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우리 아들(8살)은 큰 걱정거리가 있다. 자기가 운전면허를 따서 운전할 나이가 되었을 때 운전할 수 있는 차가 있을까 하는 거다.
처음 이 걱정을 들었을 때 솔직히 무슨 말일까? 하면서도 귀를 기울여 봤다. 알고 봤더니 나름 합당한 걱정이긴 했다. 즉 최근 전기자동차와 자율주행이 매일 언급되다시피 하니 자기가 합법적으로 운전을 할 수 있는 나이인 만 18세가 되는 10년 뒤에 말 그대로 운전할 수 있는 차가 남아 있을까에 대한 걱정이다.
차를 좋아하고, 운전을 좋아(?)하는 그 또래 아이처럼 스마트폰으로 <3D 운전교실> 등의 앱으로 이미 가상의 운전은 다 마스터한 시점. 어쩌면 당연한 걱정거리겠다 싶다. 사실 성인인 나에게 운전은 즐기는 영역보단 피곤한 영역이 더 큰 상황에서 자율 주행을 기다리지만.
어쨌든 이런 걱정을 주고받는 평범한 나날 속에서 <포르자 호라이즌 5>가 등장했다. 이제 Xbox 진영의 레이싱 아이콘이 된 <포르자> 시리즈의 외전 5번째 넘버링을 체험하면서 느낀 점을 정리해봤다. 자율주행 시대가 와도 운전의 재미를 느끼게 해 줄 수 있을까 하는 생각과 함께. /디스이즈게임 정우철
# 레이싱과 드라이빙, 리얼과 아케이드가 공존하는 ‘호라이즌’
<포르자 호라이즌> 시리즈는 <포르자 모터스포츠>의 외전으로 시작한 타이틀이다. 게임명에서 느낀 사람도 있겠지만 ‘호라이즌’ 시리즈는 리얼함만을 추구하는 레이싱 게임이 아니다.
‘모터 스포츠’가 시뮬레이션을 추구한다면, ‘호라이즌’은 오픈월드에서 아케이드 중심의 게임성을 추구하는 같은 IP면서 다른 방향을 추구하는 프랜차이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오픈월드라는 세계에서 넘버링이 더해지면서 점점 완성도를 높여가는 타이틀이 바로 호라이즌이라는 것.
솔직히 이 타이틀을 꾸준히 즐겨오던 입장에서 ‘호라이즌’ 시리즈의 시스템은 3번째 타이틀에서 완성했다고 보는 편이다. 실제로 영국을 배경으로 한 4편과 멕시코를 배경으로 한 이번 5번째 넘버링 타이틀은 시스템 면에서 큰 변화보다 전작들의 불편함을 개선하고 유저들이 요구했던 부분을 추가하는 개념이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완성도에 성숙도를 높여가는 호라이즌의 기본적인 시스템은 리얼하면서도 아케이드성을 가져가는 가볍기보다는 무겁지 않으면서 운전이라는 조작의 재미를 추구하는 모양새다.
시뮬레이터처럼 운전하는 것과 거의 동일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리얼 레이싱의 느낌을 추구할 수도, 액션에 가까운 드라이빙을 추구할 수도 있게 만든다. 이것이 호라이즌 시리즈의 매력이고 <호라이즌 5>에서 더 다듬어졌다.
# 이번엔 멕시코! 오픈월드의 장점 극대화
<호라이즌 5>는 전작과 비교해서 크게 달라지는 점을 찾는 것은 사실 좀 무의미한 일이다. 굳이 따지면 사운드가 더 리얼해지고, 베틀로얄 모드의 참여자가 늘었으며, 멀티 플레이와 소셜 기능이 강화되고 등등을 언급할 수 있겠다.
그런데 이런 요소들은 게임성에 큰 변화를 주는 것이 아닌 앞서 말했듯 편의성과 유저 요구를 반영해 완성도를 높이는 것 말고 체감적으로 완전히 다른 게임을 하는 기분이 들지는 않는다. 그런데 이게 중요하다. 아는 맛에 포인트를 줘서 또 다른 경험을 업그레이드하는 것.
