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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리뷰

넥슨 신작 '프로젝트 HP', 이렇게만 나와라!

[체험기] 이은석 디렉터 신작 백병전 액션 '프로젝트 H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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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석(우티) 2021-08-09 15:55:05

지난주 이은석 디렉터의 신작 <프로젝트 HP>(이하 HP)의 프리 알파 테스트가 열렸습니다. 4일 동안 2개의 맵을 대상으로 진행했던 이번 테스트에서 넥슨이 준비한 PvP 백병전 액션을 미리 맛볼 수 있었는데요. 오랜만에 기대되는 넥슨 신작이 나왔습니다. 다대다 액션의 재미를 잘 살리는 한편, 동종 장르에서 올 수 있는 피로감을 잘 줄였다는 평가입니다. /디스이즈게임 김재석 기자, 방승언 기자

 

 



 

# "행군 즐겁다!" 초장부터 흥미로운 <HP>

<HP>는 튜토리얼부터 기자를 사로잡았습니다. 훈련소 코스를 통과하면서 게임의 기본을 배우는 것이었는데, 익히는 데 특별히 어렵다거나 막히는 지점은 없었습니다. 동종 장르를 즐겨온 게이머라면 무리 없이 <HP>에 녹아들 만합니다. 

풀 3D 그래픽의 '때깔'은 준수한 편이었는데요. 디렉터의 전작 <마비노기 영웅전>이 살짝살짝 생각나는 모델링이었습니다. 그런데 사실상 싱글 모드인 튜토리얼 중에도 '최적화가 덜 됐다' 느껴질 정도로 게임이 끊기고는 했는데, 차차 개선되기를 바랍니다. 아직은 알파 테스트 단계이니 정식 출시 단계에서는 분명 범용성을 끌어올린 상태에서 출시할 것으로 예측됩니다.

훈련소의 압권은 단연 BGM이었는데요. 우리 말로 "행군 즐겁다, 행군 멋지다"라는 진군가가 흘러나오는데 몰입도도 올라가고 듣기에도 재밌었습니다. 참고로 이은석 디렉터의 트윗에 따르면, 현재 베데스다 <스타필드>의 배경음악을 맡은 유명 작곡가 이논 주르(Inon Zur)​가 <HP>의 음악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훈련소에서 여섯 종류의 일반 캐릭터와 네 종류의 영웅 캐릭터를 충분히 체험해볼 수도 있었는데, <HP>는 검을 쓰는 블레이드, 장창으로 찌르는 스파이크, 원거리 딜러 아치, 탱커 가디언과 망치를 든 오해머, 힐러 역할의 스모크가 있습니다. 여섯 캐릭터를 적절히 골라 플레이를 하다가 이 게임만의 게이지인 '화신력'을 모아서 영웅으로 변신해 전장에서 큰 영향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의 <HP>는 힐러면 힐러, 딜러면 딜러 등 특정 역할을 고정하지 않으려고 애쓴 티가 납니다. 좁은 공간에서 창을 찌르는 것이 유리한 스파이크를 플레이하다가도 영웅으로 변신해 전장의 판도를 다르게 바꿀 수 있었습니다. 난전 상황에서는 '닥돌'해서 일반 공격으로도 적들을 섬멸하기 쉬운 마터가 제일 효용적으로 보였고, 멀리서 까마귀를 날려 광역 피해를 주는 레이븐도 활용도가 괜찮았습니다.

 

 




# <HP>가 의도한 백병전의 재미

지금까지 '중세 판타지', 'PvP', '백병전'을 주요 콘셉트로 한 여러 게임이 나왔고, 스팀을 중심으로 매니아 층을 확보했지만 대중적인 인기를 끈 사례는 아직 없었습니다. '대중적인 인기'에 대한 정의가 저마다 다를 수 있겠지만, 스팀 스탯을 봐도 이러한 백병전 액션이 주도적인 장르가 아닌 점은 분명합니다. 이를 의식했는지 <HP>는 장르의 재미에 충실하면서도 대중화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여러 시스템을 부가했습니다.

<HP>는 <포아너>와 마찬가지로 체력과 스태미나가 낮은 편이라 금방 죽습니다만, 힐러 스모크의 보정 효과가 크고, 분대원의 도움을 통해 죽은 장소에서 곧장 부활할 수도 있으며, 리스폰 쿨타임도 짧습니다. 때문에 플레이 내내 '싸움에 동참하고 있다'는 인상을 줍니다. 스모크로 뒤에서 힐만 넣거나 가디언으로 방패만 들고 있어도 '1인분'은 하게 되는데, <오버워치>에서 루시우나 라인하르트를 떠올리면 '어느 정도는' 대입이 가능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HP>는 리스폰이 빨리 되는 대신에 전장에 합류하는 시간은 빠르지 않게 만들어 '나의 죽음이 리스크가 된다'는 것을 확실하게 인지시킵니다. <서든어택>의 웨어하우스처럼 살아나자마자 몇 걸음 이내에 전투에 투입되는 게 아니라, 미니맵의 전황을 비춰보면서 어디에 어떤 캐릭터를 골라서 들어가는 게 팀에 유리하겠다는 전략적 사고를 하게 됩니다.

