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넓고 게임은 많습니다.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 15년 역사 게임 전문지 디스이즈게임에서 어떤 게임이 맛있는지, 맛없는지 대신 찍어먹어드립니다. 밥먹고 게임만 하는 TIG 기자들이 짧고 굵고 쉽게 여러분께 전해드립니다. TIG 퍼스트룩!
<앨런 웨이크>시리즈는 10여 년 전 출시한 두 편의 작품이 전부입니다. 하지만 꽤 두꺼운 팬층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한 편의 공포 소설, 혹은 공포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의 스토리에 많은 게이머가 매력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그 결과 상업적인 성공도 거뒀습니다.
최근 몇 년 사이에는 개발사 레메디의 후속작 <컨트롤>에서 <앨런 웨이크>가 언급되면서 다소 관심을 모았습니다. 더 가깝게는 2021년 ‘더 게임 어워드’에서 <앨런 웨이크 2> 개발 소식이 알려지며 관심이 한층 커졌습니다.
<앨런 웨이크> IP가 이렇게 새롭게 조명되는 가운데, 2021년 10월 출시한 <앨런 웨이크 리마스터드>는 시리즈의 기존 팬과 신규 팬 모두 한 번쯤 궁금증을 가질 만한 타이틀입니다. 두 유형의 팬들에게 각각 어떤 재미를 줄 수 있는 게임일까요? 한 번 플레이해봤습니다.
<앨런 웨이크>의 스토리와 전투는 리마스터 버전에서 전혀 변하지 않았습니다.
먼저 스토리를 간단히 살펴보겠습니다. 주인공은 미국의 인기 공포 소설 작가인 앨런 웨이크입니다. 웨이크와 아내는 미국의 한 시골로 휴가를 떠나는데, 이 곳에서 아내가 미스터리한 사고로 실종되면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웨이크는 곧장 아내를 찾아 나서지만, 갑자기 그가 예전에 집필한 공포 소설의 원고 내용이 하나둘씩 현실에 펼쳐지면서 그를 가로막습니다. 이러한 미스터리한 현상을 이겨내고 아내를 추적하는 것이 게임의 주된 줄거리입니다.
전투 시스템을 보면 웨이크는 어둠에 휩싸인 어떤 존재들과 싸워야 합니다. 처음에는 인간형 적이 주로 등장하지만, 후반부로 가면 어둠에 지배당한 불도저가 공격해오는 등, 적의 종류와 패턴이 나름대로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습니다.
적에게 대항하는 수단은 ‘빛’입니다. 손전등, 조명탄 등을 이용해 적의 어둠을 걷어낸 뒤, 리볼버, 산탄총과 같은 일반적인 화기로 쓰러뜨리는 독특한 시스템입니다. 그러나 이런 유형의 전투만 계속 반복되는 것은 아닙니다. 일부 구간에서는 차량이나 무대 조명 등을 이용해 적을 쓰러뜨려야 하는 등, 다양한 상황이 등장합니다.
<앨런 웨이크 리마스터드>는 요즘 게이머들의 기대 수준에 맞추기 위해 전반적 비주얼을 크게 향상시켰습니다. 특히 프레임레이트, 텍스처, 라이팅 등에서 많은 발전이 이뤄져 기존보다 훨씬 쾌적하게 플레이할 수 있습니다.
특히 컷씬의 그래픽에 많은 공을 들였습니다. 원작보다 얼굴 묘사와 표정이 훨씬 디테일하고 자연스러워졌습니다. 스토리가 강조되는 게임 특성상 컷씬이 자주 등장하기 때문에, 이러한 개선점은 매우 환영할 만합니다.
크게 개선된 컷씬 연출
다만 컷씬 밖에서의 캐릭터 애니메이션은 어색하고 몰입을 깹니다. 그중에서도 웨이크가 앞으로 달려 나가는 동작, 공격을 회피하는 동작에서 요즘 찾아보기 힘든 뻣뻣함과 엉성함이 느껴집니다. 게다가 이 두 가지는 유저가 가장 많이 보게 되는 애니메이션이어서 아쉬움이 더 큽니다.
