툭하면 세계전쟁을 일으키는 위험한 아저씨 ‘톰 클랜시’의 새로운 역작, 고스트리콘 시리즈의 세 번째 작품인 <고스트리콘 어드밴스드 워파이터(이하 고스트리콘 3)>가 드디어 유저들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전작인 <고스트리콘 2>는 ‘폐허가 된 북한’이란 파격적인 무대와 러시아가 북한에 장거리 미사일을 지원해주고 그것을 깨닫게 된 미국이 또 다시 세계평화를 위해 몸소 납신다는 지나치게 헐리우드스러운 스토리로 인해 갖은 혹평을 받은 것이 사실이다. 게다가 국내에는 수입조차 되지 않은 까닭에, <고스트리콘>의 후속편만을 기다리던 수많은 유저들에게 아쉬움을 안겨주기도 했다.
다행히도 이번 <고스트리콘 3>는 그 대상이 ‘멕시코의 불법집단’ 정도로 순화(?)됐고 스토리라
인 역시 큰 무리가 없게 구성돼있으니 안심해도 좋다.
보다 새로운 무기, 그리고 새로운 스토리로 돌아온 <고스트리콘> 시리즈의 신작! 그 이름만으로 긴장할 수 있는 어드밴스드 워파이터의 세계로 당신을 초대한다!
진보된 전사! 진보된 전투!
-이번에는 IWS다!
<고스트리콘> 시리즈의 변함없는 한 가지 사실은 바로 ‘언제나 새로운 무기를 실험하고 싶어 환장한’ 고스트팀이 주인공이라는 것이다. 이번 작품 역시 그러한 고스트팀의 요구(?)에 부합, 기존의 시리즈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새로운 시스템인 IWS를 통해 보다 발전된 전투의 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고스트리콘 3>의 핵심시스템이기도 한 IWS는 ‘Integrated Warfighter System’의 약자로서 간단히 말해 ‘무기와 커뮤니케이션, 방어 등을 총괄하는 차세대 전투시스템’으로서 게임 내에서는 가까운 적과 아군의 위치를 표시해주고, 실시간으로 지령을 받을 수 있는 일종의 인터페이스의 역할을 맡고 있다.
때문에 <고스트리콘 3>에서는 이러한 IWS시스템을 이용해 장애물의 뒷편에 매복해있는 적을 피해가거나, 작전 중 목표지점의 동태를 파악하는 등 기존의 시리즈에서는 불가능했던 보다 '과학적인' 플레이가 가능하다.
물론 IWS를 제외한 무기 역시 현재 개발 중인, 혹은 실전 배치를 대기하고 있는 최신예 장비들로 꽉꽉 채워져있으니 걱정하지 말자.
-최신예 무기 VS 인공지능?
아군의 무기가 비약적으로 발전했다고해서 <고스트리콘 3>이 단순히 '첨단장비를 이용한 양민 학살게임'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금물이다. IWS를 위시한 아군 측의 장비가 월등히 좋아진 것은 사실이나, NPC의 인공지능 역시 그에 못지않게 발달했기 때문이다.
엄폐물을 이용한 플레이는 물론,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 들어오는 저격까지 몇 번 당하고 나면 인공지능 앞에 무너지는 첨단 무기의 덧없음을 새삼 깨닫게 될 정도다.
게다가 노말 이상의 난이도를 선택할 경우에는 지나가던 적군이 아군이 낸 '미세한 소리'에 반응해서 주변의 동료를 모두 데리고 순찰을 나오는 '소름끼치는 상황'도 어렵지 않게 경험할 수 있으니, 단 1초의 방심도 허용되지 않는 긴장감 넘치는 세계인 셈이다.
-해답은 동료에 있다!
그러나 이런 막막한 적의 인공지능 앞에서도 솟아날 구멍은 있는 법. 그것은 바로 <고스트리콘 3>에 들어오면서 더욱 강화된 팀플레이이다.
단순히 동료에게 몇 가지 행동을 제시하거나 직접 동료를 조작해야만 했던 전작과 달리, <고스트리콘 3>에서는 전체맵을 통해 각각의 이동 경로와 행동 등을 일일히 정해줄 수 있다. 게다가 만약 잘못된 판단을 내렸을 경우 아군 스스로가 어느 정도의 범위 내에서 적당히 명령을 수정, 실행하기 때문에 이러한 시스템을 처음 접하는 유저라도 별다른 문제없이 적응이 가능하다.
