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넓고 게임은 많습니다.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 15년 역사의 게임 전문지 디스이즈게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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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적, 기자는 플래시 게임을 즐겨 하곤 했습니다. 점심먹고 노라라, 주전자닷컴, 플래시 365 등 플래시 게임만을 모아 놓은 전문 사이트도 많았죠. 현재는 보안 문제로 플래시 서비스가 전면 종료되었지만요.
그리고, 항상 인기 상위권에 위치한 플래시 게임이 하나 있었습니다. 바로 <라스트 스탠드> 시리즈입니다. 바리케이트 뒤에서 몰려오는 좀비를 막아내는 디펜스 게임이죠. 스크린샷을 보시면 게임을 해 보신 적이 있는 독자는 아마 곧바로 기억나실 겁니다.
<라스트 스탠드> 시리즈가 인기를 끌었던 이유는, 플래시 게임임에도 다양한 시스템을 통해 전략적인 게임 양상을 구현했기 때문입니다. <라스트 스탠드 1>에서는 어떤 지역을 위주로 수색하냐에 따라 강력한 무기를 구하거나, 방어에 도움을 주는 생존자를 구출할 수 있었죠. 시스템이 발전한 <라스트 스탠드 2>에서는 제한된 시간 내에 목적지 '유니온 시티'로 향하기 위해 전략적인 동선을 짜야 했습니다. 3편인 <라스트 스탠드: 유니온 시티>는 아예 디펜스 게임의 틀에서 벗어나 RPG의 형식을 취했죠.
워낙 큰 인기를 끌었던 만큼, <라스트 스탠드> 시리즈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바로 2021년 11월 16일 최신작인 <라스트 스탠드: 애프터매스>가 발매됐기 때문이죠. 더 이상 플래시 게임은 아니지만, 그 만큼 게임성에서 큰 발전이 있었습니다. 파밍과 경로 선택을 중요시하는 시스템만 보아도 확실한 <라스트 스탠드>의 후속작임을 알 수 있으며, 스토리 또한 <라스트 스탠드: 유니온 시티>에서 이어집니다.
플레이어는 좀비 바이러스에 감염된 생존자입니다. 하지만, 아직 완전히 감염되기까지는 조금 시간이 남았죠. 생존자 집단은 이들을 처형하는 대신, '자원자'의 형식으로 사실상의 자살 임무에 이들을 투입시킵니다. 주인공은 좀비가 우글거리는 위험한 지역에 들어가 지역을 정찰하고, 보급품을 찾고, 위험 지역 안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알아내기 위해 최대한 먼 지역까지 이동해야 합니다.
<라스트 스탠드: 애프터매스>는 플래시 게임의 틀을 벗어나면서 3D 게임으로 바뀌었습니다. 이에 따라 여러 시스템이 추가됐죠. 기본적인 틀은 탑 뷰 형식 3D 게임과 같습니다. 체력이 있고, 스태미나가 있습니다. 뛰거나 근접 공격을 사용하면 스태미나가 감소하며, 많은 행동을 할수록 최대치가 감소합니다.
총기류 무기에도 독특한 시스템이 덧붙여졌습니다. 재장전을 하면, 플레이어 캐릭터 아래에 재장전 게이지가 출력되고 초록색 부분에서 다시 재장전 버튼을 누를 경우 즉시 장전이 완료됩니다. 그러나 실패할 경우에는 플레이어가 손을 헛디뎌 재장전 시간이 길어집니다. 좀비 영화에서 급박할 때 주인공이 손을 헛디뎌 재장전에 실패하는 경우를 본 적 있으신가요? 이걸 게임으로 구현해 냈다고 보면 좋습니다.
생존 게임인 만큼 자원도 제한돼 있죠. 기본적으로 주어진 빈약한 무장을 제외하고, 모든 아이템은 플레이어가 스스로 파밍해야 합니다. 버려진 집이나 병원, 총기 상점을 뒤져 무장을 갖추고 먹을 거리를 찾아야 하죠. 차 트렁크나 관물대, 버려진 상자 등 아이템이 있을 만한 곳은 모두 뒤져야 합니다.
크래프팅 시스템도 있습니다. 간단한 물건은 제자리에서 즉시 조합할 수 있으며, 조금 복잡한 아이템은 맵 곳곳에 위치한 작업대에서 조합할 수 있습니다. 조합식은 스스로 알아내야 하지만, 한 번 조합한 후에는 캐릭터가 조합법을 기억하며, 고장 난 AK에 고철을 조합하면 '수리된 AK'를 얻을 수 있는 식이기에 어렵진 않습니다.