높낮이, 목책과 망루, 외나무다리, 대포와 발리스타가 존재해 맵의 기믹은 다소 분명했습니다. 테스트 단계의 <HP>에는 진격전 모샤발크와 쟁탈전 파덴 2개의 맵이 존재했는데요. 모샤발크는 중앙 거점의 점령 없이는 상대의 본진을 노릴 수 없다는 기획으로 고지전을 의무화했습니다. 간혹 중앙을 노리지 않고 적의 본진에 쳐들어갔다가 아무런 성과를 얻지 못하고 죽는 플레이어들이 있곤 했습니다.

이런 종류의 게임에서는 느릿느릿한 움직임 속에서 '나도 한낱 땅개에 불과하구나'와 같은 회의감이 쉽사리 들곤 하죠. 그런데 <HP>는 영웅이 되어 무쌍을 찍거나, 대포를 쥐고 신나게 포격을 하는 등 여러 기회를 열어줍니다. 게임 한 판이 끝날 때 스킵 불가능한 하이라이트 애니메이션이 나오는데요. 내가 그 주인공이 된다면 '이 게임을 캐리했다'는 더할 나위 없는 기쁨을 맞이하게 됩니다. 

 

 





# 조금 더 고도화되어야 하는 <HP>의 '역할'

지금까지 <HP>가 선보인 2개의 전장은 모두 점수제로 승패가 드러나지 않습니다. 아군과 적군을 구별하는 시인성 요소는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보였지만, 무엇이 상대 점수를 깎아 먹는지 하나의 게임 안에서 분명하게 제시되지 않은 느낌이었습니다. 따라서 플레이어들은 '지금 당장 어디로 집결하지 않으면 패배한다'와 같은 큰 틀의 목표보다는 눈앞에 적을 섬멸하는 데 급급한 인상이었습니다.

이는 곧 '왜 이겼는지(졌는지) 모르겠다'는 것과 같은 애매한 플레이 감각과 연결되기 쉽습니다. 16명의 플레이어가 각자 흩어져 게임을 하고, 각각의 맵 콘셉트가 확실하기 때문에 내가 20킬 가까이 달성해도 패배할 수 있는 장르이지요. 반대로 전체 팀 입장에서는 그 플레이어가 필요한 순간에 나타나지 않고 솔로잉하며 킬 수만 쌓는 것이 오히려 '트롤링'에 가까울 수 있습니다. 

<HP>는 협동과 분대 플레이를 해야만 전투에서 유리하다는 기획을 지니고 있습니다. 분대원을 생존시키나 도와주면 더 많은 포인트를 얻을 수 있는 요소도 이런 점에서 기인합니다. 오직 킬만이 능사가 아닌 것입니다. <배틀필드 5>의 분대 시스템과 상당히 유사하죠. 이러한 협력 플레이의 강제는 스트레스로 다가올 수 있습니다. 

파티 플레이가 아니라 랜덤 매칭으로 분대가 됐다면, 모여야 할 때 딴짓을 한 플레이어를 어떻게 할 방법이 없습니다. 그나마 게임 끝나고 리폿을 넣는 정도겠죠? 처벌될지도 미지수고요.

힐러인 스모크가 다리 맨 앞에 서서 몰려오는 적군을 연기로 밀어내 낙사시킬 수 있어서 아주 좋았지만, 그 시간에 다른 장소에서 죽어가는 분대원을 살리는 게 더 유리하다는 것을 분명하게 알려줘야 합니다. 

또 쟁탈전 맵 파덴의 경우, 대포의 기능이 너무 강력해 플레이어 사이에서도 문제로 지적됐습니다. 발리스타나 원거리 딜러로도 견제가 되지 않는 강력한 거점이었는데, 누구도 파덴이 "대포만 먹으면 이기는 맵"으로 정의되지 않길 바랄 겁니다. 


 



# 오랜만에 기대되는 '죽음이 일상인 파괴적 전장'

<HP>의 메인 화면에는 배틀패스 코너가 있었습니다. 향후 핵심 비즈니스 모델이 될 공산이 큽니다. 구매 부담이 적은 대신 특정 목표를 달성하면 추가 보상을 주는 배틀패스는 이미 널리 사용되고 있습니다. 통상적으로 플레이어들은 목표치 달성을 위해 게임 안에 더 머물죠. 유·무료 배틀패스는 PC방 점유율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겁니다.

아직은 2개의 맵뿐이라서 질리는 감이 없지 않았지만, 다양한 맵에서 플레이어들을 놀게 만든다면 게임의 잔존율을 더 올라갈 것으로 예상합니다. 그렇지만 맵마다 조금씩 달라지는 전투의 짜임새를 어떻게 기획할 것인가는 상당히 어려운 문제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밸런스가 잘 갖춰진다면 '보는 게임'의 재미도 충분히 갖추겠죠.

바로 여기서 넥슨의 운영 스킬이 발휘되어야 할 겁니다. 1년 넘게 '3탱 3힐'을 유지하도록 놔두는 것도, '역할 고정'으로 게임마저 고정해버리는 것도 좋은 결정이 아니라는 점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몇 달 반짝하고 말 게임이 아니라면 말이죠.​ 배틀패스나 캐릭터 스킨을 구매한 이들이 만족하면서 <HP>의 전쟁터에 머물 수 있도록 끊임없이 밸런스를 조정해야만 할 것입니다.

오랜만에 기대되는 넥슨 신작입니다. '죽음이 일상인 파괴적 전장'의 정식 버전으로 어서 가보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