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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리뷰

공개까지 3년 걸린 게임, 스팀 '압도적으로 긍정적' 평가 이유는?

[체험기] 보이드 인터렉티브의 레디 오어 낫

에 유통된 기사입니다.
김승주(4랑해요) 2022-01-07 15:04:26
고증과 현실성을 추구하는 택티컬 FPS는 꽤나 마이너한 장르입니다. 현실성 추구라는 목표답게 플레이어의 움직임은 매우 느리며, 총알 한 발이라도 스치면 치명상입니다. 일반적인 FPS가 추구하는 시원하게 쏘고, 달리는(런 앤 건) 감각과는 매우 다르죠.

그렇기에 마니아층을 위주로 시장이 형성됐으며, 신작도 잘 출시되지 않는 편입니다. 이 분야의 마스터피스라면 <스왓 4>를 이야기할 수 있는데요. 플레이어가 SWAT 팀의 리더가 되어 범죄자를 제압하고, 인질을 구출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고증과 현실성을 추구한 게임인 만큼 <스왓 4>는 타 FPS와는 차별화되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습니다. 열심히 움직이면서 테러범을 쏘아 죽이는 것이 아니라, 최대한 비살상 체포를 원칙으로 해야 합니다. 모든 가능성을 신경 쓰며 방과 방 사이를 이동해야 하고, 방심한 순간 용의자가 쏜 '눈먼 총알 한 방'에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갈 수도 있습니다. 용의자를 제압하면 케이블 타이로 포박하고, 총을 증거로 챙기는 등 수사에도 신경 써야 하죠.

오늘 소개할 <레디 오어 낫>은 <스왓 4>의 정신적 후속작을 자처한 게임입니다. 그렇기에 기본적인 시스템은 <스왓 4>와 같다고 설명해도 무리가 없을 수준입니다. <레디 오어 낫>은 2017년 첫 공개된 게임인데요. 오랜 기간 비공개 테스트만을 진행하다, 2021년 12월 18일 스팀 얼리 액세스 출시를 통해 일반 게이머도 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1월 7일 기준 <레디 오어 낫>은 21,000여 개의 유저 평가를 통해 스팀 '매우 긍정적' 등급을 유지 중입니다. 마이너한 택티컬 FPS 장르를 표방한 데다가, 아직 알파 단계의 게임이 이토록 긍정적인 평가를 받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디스이즈게임 김승주 기자



# 기본에 충실한 택티컬 FPS


​<레디 오어 낫>은 가상의 도시 '로스 수에뇨스'에서 벌어지는 범죄를 진압하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아직 명확한 서사를 가진 싱글 플레이는 추가되지 않았기에 추측에 가깝지만, 첫 공개 트레일러를 보면 꽤나 무거운 이야기를 담고 있음을 추측할 수 있죠. 

현재 버전에서는 6개의 공식 맵과, 아직 텍스쳐 작업이 완료되지 않은 2개의 테스트 맵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난이도는 총 5가지로 나뉘며, 보통 난이도는 용의자의 수도 적고 저항이 강하지 않지만, 난이도가 올라갈수록 용의자의 수가 늘어나며 저항도 더욱 강해집니다.

 

특히 최고 난이도인 '인질 구출'에서는 용의자가 플레이어의 진압을 인지하는 즉시 인질을 사살하기 때문에, 용의자가 스왓 팀을 발견하기도 전에 제압하며 게임을 진행해야 하죠.

 

5개의 난이도

 

게임 플레이 방식은 많은 영상 매체에서 볼 수 있었던 '특수부대'의 모습을 생각하면 이해가 쉽습니다. 'C4'나 '브리칭 샷건'등을 이용해 일반 시민과 용의자가 뒤섞여 있는 방에 진입하고, 용의자를 제압한 후 시민을 구출해야 합니다. 필요하다면 용의자를 사살해도 되지만, 가능한 한 비살상이 원칙입니다.

택티컬 FPS인 만큼 플레이어의 움직임은 매우 느리며, 제한적입니다. 총기 대미지도 강력해 가장 방탄 성능이 좋은 헤비 아머를 장착해도 총알 한 두방에 치명상을 입을 수 있죠. 적들의 사격 실력도 매우 높아, 자칫하다간 얼굴을 보기도 전에 총을 맞고 사망할 수 있습니다.​

 

사주 경계는 필수

 

그렇기에 사주경계가 필수적입니다. 맵 구석의 확인하지 않은 장소에서 용의자가 갑작스레 나와 사격할 수도 있으니까요. 아무도 없어 보이는 방구석에도 숨어있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방심하다간 "테러범이 여기서 왜 나와?"를 외치며 사망할 수도 있습니다.

