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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리뷰

스퀘어 에닉스가 전하는 느림의 미학 '트라이앵글 스트래티지'

[체험기] 닌텐도 스위치 SRPG 트라이앵글 스트래티지

에 유통된 기사입니다.
이형철(텐더) 2022-03-08 17:30:11

SRPG는 격자로 된 타일 위에서 캐릭터를 움직여 전투를 펼치는 게임을 말합니다. 유저들 사이에서는 이른바 '턴제 전투 게임'으로도 잘 알려져 있죠. 게이머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SRPG의 세계에 빠져본 적이 있을 겁니다. 기자 역시 <삼국지 공명전>, <삼국지 조조전>을 통해 SRPG에 발을 들였고 <슈퍼로봇대전> 시리즈를 지나 <파이어 엠블렘: 풍화설월>까지 플레이했을 만큼, 해당 장르에 진심인 편입니다.

 

그리고 지난 4일 스퀘어에닉스가 개발한 신작 SRPG <트라이앵글 스트래티지>가 출시됐습니다. 2D와 3D가 섞인 독특한 비주얼에 신념과 투표라는 시스템까지 더해지면서 출시 전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던 타이틀이죠. 과연 <트라이앵글 스트래티지>는 SRPG 팬들을 위해 어떤 내용을 준비했을까요? 직접 플레이해본 <트라이앵글 스트래티지>에 대한 생각을 정리했습니다. / 디스이즈게임 이형철 기자

 


 

# 자원을 둔 다툼과 인종차별... 트라이앵글 스트래티지가 담아낸 현실

 

<트라이앵글 스트래티지>는 그린부르크, 에스프로스트, 하이샌드 등 노젤리아 대륙에 위치한 세 국가를 중심으로 흘러갑니다. 유저들은 그란부르크의 '세레노아'와 소금과 철을 둘러싼 모략과 암투를 돌파해야 하죠. 물론, 그 과정을 혼자 겪어야 하는 건 아닙니다. 정략결혼이지만, 희생적인 프레디리카와 둘째 왕자로써 무너진 왕국의 희망이 된 롤랜드, 냉정한 집사 베네틱트 등 다양한 캐릭터가 함께하니까요.

 

게임이 풀어내는 소재 대부분은 현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내용으로 구성돼있습니다. 

 

소금과 철 보유권으로 벌어지는 국가 간 다툼은 자원이나 특정 이슈로 발생한 냉전을, 겉으로는 모두가 평등하다고 하지만 머리 색깔이 다르다는 이유로 노예 취급을 하는 게임 속 국가는 현실 속 인종 차별을 떠오르게 합니다. 하나같이 현실에서 만날 수 있는 이야기에 해당하죠. 겉보기엔 흔한 왕도물처럼 보이지만, 그 속에 현실적인 이야기를 가득 담아둔 셈입니다.

 

트라이앵글 스트래티지는 세 국가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현실이 그렇듯 게임에서도 '자원'이 모든 일의 발단이 된다

 

전투에 대해서도 살펴봅시다. 

 

<트라이앵글 스트래티지>의 전투는 철저히 SRPG의 기본을 따릅니다. 타일에 맞춰 캐릭터를 움직이는 한편, 적과 내가 한 턴씩 주고받는 형태의 전투가 진행되죠. <삼국지 조조전>을 떠올리면 이해가 빠르실 듯합니다. 전투에 돌입하면 별도의 컷씬을 보여주는 <파이어 엠블럼: 풍화설월>과 달리 SD 캐릭터의 공격 모션 정도만 재생된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전투가 마냥 심심하거나 단순한 건 아닙니다. 유저들은 전투 내내 여러가지 요소를 고려해야 합니다. 캐릭터 뒤에서 공격하면 추가 대미지가 들어가거나 지형 고저 차이에 따라 대미지가 달라지는 등 전장을 지속적으로 파악해가며 전투를 펼쳐야하기 때문이죠. 불이나 얼음 등 속성 마법에 따라 캐릭터가 서 있는 전장도 달라지며, 특정 마법으로 길을 막을 수 있다는 점도 흥미로운 부분입니다.

 

AI 역시 전투에 맛을 더해줍니다. <트라이앵글 스트래티지>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제법 현실적인 스펙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공격력과 방어력은 물론, 체력마저 적과 그리 큰 차이가 없으니까요. 따라서 전투를 펼칠 때는 병과 상성이나 앞서 말했던 전장 상황을 지속적으로 분석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 단순한 백병전을 펼칠 경우 꽤 힘든 싸움이 될 수밖에 없죠.

 

또한, 적들은 전투 내내 아군 캐릭터의 뒤를 공격해 추가 대미지를 노리는가 하면 힐러나 마법사처럼 상대적으로 몸이 약한 병과를 점사하는 극악무도(!)한 전략을 선보이기도 합니다. 기자가 '쉬움' 난이도로 게임을 플레이했음을 감안하면 제법 영리한 AI가 탑재됐다고 볼 수 있겠네요.

 

전투를 승리하려면 지형지물 파악이 반드시 요구된다

 

적의 뒤를 노리는 것이 승리의 지름길

 

# 투표와 신념... 트라이앵글 스트래티지가 선보이는 선택의 재미

  

<트라이앵글 스트래티지>는 유저로 하여금 끝없이 '선택'을 내리도록 유도합니다. 앞서 언급한 전투 상황은 물론, 분기점이 존재하는 스토리 진행에서도 유저의 선택이 결정적 역할을 수행할 때가 많죠.

