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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리뷰

에이리언: 파이어팀 엘리트, ‘아직은 이른’ 코옵 슈터

기본기와 연출 좋지만 추천 힘든 이유

에 유통된 기사입니다.
방승언(톤톤) 2021-09-07 14:11:22
코옵슈터 <에이리언: 파이어팀 엘리트>(이하 <파이어팀 엘리트>)는 출시가 예고되던 시점부터 일찍이 주목을 받아 온 타이틀입니다. <레프트 4 데드> 류 코옵슈터의 틀에 <에이리언>이라는 유명 IP를 접목했다는 소식에 그 결과물이 어떨지 궁금해하는 게이머가 많았습니다.

마침내 출시한 <파이어팀 엘리트>는 다소 엇갈리는 평가 속에 놓여 있습니다. 게임웹진들은 ‘평작 언저리’ 정도의 게임으로 평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혹평'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반면 스팀 사용자 리뷰는 ‘매우 긍정적’(85% 긍정)을 기록하며 나름대로 선전하고 있습니다.

직접 플레이해보니 <파이어팀 엘리트>는 과연 장단점이 뚜렷한 게임입니다. <레프트 4 데드> 형 코옵 슈터에서 기대하는 바, 혹은 <에이리언> IP의 재해석에 있어 중시하는 바가 무엇이냐에 따라 소비자별 감상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한편 시스템 측면에서는 누구든 부정하기 힘들 단점도 존재합니다. 무엇을 기대할 수 있는지, 그리고 어떤 점에서 실망을 느낄 수 있는지 살펴보았습니다. / 디스이즈게임 방승언 기자



# 원작 팬을 반기는 여러 요소

<에이리언> 영화 초기작 두 편은 국내에서 각각 <에이리언>, <에이리언 2>라는 제목으로 개봉됐습니다. 그런데 두 작품의 원래 제목은 숫자 1, 2가 아닌 단수형과 복수형으로 구분됩니다. 각각 <Alien>과 <Aliens>입니다.

'Alien'이라는 단수 명사가 복수 명사로 변한 것뿐이었지만 2편 제목의 임팩트는 충분했습니다. ‘혈혈단신’으로 공포를 심어줬던 1편의 괴생명체가 2편에서는 ‘떼’로 나온다는 암시였으니까요. 제목에 맞게 2편은 몰려오는 제노모프(에이리언)와 전쟁을 벌이는 SF 액션물로 변모했고, 1편과 다른 스펙터클한 매력으로 사랑받았습니다.

<에이리언 2> 포스터. '이번에는 전쟁이다'(This time it's war) 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파이어팀 엘리트>의 영어 제목에서도 ‘에일리언’은 복수입니다. 여기서 짐작할 수 있듯, 영화 2편 이후의 분위기와 설정을 따른 액션 게임입니다. <에일리언 2>에서처럼, 수효는 많아졌지만 하나하나 강력함은 다소 줄어든 '제노모프'들을 해치우는 내용을 담았습니다

게임의 시간적 배경은 2203년, <에이리언 3>으로부터 23년이 지난 후입니다. 가상국가 아메리카 연합의 ‘식민지 해병대’(USCMC) 소속 주인공 일행이, LV-895 행성 궤도에 정박 중인 ‘카탕가’ 정제소에서 흘러나온 조난신호를 조사하러 나서면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대원들은 시설이 이미 제노모프에 점령됐다는 사실과, 여기에 거대기업 ‘웨이랜드 유타니’가 연루됐다는 사실을 깨닫고, 이후 제노모프들을 무찌르며 LV-895 행성 및 카탕가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파악해나갑니다.

 

원작 시리즈를 즐긴 게이머라면, 이런 ‘기본 설정’만으로도 익숙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조난신호를 조사하며 시작되는 이야기 도입부, 시리즈에 개근하는 ‘웨이랜드 유타니’의 등장은 팬들에게 반가운 요소입니다. 이런 재미는 계속됩니다. 등장하는 적, 무기, 복장, 시설 등에서 모두 원작의 비주얼과 설정을 많이 찾아볼 수 있습니다.



# 기본 게임 구조

카탕가 조사 임무를 맡고 LV-895 행성으로 파견된 함선 ‘USS Endeavor’가 주인공들의 ‘전초기지’가 됩니다. 여기서 개인 무기를 구매 및 커스터마이징하고, NPC들과 대화하며 스토리 콘텐츠를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두 가지를 제외하면 기지에서 할 수 있는 활동이 거의 없다는 사실은 아쉽습니다.