용의자의 위치를 확인했다면 '플래시뱅'이나 'CS 수류탄'과 같은 특수 장비를 적절히 이용해 제압해야 합니다. '안티 플래시 고글'이나 '방독면'을 장착해 플레이어는 이런 장비의 영향을 받지 않고 안전하게 진입할 수도 있죠. 외에도 '도어 웨지'라는 아이템을 사용해 문을 막을 수도 있는데, 진압 소리를 듣고 놀란 용의자가 후방으로 도망가는 것을 방지해 주기에 매우 유용합니다.

 

미러 건을 사용해 문틈으로 방 내부 구조를 살피고

 

C4를 사용하거나

문 틈새로 섬광탄이나 최루탄을 집어넣고 진입하면 됩니다

 

여기에 긴장감을 부여하는 요소는 용의자와 민간인의 AI입니다. 보통 난이도의 경우 용의자는 섬광탄 한 번만 맞아도 손을 들고 항복하지만, 난이도가 올라갈수록 그렇지 않은 경우가 생겨납니다. 심지어 옆 방에서 제압하는 소리를 듣고 용의자가 위치를 바꾸어, 이미 확인했던 장소에 숨어 있다가 갑작스레 공격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더욱이, 테러범과 비슷한 인상착의를 한 시민도 있으며, 시민처럼 행동하며 항복하는 척하다가 총을 뽑아 들고 사격하는 용의자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엔 골치가 아파지죠. 1초도 되지 않는 시간 내에 앞에 있는 사람이 사격하려는 용의자인지, 시민인지 판단하고 사격 유무를 정해야 하는 경우도 발생합니다.

물론, 계속된 리트라이를 통해 맵 구조를 익히고, 어디에 시민과 용의자가 스폰되는지 외워 상황을 예측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용의자와 시민의 위치는 항상 바뀝니다. 지난 게임에서는 아무도 없었던 방에 용의자가 있을 수 있고, 보통 비어 있는 맵 구석의 좁은 방에 용의자와 시민이 섞여 있을 수도 있죠.

즉, 이러한 변수 속에서 어떻게 대처하느냐가 <레디 오어 낫>의 핵심입니다. 아무리 계획을 잘 짜더라도 어딘가 놓친 곳에서 반드시 변수가 나오고, 분대원 간의 기민한 협동을 통해 변수 속에서 최선의 결과를 이끌어내야 합니다. 제목에서도 유추할 수 있듯이 플레이어가 준비됐건, 준비되지 않았건 선택의 순간은 계속해서 찾아옵니다.

 

이렇게 사선에 민간인과 용의자가 겹치면, 찰나의 순간에도 수많은 생각이 듭니다

 

바로 이런 시스템이 <레디 오어 낫>이 유저들에게 많은 호평을 받았던 가장 큰 이유입니다. 최근 들어 하이퍼 FPS 장르가 급부상하고, 수익을 위해 많은 치장 아이템이 쏟아지면서 '비현실적 묘사 없이' 제대로 된 특수부대를 다루며, 무거운 게임 플레이를 가진 게임은 찾아보기 굉장히 힘들었죠. 

<레디 오어 낫>은 다른 요소에 신경 쓰지 않고, 오로지 과거 <스왓 4>에서 구현된 택티컬 FPS를 현세대 그래픽과 시스템에 맞춰 재현하는 것 하나에 모든 힘을 기울였습니다. 정석을 추구한 선택이 오히려 다른 게임과 차별화되는 매력을 만들어낼 수 있었던 셈입니다.

 

 

  

# 재미있다. "같이 하니까!"

 

<레디 오어 낫>을 즐기기 위해 철저한 협동 플레이가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레디 오어 낫>이 마이너한 장르를 표방했음에도 많은 긍정 평가를 받았던 이유에는 정말 다양한 상황이 발생하는 멀티 플레이에서의 즐거움도 있습니다.

게임 플레이를 통해 몇 가지 예시를 들어보자면, 미션 진행 중 기자는 진입로 확보를 위해 미러건으로 문 틈을 살피고 있었고, 동료는 방패를 착용해 시야가 제한된 상태로 진입 콜을 기다리고 있었죠. 다만 맵의 밝기가 어두워 문에 설치된 '인계철선'(폭발물에 연결되어 건드리면 폭발하게 하는 철선)을 뒤늦게 확인하고 말았습니다. 