이런 점에서 <호라이즌 5>의 멕시코 맵은 탁월한 선택이라고 볼 수 있다. 스토리상 전작에서는 호라이즌 이벤트가 영국에서 개최되었고 때문에 영국 전체를 맵으로 놓고 달릴 수 있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축제의 장소가 멕시코가 되었다.
단순히 맵의 지형이 달라지는 게 아니다. 호라이즌의 특징 중 하나인 계절에 다른 특징적인 드라이빙 체험에 변주를 주고 있다. 도로만 해도 전작 대비 약 150% 확장한 맵 크기에 시리즈 역사상 가장 긴 도로가 나온다.
전작의 배경인 영국은 4계절이 뚜렷한 나라다. 즉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존재한다. 봄의 오프로드 진흙길, 여름의 폭우, 가을의 낙엽, 겨울의 눈길 등에 따른 독특함 운전의 재미를 부여했다. 그런데 멕시코는 어떤가.
멕시코도 일단 계절은 있지만 봄, 여름, 가을, 겨울이라는 4 계절 사이클은 아니다. 비가 오는 달과 폭풍(허리케인)이 부는 달로 크게 구분할 수 있고, 맑은 날과 흐린 날, 따뜻한 날과 살짝 추운 날 정도다. 이런 계절의 변화는 호라이즌 시리즈의 특징답게 게임에서도 명확히 체험할 수 있다.
단 멕시코는 계절의 변화보다는 기후의 변화로써 계절의 특징을 선보인다. 즉 지형적인 특징으로 대체한 느낌이 강하다. 산악지대, 숲, 해변, 그리고 도시와 사막, 농장 등의 지역으로 다양한 환경을 구성하고 있다.
# 하고 싶은건 뭐든지 할 수 있다 - ‘차로 할 수 있는 거라면’
<호라이즌 5>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사용자가 이벤트를 직접 편집해서 즐길 수 있다는 부분이다. 기존 트랙이나 도로를 이용해 원하는 방식의 원하는 룰로 상상하는 거의 모든 것을 만들어 낸다.
이는 이벤트를 만들어내는 유저의 개성이 그대로 반영된다. 예를 들어 기존 도로에서 단순히 가장 빠르게 기록을 측정하는 것뿐 아니라 니어미스를 몇 번 이상 해서 통과해야 한다거나 운전 스킬을 최대한 이용해서 기준 득점 이상으로 통과해야 하는 등의 다양성을 만들어 낸다.
이렇게 만들어진 유저 이벤트는 체험한 사람들이 평가를 하고 즐길 수 있다. 개발사가 준비한 것 외에 거의 무한대의 새로운 체험을 스스로 만들고 평가한다는 점에서 레이싱 게임의 모드화를 추구한다고 해야 할까.
게다가 단순히 로드 레이싱 외에도 트랙, 오프로드, 드래그 레이싱 등 레이싱에서 할 수 있는 모든 종류의 룰을 경험하게 된다. 이 모든 것은 온라인 및 소셜 기능을 통해 하나의 서버에서 즐기게 된다. 어떻게 본다면 레이싱 게임의 MMO를 제대로 구현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
여기서 사용자의 명성이 계속 올라가면 여러 혜택을 받는다는 점도 거의 RPG에 가까운 게임성을 경험할 수 있다. 그리고 이 모든 이벤트는 강제가 아니다. 레이싱도, 경쟁도 싫다면 공공도로에서 자기만의 유유자적한 드라이브를 즐기며 멕시코 전역을 돌아다니는 것도 매력적이다.
# 나만의 레이싱 게임이 아닌 우리의 드라이빙 게임
혹자는 호라이즌 시리즈가 너무 아케이드 성이 강해서 레이싱의 재미가 반감된다 말하기도 한다. 실제로 <호라이즌 5>는 연료가 바닥날 걱정도, 사고가 나도 수리할 필요도 없다. 핸들링을 위시한 운전 자체도 난이도 조절에 따라서 (엑셀과 브레이크 조작만 해주면 되는)거의 반 자율주행이 가능하다. 다만 이 모든 것은 옵션으로 조절할 수 있다.
