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회사 직원A인 나는, 평범하게 같은 업계 사람을 아내로 두고 있다. 둘 다 게임에 관심이 많은 만큼 개인 컴퓨터가 모두 있지만, 집이 좁아 사생활이 없는 밀착된 환경에 놓여있다. 물론 가까이서 게임을 함께 하는 건 정말 정말 정ㅁ...말...좋은데 때론 게임적 거리 두기가 필요한 것이 있더라. 그래서 이번 체험기 제의를 받았을 때, 냉큼 환영했다. 게이밍 노트북이라니! 집에서 따로 게임을 할 수 있다니!
이참에 체험기를 핑계 삼아 물리적으로(?) 즐기지 못했던 게임을 이것저것 해봤고, 이 경험을 모아 정리해 보았다. 너무 사심만 들어가면 안 되니 어떤 사람들에게 'HP OMEN 15'를 권할 만한지, 어떤 사람에게는 추천하기 어려울지에 대해서도 공유하고자 한다. / 기획 및 편집= 디스이즈게임, 글=7년차 게임 업계 부부, 하드웨어 협찬 = HP
첫 번째 부부: 게이밍 노트북 HP OMEN 15 체험기 (1), 무난한 외형, 화려한 성능. 유부 최적화 게이밍
두 번째 부부: 게이밍 노트북 HP OMEN 15 체험기 (2), 부부의 게임적 거리 두기 실천 편
결혼 7년차 3-40대 부부. 그러나 부부 모두 기획자/디자이너로 게임업계에 종사중이다. 직업적인 특수성 덕분에 여러 종류의 게임을 접하곤 하지만, 각자 가슴 속에 한 그루 소나무 같은 굳건한 취향을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겹치는 것이 있다.
"같이 할 수 있고 재밌어 보인다? 일단 해봅시다."
결혼 전부터 게이머였던 우리 부부는 각자 명확한 게임 취향이 있지만, 같이 게임을 할 때는 주로 협동 게임(Co-op장르, 이하 협동 게임)을 찾아 즐긴다.
PC에서 같이 하는 게임이라고 하면 보통은 MMORPG 등의 온라인 게임을 생각하겠지만, 사회인 부부가 온라인 게임을 같이 하기에는 아쉬운 부분이 너무 많다. 영화처럼 화끈하지만 피곤하지 않으면서도 함께 뭔가를 이뤄냈다는 만족감을 주는 협동 게임의 매력은 세상 모든 부부에게 권해보고 싶을 정도다.
그런데 협동 게임 장르가 이렇게 훌륭한 게임성을 가지고 있으면서 어째서 대중적이지 않을까? 두 가지 허들이 있는데, 일단 첫 번째로 마음이 맞는 파트너가 있어야 한다는 사소한(?) 이슈가 있다.
두 번째 허들은 괜찮은 사양의 PC가 두 대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게다가 최근의 협동 게임들은 게임엔진이 발달하면서 인디 개발사의 작품임에도 높은 사양을 요구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대부분의 협동 게임들은 한 대의 PC로도 화면 분할을 사용하는 등의 함께할 수 있는 환경을 지원하기도 하지만, 다양한 게임을 쾌적하게 즐기기 위해서는 결국 제대로 된 사양의 PC 두 대가 필수다.
그런데 쓸만한 그래픽 카드만 구입하려 해도 100만 원에 육박하는 현재 상황에서 이 문제는 생각보다 치명적이다. 그런 측면에서 HP의 게이밍 노트북인 'OMEN 15'가 충분한 해답이 될 수 있을까? 해답을 찾기 위해 우선은 'OMEN 15' 두 대로 다양한 게임을 즐겨보았다.
'OMEN 15'를 이용해 실제로 목소리가 닿지 않는 서재와 침실에서 음성채팅으로 게임을 진행해봤다. 협동 게임은 항상 바로 옆에서 했었기 때문에, 서로의 화면을 보지 못하고 오직 목소리로만 필요한 정보를 교환해가며 게임을 진행해가는 느낌은 상당히 새로웠다. 조금은 답답하지만, 그만큼 더 간절해졌고, 큰 성취감으로 다가왔다.
필요에 따라서 바로 옆에서 플레이하거나 일부러 멀리 떨어져서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은 게이밍 노트북에서만 가능한 장점이 아닐까 한다.
남편: 아무리 그래도 음성 채팅에는 지연시간이 있는데 원격으로 리듬 액션을 시키는 파트는 좀 너무했다는 생각이 들어. 그래도 전반적으로 상당히 신선한 게임성이었지.
아내: 사실 남편이 느꼈던 대부분의 지연 시간은 내가 수 생각하느라 머리 쓰던 시간일 거야. 나는 딱히 딜레이 체감을 느끼진 못했어. 남편이 급박하단 것은 알겠더라.
<어센트>는 게임성이 특별하진 않지만, 그래픽이 무척 뛰어난 협동 플레이형 쿼터뷰 슈팅 액션 게임이다. 낮은 사양에서도 플레이가 가능하지만, 레이 트레이싱과 DLSS를 지원하는 게임이라서 PC 사양이 높으면 상당히 준수한 그래픽을 즐길 수 있다.
