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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리뷰

이것은 공부인가 배틀로얄인가! 영어단어 배틀로얄 '배블 로얄'

[체험기] 스팀 출시 배틀로얄 게임 '배블 로얄'

에 유통된 기사입니다.
이형철(텐더) 2021-12-30 15:50:13

최후의 한 명만 살아남는 배틀로얄은 수많은 형태의 게임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장르의 출발점이었던 FPS와 TPS는 물론이고 매치3, <테트리스>와 같은 퍼즐에서도 지속적으로 배틀로얄이 활용될 정도니까요. 심지어 얼마 전엔 <팩맨>을 기반으로 한 배틀로얄이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그야말로 '대 배틀로얄 시대'가 열린 셈이죠.


최근 기자의 눈을 사로잡은 또 다른 '배틀로얄' 게임이 있습니다. 바로 가로세로 퍼즐을 활용한 <배블 로얄>인데요, 지난 16일 얼리 억세스를 시작한 <배블 로얄>은 별다른 홍보를 하지 않은 조그마한 인디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트위치에서 8만 명의 시청자를 끌어모으는 등 조금씩 입소문을 타고 있습니다. 영어 단어로 펼쳐지는 새로운 배틀로얄, <배블 로얄>을 직접 '찍먹'해봤습니다. / 디스이즈게임 이형철 기자

  

(출처: 배블로얄)

 

 

# '영어단어를 완성'하는 단순한 규칙 위에 배틀로얄을 끼얹다

 

<배블 로얄>은 철저히 '단어'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는데요, 룰은 간단합니다. 주어진 알파벳을 통해 하나의 영어단어를 완성하고 경쟁에서 생존하는 거죠. 껍데기는 수년 전 유행했던 <배틀가로세로>와 거의 유사하다고 보시면 될 듯합니다.

 

다만, <배블 로얄>은 배틀로얄 요소를 적극 도입함으로써 게임에 색깔을 더했습니다. '낙하'를 통한 시작 지점 선정이나 여기저기 흩뿌려져 있는 아이템은 물론, 테두리부터 조금씩 좁혀지는 자기장 등 배틀로얄을 상징하는 요소들이 그대로 담겨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배블 로얄> 역시 다른 배틀로얄 게임과 마찬가지로 시작 지점을 선점하는 게 매우 중요합니다. 리스크를 감수하고 아이템이 많은 지역을 택할 수도 있지만, 경쟁자를 피해 사이드에서 게임을 시작할 수도 있으니까요. 물론, 사이드를 택할 경우 그만큼 자기장을 빨리 만날 수밖에 없다는 걸 염두에 둬야겠지만 말이죠. 덕분에 <배블 로얄>은 상당한 난이도를 자랑합니다.

   

왠지 '밀베'를 외쳐야 할 것 같은 그림

 

게다가 <배블 로얄>은 단어 완성에 있어 어떠한 힌트도 제공하지 않습니다. 특정 단어의 사전적 의미를 제시함으로써 단어를 완성할 수 있도록 유도했던 <배틀가로세로>와 사뭇 다른 방식이죠. 따라서 유저들은 오로지 자신의 힘으로 단어를 만들어야 합니다. 

 

액티브 존 역시 게임을 까다롭게 만드는 요소입니다. <배틀가로세로>를 포함한 대부분의 가로세로 퍼즐이 별다른 제약 없이 자유롭게 단어를 만들 수 있는 반면, <배블 로얄>에서는 자신이 마지막으로 만든 단어에만 알파벳을 붙일 수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액티브 존'입니다. 

 

예를 들어 NUT를 세로로 만든 뒤 T를 가운데 둔 상태로 RUTIN을 완성했다고 가정해봅시다. 

 

이 경우 NUT 쪽에서 새로운 단어를 연결하는 건 불가능합니다. 이미 액티브 존이 RUTIN 쪽으로 잡혔기 때문이죠. 따라서 <배블 로얄>을 플레이할 땐 최대한 모음이 많이 들어가는 긴 단어를 만드는 등 다음 플레이까지 생각하며 플레이를 진행해야 합니다. 각자 다른 맵에서 게임을 진행했던 <배틀가로세로>와 달리 14~15명의 참가자가 하나의 전장을 공유한다는 점도 포인트입니다. 상대 '액티브 존'에 단어를 갖다 붙이면 킬을 올릴 수 있으니까요.