스토리는 총 4개 캠페인으로 구분되고, 각각의 캠페인이 다시 3개 미션으로 나뉩니다. 캠페인마다 주 무대가 바뀌고, 적의 종류도 조금씩 달라집니다. 또한 4개 캠페인이 하나의 연결된 스토리로서 자연스러운 기-승-전-결 구조를 가졌다는 점도 특징입니다.

병과(키트)는 총 4개로, 처음에는 거너, 데몰리셔, 닥터, 테크니션을 선택할 수 있고, 미션을 모두 완수하면 ‘리콘’ 병과가 추가됩니다. 병과별로 고유 액티브 스킬 2개, 패시브 스킬 1개를 가집니다. 무기는 중화기, 핸드건, 근접무기(샷건·SMG), 라이플 등으로 분류되며, 병과마다 이 중에 두 종류를 고정적으로 사용합니다.

센트리 건, 지뢰, 함정(그리드), 드론 등 여러 소모품이 존재합니다. 맵에서 획득하거나 상점에서 구매할 수 있으며, 하나의 미션이 끝나도 인벤토리에서 사라지지 않습니다. 이전 미션에서 획득한 소모품을 아껴두면 다음 미션에서 사용할 수 있는 식입니다.

캠페인 선택 창


# 반복의 지루함 어떻게 막았나

<파이어팀 엘리트>의 전체 스토리 분량은 그렇게 길지 않습니다. <월드 워 Z>, <버민타이드> 등 같은 장르의 여타 게임들의 선례를 따라 몇 개의 스테이지를 반복해서 플레이하는 구조입니다.

이렇듯 반복성이 강한 코옵 슈터에서는 ‘지루함’을 방지할 장치가 필요합니다. <파이어팀 엘리트>에도 플레이 경험을 다채롭게 해주는 요소를 몇 개 마련해뒀습니다.

첫째는 병과 시스템입니다. 각 병과는 적을 직접 공격하거나, 아군에게 버프를 주거나, 도움이 되는 장비를 설치하는 등의 고유 액티브 스킬을 가집니다. 사용하는 무기 분류도 달라 같은 맵에서도 병과에 따른 플레이 경험이 사뭇 다른 편입니다.

 

다만 병과 별 ‘재미 밸런스’가 맞지 않는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대표적으로 ‘닥터’의 경우 ‘힐 장판’을 깔아 아군을 치료하는 Q 스킬과, 누르기만 하면 주변 아군에 버프를 주는 E 스킬의 메커니즘이 모두 지루하고 약하다는 불만이 나옵니다.

 


 

둘째는 육성 시스템입니다. 각 병과에는 일종의 스킬 관리창인 ‘특기 그리드’가 존재합니다. ‘그리드’라는 이름대로 격자형 인벤토리 같은 모습입니다. 빈칸에 고유한 효과를 지닌 ‘코어’와 ‘모디파이어’를 장착해 병과를 강화할 수 있습니다. ‘코어’는 레벨업에 따라 자동으로 획득하며, ‘모디파이어’는 미션으로 획득하거나 상점에서 구매합니다.

 

레벨이 오르면 병과 그리드의 한복판을 막고 있던 ‘잠금’이 하나씩 해제되어, 코어와 모디파이어를 더 자유롭게 장착할 여유가 생깁니다. 코어와 모디파이어는 2x2, 1x3, 3x1의 서로 다른 규격을 가지고 있어 그 ‘배치’를 고민해야 합니다. 구매 가능한 모디파이어의 종류가 많아 성장 자유도가 높다는 점도 긍정적입니다.

 


 

셋째는 여러 가지 무기와 부착물입니다. 제작진에 따르면 30여 개 무기와 90여 개 부착물이 있습니다. 둘 다 미션을 통해 획득하거나, 상점에서 구매할 수 있습니다. 총기류는 발사 방식이나(3점사/연사/단발) 연사력·대미지·장전속도 등 세부 스펙이 다양합니다. 부착물로 이러한 스펙 중 특정 부분을 강화할 수 있고  스코프도 존재해 ‘건스미스’(총기 개조)의 자유도가 의외로 높다는 인상입니다.

 

창의적 총기가 적다는 사실은 아쉽습니다. 원작에 등장했던 ‘자동조준 기관총’인 M56A2 스마트건, M240 화염방사기 등 특수 화기들이 나오기는 하지만, 모두 ‘중화기’ 카테고리 안에 몰려 있습니다. 그리고 ‘중화기’를 사용하는 병과는 데몰리셔 하나뿐입니다.

