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생각보다 재밌는데요?
1월 20일, <레인보우 식스 익스트랙션>(이하 익스트랙션)이 발매됐다. <익스트랙션>은 유비소프트의 FPS <레인보우 식스: 시즈>(이하 시즈)에 등장하는 대원들이 '아키언'이라는 외계 생명체와 사투를 벌이는 이야기를 담은 협동 게임이다. 최대 세 명이 협동해 요원 구출, 목표 파괴, 목표물 제거 등 다양한 임무를 완수해야 한다.
먼저 결론을 이야기하자면, 기자가 체험한 <익스트랙션>은 예상외로 재미있었다. 협동을 요하는 게임 시스템과 기존 <시즈>의 의 핵심을 계승해 전략적인 플레이가 가능하면서도, 임무당 짧은 호흡을 요구해 '스낵커블'한 느낌이 강했다. 한 판 당 걸리는 시간이 크지 않아 게임에 익숙해지기만 한다면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는 뜻이다. 콘텐츠량은 많지 않지만, 생각보다 탄탄한 시스템을 가진 게임이다.
주말 간 <익스트랙션>을 플레이하며 얻은 감상을 정리했다. /디스이즈게임 김승주 기자
# 생각보다 정교히 짜인 시스템
<익스트랙션>의 기본 목표는 순차적으로 주어지는 3개의 임무를 완수하는 것이다. 한 구역에서 임무를 완료하면 에어락을 통해 다음 지역으로 넘어가 새로운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 임무에는 일련의 지역을 점령하는 '연속 탐지', 여러 개의 초록색 둥지를 파괴하는 '제독', 정예 목표물을 함정으로 유인해 파괴하는 '표본'등이 있다.
등장하는 적은 '아키언'이라 불리는데, 크게 세 가지 특징으로 나뉜다. 먼저 각 아키언에는 약점이 존재해, 약점을 공격할 경우 손쉽게 처치할 수 있다. 외에도 섬광탄이나 마비 수류탄에 맞을 경우 아키언은 무력화되며, 무력화 상태에서는 즉시 처치가 가능하다. 아키언이 플레이어를 인지하지 못할 때에도 암습을 통해 일격사시킬 수 있다.
둘째로 아키언은 먼저 공격해 오지 않지만, 플레이어를 발견할 경우 소리를 질러 주변 아키언을 불러모아 공격을 가해 온다. 마지막으로 아키언에는 그런트, 루터 등 다양한 종류가 있으며, 종류에 따라 공략법이 다르다.
또한, 아키언 근처에는 항상 빨간색 '둥지'가 있다. 둥지는 휴면 상태로 있을 때는 아무런 행동을 하지 않지만, 만약 근처 아키언이 플레이어를 발견하고 소리를 질러 둥지가 깨어난다면 일정 시간마다 새로운 아키언을 생성한다. 따라서 둥지가 깨어나기 전에 미리 파괴해 놓는 것이 좋다.
둥지 주변에는 검은색의 '스프롤'이 존재한다. 스프롤은 <스타크래프트>에서 등장하는 '점막'을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플레이어가 스프롤 위에 올라서면 이동 속도가 감소하며, 스프롤은 총을 쏘거나 총기에 부착한 레이저를 활용해 제거할 수 있다. 스프롤은 약점 처치 외의 공격으로 사망한 아키언 시체 주위에도 형성된다. 에임이 좋다면 그만큼 이득을 얻는 셈이다.
외에도 임무마다 달라지는 '기생충 변종' 페널티가 있다. 높은 난이도에서는 아키언이 변이하는데, 스프롤에 닿으면 대미지를 입거나, 둥지가 반드시 근접 공격으로 처치해야 하도록 강화되는 식이다.