 

겉보기엔 흔한 가로세로처럼 보이지만

  

액티브 존의 존재로 인해 난이도가 급격히 올라간다

 

<배블 로얄>을 플레이할 때는 쉼 없이 머리를 굴려야 합니다. 단순히 단어만 완성하면 되는 게 아니라 상대 타일을 수시로 확인해가며 킬을 노려야하죠. 앞서 언급한 액티브 존으로 인해 짧은 단어만 만들며 버티는 플레이가 불가능하다는 점도 게임의 난이도를 올립니다.

 

게다가 <배블 로얄>에서는 폭탄이나 알파벳 섞기, 자음/모음 추가 등 아이템을 구매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즉, 상대 타일과 근접했을 때 순간적으로 추가 알파벳을 구매해 킬을 올리는 플레이를 할 수 있는 거죠. 반대로 상대가 붙으려 할 때 빠르게 도망가는 것도 가능하고요. '영어단어를 완성한다'라는 단순한 메커니즘 위에 배틀로얄을 스마트하게 끼얹은 셈입니다.

 

생존 시간이 길어지면 별도의 보너스 골드가 주어진다

 

좌측 하단의 상점을 통해 여러 아이템을 구매할 수 있다

 

 

# 배틀로얄의 새로운 가능성 제시한 '배블 로얄'

 

이제 게임의 아쉬운 점에 대한 이야기도 해봅시다. 

 

먼저 <배블 로얄>에는 별도의 튜토리얼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아주 간단한 '연습' 모드가 있긴 하지만, 그저 랜덤하게 타일이 등장하는 것일 뿐 큰 의미가 없죠. 그나마 연습 모드에서 확인할 수 있는 '짧은 팁'이 플레이를 도와주긴 하지만, 여전히 부족하게 느껴집니다. 

 

게다가 <배블 로얄>의 모든 게임은 '랭크전'으로 진행됩니다. 덕분에 유저들은 규칙도 모른 채 자신의 MMR을 깎아가며 게임을 배울 수밖에 없죠. 난이도가 상당하다는 걸 감안하면 굉장히 아쉬운 부분입니다.

  

신규 유저 입장에서는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는 연습모드 

 

게임에서 활용되는 영어단어의 '기준'도 상당히 모호합니다. 사전에 등장하는 단어만 쓸 수 있는 게 아니라 예외적으로 허용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죠. 인터넷 유행어나 밈, 줄임말 등 속칭 '슬랭'(Slang)이라 불리는 단어 중에도 활용 가능한 케이스가 종종 등장합니다. 

 

예를 들어 LEE는 정식 단어로 인정되지만, 몇몇 성씨는 인정되지 않는가 하면 YOLO, LOL, YEE 등 애매해보이는 단어들은 게임에서 허용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게임을 플레이하다 보면 마구잡이로 단어를 때려 넣는 상황이 자주 펼쳐집니다. "이게 왜 안돼?"라는 말을 자주 외칠 수밖에 없는 거죠. 이 외에 PVP를 앞세웠음에도 대전 기록이나 플레이 데이터를 제대로 제공하지 않는가 하면, 단일맵에서만 게임이 진행된다는 점도 못내 아쉽게 느껴졌습니다.

 

기자는 이 게임을 통해 처음으로 LI라는 단어를 알게 됐다

  

나쁘지 않은 비주얼이지만, 조금 더 다양했다면 어땠을까

 

그럼에도 <배블 로얄>은 썩 나쁘지 않은 게임입니다. 누군가 기자에게 "이 게임 어때?"라고 물어보면 "한 번쯤 꼭 플레이해봐"라고 답하고 싶을 정도였으니까요. <배블 로얄>이 '영어단어를 맞춘다'라는 심플한 규칙 위에 배틀로얄이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요소를 끼얹은 만큼,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가진 게임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기 때문입니다.

 

<배틀그라운드>를 기점으로 대세 장르로 떠오른 배틀로얄은 점점 '한계'가 없는 장르로 거듭나고 있습니다. <폴가이즈>는 파티 게임에 배틀로얄을 섞음으로써 전 세계를 강타했고, <테트리스 99> 역시 기존 규칙에 다양한 요소를 더해 많은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배블 로얄> 역시 이러한 '새로운 시도'의 일환이라고 볼 수 있죠. 과연 <배블 로얄>이 향후 또 하나의 주류 게임으로 성장할 수 있을지, 그리고 배틀로얄의 한계는 과연 어디까지일지 관심을 갖고 지켜보도록 하겠습니다.

  

(출처: 배블 로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