 

여기서 중요한 부분이 바로 신념입니다. 스토리 진행 과정에서 유저들은 NPC의 질문을 받으며 세 개의 해답 중 하나를 제시할 수 있는데요, 각 선택지는 도덕, 실리, 자유를 표방하지만 어떤 선택지가 어떤 신념에 해당하는지까지는 알려주지 않습니다. 즉, 유저들은 선택지에 담긴 신념을 자신만의 관점으로 해석하고 결정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죠.

  

겉으론 평등을 외치지만 속은 썩어있는 국가를 꼬집을 수도 있지만

'결혼은 인생의 무덤'이라는 매서운(?) 답변을 택할 수도 있다

 

함께 스토리를 끌어가는 동료의 선택 역시 <트라이앵글 스트래티지>의 핵심 요소입니다. 

 

스토리가 갈리는 시점이 되면 주인공이 선택을 내리는 게 아니라 NPC들의 '투표'를 통해 이야기 흐름이 결정됩니다. 동료들은 저마다의 신념을 토대로 갈림길에서 의견을 전하고, 신념의 저울에 한 표를 선사합니다. 물론, 이 과정에서 유저가 간접적으로 개입할 수는 있습니다. 동료와의 대화를 통해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투표하게끔 설득할 수 있으니까요. 

 

이를테면 게임 초반 세레노아와 동료들은 롤랜드 왕자를 넘기라는 타국의 제안에 투표를 진행합니다. 여기서 몇몇 동료는 왕자를 살리기 위해서라도 훗날을 도모하자고 주장하지만, 다른 이는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결사항전을 주장합니다. 

 

만약 여기서 결사항전으로 결과를 바꾸고 싶다면, 왕자를 넘기자고 주장한 동료들을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따라서 유저들은 '왕자를 넘기지 않고 성에서 항전해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근거를 제시해야 하죠. 스포가 될까 자세히 말씀드리긴 어렵지만, 마을 탐색과 NPC 탐문 등을 통해 결정적 단서를 수집하면 단순히 투표 결과 뿐만 아니라 전투 상황까지 변한다는 점도 무척 흥미로운 부분입니다.

 

투표가 진행되는 상황과 앞서 언급한 주인공의 신념 정도에 따라 설득 난이도가 달라진다는 점, 그리고 대화 과정에서 어떤 선택지를 고르냐에 따라 동료의 흐름까지 변하는 만큼 <트라이앵글 스트래티지>가 선보이는 선택과 설득 과정은 그 자체만으로도 쏠쏠한 재미를 부여합니다. 다회차 요소를 이런 식으로 풀어냈다는 점도 꽤 신선하게 느껴졌죠. 스토리 진행에 있어서만큼은 제법 자유도를 불어넣었다 해도 무방한 셈입니다.

  

분기가 갈리는 부분에서는 동료들의 선택이 흐름을 좌우한다

 

투표를 통해 분기가 갈리지만, 동료를 설득할 수 있다는 점도 포인트

 

 

# 슬로 푸드 같은 '트라이앵글 스트래티지', 취향에만 맞다면 좋은 게임될 것

 

슬로 푸드(Slow Food)라는 말이 있습니다. 햄버거나 감자튀김 등 패스트 푸드와 달리 지역별 식자재와 전통 요리법을 활용해 오랜 시간 공을 들이는 음식을 뜻하죠. 한식의 삼계탕이나 죽, 일식의 가이세키(会席)가 이에 해당합니다. 

 

다만, 슬로 푸드는 현대 사람들에겐 다소 평가가 엇갈리는 편입니다. 패스트 푸드에 비해 건강에 좋긴 하지만, 지나치게 시간이 오래 걸리는 데다 가격도 만만치 않으니까요. 결국 슬로 푸드에 대한 판단은 음식을 먹는 사람들이 처한 상황이나 입맛에 따라 바뀔 수밖에 없습니다. 

 

푸짐한 건더기와 국물... 슬로 푸드가 가진 매력은 확실한 편이다

  

오늘 소개해 드린 <트라이앵글 스트래티지> 역시 슬로 푸드에 가까운 게임입니다. 

 

지형지물을 파악하고 병과 상성을 점검하게 하는 전투나 게임의 특징에 해당하는 신념, 투표 시스템은 뭐든지 자동으로 진행할 수 있는 요즘 게임과 달리 지속적으로 '유저의 개입'을 요구합니다. 전반적인 게임 템포가 그리 빠르지 않다는 점 역시 이 게임을 슬로 푸드처럼 느껴지게 하죠. 누군가에겐 하나같이 불호로 다가올 수 있는 요소들입니다.

 

반면, '느림의 미학'을 기다려온 유저라면 <트라이앵글 스트래티지>는 완벽한 선택지가 될 겁니다. 원활한 진행을 위해 이정표 하나 없는 마을을 수색하고 NPC와의 대화를 통해 상황을 풀어가야 함은 물론, 정상적인 엔딩을 보려면 끝없이 동료들을 설득해가며 올바른 방향으로 게임을 이끌어야 하니까요. 누군가에겐 그토록 기다려온 '국물도 뻑뻑하고 건더기도 푸짐한' 슬로 푸드인 셈이죠.

 

당신은 어떤 유저에 해당하시나요? 오랜 시간 진득하게 플레이할 수 있는 긴 호흡의 싱글 RPG를 찾는 유저인가요? 아니면 자동 시스템을 통해 최대한 빨리 게임을 진행하고, 전투력 올리기에 집중하는 '요즘 RPG'를 선호하는 분이신가요? <트라이앵글 스트래티지>에 대한 판단은 여러분의 몫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