라에서는(영등위 관계자님들이 또 태클 걸지만 않는다면) 올 상반기 중에 한글화’ 해 발매된다는 사실이다.

 

11번째 시도하는 천하통일. 하지만 아무리 해도 지겹지 않은 천하통일. 과연 이번 <삼국지 11>에서의 천하통일은 어떠한 모습을 하고 있을까?

 

우리나라에서 일본 게임 역사 왜곡의 파편을 직통으로 맞은 대표적인 피해작품인 <삼국지 10>. 한편으로는 수많은 패러디 요소로 활용될 정도로 큰 인기를 누렸다.

 

이번 11편도 어김없이 KOEI입니다.

 

 

9편으로의 회귀?

 

언제부터인가 <삼국지>의 신작이 나오면 이번에는 군주 중심이냐? 장수 중심이냐?”라는 질문을 가장 먼저 하게 된 것 같다. 본래 <삼국지>는 게이머가 한 명의 군주가 되어 천하통일을 노리는 게 목적인 게임이었지만, 7편과 8편에서는 장수로써 삶을 게임의 전면에 내세웠고, 이는 9편에서 다시 군주 중심으로, 10편에서는 다시 한 번 한 명의 장수 중심으로 변해왔기 때문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번 11편은 정통 방식의 <삼국지>. 군주 중심의 삼국지로 다시 한번 회귀했다. 아니, 엄밀히 따지자면 게임의 모든 시스템은 <삼국지 9>의 그것을 발전, 계승하고 있다.

 

국 대륙 전체를 하나의 거대한 맵으로 구성하고, 별도의 내정 맵이나 전투 맵은 따로 존재하지 않으며, 이 거대한 맵 위에서 전투와 내정이 한꺼번에 이뤄진다는 점 등은 모두 9편에서도 있어왔던 것들이니 말이다.

 

거대한 전체 맵(중국 대륙 전체)에서 전투와 내정이 동시에 이뤄진다. <삼국지 9>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맵이 웅장하기 그지없는 3D라는 것 정도?

 

 

그런 만큼 게임에서는 하나의 도시를 키우고, 장수들을 육성하는 것과 같은 작은 부분이 아닌, 여러 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해야 하는 전투와 전략에 집중해야만 한다. 처음부터 천하통일에 대한 큰 밑그림을 그리고 이를 하나하나 짜맞춰 가는 방식이라고 할까?

 

다행히 내정 시스템은 별다른 메뉴를 거치지 않고, 버튼 하나만 눌러도 간단하게 모든 것을 지시할 수 있을 정도로 간소화 됐기 때문에 큰 어려움이 없다.

 

내정 시스템이 간소화 됐다. 이제 단순한 마우스 노가다는 안녕이다!

 

 

3D로 일신한 그래픽

 

이번 <삼국지 11>의 그래픽에서 가장 큰 변화는 역시 시리즈 최초로 3D를 전면에 내세웠다는 점이다. 웬지 <삼국지>라고 하면 3D 그래픽이 어울리지 않을 것 같지만, 게임은 마치 중국 게임을 보는 듯한 독특한 기법의 카툰 렌더링을 사용해 별다른 이질감이나 어색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3D 맵을 보면 알 수 있지만 게임의 웅장한 맛을 잘 살렸다고나 할까?

 

장수들 역시 2D가 아닌 3D로 쌔끈하게 모델링 됐다. 사실상 최초로 3D를 전면에 내세운 <삼국지>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그리고 이런 3D의 힘을 빌어 가장 화려하게 재탄생한 것은 역시나 <삼국지>의 백미라고 할 수 있는 일기토. 게이머가 방침(공격, 수비 중시 등)을 정하면 이후 하프 리얼타임으로 진행되는 일기토는, 화려한 카메라 워크의 힘을 빌어 역대 최강의 박진감 넘치는 장관을 연출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일기토 도중 여러 장수들이 난입하기 시작해서 3:3과 같은 다대다의 대규모 전투가 벌어지면 그 박진감은 과장 보태서 100배로 상승!

 

 

3D의 힘을 빌린 장수들의 화려한 필살기를 감상하시라~

 

전투 중 화공과 같은 계략의 연출도 화려하게 일신했다.

 

 

2000년 전 삼국지에서도 여권신장 바람이

 

이밖에 게임에서 달라진 점 중 눈에 띄는 점은 역시 시대가 시대인 만큼(?) ‘장수들의 중요성이 대폭 강화됐다는 점이다.

