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하반기 출시가 예상되는 <배틀그라운드: 뉴 스테이트>(이하 <뉴 스테이트>)가 두 번째 알파 테스트를 마쳤다.
<뉴 스테이트>는 텐센트를 통해 서비스하는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에 이어 크래프톤이 두 번째로 내놓은 공식 모바일 <배틀그라운드> 게임이다. 같은 IP를 활용해 만든 동일 장르, 동일 플랫폼의 게임이기에 모바일 게이머들 사이에서는 <뉴 스테이트>가 과연 어떤 독자적 플레이 가치를 보여주고 있을지에 대해 많은 예상과 추측이 오갔다.
알파 테스트를 통해 살펴본 <뉴 스테이트>는,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의 핵심 재미(더 정확히는 PC판 <배틀그라운드>가 정립한 게임성)을 그대로 계승하면서, 게임 경험에 있어 전반적인 ‘업그레이드’를 가미한 느낌이다. 기존 작품과의 차이점과 공통점을 통해 <뉴 스테이트>만의 매력이 무엇일지 살펴봤다. / 디스이즈게임 방승언 기자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에서 진일보한 깔끔한 비주얼은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성과다. PC판의 모습을 유사하게 모바일 환경으로 옮기는 데 집중했던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은, 아쉽게도 PC판 그래픽의 ‘열화판’이라는 인상을 쉽게 떨치지 못했다. 거칠고 단순화된 텍스처 및 이펙트에 ‘원작’의 모습이 겹쳐 보이면서 몰입감을 해쳐 아쉬움을 주기도 했다.
반면 <뉴 스테이트>는 모바일 게임에서 흔히 보이는 ‘퀄리티 희생’을 많이 극복해 낸 모습이다. 특히 그림자, 라이팅, 식생, 총기, 건물 텍스처 등 눈에 쉽게 들어와 전체 비주얼의 ‘인상’을 좌우하는 그래픽 요소들에 신경을 써서 체감 퀄리티를 대폭 높인 것처럼 느껴진다.
다른 장르에 비해 맵이 거대하고 적 식별이 중요한 배틀로얄에서 특히 신경써야 하는 그래픽 요소가 원거리 오브젝트 표현이다. <뉴 스테이트>는 여기에서 필요한 만큼의 품질을 확보했다. 그래픽 옵션에 따라 텍스처가 팝인 되거나 먼 거리에 있는 음영 표현이 생략되는 등의 현상이 없지 않으나, 이는 PC판 저사양 플레이에서도 발생하는 모습으로, 플레이에 별다른 지장을 주지 않는다.
반대로 멀리 있는 나무, 사람, 건물 표현에 있어 퀄리티 저하 등으로 게임플레이에 불편을 초래하는 사례는 발생하지 않았다. 더 나아가 연막 전개 등 특정 상황에서 급격한 프레임 드랍이 잘 일어나지 않았다는 점도 긴박한 교전이 일어나기 마련인 장르 특성을 고려할 때 높이 살 지점이다.
‘미래적 모습’에 맞춰 흰색, 밝은 회색 등 색조가 많이 사용된 시설물이나 구조물이 많고, 이에 따라 전반적 도시 색감이 밝아진 점도 시인성 향상에 도움을 줬다. 모바일 게임은 PC 모니터에 비해 자연광 등 밝은 조명 아래 플레이할 경우가 많아 이런 밝은 텍스처가 특히 더 긍정적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PC판 <배틀그라운드>를 먼저 플레이하다가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을 경험해본 유저라면 모바일 플랫폼의 상대적 불편함을 고려한 여러 가지 ‘보조적’ 시스템들을 금방 찾아낼 수 있다. 적을 자동으로 조준해주는 ‘조준 보정’ 기능이 대표적이다.
그 외에도 성공적으로 적을 맞췄는지 여부를 알려주는 ‘히트마커’, 시체 박스의 위치를 표시해주는 시각 이펙트, 적이 발생시킨 소리의 방향을 알려주는 인디케이터, 미리 설정해놓은 대로 아이템을 알아서 줍는 기능인 ‘자동 루팅’, 조작 미숙을 고려한 아군사격 방지 시스템 등이 모두 여기에 해당한다.