그렇기에 <익스트랙션>에서는 기본적으로 '잠입' 플레이가 중요하다. 아키언과 둥지가 플레이어를 인지하고 공격해 오기 전에, 근접 공격이나 헤드샷을 통해 하나씩 아키언을 처치해 나가며 임무 목표를 찾아야 한다. 잡입이 꼭 필수는 아니지만, 높은 난이도의 경우엔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강력한 아키언이 쏟아져 나오기에 가능하면 잠입 플레이가 권장된다.
이에 상응하는 페널티도 있다. 잠입 플레이를 위해서는 총에 소음기를 장착하는 편이 좋지만, 소음기를 장착하면 총기의 대미지가 큰 폭으로 감소한다. 일반적으로는 보조 무장에 소음기를 장착해 은신 상태에서는 약점 공격으로 아키언을 사살하고, 임무 진행을 위해 부득이하게 교전을 해야 하는 경우엔 소음기를 장착하지 않은 주 무기로 싸우는 전술이 권장된다. 물론, 플레이어 스타일이나 임무 특성에 따라 이는 변할 수 있다.
가능하면 은신 플레이가 권장된다. 발각됐을 경우에는 아키언이 쏟아져 나오기 전에 빠르게 둥지를 파괴하는 것이 좋다
외에도 <익스트랙션>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시스템은 바로 대원 관리다. <익스트랙션>에는 <시즈>에 등장하는 요원들이 그대로 등장하는데, PVE에 맞게 특성에는 일부 변화가 있었다. 가령 투사체를 요격하는 '예거'의 ADS는 근처의 아키언을 공격하는 자동 포탑 스타일로 바뀌었다.
출시 기준으로 플레이어는 18명의 대원 중 하나를 선택해 임무를 수행할 수 있으며, 요원은 경험치를 얻어 성장할수록 보너스를 받는다. 가령, '닥터'는 자극체 권총을 사용해 아군의 체력을 두 번 강화할 수 있지만, 10 레벨까지 육성할 경우엔 다섯 번 아군의 체력을 강화할 수 있다. 이동 속도나 방어력 등 기본 능력도 상승한다.
요원들은 레벨을 올려 줘야 제 구실을 한다
일반적으로, 이런 멀티플레이 게임에서 임무를 클리어하면 캐릭터의 체력은 최대치까지 회복된다. 그러나 <익스트랙션>에서는 다르다. 임무를 완수해도 해당 게임에서 입은 피해는 그대로 유지되며, 낮은 체력에서 탈출했을 경우엔 피해를 입은 대원은 '활동 정지' 처리되어 회복하기 전까지 사용할 수 없다.
만약 체력이 전부 다해 두 번 이상 쓰러지거나, 아군의 도움을 받지 못하면 대원은 K.O 처리되어 포말에 감싸진다. 포말에 감싸진 아군은 탈출 지점까지 호송해야 하며, 만약 호송하지 못하거나 임무에 투입된 모든 대원이 쓰러지면 '실종' 처리된다. 실종된 대원은 다시 해당 지역에 방문에 구출해야 하며, 대원이 구출되기 전까지 계정 경험치에 페널티를 받는다.
실종된 대원은 별도 임무를 통해 구출해야 한다
아키언들의 공격도 상당히 강력하다. 가장 약한 적인 '그런트'에게 한 번만 맞아도 방어력이 낮은 대원은 30에서 40 정도의 피해를 입는다. 단 한 번의 공격이 치명상이 될 수 있는 셈이다. 적들의 공격력은 난이도 유무와 상관없이 강력하기에. 낮은 난이도라도 생각없이 돌격하다가는 그대로 대원을 잃고 로비로 사출될 수 있다.
체력 회복 시스템도 상당히 제한적이다. 맵에서 '구급 키트'를 찾거나 '닥터', '핀카'의 특수 능력을 통해 체력을 회복할 수 있지만, 이마저도 임시변통이며 시간이 지날수록 감소한다. 즉, 가능하면 공격을 하나도 맞지 않고 임무를 클리어하는 것이 좋다.