 

기존 시리즈에서는 손상향’, ‘축융부인같은 극소수만이 장수로 등장하고 대부분의 여성 캐릭터들이 누구누구의 부인정도의 카메오 역할만 보여줬던데 반해, 이번 11편에서는 대교’, ‘소교’, ‘초선등 일단 원작에서 이름이 한 번이라도 나왔다 싶은 여성들은 한결같이 모두 무장으로 등장한다.

 

당연하지만 남성 장수들에 비해 능력치가 떨어지지 않냐고? Oh~ 그런 남성 중심적인 편견은 버리자. 이들은 한 사람의 문관 역할 정도는 충실히 해내며, 때론 남성 못지 않은 장수로서의 능력도 발휘하니 말이다. 게임에는 이런 특수 능력이 있을 정도다. ‘경국(傾國)- 여성이 아닌 부대에는 계략성공률이 2’. 세상 참 많이 좋아졌다.

 

삼국지 최고의 미녀인 초선 양도 남성 못지 않은 어엿한 한 명의 장수 참고로 게임의 일러스트는 여전히 Good! 이다.

 

 

<삼국지 11>은 사실상 9편의 직계이긴 하지만, 10편의 장점도 몇 가지는 그대로 계승하고 있다. 특히 호평 받은 설전은 한층 업그레이드 돼서 돌아왔다.

 

여전히 설전은 전작과 마찬가지로 카드 배틀형식을 취하고 있지만(설전의 주제가 되는 시제에 가장 적합한 카드를 내서 상대방에게 대미지를 주는 형식), 이기고 있는 쪽은 반드시 먼저 자신의 패를 보여야만 하는 페널티가 주어지고, 각종 다양한 특수 능력으로 전세를 일시에 뒤집을 수 있는 등 변수가 많이 등장하기 때문에 훨씬 박진감 넘치는 대전을 즐길 수 있다.

 

 

개인적으로 설전은 한글화가 제일 기대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밸런스하고 AI, 제발 어떻게 좀 안되겠니?

 

, 그러면 이제 슬슬 쓴소리를 할 시간이 된 것 같다. 이번 <삼국지 11>의 가장 큰 문제점은 역시나, 이번에도, 지금까지의 삼국지 시리즈들이 언제나 그랬지만 과장 조금 보태서 DOG 5분전인 밸런스와 AI”를 꼽을 수 있다. 매번 <삼국지> 시리즈를 리뷰할 때마다 고정 레파토리처럼 반복해서 지겹지만 어쩌겠는가? 현실은 매정한 법이다.

 

특히나 이번 11편은 그 정도가 조금 심한 편이다. 무엇보다 초반에 내정을 아주 개판으로 하지만 않는다면(사실 이게 천하통일하는 것 보다 더 힘들다고 보지만)’ 후반에는 넘처나는 금과 식량으로 인해 전투나 내정 밸런스가 심각하게 붕괴돼버리는 것이다.

 

여기에 멍청한 AI들의 뻘짓은 덤(여전히 AI들에게 내정을 위임하는 것은 도박에 가깝다). 오죽하면 게이머들이 난이도 상승 패치를 따로 제작해서 배포할 정도이니. 그야말로 할 말 끝났다고 볼 수 있다.

 

상인을 이용한 금-쌀 장사만 해도 재산을 무한으로 불릴 수 있다. 내가 무슨 매점매석 일삼는 악덕상인도 아니고 -_-

 

전체적으로 봤을 때 이번 <삼국지 11>은 기존의 <삼국지> 시리즈를 좋아했던 게이머라면 충분히 기대할만한, 그리고 정통 군주 플레이 중심의 삼국지를 기대했다면 충분히 만족할만한 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박진감 넘치는 일기토와 전투, 그리고 거대한 중국대륙을 놓고 벌이는 한 판 승부는 11번 이상 반복했음에도 여전히 흥미진진하고 재미있으니 말이다. 앞서 지적한 밸런스나 AI 문제도 조만간 개발사 측에서 패치를 내어놓는다 했으니 국내 정식 발매판은 문제가 말끔히 해결된 상태일 것이다(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제 남은 것은 과연 코에이 코리아가 지난 10편의 굴욕을 뒤로하고 한층 나아진 한글화 능력을 보여줄 것인가, 그리고 게이머를 가장한 일부 대한민국 게임업계를 좀먹는 어둠의 세력들은 과연 이번에도 어김없이 와레즈와 P2P 등을 통해서 무차별적으로 무개념 다운로드를 자행할 것인가?’에 달렸다고 볼 수 있다.

 

어찌됐든 <삼국지>의 팬이라면 이번 11편의 정식 발매를 기다려보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