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넓고 게임은 많습니다.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 15년 역사의 게임 전문지 디스이즈게임에서
어떤 게임이 맛있는지, 맛없는지 대신 찍어먹어드립니다. 밥먹고 게임만 하는 TIG 기자들이 짧고 굵고 쉽게 여러분께 전해드립니다. TIG 퍼스트룩!
기자는 <골방환상곡> 세대입니다. 많은 독자분들이 월, 수, 금요일 <골방환상곡>을 보며 공감의 웃음을 지었을 겁니다. 지금으로부터 16년 전에 연재했던 옛날 웹툰이라니 격세지감이 느껴집니다. 기자의 기억이 맞다면 <골방환상곡>의 성공과 더불어 공감툰이 주목을 받게 됐고, <골방환상곡>은 명실상부 성공한 1세대 네이버 웹툰입니다.
원작자 워니(박종원)는 웹툰 시장에서 눈을 돌려 게임을 만들고 있었습니다.그는 자신의 이름을 딴 워니프레임을 만들어 이 회사 이름으로 옴팡이를 비롯한 여러 카카오톡 이모티콘을 론칭해 성공하더니, 최근 들어서는 게임 쪽에도 발을 들이기 시작했습니다. 작년에는 버프스튜디오와 비주얼 노벨 <언더월드 오피스>를 만든 워니프레임은 최근 <서울 2033>의 반지하게임즈와 손잡고 텍스트 어드벤처 <연차 사유: 히어로>를 출시했습니다.
<연차 사유: 히어로>는 평범했던 한 청년이 외계인의 침공을 받은 지구를 지키기 위해 가지각색의 히어로를 동료로 모아 다양한 상황을 헤쳐나가는 내용을 그린 인터랙티브 스토리텔링 어드벤처 게임입니다. 워니프레임이 스토리 기획을 반지하게임즈가 개발을 주로 았습니다. 지구를 침공한 외계인들이 주식 시황에 비관한다거나, 퇴근 후 야구를 보러 가거나, 점심시간을 지킨다는 등 블랙코미디 요소와 이제는 살짝 옛날 키워드가 된 것만 같은 '병맛' 키워드가 살아있습니다.
말풍선과 적극적인 일러스트 사용으로 <서울 2033>보다 간결해진 텍스트 분량을 가지고 있는데, 만화책을 읽듯 술술 넘어갑니다. 사실 게임 자체가 히어로 군단과 외계인의 처절한 전투보다는 일상이 된 침략을 관찰하고, (광고에 대응하며) 랜덤 인카운트를 마주하는 정도이기 때문에 큰 부담이 없습니다. 선택지를 골라가며 유머를 감상하면서 카드와 사진첩, 그리고 결말을 수집하는 게임입니다.
다회차 플레이를 적극적으로 유도하는 <연차 사유: 히어로>는 가볍고 유쾌한 톤으로 일관하다가 결말부에서 무게를 잡는데, 일관적이지 않은 느낌이 들긴 합니다. 가령 이벤트 중에는 "만리장성은 외계 문명의 것"이라는 동북공정 풍자와 "외계인도 사람이다"와 같은 '인권운동' 풍자가 들어가는데, 지나가고 마는 정도의 이야기인데다 문제의 해결도 '얼렁뚱땅'인 느낌이라 단순한 묘사 이상의 감흥을 얻지 못했습니다.
이것은 웹툰 같은 게임이라는 핵심 기획 의도와도 어느 정도 연결되는데요. 텍스트의 양을 줄이고, 만화적으로 메시지 담은 에피소드를 넘기려고 하면서 풍자하고자 하는 대상의 핵심을 찌르지 않고 주변부만 맴도는 듯한 것입니다. 그럼에도 '대체 무슨 말은 하고 싶은 거야?'라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습니다만, 긴장과 이완 사이에서 날카롭게 맞물려 들어가는 패러디는 아니었다고 평가합니다.
'피식' 포인트가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힘을 좀 빼고 무료로 (완전 무료라면, 다른 캐주얼 모바일게임에서처럼 광고를 좀 봐야 할 겁니다) 대학원생을 조종하는 교수나, 덤벨을 토르의 망치처럼 부리는 헬스 트레이너를 만나보시죠. 그렇게 이 게임은 '이불 밖은 위험'한 우리에게 '누구나 히어로가 될 수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 추천 포인트
웹툰이 게임을 만났을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