체력은 회복할 수 없고, 오직 아이템이나 특수 능력을 통해 '강화'만이 가능하다
이런 시스템은 다양한 대원을 로테이션 형식으로 사용하라는 유비소프트의 의도로 보인다. 체력 시스템을 통해 플레이어가 자연스레 여러 대원을 육성하게 만들고, 높은 난이도에선 육성한 대원을 상황에 맞게 사용하라는 것. '경험치 노가다'가 필요한 시스템으로 보일 수 있지만, 대원 육성에 들어가는 경험치량은 크게 높지 않아 게임에 익숙해지면 빠르게 10 레벨을 달성할 수 있다. 10 레벨을 달성하면 모든 요원의 잠재 능력이 개방된다.
기존 작품인 <시즈>에 등장했던 게임 양상도 그대로 <익스트랙션>에 구현되어 있다. 가령 일련의 지역을 점령하며 몰려오는 아키언을 막는 '연속 탐지' 임무를 진행한다고 가정하자. 먼저 임무를 위해서는 사전 작업이 중요하다. 드론을 보내 지역을 정찰하고, 가능하면 조용히 목표 근처의 아키언과 둥지를 미리 처리해 놓아야 한다.
목표 근처의 아키언과 둥지를 모두 처리했다면, 벽을 강화하고 바리케이트를 설치해 아키언이 진입하는 경로를 제한하고, 대원의 특수 능력을 사용해 방어선을 세워야 한다. 이런 사전 작업을 미리 하고, 하지 않고의 난이도 차이는 꽤 크다.
드론을 보내 미리 지역을 정찰하고
불가피하게 교전이 필요한 구간에선, 미리 사전 작업을 해놔야 한다. <시즈>의 '공사'와 같다
각 대원에게 지급되는 특수한 라이트를 통해 벽 너머의 아키언을 감지하고, 월샷으로 사살할 수도 있다
# 스낵커블하면서도, 계속해서 재미를 주는 게임플레이가 핵심
<익스트랙션>의 재미는 윗 문단에서 언급한 제한적인 상황 덕택에, 플레이어가 계속해서 선택의 기로에 놓인다는 점에 있다. 첫 시작부터 암습이 불가능한 '에이펙스' 같은 강적이 가득하고, 기생충 변종 페널티도 임무와 상성이 나쁘다면 빠르게 탈출해도 좋다. 임무를 클리어하더라도 체력과 탄약 상황을 보며 다음 임무로 넘어갈 것인지, 일단 탈출하고 다른 요원으로 새로운 임무를 수행할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
특히 가장 높은 난이도인 '심각'의 경우에는 상위 등급 아키언이 쏟아져 나오기에, 반드시 먼저 주위를 정찰한 후 철저한 계획을 세워야 한다. 한 번의 실수가 투입한 요원을 잃는 참사로 이어질 수가 있기에 임무 내내 쫄깃한 감각을 느낄 수 있다. 그러면서도 높은 난이도의 임무를 끝까지 클리어하면 얻는 경험치량이 상당하기 때문에 계속해서 위험한 플레이를 하도록 플레이어를 유혹한다.
최고 난이도로 모든 미션을 클리어하면, 얻을 수 있는 경험치가 상당하다
계속해서 플레이어 간 협동을 요구하는 시스템도 흥미롭게 다가온다. 특히 '혼탁한 포자'가 가장 골치 아픈 요소다. 혼탁한 포자는 맵 곳곳에 숨어 있다가 플레이어가 다가오면 몸에 붙은 후 일정 시간 후에 폭발하는데, 이는 아군이 근접 공격을 해 주거나 총을 쏴 제거할 수 있다. 때에 따라서는 아키언들이 포자를 몸에 붙이고 돌격하기도 하기 때문에, 게임 내내 "포자 좀 떼 줘!"라고 요청할 일이 꽤 많다.
