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넓고 게임은 많습니다.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 15년 역사의 게임 전문지 디스이즈게임에서 어떤 게임이 맛있는지, 맛없는지 대신 찍어먹어드립니다. 밥먹고 게임만 하는 TIG 기자들이 짧고 굵고 쉽게 여러분께 전해드립니다. TIG 퍼스트룩!
"빗나감!"
턴제 게임에서 이보다 더 화나는 말은 없다. "너 한 대, 그리고 나 한 대"식으로 게임이 진행되기에, 한 방이 빗나가서 게임이 터지는 대형 참사가 일어날 수 있기 때문. 특히 외계인과 인류 특공대의 싸움을 다룬 전략 게임 <엑스컴> 시리즈를 두고 자주 나오는 농담이었다. 90%이라는 확률에도 불구 '인류 최정예 특공대'의 사격은 종종 빗나가곤 했으니까.
물론, 게임적 허용이다. 90%이라고 무조건 맞아야 한다는 보장은 없다. 쏘는 족족 전부 맞으면 무슨 재미로 게임을 하겠는가. 그렇다 하더라도 낮은 확률을 뚫고 변수가 발생하면 화가 나기 마련이다. 계획은 분명 완벽했는데, 플레이어의 실력과는 상관없는 일로 나쁜 상황이 발생하면 분노를 참기 힘들다.
이번에 소개할 <스팀월드 하이스트>도 턴제를 기반으로 한 2D 전략 게임이다. 비유를 하자면 '우주 로봇 엑스컴'이라고 할 수 있을까. 플레이어는 로봇으로 구성된 우주 해적을 통솔해 다른 함선에 쳐들어가 구성원을 사살하고 비싼 물건을 노략질해야 한다. 그런데, 약간 다른 점이 있다. 모든 사격의 명중 여부는 순전히 플레이어의 실력에 달렸다.
대신 상대를 클릭한 후 캐릭터가 알아서 총을 발사하는 방식이 아니다. 플레이어가 직접 캐릭터를 조종해 총을 발사해야 한다. 총알의 적중 유무는 순수하게 플레이어의 조준 실력에 달린 셈이다. 정확히 쏘기만 하면 '빗나감!'이 발생할 일은 없다.
다만 마냥 친절하지는 않다. 레이저 포인터가 달린 총이나, 조준경이 달린 '저격 권총'이 아니라면 총알이 정확히 어디로 날아갈 지 표시해주지 않는다. 조준경이 달린 총은 총알의 궤적을 표시해 주지만, 대미지가 약하거나, 이동을 하면 총을 발사할 수 없는 페널티를 가지고 있다.
또한 기관단총이나 샷건을 제외한 대부분의 총기 사격은 도탄된다. 벽에 맞을 경우엔 각도에 따라 수십 번씩 튕기며 여기저기 총알이 돌아다닌다. 이를 잘 활용하면 엄폐물 뒤로 숨은 적의 뒤통수에 총알을 한 방 먹여줄 수 있다.
조준을 한다고 해서 정직하게 총알이 날라가는 것도 아니다. 조준 모드에 들어가면 로봇들은 미세하게 손을 위-아래로 움직이는데, 여기서 원하는 궤적에 손이 멈췄을 때 사격을 해야 한다. 타이밍이 어긋나면 총알은 의도한 곳과 다른 곳으로 날아간다.
이런 시스템 덕분에 <스팀월드 하이스트>의 전투는 얼핏 단순해 보이지만, 전략적인 요소로 가득하다. 불리한 지형에서도 머리를 굴리면 도탄을 통해 '일발 역전'을 할 수 있는 구도가 나오기도 하며, 유리한 상황에서 총알 잘못 쐈다가 참사가 일어나기도 한다. 또한 로봇의 다리를 맞추면 움직임이 제한된다거나, 약점을 맞추면 추가 대미지를 주는 효과가 있어 이를 적절히 응용할 필요도 있다. 이는 순전히 플레이어의 조준 실력에 달렸다.
전작을 플레이해보지 않아 정확히 설명하긴 힘들지만, 대략 모종의 사건으로 (로봇 덕분에 지나치게 게을러진) 인간은 모두 사라졌고, 지구는 산산조각났다. 결국 스팀봇과 같은 로봇만이 은하계에 남은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자원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데, 그래서인지 게임 내 화폐는 스팀봇들의 동력원에 필수적인 '물'이다.