버려진 지역을 탐사하는 것 외에도, 군용 보급 상자나 발전기를 켜야 들어갈 수 있는 구역에서 '한탕'을 노릴 수도 있습니다. 대신 이를 위해서는 중요 아이템인 '배터리'가 필요하며, 큰 소음이 울려 맵의 모든 좀비가 몰려오니 단단히 준비하거나 도망갈 길을 미리 생각해 둔 후 계획을 실행하는 것이 좋습니다.
좀비의 종류도 여러 가지로 나뉩니다. 가령 뚱뚱한 좀비는 플레이어의 근처에 도달하는 순간 폭발해 독성 연기를 남깁니다. 닿기만 해도 70에서 80 정도의 체력이 단숨에 깎여나가니 반드시 주의해야 합니다.
그리고 <라스트 스탠드: 애프터매스>는 오픈 월드 게임이 아닙니다. 좁은 맵에서 파밍이 완료되면, 차량을 타고 다음 지역으로 이동해 파밍하는 방식이죠. 맵에 반드시 한 개의 연료가 있기 때문에, 차량에 연료를 채운 후 이동하면 됩니다. 대신 차량에 시동을 거는 동안은 좀비가 몰려오고, 차량이 공격받으면 파괴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합니다.
차량을 통해 지역을 떠나면, 이제 경로를 선택할 시간이죠. 어떤 곳에 가느냐에 따라 나오는 아이템도 다르기에, 현 상황에 맞춘 경로 설정이 중요합니다. 전투를 피하고 싶다면 좀비 개체 수가 적고, 안전 가옥을 공유하는 경로를 선택하는 것이 좋습니다. 파밍이 필요하다면, 좀비가 많더라도도 '병원'이나 '군용 보급 상자'가 있는 지역을 선택하는 것이 좋겠죠.
그러나 주의해야 할 점도 있습니다. 바로 시간제한이 있습니다. 주인공은 좀비 바이러스에 감염돼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언급했었죠. 시간이 지날수록 감염은 계속 진행되고, 감염이 진행될수록 최대 체력이 감소합니다. 보라색으로 최대 체력이 감소하면 다시 회복할 수 없습니다.
감염을 치료하는 방법은 없습니다. 오직 특수한 약물만으로 감염을 억제할 수 있습니다. 약물은 게임 시작 시 하나가 주어지며, 게임 곳곳에 등장하는 장소에서 배터리를 사용해 상자를 열거나, 오염된 혈액 샘플을 모아 획득할 수 있습니다. 감염은 계속 진행되고, 약물이 억제해 주는 시간도 길지 않아 계속해서 새로운 약을 구해야 하죠. 따라서 불필요한 시간 소모를 줄이고 최대한 빠르게 이동해야 합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감염이 진행될수록 이득을 얻을 수도 있습니다. 감염이 한 칸 진행될 때마다 플레이어는 강화된 바이러스를 통해 특성을 획득할 수 있죠. 근접 공격이 강화되거나, 더욱 조용히 은신할 수 있는 식입니다. 아무리 계획을 잘 짜더라도 감염을 완벽히 예방할 수 없으니 후반 게임을 위해 메리트를 준 것으로 보입니다.
마지막으로, <라스트 스탠드: 애프터매스>는 로그라이트 게임입니다. 죽더라도 괜찮습니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자원자'는 많거든요. 플레이어가 사망하면 새로운 자원자가 다시금 위험 지역에 투입됩니다.
즉, 이런 반복 속에서 최선의 동선을 찾고, 마지막 목표 지역인 바이러스 연구소까지 도달하는 것이 <라스트 스탠드: 애프터매스>의 핵심입니다.
보급 상자나 소음 시스템도 게임에 재미를 더해줍니다. 큰 교전이 일어나더라도 보급 상자의 아이템을 얻고 지역을 이탈할지, 아니면 전투를 피하고 가진 탄약과 아이템을 아낄 지 고민하게 됩니다. 상자를 열더라도, 다음 주자를 위해 이를 생존자 집단의 보급품으로 활용할지, 당장의 플레이를 위해 모든 아이템을 챙겨갈지 결정할 수도 있습니다.
또한, 강력한 총기일수록 탄약이 부족하지만, 그만큼 절륜한 성능을 보여준다는 것도 재미있는 부분이었습니다. 다양한 부착물을 장착한 자동 소총과 여분의 탄창이 있다면 당분간은 좀비와의 교전을 걱정할 필요가 없죠.
좀비 게임 좋아하면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