이런 유기적인 협동은 난이도가 올라갈수록 엄격해진다. 가령 심각 난이도에서는 터멘터와 스매셔같은 강력한 아키언 변종이 한 방에 모이는 경우도 있는데, 이럴 때는 섬광탄과 같은 투척 아이템을 던진 후 다 같이 진입해 아키언을 일격사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포자는 미리미리 제거해 놓자
기사에 서술한 내용 외에도 <익스트랙션>은 다양한 장치를 통해 플레이어가 자연스럽게 협동하도록 구성되어 있다
임무의 난이도 또한 얼마나 전략 수립을 잘 하고, 어떤 특수 장비를 가져가고, 사전 작업을 얼마냐 하느냐에 따라 갈린다. 가령 최대 15개의 변종 둥지를 제거해야 하는 '제독' 미션은 목표 둥지를 하나라도 제거하는 순간 변종 둥지에서 아키언이 쏟아져 나온다. 하지만 둥지 근처에 있는 아키언을 전부 제거한 후, 각자 위치를 나눠 둥지를 한꺼번에 파괴할 경우에는 적은 교전으로 손쉽게 임무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점은 '3인 협동'이 강제가 아니란 점이다. 보통 코옵 게임은 다인 플레이를 가정하기에 인원이 적으면 손해를 보지만, <익스트랙션>은 2인 플레이나 1인 플레이도 상정해 놓았다. 적은 인원으로 게임을 플레이하면 아키언들도 그만큼 적게 등장한다. 적은 인원이 임무에 투입될수록 아키언의 경계도가 감소한다는 나름 그럴싸한 설정도 붙여 놓았다.
덕분에 걱정 반, 기대 반 속에서 <익스트랙션>을 플레이했지만, 생각보다 탄탄한 재미가 있어 놀랐다. 협동을 통해 난관을 돌파하는 재미가 있으면서도, 스낵커블한 시스템 덕택에 게임을 플레이하며 얻는 스트레스가 적도록 신경을 쓴 느낌이다. 라이트함과 헤비함 속에서 적절히 균형을 잡기 위해 노력했단 점이 돋보인다.
'제독'은 생각 없이 돌격할 경우에는 지형에 따라 난이도가 급격히 상승하지만
사전 작업을 해놓은 후 단번에 모든 둥지를 파괴하면 이외로 쉽게 클리어된다. 그만큼 협동을 통한 사전 작업이 중요하다
# 얕은 깊이와 콘텐츠 양이 리스크... 롱런할 수 있을까?
물론, <익스트랙션>은 현재 다수의 유저가 지적하고 있듯이 콘텐츠 이슈가 걸림돌로 남아 있다.
최종 콘텐츠로 '대혼란 프로토콜'이나 '피상 공세' 같은 높은 난이도를 가진 임무를 제공하긴 하나, 결국 좁은 맵 속에서 반복되는 짧은 호흡의 임무를 클리어한다는 점에서는 벗어나지 않기 때문이다.<익스트랙션>은 스낵커블함이 장점이지만, 빠르고 단순하게 반복되는 게임 양상 덕택에 콘텐츠 소모가 굉장히 빠른 편이다.
<GTFO>이 최대 1시간 분량의 긴 미션을 진행하며 '클리어' 자체에 핵심을 뒀다면, <익스트랙션>은 짧은 호흡의 미션을 반복해서 클리어하는 것에 집중한 느낌이다.
정리하자면 <익스트랙션>은 수 백 시간을 즐길 만큼의 대작 'AAA' 게임은 아니다. 그러나 호흡이 짧고 난이도를 낮춘다면 플레이에 따른 스트레스가 크지 않아, 주말 저녁 FPS를 좋아하는 친구와 즐길 간단한 협동 게임을 찾는다면 충분히 권할 만한 게임이다. 무엇보다도 엑스박스 게임 패스에 포함돼 있어 부담없이 즐길 수 있단 점이 포인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