 

M56A2 스마트건

 

 

넷째로 '도전 카드' 시스템이 있습니다. 다음 라운드에 특수한 패널티를 적용하는 대신, 더 많은 보상을 주는 시스템입니다. 적의 종류가 바뀌는 것에서부터, 잔탄이 있을 경우 재장전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것까지, 많은 종류가 있습니다.

 

매치메이킹을 할 때 '도전 카드 활성화'를 선택하면, 같은 옵션을 선택한 유저들과 매칭됩니다. 팀원들은 각자 한 장씩 카드를 제출할 수 있습니다. 이들 중 한 장의 효과가 랜덤하게 라운드에 적용됩니다. 그런데 팀원이 매우 극단적인 효과의 카드를 내놓더라도 이를 거부할 수 없습니다. 카드 제출 단계에서 의견 조율이 가능한 시스템이 더해지면 좋을 것 같습니다.

 

아군이 선택한 '도전 카드'

그 결과 비교적 높은 체력의 폭발성 제노모프 '버스터'가 쏟아졌고 미션은 마지막 구간에서 실패로 돌아갔다. 화면 안의 노란색 개체가 모두 '제노모프 버스터'

 

 

# ‘공포’ 조화시킨 전투

 

<에이리언 2>가 액션물이면서도 무서운 묘사를 포기하지 않았던 것처럼, <파이어팀 엘리트> 역시 코옵 슈터 전투의 틀 안에서 주인공들을 옥죄고, 놀라게 만드는 연출에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먼저 <파이어팀 엘리트>의 전투는 ▲이동 중 좁은 공간에서 펼치는 전투 ▲넓은 공간에 방어선을 구축한 상태에서 벌이는 전투의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뉩니다. 보통 후자의 지속시간과 규모가 더 큽니다.

 

‘이동 중 전투’에서는 비좁은 실내 구조를 이용해 ‘평범하지 않게’ 등장하는 제노모프가 많습니다. 무릎 높이의 환기구를 뚫고 나와 옆에서 덮치거나, 머리 위에서 느닷없이 떨어지거나, 코너에 숨어있다가 공격하며 깜짝 놀라게 합니다. 진행방향을 기준으로 꼭 뒤나 옆 통로에서 떼 지어 나타나며 긴장감을 조성할 때도 많습니다.

 

높은 공간에서 빠르게 제노모프 그림자가 지나가는 연출

 

HUD 우측 하단에 적 위치를 대략적으로 알려주는 ‘모션 센서’가 이 때 공포감 조성에 한몫 합니다. 모션 센서는 <에이리언> 시리즈의 오랜 ‘분위기 메이커'입니다. 센서 상으로는 지척에 감지되는 제노모프가 육안으로는 안 보인다면, 당황하지 말고 영화에서처럼 서둘러 ‘위’를 살펴봅시다.

 

한편, 트인 공간에서 싸울 때는 다른 유형의 스릴이 느껴집니다. 천장, 구조물, 벽면을 가득 메우며 다가오는 제노모프 무리의 모습은, 충분히 이겨낼 수 있는 상황에서도 심리적 압박을 가합니다.

 

이런 개방 지형에서의 전투를 직접 해보면, 제작진이 긴박함을 연출하기 위해 제노모프의 체력, 수효, 움직임을 면밀히 계산했다는 인상입니다. 제노모프는 기본 속도가 빠른 데다가, 갑자기 벽에 붙는 등 예측하기 어려운 움직임을 보입니다.

 

 

게다가 헤드샷을 노리지 않는 한 최소한의 ‘추적 조준’이 필요한 정도의 체력을 가지고 있어 마구잡이식 사격으로는 막는데 한계가 있습니다. 심지어 피격당하면 버둥거리듯 미끄러지며 더 빠르게 다가오는 애니메이션도 자주 발동됩니다.

 

그렇게 집중해서 한 무리의 제노모프를 해치우고 시선을 돌리면, 다른 한 무리가 부지불식간에 조금 더 가까워져 있습니다. 결국 각종 소모품을 설치해 형성해놓았던 ‘저지선’은 자연스럽게 조금씩 뒤로 밀리고, 근접전용 무기와 스킬을 꺼내 들어야 하는 순간이 닥쳐옵니다. 

 

여기에 몇 종류의 ‘변종 제노모프’가 주기적으로 등장하며 저마다의 특성 (자폭, 원거리 공격, 강력한 근접공격)과 ‘높은 체력’이라는 공통점으로 상황에 긴박함을 더합니다. 팀원끼리 소통해 빨리 제거하지 않으면 가뜩이나 중과부적인 상황이 삽시간에 위태로워질 수 있습니다.