단, 적군과 동료 NPC의 사격실력이 좋고, 매복이 많아 게임오버를 당하기 쉬운 탓에 정작 플레이어가 하는 일의 대부분이 '숨어서 분대에 명령내리기'정도에 그친다는 것이 아쉽다. 자신의 분대와 적군의 전투를 보는 것만으로도 즐겁다면야 괜찮겠지만 '직접 적진 한 가운에 뛰어들어서 샘아저씨처럼 날뛰고 싶은 유저들'에게는 뛰어난 인공지능이 도리어 장애물이 되는 셈이다.
진화한 것은 전사만이 아니다!
'보기도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고 했던가? <고스트리콘 3>의 그래픽은 단순히 '보기 좋은 떡'을 넘어서 '너무 예뻐서 먹기조차 아까운 음식'의 수준에 도달한 느낌이다.
그리고 단순히 화려한 그래픽을 만드는데만 그치지 않고, 밟으면 소리를 내는 깡통이라든지, 삐걱거리는 소리를 내며 밀려나는 판자더미 등 '보다 사실적인 묘사'에도 매우 충실하다. 게다가 앞서 말했듯이 이러한 배경의 일부가 전투를 하는데 응용되기까지 하니 '현실감'이라는 부분에서는 만점을 줘도 모자랄 판이다.
실제로 최고퀄리티로 게임을 진행할 경우 '아무곳이나 찍어도 영화의 한장면'이란 말이 들려올 정도라고 하니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있으랴.
말로 표현하는 것 자체가 무리다.
그러나 PC게임에 있어서 그래픽이란 본디 양날의 검과 같은 존재다. <고스트리콘 3> 역시 여기서 자유롭지 못해서 FPS 최고의 그래픽과 사실성을 느낄 수 있는 반면 그 '요구사양을 보다보면 어느새 자신의 PC를 원망하게 되는 '안타까운 경험'을 할 수 있다.
또한 최적화마저 제대로 안돼있는 탓에, 필자 역시 펜티엄 3.0Ghz, 1G RAM, GeForce 6600GT라는 그리 나쁘지 않은 사양으로 돌렸음에도 불구하고 800x600의 해상도에 대부분의 옵션을 끄고 나서야 '기본적인 플레이'가 가능할 정도였다.
아무리 뛰어난 퀄리티의 그래픽을 위해서라고는 하지만 좀 더 낮은 사양의 유저를 고려한 개발사의 배려가 부족해 아쉬움을 준다.
필자의 한 지인은 'Xbox360의 판매량을 조금이라도 올려보기 위한 고도의 술책'이라고까지 평가했을 정도.
최고의 전투, 최고의 FPS!
사실성, 그리고 대중성이라는 것은 FPS게임계에 있어서 영원히 양립할 수 없는 하나의 골칫거리였다. 사실성을 높이자니 게임이 복잡해지고, 그렇다고 대중적인 게임을 만들자니 지나치게 비현실적인 게임이 탄생해 버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고스트리콘 3>는 이처럼 결코 양립할 수 없을 것 같았던 두 마리의 토끼를 모두 잡는데 성공했다. 극도의 묘사를 통해 사실적인 배경의 게임을 만드는 한편, IWS라는 새로운 시스템을 이용, 초보자도 게임에 쉽게 적응할 수 있는 대중성을 부여한 것이다.
그리고 이는 근미래라는 <고스트리콘>의 독특한 시대설정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물론 저사양의 유저를 완전히 배척하는 '대책없는 옵션'과 인공지능이 너무 높다보니 생기는 '자기네들끼리 알아서 다하는 전투'라는 단점도 있다. 하지만 그러한 단점을 모두 감수하고 즐길만한 가치가 있을 정도로 <고스트리콘 3>의 완성도는 높다.
무대는 모두 갖춰졌다. 시리즈 최고의 모습으로 돌아온 게임이 있고 그것을 즐길 수 있는 환경도 마련됐다. 이제 남은 것은 게임을 즐기는 것 뿐이다.
'FPS게임 매니아라면 있는 돈 없는 돈 다 털어서라도 구입해야 할 명작'. 리뷰를 위해 <고스트리콘 3>를 즐기는 내내 필자의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던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