NPC의 애니메이션에도 부자연스러움이 많습니다. 일부 장면에서 보여주는 생동감 없는 표정과 기묘한 자세는 다소 기괴하게 느껴지기까지 합니다.
게임플레이 측면으로 넘어가면 ‘올드함’이 많이 드러납니다. 완벽한 선형(linear) 스테이지 구조, 업그레이드 시스템의 부재, 정조준 없는 건플레이 등은 현세대 게이머들에게는 낯설거나 부족하게 느껴질 수 있을 듯합니다.
NPC 애니메이션은 어색할 때가 많다
한편 전투와 더불어 <앨런 웨이크>의 핵심 콘텐츠인 ‘스토리’는 10여 년이 지난 시점에도 여전히 매력적으로 다가옵니다.
스토리상 웨이크는 자신이 작성한 공포소설 원고를 한 장씩 수집하면서 전반적인 상황을 파악해 나갑니다. 하지만 원고 내용이 추상적이거나 파편적일 때가 많아 게임이 끝날 때까지도 미스터리가 완전히 해소되지는 않습니다.
또한, 인게임 장면에서도 시간과 공간, 현실과 비현실을 넘나드는 연출이 자주 나옵니다. 이렇게 모호한 부분을 곳곳에 배치한 이야기들이 흔히 그렇듯, <앨런 웨이크>도 처음 접했을 때와 해석이 달라질 여지가 많아 '다시 보는' 재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탄탄한 글쓰기는 몰입에 도움을 줍니다. 간헐적으로 나오는 웨이크의 ‘해설’은 슬럼프에 빠진 인기작가의 내재한 분노와 콤플렉스를 실감 나게 그립니다. 동시에 상황 전반을 틀어쥔 미지의 존재에 막막함을 느끼는 웨이크의 모습을 통해 불가사의에 맞서는 인간의 좌절과 고통도 묘사하고 있습니다.
한편, 옵션에서 <앨런 웨이크>의 스토리 작가 샘 레이크(사미 얘르비)가 직접 녹음한 ‘영상 해설’ 기능을 켜면 스토리에 관한 작가 본인의 해석을 들어볼 수 있습니다. <앨런 웨이크>를 처음 집필하던 당시의 개인적 사연이나 생각, <컨트롤> 스토리와의 연관성 등 다양한 이야기를 접할 수 있지만, 아쉽게도 자막은 제공하지 않습니다.
샘 레이크의 코멘터리를 들어볼 수 있다
<앨런 웨이크 리마스터드>는 올드팬과 신규 팬에게 각각 다른 의미로 다가올 만한 게임입니다. 먼저 올드팬이라면 재미있게 읽었던 소설을 다시 보는 듯한 즐거움은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재독’을 좋아하지 않는 유저라면, 굳이 시간을 투자할 이유가 없어 보입니다.
한편 <앨런 웨이크>를 플레이해본 적 없는 신규 유저라면 현세대 액션 게임들에 비해 다소 단순하고 직선적인 구조의 게임이라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습니다. ‘호러’ 장르로 분류되기는 하지만 실질적인 공포 유발은 약하다는 점도 고려할 사항입니다. 마지막으로, 모호한 구석이 많은 스토리 또한 호불호가 갈릴 만한 요소입니다.
▶ 추천 포인트
1. 개선된 그래픽
2. 스토리
3. 가격대비 적당한 분량
▶ 비추 포인트
1. 어색한 애니메이션
2. 단순한 게임 디자인
▶ 정보
장르: TPS, 액션, 호러
개발: 레메디
가격: 27,400원
한국어 지원: O
플랫폼: PC(에픽게임즈 스토어 독점)
▶ 한 줄 평
소설 한 편 읽는 기분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