위에 언급된 요소는 <뉴 스테이트>에서도 똑같이 구현됐다. 그 외 UI적 세부사항도 비슷한 설계를 따른다. 이 덕분에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에 익숙한 유저라면 무리 없이 <뉴 스테이트>에 적응할 수 있을 듯하다.
<배틀그라운드 모바일>보다 편의성을 강화한 부분도 있다. 총기 견착 버튼과 사격 버튼이 따로 존재했던 기존 게임과 달리 사격 버튼을 누르면 자동으로 견착되는 시스템을 구현해두었다.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요소지만 국내외 유저 반응을 살펴보면 대체로 반가워하는 분위기며 옵션에서 켜고 끌 수 있다. 또한, 총기의 잔탄 수를 사격 중에 더 정확히 알려주는 HUD 역시 전반적인 호평을 얻고 있다.
<뉴 스테이트>에는 근미래적 세계관, 배틀로얄 장르의 트렌드 변화, 기타 편의성 등을 고려해 추가된 새로운 콘텐츠가 여럿, 눈에 띈다.
먼저 탈것에 확연한 변화를 몇 가지 줬다. 차량에는 전에 없던 트렁크 기능이 추가돼 여기에 아이템을 실을 수 있다. 연료를 적재하면 차량을 이용한 운영에 더욱 도움이 될 듯하다. 인벤토리에 부담을 주지만 요긴하게 쓰이는 각종 투척물을 적재하는 방안도 생각해볼 수 있다.
이외에도 차량 문을 열어 엄폐물로 사용할 수 있다. 소음이 훨씬 덜 발생하는 전기차도 여럿 추가됐다. 다만 차량은 여전히 폭파나 바퀴 파괴가 어렵지 않아 막연히 의지할 수 있는 대상은 아니다. 이전과 비교해 차량의 메타 영향력이 얼마나 강해질 것인지 아직 속단하기 어렵다.
사전 트레일러 등에서 먼저 모습을 드러냈던 ‘모노레일’도 흥미로운 탈것 콘텐츠다. 도로 위를 일정 속도로 주행하다가 ‘정거장’에서 잠시 멈추는 이들 모노레일은 느리지만 안전하다. 미니맵과 전체맵, 그리고 실제 도로 위에서 파란 선으로 모노레일의 운행 노선을 확인할 수 있다.
노선은 맵 곳곳에 존재하며, 마을 등 주요 거점의 외곽과 중심부를 순환하는 경우가 많다. 차량을 확보하지 못했다면 야지에서 벗어나 도시로 숨어들 이동수단으로 고려할 만하다. 다만 경로와 정차 위치를 모든 플레이어가 알 수 있어서 탑승에는 분명 리스크가 따른다. 모노레일을 이용해 적의 의표를 찌르거나, 거꾸로 매복한 채 탑승자를 기다리는 식의 전략적 활용이 가능해 보인다.
‘드론 배달’ 시스템은 <뉴 스테이트>가 기존 <배틀그라운드> 시리즈와 가지는 가장 큰 차이점이다. 맵 곳곳에 드롭되어 있는 ‘드론 크레딧’을 모으면 언제나 ‘드론 상점’을 활성화할 수 있다.
드론 상점에는 보급품을 부르는 레드 플레어건(조명탄), 수색드론, 설치형 방패 등 가젯들부터 붕대, 탄환 등 일반적인 아이템까지 다양한 물품이 존재한다. 원하는 아이템을 크레딧으로 구매한 뒤, 본인 기준 일정 범위 내에 드롭 지점을 지정할 수 있다. 일정 시간을 기다리면 배달 드론이 도착한다.
다른 메이저 배틀로얄 게임에서도 이처럼 경기 중 모은 자원으로 물자를 공급받는 시스템이 존재한다. <워존>의 ‘보급 위치’나 <에이펙스 레전드>의 ‘복제기’ 등이다.
이들 시스템은 원하는 아이템을 확정적으로 제공한다는 점에서, ‘파밍 운’으로 인한 팀간 불균형을 완화해주고, 전략 구사에 융통성을 부여해준다. 이를테면 경기 후반 ‘치료 아이템’이 부족할 때 무리한 파밍에 나서지 않고 이를 얻을 수 있다면 전략적 이점이 확보된다.
