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넓고 게임은 많습니다.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 15년 역사의 게임 전문지 디스이즈게임에서
어떤 게임이 맛있는지, 맛없는지 대신 찍어먹어드립니다. 밥먹고 게임만 하는 TIG 기자들이 짧고 굵고 쉽게 여러분께 전해드립니다. TIG 퍼스트룩!
타워디펜스, 핵 앤 슬래시 ARPG, 건설, 생존, RTS… 모두 중독성 면에서 내로라하는 장르들이죠. 이 모두를 하나로 섞으면 어떤 물건이 나올까요? 도저히 실패할 수 없는 조합 같아 보이지만, 사실 성공은 확신할 수 없습니다. 최고급 재료만 골라 넣어도 못 먹을 음식은 얼마든지 나올 수 있으니까요. 게임계에서는 유난히 그런 특급 실패 사례가 많은 편입니다.
10월 14일 출시한 <리프트브레이커>는 이런 ‘이론상 꿀조합’을 실제로 시도한 인디 게임입니다. 다행히 요리사의 실력은 뛰어났던 모양입니다. 게임은 스팀 기준으로 ‘모든 평가’ 및 ‘최근 평가’ 모두 ‘매우 긍정적’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궁금한 마음에 디스이즈게임도 직접 게임에 손을 대봤습니다. 덕분에 오늘은 꽤 졸린 상태로 근무하게 됐습니다. 아침이 밝도록 손을 떼기 힘들었던 이유를 하나씩 알아보겠습니다.
주인공 애슐리는 과학자입니다. 군(혹은 관으로 추정되는) 조직의 지원을 받아 황폐해진 지구를 대체할 머나먼 행성 갈라테아 37을 탐사하고 연구하는 임무를 맡고 있습니다. 연구 자료를 가지고 지구로 생환하는 것이 최종 목표입니다. 그러려면 현지 조달한 자원, 그리고 단방향 통신으로 전송받는 지구의 기술 데이터 등을 총동원해 살아남아야 합니다.
짧은 전투 훈련을 받았지만 결국 과학자인 애슐리가 위험한 생물로 가득한 외계 행성 탐사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건 강력한 메카수트 덕분입니다. 메카수트에는 사람처럼 생각하고 말하는 강인공지능(AI)도 탑재되어 있습니다. 이 AI에게 ‘미스터 릭스’라는 이름을 붙인 애슐리는 그와 대화를 나누며 역경을 헤쳐나갑니다.
전혀 기대하지 않았지만, 둘의 대화는 나름 듣는 재미가 있습니다. 애슐리는 행성의 자원 수탈이나 잠재적 위협 제거보다는 생태 연구나 학습에 더 관심이 많은 강직한 과학자의 역할을, 미스터 릭스는 인공지능답게 효율과 안전을 우선시하는 실용주의자의 역할을 맡아 일종의 ‘버디물’ 구도를 만듭니다.
지구에서 훈련하던 시절부터 호흡을 맞춰온 둘은 직장동료 같습니다. 일상적, 업무적 주제를 두고 티격태격하며 각자의 성격을 드러냅니다. 다만 인물 설정이나 대사가 클리셰 범벅이고, 캐릭터성이 딱히 스토리에 직결되는 것도 아니며, 가끔은 성격과 행동이 충돌합니다. 플레이의 지루함을 덜어주고 몰입감을 더해주는 보조적 장치로 보는 게 좋습니다. 하지만 그 정도면 충분합니다. 게임의 핵심은 이쪽이 아니니까요.
초반부만 살짝 넘겨도 당장 ‘할 일이 많다’는 느낌이 들고, 이후로 콘텐츠는 멈추지 않고 계속 추가됩니다. 그러나 러닝 커브를 웃돌거나 하지 않아 자연스럽게 익숙해질 수 있습니다. (보통 난이도 기준)
<리프트브레이커> 제작진은 <토탈 어나이얼레이션>과 그 정신적 후속작인 <슈프림 커맨더> 등 고전 RTS에서 많은 영감을 얻었다고 직접 밝혔습니다. 실제로 게임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설 콘텐츠에서 <토탈 어나이얼레이션> 시리즈의 여러 특징적 요소가 보입니다. 영향을 받은 시스템을 나열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먼저, 기지 운영에 필요한 자원은 크게 ‘광물’과 ‘에너지’로 나뉩니다. 채광 및 발전시설을 충분히 지어서 두 자원의 총생산량이 총사용량을 감당할 수 있게끔 관리하는 것이 운영의 핵심입니다. 자원 저장소를 많이 만들어 비축량을 늘리면 비상시에 도움이 됩니다.
풍력, 지열, 태양광, 원자력 등 다양한 에너지 원천에 맞는 발전 시설이 각각 마련돼있습니다. 발전효율이나 장단점이 서로 다르므로, 상황 변화에 대비해 골고루 설치할 필요가 있습니다. 다양한 기후 및 자연재해가 존재하기 때문에 일부 유형의 시설에만 의지했다가는 낭패를 당하기 쉽습니다. 예를 들어 비가 올 때는 태양광 발전의 효율이 급감하는 식입니다.
외계생물들의 파상공격이 기지 구축에 복잡성을 더합니다. 간헐적으로 닥쳐오는 웨이브를 막으려면 포탑과 울타리를 지어 ‘디펜스’에도 끊임없이 신경을 써야 합니다. 그런데 포탑은 작동 시 에너지 사용이 증가하는 것은 물론, 탄약까지 필요로 합니다. 두 가지를 제대로 공급 못 하면 적이 몰려왔을 때 포탑이 ‘꺼지는’ 난감한 상황을 맞이하게 됩니다. 기본 건물인 ‘본부’가 파괴되면 게임 오버입니다.
이런 기지 확장 및 방어의 몰입감이 <리프트브레이커>의 중독성을 만들어내는 핵심 요소입니다. ‘건축’ 시스템이라고 축약했으나 사실 생존, 타워디펜스, RPG 요소가 모두 복합된 ‘올 인 원’ 콘텐츠로 볼 수 있습니다.
무기는 피해 속성과 작동방식에서 각자 차이가 있습니다. 무기를 총 6종이나 휴대한다는 사실에서 짐작 가능하듯, 적 종류도 그만큼 다양합니다. 적들은 무리의 크기나 공격 패턴, 피해저항 등이 달라서, 각자 공략하는 재미를 줍니다.
여기에 대미지, 방어력, 생산 속도 등 스탯을 올려주는 업그레이드 아이템, 유용하고 강력한 여러 소모성 아이템 등을 조합하면서, 메카수트를 나만의 방식으로 ‘육성’하는 보람도 충분히 느낄 수 있습니다.
메카수트 강화는 소홀히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기지로부터 먼 장소를 직접 탐사해야 하는 임무가 자주 주어지기 때문입니다. 기지 방어에서도 시설물에 돌아가는 피해를 최대한 줄이고 더 빨리 웨이브를 처리하기 위해 직접 싸울 때가 많습니다. 종종 등장하는 ‘보스몹’ 처치에도 메카가 나서는 편이 훨씬 유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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