그래픽 최고 옵션에 레이 트레이싱을 켠 상태에서도 플레이가 충분히 쾌적할 정도로 퍼포먼스는 좋았는데, 상당한 발열과 팬 소음은 어쩔 수 없어 보였다. 그런데 발열원이 키보드 상단의 스피커 쪽에 한정되어 있어서, 장시간 플레이를 해도 손이 닿는 위치는 조금 따뜻한 정도로 식어있어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다만, 팬 소음은 어느 정도 감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너무 시끄럽다고 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었지만, 조용한 환경에서 플레이할 경우 다소 신경이 쓰일 정도로 지속적인 소음이 발생한다. 성능을 어느 정도 타협할 수 있다면 'OMEN Gaming Hub'를 이용해 팬 속도를 낮춰서 조용하게 사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남편: 협동 게임은 대부분 협동을 강조하다 보니 손도 바쁘고 머리도 많이 써야 하는데, 이건 정말 머리를 비우고 화끈하게 때려 부수는 게 옛날 오락실 게임 감성이라 좋아.
아내: (리볼버의 한 땀 한 땀 정성 유저는 공감을 못 하는 것 같다.) 무기 특성상 히트박스가 정밀한 만큼, 마냥 핵 앤 슬래시 같지만 안 맞기 위해서라도 생각보다 정교한 컨트롤이 필요한 게임이라고 생각해. 화면 크기가 15인치라 조금 걱정했지만 필요한 기믹은 다 보여서 무난히 할 수 있었어.
<Deep Rock Galactic>은 드워프 광부가 되어서 지하에 들어가 몬스터와 싸우며 지정된 물품을 채굴하고 지상으로 무사히 되돌아오는 것이 목표인 FPS 게임이다. 전투, 채집, 이동이라는 평범한 요소가 핵심이지만 그것이 '지하'에서 이뤄진다는 점을 게임성에 잘 녹여낸 작품이다.
협동 FPS라서 음성 채팅을 켜면 재미가 커지는 게임이다. 그런데 괜한 실험정신이 발동했다. 답답한 헤드셋 대신 'OMEN 15'에 내장된 화상채팅용 마이크를 사용하면 어떨까? PC는 보통 스피커의 소리가 마이크에 섞여 들어가 대화 상대에게 피해를 줄 수 있지만, 화상 채팅을 지원하는 노트북이나 태블릿의 내장 마이크는 이런 하울링을 막기 위해 스피커 소리를 걸러주는 기술이 적용된 것으로 알고 있다.
남편: 이건 사실 원래는 데스크톱으로 같이 했던 게임이잖아. 바로 옆에서 떠들면서 같이 하던 게임이다 보니 헤드셋을 벗을 생각을 하게 된 것 같아.
아내: 더워져서 그런 건 아니고? 내가 그 굴을 파지 말았어야 했나?
<철권>은 프레임 단위로 반응속도를 요구하는 게임이다 보니, 통신상태에 매우 민감하다. 그래서 통상적으로 와이파이를 이용해서 게임 하는 사람을 기피하는 문화가 있는 편이다. 그런데 휴대용 기기의 특성상 언제나 유선 랜을 이용할 수는 없기에 와이파이 환경에서 이런 민감한 게임도 플레이가 가능할지 궁금해졌다.
사실 네트워크 지연은 플레이하는 나 자신보다는 상대방 입장에서 더 크게 느껴지기 마련이라 정확한 결과일지는 모르겠으나, 데스크탑에서 플레이하는 것에 비해 별다른 네트워크 지연을 느끼지는 못했다. 이 정도면 쾌적하게 플레이가 가능하다고 보지만, 가급적 <철권> 같은 섬세한 게임을 할 때는 유선 랜을 사용하기를 권한다.
역시 가장 큰 강점은 가성비라고 생각한다. 단순히 같은 사양의 데스크탑과 비교하면 온라인 최저가로 추려봤을 때 한 대에 대략 200만 원은 필요했다. 'OMEN 15'의 현재 가격은 대략 150만 원 정도다. 부부가 두 대를 구성한다면 금액적인 이득은 명확하다.
장시간 게임을 플레이하는 하드코어 유저의 경우에는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하드웨어 리소스를 크게 사용하는 게임을 하면 전원을 연결한 상태에서도 배터리가 조금씩 떨어진다. 3~4시간 사용했을 때 80% 정도까지 떨어졌으니, 12시간 정도는 무리가 없어 보이지만, 사양 높은 게임을 이보다 길게 하는 유저에게는 권하고 싶지 않다.
내장 스피커의 사운드 특성에 호불호가 있을 수 있다. 유명 사운드 기업인 Bang&Olufsen과 제휴를 맺어 만든 스피커가 내장되어 있는데, 특히 공간감이 매우 뛰어나서 스피커로도 사운드 플레이가 가능한 수준이다. 다만, 중고음 영역의 소리는 매우 좋지만 저음이 부족하다는 인상이 있다. 개인적인 감상으로는 게임을 할 때 전혀 부족함이 없지만, 영화를 보거나 음악을 감상할 때에는 다소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이 참 많이 변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게이밍 노트북에 가성비란 말을 쓰면 바보라고 했었다. 하기야 예전에는 게임을 같이 즐기는 부부라는 것도 참 생소한 일이었지만 지금에 와서는 그리 신기하지도 않은 일 아닌가.
게임을 즐기는 형태도 점점 변해가는 것 같다. 데스크탑, 콘솔, 모바일 게임을 10년 이상 열심히 즐겨왔다고 자부하고 있지만, 게이밍 노트북 두 대로 즐기는 협동 게임의 경험은 무척 신선했다. 이런 경험을 해볼 수 있게 지원해준 HP측에 감사하며, 황무지 같았던 협동 게임 장르에 점점 좋은 게임이 늘어나고 이렇게 좋은 하드웨어도 나오고 있는 상황에 감개무량함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