일단 자동차 역학을 개선해 엔진, 서스펜션, 브레이크, 구동방식, 타이어 종류, 흡기와 배기 시스템 등을 모두 손볼 수 있다. 타이어의 각도, 차체의 무게와 높낮이, 휠 얼라이먼트 등을 조절해 자기만의 차량으로 튜닝도 할 수 있다.
이렇게 튜닝된 차량은 정말로 조작 감각이 달라진다. 타이어의 접지와 코너 회복력, 구동 바퀴에 따른 회전 복원력과 지면과 차의 반응은 오프로드, 포장도로, 트랙 등에서 더욱 실감나는 드라이빙을 보여준다. 만약 엔진을 튜닝하고 부품을 변경했다면, 엔진 소리도 달라진다.
튜닝은 하고 싶은 부분을 모두 다 만져볼 수 있다. 복잡한게 싫다면 자동 튜닝도 가능하고.
즉 쉽게 한다면 아주 쉽게, 리얼함을 원한다면 정말로 리얼한 수준까지 유저의 수준에 맞춘 조작이나 플레이가 가능하다. 비유하자면 치트 코드를 먹인 수준의 플레이도 원한다면 할 수 있고, 자신의 운전실력을 믿고 자기가 원하는 대로 컨트롤하고 싶다면 이 또한 가능하다.
덕분에 8살 아이도 <호라이즌 5>를 즐겁게 플레이할 수 있게 되었고, 피냐타 터트리기, 볼링, 스턴트 등의 아케이드 한 플레이 감각으로 아빠의 패드를 빼앗아가는 상황까지 되었다. 게다가 미니카 모으기로 잔뜩 모았던 자기가 좋아하는 자동차가 거의 모두 게임에 구현되어 있다. 그리고 이를 직접 몰아볼 수 있다는 것까지 아이에게는 자동차 천국이나 다름없다.
아빠인 내가 플레이할 때는 최대한 리얼한 세팅으로 맞춘다. 수동 기어 모드로 속도계를 보는 게 아닌, 엔진 RPM 소리를 들어가며 기어 조작을 하면서 차마 금전의 이유로 살 수 없었던 포르셰나 람보르기니 등을 몰아보는 방향으로 대리 만족을 하고 있다. 8살 아들과 46살 아빠 모두 게임을 즐겁게 할 수 있다는 건 게임 본연의 재미가 있다는 말이다.
전문 리뷰를 할까 하다가 패드를 아들에게 빼앗기는 바람에 게임잡상이 되어버린 이 비운의 업무. 그래서 <호라이즌 5>를 평가하자면 한마디로 정의 할 수 있다. 최소한 레이싱게임에 한해서는 나에게도, 아들에게도 ‘갓 게임’의 반열에 올라갔다고…
복잡한 말이나 미사여구 등으로 설명할 필요가 없다. Xbox 시리즈 X,, 또는 최소한 사양에 맞는 PC가 있다면 그래픽과 사운드는 굳이 따질 필요가 없다. 플레이 감각이나 드라이빙의 경험, 레이싱의 체험은 너무나 만족스럽다. 단 한글 자막으로 나오는 대사가 운전하는데 방해가 된다.
운전하는데 마치 SNS나 문자 메시지를 보면 얼마나 위험한지 게임에서 체험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 외에는 불만이 없다.
레이싱 게임을 좋아한다면, Nos vemos en México.
현실에서는 평생 가져볼 수 없는 '람보르기니 베네노'로 오프로드 드리프트를 하는 꿈을 이룬 아빠의 플레이.
일단 갈 수 있는 곳이면 다 가보고 싶은 8살 아들의 드라이빙.
(되돌리기 기능으로 조작 실수가 있어도 원하는 시점으로 되돌릴 수 있다)
PS. 아들에게 이 게임 뭐가 좋은거 같아라고 물어봣을 때 나온 답이 재밌다.
"자동차마다 엔진 소리가 다 달라!"
PS2. 아내에게 스티어링 컨트롤러 하나 사면 안 될까 물었다가 혼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