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첫 공개, 이후 이어진 개발 난항과 계속된 출시 연기. 결국 2022년 가까스로 발매된 <다잉 라이트 2>의 모습은 어떨까?
<다잉 라이트 2>는 오픈 월드 좀비 액션 게임이다. 좀비 바이러스로 인해 멸망한 세계 속에서, 플레이어는 순례자 출신 주인공 '에이든 콜드웰'을 조작해 자신이 과거에 당한 생체 실험에 대한 실마리를 찾고 잃어버린 동생을 찾아야 한다.
게임의 가장 핵심이 되는 시스템은 파쿠르로, 주인공은 초인적인 능력을 가지고 있어 쉼 없이 건물을 올라가고, 옥상을 넘어다닐 수 있다. 영화로 따지면 한때 유행했던 <13구역>이나 <야마카시>에서 나온 모습을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외에도 신체 능력을 바탕으로 도적이나 좀비 떼와 화끈한 근접 전투를 펼칠 수도 있다. <다잉 라이트 2>는 좀비를 소재로 잡은 게임이지만, 총기류는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 /디스이즈게임 김승주 기자
# 전문 용어로 '유비식 오픈월드' 그러나 로밍의 맛이 있다
앞서 말했듯이 <다잉 라이트 2>의 핵심은 파쿠르다. 말 그대로 도시의 온갖 요소를 이용해 먼 거리를 뛰어넘고, 빌딩 사이를 오갈 수 있다. 단순히 벽을 오르는 것 외에도 로프의 반동을 이용하거나, 파쿠르 포인트를 통해 얻는 스킬을 통해 높은 벽을 단번에 올라갈 수 있다.
특히 마천루 사이를 오가거나, 라디오 타워를 오를 때마다 자신만의 방식으로 지형을 극복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노란 색 페인트를 보고 정석 루트로 높은 빌딩을 등반할 수도 있지만, 종종 주인공이 습득한 파쿠르 스킬을 통해 생각지도 못한 우회로를 발견할 수 있는데, 이외로 개발사도 이를 예측한 듯 은근슬쩍 구석구석마다 매달리거나, 오를 수 있는 지형을 배치한 것이 눈에 띈다.
그렇기에 <다잉 라이트 2>는 전형적으로 맵을 오가며 아이템을 파밍하고 맵 구조물을 해금하는, 소위 말해 '유비식 오픈월드'의 구조를 취하고 있지만 파쿠르를 통해 목표까지 도달하는 과정이 다양하고 흥미롭게 구성되어 있어 뻔하기보단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다잉 라이트 2>의 맵
특히 풍차나 변전소 꼭대기까지 올라, 전력을 연결해 지역 구조물을 해금하는 방식은
영락없이 <파 크라이> 시리즈를 떠오르게 한다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로웠던 요소는 밤/낮 시스템이다. 먼저 주인공 에이든은 이미 감염된 상태며, 억제제를 통해 완전한 감염을 억제하고 있다. 그러나 빛이 없는 장소에서 'UV 라이트'라는 특수한 빛이 없다면 면역력이 감소해 좀비가 된다. 일종의 페널티를 부여한 셈. 따라서 밤에는 계획적인 동선을 통해 신속히 움직여야 한다.
또한 좀비도 일종의 생명체인지라 낮에는 건물 안에서 잠을 자고 밤에 거리를 배회하는데, 이 때는 '하울러'라는 특수한 좀비가 출연한다. 길거리에서 하울러에게 들킬 경우에는 소리를 질러 다수의 좀비가 몰려와 추격전을 시작한다. 안 그래도 면역력이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상황에서 좀비 무리에게 도망쳐야 하다 보니 꽤나 스릴 있는 추격전을 체험할 수 있다. 고의적으로 하울러에게 들킨 후 도망가는 재미가 있을 정도였다.
좀비도 쉴 땐 쉰다
추격전이 상당히 쫄깃하다
여기에 더해, 게임 중반부부터 진입할 수 있는 장소인 '센트럴 루프'에는 마천루가 즐비하지만, 이 시점까지 스토리를 진행하면 '그래플링 훅'이나 '패러글라이딩' 같은 장비가 주어져 극복이 어려워 보이는 지형도 손쉽게 돌파할 수 있다. 막힘없이 도심을 누빌 수 있도록 꽤나 공을 들인 셈이다.
즉, <다잉 라이트 2>는 '로밍'의 재미가 핵심인 만큼, 다양한 지형을 플레이어 입맛대로 돌아다닐 수 있도록 세심히 구현해 놓았다. 덕분에 취향만 맞는다면 서브 퀘스트를 위주로 맵을 돌아나기만 해도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아예 파쿠르의 재미만을 느낄 수 있도록 '파쿠르 챌린지'도 마련해 놓았다. 도전하는 재미가 있다
# 중구난방 스토리. 곳곳에서 느껴지는 아쉬운 완성도
그렇다고 무작정 <다잉 라이트 2>를 호평하기엔 곳곳에서 미흡한 완성도가 눈에 밟힌다. 마치 잘 달려 나가다, 갑자기 쉬운 파트에서 고꾸라지는 파쿠르 초심자를 보는 느낌이다. 사실 이런 느낌은 게임을 처음 켰을 때부터 받을 수 있다. UI가 2022년도 게임이라기엔 투박하다. 미흡한 튜토리얼과 더불어 플레이어가 처음으로 당황할 만한 부분.