 

 

이런 변종 제노모프 중 상당수가 캐릭터를 '붙잡는' 능력을 가지고 있어 이 또한 긴장감을 더합니다. 변종 제노모프에 붙잡혔을 경우 QTE로 빠져나오거나, 동료가 해치워줘야 합니다. 종류에 따라서는 QTE 탈출이 불가능한 경우도 있고, 난도를 더 높이면 즉사당할 수도 있어 주의가 필요합니다. 달려드는 애니메이션에 맞춰 구르기를 입력하면 피할 수 있습니다.

 

‘보통’에서 ‘격렬’로 난이도를 한 단계만 올려도, 제작진의 ‘연출 의도’는 더 잘 살아납니다. 이를테면 ‘보통’에서와 달리 정조준해도 적의 윤곽선이 하이라이트 되지 않습니다. 이 때문에 적 식별과 명중이 한층 어려워집니다. 그뿐만 아니라 아군끼리도 총격 피해를 입고, 탄약 소지량까지 줄어들기 때문에, 사격에 더욱더 신중해져야 합니다. 결과적으로 더 몰입감 있는 전투를 할 수 있습니다.

 

총기를 사용하는 ‘합성인간’(신스)과 싸우는 구간에서는 디비전과 같은 ‘커버 슈터’ 장르의 재미를 준다는 점도 특기할만합니다. 다만 그 길이가 상대적으로 짧고 적 유형이 적은 편이어서 향후 관련 콘텐츠 추가를 기대해보게 됩니다.

 

 

 

# 여러 장점 있지만

 

이렇듯 <파이어팀 엘리트>는 코옵 슈터 장르의 속도감 있고 캐주얼한 게임성에 <에일리언> IP 특유의 긴장감을 잘 조화시킨 듯합니다. 하지만, 외면하기 힘든 단점들도 존재합니다.

 

먼저 전투 시나리오의 다양성 부족입니다. 앞서 잠시 언급한 신스와의 전투 시퀀스를 제외하면, <파이어팀 엘리트>의 전투는 ‘제노모프 막기’라는 말로 정리할 수 있을 정도로 단편적입니다. 이는 동일장르의 다른 작품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문제이지만, 그중에서도 지형과 지물의 활용이 유독 더 적다는 느낌입니다.

 

여기에 현시점에 제공되는 콘텐츠 분량이 작아 이런 단점이 더욱 배가됩니다. 시스템적 깊이를 고루 연구하며 ‘파고들기’를 좋아하는 유저라면, 난이도, 병과, 육성방향, 사용 무기 등을 달리하면서 재미를 찾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라면 지루함을 느끼는 시점이 빨리 찾아올 것으로 보입니다.

 

더 큰 문제는 매치메이킹 시스템입니다. 캠페인, 챕터, 난이도, 도전카드 활성화 여부를 완전히 똑같이 설정한 유저끼리만 매치메이킹이 이뤄지기에, 사실 다른 사람을 만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북미 서버를 이용하면 그나마 매칭이 원활하지만, 서버 변경 기능을 인게임에서 제공하지 않습니다. (스팀 기준으로 앱 설정에서 '다운로드 지역'을 해외로 설정하면 해당 지역 유저들과 매칭됩니다)

 


 

그래서 자주 봇(인공지능)과 플레이하게 되는데, 당장 ‘격렬’ 난이도부터는 '봇'과 함께하는 플레이가 권장되지 않습니다. 봇은 사격 정확도가 나쁘지 않고 폭발물도 적당히 사용하지만, 아무래도 사람보다는 못한 실력입니다. 이 때문에 지인들과 함께 <파이어팀 엘리트>를 플레이하는 유저들과 그렇지 않은 유저들 간의 경험이 서로 크게 어긋나고 있습니다.

 

물론 매치메이킹과 콘텐츠 부족은 시간을 두고 해결될 수 있는 문제입니다. 개발사 콜드 아이언 스튜디오는 <파이어팀 엘리트>에 앞으로 DLC를 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던 바 있습니다. 기본으로 제공되는 4개 캠페인 스토리는 주인공들의 추가 활약을 예고하는 ‘프롤로그’로서 손색없습니다.

 

그러나 거꾸로 말하면 <파이어팀 엘리트>는 현 상태로서는 쉽게 추천하기 어려운 게임이기도 합니다. 조금 더 유연한 매치메이킹과 조속한 콘텐츠 추가로 더 많은 유저가 확보되길 희망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