‘드론 상점’도 유사한 역할을 한다. 오히려 ‘보급 위치’나 ‘복제기’가 특정 위치에 고정된 반면 자유롭게 부를 수 있다는 점에서 더 유동적인 메리트가 있다. 다만 ‘보급 위치’나 ‘복제기’와 마찬가지로 ‘드론 배달’ 역시 그저 안전한 수단은 아니다. 드론의 모습은 다른 유저들에게도 여과 없이 보이기 때문에, 주변의 적을 끌어모으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캐릭터가 로봇 의수를 착용하고 있거나, 대형 드론이 물건을 배달하는 등, <뉴 스테이트>는 근미래 설정을 곳곳에 드러낸다. 건물 외관, 가로등, 가구, 차량 디자인 등에서도 미래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렇지만 사용되는 총기와 투척물은 모두 이전 <배틀그라운드>에 등장하는 것들과 거의 같다. 근미래 세계관의 슈터라면 독특한 기믹이나 성능을 지닌 미래 무기들로 색다른 변화를 주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겠지만 그런 시도를 하지 않았다. 총기의 종류나 성능, 특징 모두 <배틀그라운드>, <배틀그라운드 모바일>과 대동소이하다.
이는 ‘무기 구성’이 슈터 게임의 ‘정체성’을 좌우하는 큰 요소라는 점을 생각하면 이해할 수 있는 결정이다. 무기들이 전부 바뀌면 시리즈의 팬들은 <뉴 스테이트>를 ‘완전히 다른 작품’으로 인식할 가능성이 커진다. 무기 종류와 쓰임새를 새로 학습해야 한다는 사실은 원래 유저들의 심리적 진입장벽을 크게 높인다. 새 무기들이 예전 것들 만큼 ‘마음에 들 것인지’는 또 전혀 별개의 문제다.
근미래로 무대를 옮겼음에도 <뉴 스테이트>가 무기 체계를 그대로 유지한 배경에는 이렇듯 과거 작품에 익숙한 유저들을 배척하지 않고 최대한 흡수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격투 게임 시리즈가 새 작품을 낼 때 전통적 캐릭터들을 모두 바꾸지 않는 것과 동일한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비록 새로운 무기는 없어도 ‘커스터마이징 키트’를 통해 익숙한 무기들에 흥미로운 변화를 줄 수 있다. 총열을 연장해 사거리를 늘리거나, 점사 무기인 M15A에 연사 모드를 추가하는 등의 극적인 변화를 줄 수 있다. '커스터마이징 키트'는 두 종류로, 바닥에서 드롭되는 일반형은 특정 무기에만 사용 가능하고, 드론을 통해 보급받는 '전체' 형은 모든 무기에 적용할 수 있다.
<배틀그라운드> 시리즈 팬들의 진입을 돕기 위해 무기 구성을 그대로 가져온 결정은 그러나 어쩌면 양날의 검처럼 작용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올드 팬 입장에서 ‘새 게임’인 <뉴 스테이트>가 '그다지 새롭지 않다'고 인식하고, 도전 의욕을 잃을 수도 있다. 과연 <배틀그라운드> 팬들이 <뉴 스테이트>를 시도해볼 이유는 충분할까?
‘그러지 않을 이유’를 찾기 힘들다는 결론이다. <뉴 스테이트>에는 미처 언급하지 못한 새로운 피처들도 많다. 기절한 적을 아군 분대 공석에 편입시킬 수 있는 ‘리크루트’ 기능, 죽은 아군을 재소환 할 수 있는 그린 플레어건, 교전에서 생각 외로 유용한 '구르기' 등 요소는 전에 없던 재미를 얹어 줄 수 있는 반가운 추가사항들이다. PC판 <배틀그라운드> 유저의 시각에 입각해서 봐도 충분히 흥미가 동한다.
뿐만 아니라 전반적 비주얼, 조작성, 퍼포먼스 향상은 이 게임에 기존 대비 ‘변화가 없다’고 말하기 어렵게 한다. 아직 알파 단계임을 고려하면 일부 밸런스 상의 문제나 콘텐츠 부족이 해결되리라는 기대도 모인다. '프리 투 플레이'로 서비스할 예정인 <뉴 스테이트>를 한 번쯤 해볼 이유는 많다. '같은 듯 다른' 게임성에 전에 못느낀 재미와 매력을 느낄 유저들이 충분히 나타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