그리고 <스팀월드 하이스트>의 주인공은 자신의 해적단을 이끄는 스팀봇 '파이퍼 패러데이'다. 게임 시작 부분에서는 한 명의 선원밖에 없지만, 게임을 진행하며 물을 제공하고 다양한 선원을 모집할 수 있다.
무기군 외에도 보조 장비를 두 개까지 장착할 수도 있다. 받는 대미지를 줄여주거나, 슈류탄을 던지고, 체력을 회복시켜 주는 수리 장비 등 다양한 보조 장비가 있어 선원에 따라 적절한 보조 장비를 장착해줄 필요가 있다.
스테이지마다 데려갈 수 있는 선원 수에도 차이가 있다. 가령 가장 큰 스테이지에서는 총 네 명의 선원을 데려갈 수 있다.
따라서 스테이지 특성에 따라 적합한 조합과 무기군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가령 '로얄리스트'라는 적이 등장하는 스테이지에선 기름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여기에 폭발물을 적중시키면 화끈한 폭발이 일어난다. 로얄리스트는 물량도 꽤나 많아 폭발물을 가져가지 않으면 고전할 확률이 높다. 스킬을 통해 폭발물을 투척할 수 있는 선원을 선택하는 것도 좋다.
이외로 <스팀월드 하이스트>에는 치장 요소도 있다. 바로 '모자'다. <스팀월드> 세계관 자체가 서부극 느낌을 진하게 풍기는 만큼 등장인물들은 모두 모자를 쓰고 나온다. 이따금 총알이 머리를 스쳐 지나가며 모자를 벗기기도 하는데, 선원이 한 대만 맞아도 죽는 상황에서 아슬아슬하게 총알이 빗나가며 모자만 벗겨질 때는 영문 모를 쾌감이 느껴진다.
전투 BGM도 꽤 긴박감있게 만들어졌다. 등장하는 적 그룹 당 하나의 노래가 할당되어 있는데, 게임 초반부에 등장하는 '스크래퍼'의 전투 BGM이 가장 좋다.
<스팀월드 하이스트>는 탄탄한 기반 위에 만들어진 게임이다. 전투 시스템은 직관적이지만, 꽤나 깊이가 있으며 계속해서 등장하는 스테이지 변수를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시도하는 재미가 있다. 그래픽도 깔끔하며, 사운드트랙도 훌륭하다.
단점이 있다면, 아쉽게도 <스팀월드 하이스트>는 비한글화다. 한글 패치도 없다. 짧은 영어로도 게임 시스템 이해에는 문제가 없지만, 등장인물들이 개성이 확실한 만큼 속어나 사투리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 스토리 이해에는 어려움이 따를 수 있다.
다만 스토리가 중요한 게임은 아니며, 전투의 재미는 확실히 보장하는 만큼 웰메이드 게임을 찾는 사람에게 추천할 만하다. 스위치판 기준 메타크리틱 점수도 91점으로, 유저와 평론가 모두에게 평가가 좋다.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출시되었다는 것도 강점이다. <스팀월드 하이스트>는 PC 외에도 PS4, 닌텐도 스위치, 모바일(iOS)로도 발매됐다. 닌텐도 스위치의 경우엔 <울티메이트 에디션>이라는 이름으로 발매돼, 모든 DLC가 합본되어 있다.
▶ 추천 포인트
1. 발매된지 꽤 시간이 지난 게임이라 할인을 자주 한다.
2. 기본기가 탄탄한 게임. 치명적인 버그나, 불합리한 난이도는 없다.
3. 플레이타임 12 ~ 15시간으로 가성비도 훌륭
4. 닌텐도 스위치나 모바일에서도 즐길 수 있음
▶ 비추 포인트
1. 비한글화
2. 후반부로 갈수록 질리는 전투
3. 흥미롭지는 않은 스토리
▶ 정보
장르: 턴제 전략 액션
개발: 이미지 & 스톤
가격: 15,500원 (스팀 기준)
한국어 지원: X
플랫폼: PC(스팀), PS4/PS Vita, Wii U, 닌텐도 3DS, 닌텐도 스위치, 모바일(iOS)
▶ 한 줄 평
!감나빗 없는 실력 갓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