트랩이 있으니까 멈추라고 말하면 될 것을, 워낙 다급한 나머지 '트랩'이란 단어를 까먹어버린 기자는 "인계철선! 인계철선!"을 외쳤지만, 단어를 이해하지 못한 동료는 그대로 문을 넘어가 트랩에 폭사하고 말았죠. 나중에 물어보니 인계철선의 뜻을 몰랐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틀 뒤 그 동료는 병역의 의무를 위해 떠났는데요. 만약, 군대를 이미 다녀왔었다면 이런 불상사는 발생하지 않았을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티배깅(특정 행위를 반복해 플레이어를 도발하는 행위)를 하며 사망한 팀원을 놀리는 친구들
묘한 경험이었습니다

 

15년 지기 친구와 게임을 할 때는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콘셉트 플레이'를 위해 "모든 용의자와 인질을 비살상 무기로만 제압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호텔 미션을 시작했는데, 친구의 무장이 이상했습니다. 방탄복은 아예 벗어 버리고 주무장에는 '비살상용 샷건', 특수 장비로는 CS 가스탄과 배터링 암을 장착한 자칭 '상남자 컨셉'으로 온 것이죠.

결국 친구는 방탄복이 없던 덕택에 클리어를 앞두고 용의자의 사격에 사망하기를 반복했고, 분노한 나머지 "테러범과의 협상은 없다"라며 무장을 바꾼 후 모든 용의자를 사살하기 시작했습니다.

 

한심한 동료 (15년지기 친구입니다)


이게... 특수부대?


앞선 예시가 제대로 된 설명일지는 모르겠지만, 이처럼 기자가 생각한 <레디 오어 낫>의 재미는 이런 친구와의 멀티 플레이에서 오는 즐거움입니다. 꼭 '완벽한 미션 클리어'에 목적을 두기보단, 나름 "특수부대 흉내"를 내면서도 발생하는 얼척 없는 플레이, 예상치 못한 변수에서 발생한 시츄에이션, 다양한 컨셉 플레이가 <레디 오어 낫>의 재미로 느껴졌습니다.

 

"못난 놈들은 서로 얼굴만 봐도 흥겹다"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 결국 대부분의 맵과 난이도를 클리어하긴 했지만, 게임을 마무리한 후 기자의 기억에 가장 남았던 일은 위 사례처럼 실패나 엉뚱한 플레이에서 오는 즐거움이었습니다.

 

세상을 구할 늠름한(?) 특수부대의 모습
여담으로 Alt 키를 이용해 좌우로 움직이면 꽤나 재미있는 모션이 출력됩니다.

 

 

# 정식 출시까지 꾸준한 업데이트 이어가길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도 있습니다. <레디 오어 낫>은 아직 알파 단계 게임입니다. 냉정하게 말해 현 상태에선 콘텐츠가 극히 부족합니다.

위에서 다양한 난이도가 준비되어 있다고 언급하긴 했지만, 현재 추가되어 있는 모든 맵에서 난이도를 변경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난이도가 바뀌면 맵 구조도 바뀌기에, 아직 레벨 디자인 작업이 마무리되지 않았기 때문으로 추측됩니다.

<스왓 4>처럼 명확한 서사를 가진 싱글 플레이도 없고, 로딩 중에 나오는 음성 브리핑도 '웬덜리 힐즈 호텔'에만 존재합니다. 제한된 유저를 대상으로만 테스트가 진행된 멀티 플레이도 많은 지적을 받았기에, 출시를 위해선 더욱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들리고 있죠.

 

솔직히 말해서, 아직은 콘텐츠가 부족합니다

 

이를 인지한 개발사 보이드 인터렉티브도 스팀 출시 후 "모든 지원과 관심에 너무나 감사하다"며 정식 출시까지 지속적으로 업데이트가 진행될 것임을 공지했습니다. 스팀 공지사항에 따르면 1월 내 기존 맵에 5가지 모드를 추가하고, 새로운 무기군 4종을 추가하는 등의 업데이트가 진행될 예정입니다.

<레디 오어 낫>은 유저 모드를 지원하기에, 활성화된 모딩 커뮤니티가 게임의 지속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높습니다. 아직 알파 단계임에도 모드 공유 사이트인 '넥서스 모드'에서 AI 강화 모드, 각 나라별 특수부대 스킨 모드, 그래픽 향상 모드 등이 개발돼 공유되고 있죠.

모쪼록, 성공적인 얼리 액세스를 시작한 <레디 오어 낫>이 정식 출시까지 탄탄대로를 걸어갈 수 있길 기대해 봅니다. 이처럼 기본기 하나에 집중한 게임은 근래에 보기 드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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