다음으로는 스토리다. 개인 사정으로 출시 직후부터 <다잉 라이트 2>를 즐긴 것은 아니기에 체험 전부터 스토리에 대한 우려를 접했고, "혹시나"는 "역시나"가 되어 돌아왔다. 게임을 "재미있다"라고 느낄 때면 갑작스럽게 등장하는 스토리가 뒷목을 잡는 느낌이랄까. 초반에는 뜬금없이 등장하는 회상 씬이 뒷덜미를 잡고, 후반에는 잘 쌓아나가다 갑작스레 중구난방으로 변하는 스토리가 플레이어를 당황케 한다.
가장 이상한 점은 선택지 분기다. 게임 내 맵이나, 향후 퀘스트에 확실한 영향을 미치는 분기가 몇몇 있지만, 선택 전 경고가 확실하지 않은 경우가 종종 있다.
게다가 <다잉 라이트 2>는 자동 저장 시스템만이 존재하기에, 혹여나 마음에 들지 않는 선택을(혹은 실수로) 했다 하더라도 새로운 게임을 하지 않는 이상 되돌릴 수 없다. 스토리를 크게 신경 쓰지 않는 사람이라면 괜찮겠지만, 가능하면 세이브/로드를 통해 1회 차에 모든 선택에 따른 결과를 보려는 사람이라면 곤혹스러울 수 있다.
걸핏하면 등장하는 회상 씬. 조금 깬다
그리고 동류의 게임을 많이 즐겨 봤다면 익숙할 스토리 디자인을 볼 수도 있다. 선택에 고민이 따르도록 하기 위해 '완벽한 해결책'을 찾는 것이 아니라, 무언가 하자가 있는 선택지 사이에서 선택을 하고 답답한 결과를 보며 씁쓸한 뒷맛을 삼키는 식이다. 최선이라기보단 차악 중 하나를 선택하는 느낌.
전투나 파쿠르 시스템에서도 종종 답답함이 느껴진다. 조작감이 매끄럽지 않게 느껴지거나, AI에 어색함이 느껴지는 등 종종 불편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이 존재한다. 워낙 많은 시스템이 한데 얽히는 오픈월드 게임이다 보니 게임 구석구석에서 부족한 마감이 보이는 것은 어쩔 수 없다지만, 이런 부분이 플레이어를 아쉽게 한다. FOV 시스템과 마우스 감도 설정도 어색한 면이 있어 자신에게 맞는 설정을 찾는 데 어려움을 느낄 수도 있다.
전투 시스템이 파쿠르만큼 재미있지는 않다
이 정도면 양반이다. 게임을 하다 보면 기묘한 버그나 미흡한 완성도가 종종 눈에 띈다
그래도 진행이 불가능할 정도의 치명적인 버그는 경험하지 못했다
# 좋지는 않다. 그렇다고 나쁜 건 아니다.
총평을 남기자면, <다잉 라이트 2>는 여러모로 복잡한 게임이다. 호평하자니 다소 뻔한 게임 구조와 망가진 스토리, 아쉬운 완성도가 발목을 잡는다. 그렇다고 <다잉 라이트 2>를 뻔한 오픈월드 게임이라 치부하기에는 시리즈 특유의 파쿠르 액션과 탐험이 주는 재미를 넘겨짚기 어렵다.
즉, <다잉 라이트 2>은 "완벽한 게임"이라 하긴 어렵다. 하지만 전작에서 보여준 파쿠르 액션이 그리운 사람이라면, 오픈월드를 맘껏 돌아다니며 즐기는 "로밍"과 "탐험"을 좋아하는 게이머라면 분명 한 번쯤 관심을 가져 볼 만한 게임이다. 다소 먼지가 묻어 빛이 바래 보일지라도, 분명 자신의 고유한 빛깔을 가진 원석이라 할 수 있다.
어떻게 보면 출시 전 <다잉 라이트 2>를 둘러싸고 발생한 여러 이슈를 생각하면, 끝끝내 게임을 완성해 낸 테크랜드의 노고를 칭찬해야 할 일인지도 모르겠다. 커뮤니티 욕설까지 직접 읽어 가며 게임 출시를 약속한 그들의 말은 분명 거짓이 아니었으니까. 테크랜드도 DLC 발매와 버그 패치를 통해 5년에 걸친 지속적인 사후 지원을 약속한 만큼, 전작 <다잉 라이트>처럼 멋진 DLC를 발매해 더욱 <다잉 라이트 2>의 가능성을 끌어냈으면 하는 바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