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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리뷰

퍼즐앤드래곤, 파티 없는 파티 게임 되다?

퍼드 닌텐도 스위치 에디션 해봤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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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석(우티) 2022-03-14 13:18:18
전세계 6천 만 다운로드, 3-매치 퍼즐 게임의 신기원, 최초의 매출 1조 모바일게임 (2014년), BM 개발의 선구자 등등 <퍼즐앤드래곤>(이하 퍼드)을 수식하는 말은 많다. 

올해로 10주년을 맞이한 일본의 모바일 퍼즐 RPG <퍼드>에 최근 새로운 소식이 들려왔다. 개발사 겅호가 2월 16일, <퍼드> 닌텐도 스위치 에디션을 출시한다고 발표한 것이다.<퍼드>는 이미 아케이드 버전, TCG 버전은 물론 닌텐도 3DS에도 이식된 바 있다. 

그리고 이번 스위치 에디션은 사전에 어떠한 정보도 없이 깜짝 공개됐다. 10년 동안 게임 시장의 한 켠을 지키고 있는 <퍼드>의 새 버전을 플레이해봤다.



 

 

# 파티 없이 '파티 게임' 선택한 <퍼드>?


먼저 플레이 관점에서 보자면, 이번 스위치 에디션은 <퍼드> 특유의 '일필휘지', 한붓그리기 형태의 퍼즐 매칭 시스템을 그대로 구현했다.

 

스위치에서 지원하는 터치 스크린 조작을 통해서 퍼즐을 맞추고 콤보를 넣을 수 있다. 물론 TV에 연결하거나 조이콘이나 프로콘으로 플레이를 하는 것도 가능하다. 게임 특유의 한붓그리기 재미는 이번 작품에서도 구현됐다. 큼지막한 TV 스크린에서 조이콘 한붓그리기에 맞춰 파괴되는 구슬을 보고 있으면 기분이 제법 좋다.


이번 이식작에서 제한시간을 20초(모바일)에서 30초로 추가하면서 여유가 생겼다. 이러한 넉넉한 제한시간 판정으로 모바일 기기에서 느꼈던 쫓기는 맛이 덜했지만, 10초 만큼의 장고가 가능했다. 닌텐도 스위치 이용 형태에 따른 확대로 평가된다. <퍼드> 스위치 버전은 온라인에서는 8명, 오프라인에서는 최대 4명이 함께 즐길 수 있다. 파티 게임으로 기능성을 발휘하기 위해서 넉넉한 시간을 둔 것이 아닌가 추측해본다.

이런 지점은 게임의 다른 부분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퍼드> 닌텐도 스위치 에디션이 가장 차별화되는 요소는 바로 파티 구성(팀 편성)과 캐릭터 육성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통상적으로 <퍼드>는 던전 공략에 최적화된 파티를 조직하는 것이 실제 퍼즐 연결만큼이나 까다로운 게임으로 이해된다. 공략 대상, 상성, 대미지, 캐릭터 성장도 등을 복합적으로 고려한 파티 구성 단계야말로 <퍼즐앤드래곤>의 백미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겅호는 이 부분을 과감하게 배제했다. 스위치 버전에서는 이미 조직이 완료된 고정팀 중 하나를 골라 공략에 나서게 되므로 전반적으로 게임이 가벼워진 인상이다. 플레이에 따라서 개별 캐릭터가 성장하는 것이 아니라, 덱 자체의 공격력이 성장하는 방식이다. '고인물' 유저라면 초반 지급 덱으로도 솔로 플레이를 꽤 오래 해볼 수 있다.




# 3개의 모드, 인상적인 '편집 모드'

<퍼드>에는 3가지 모드가 준비되어있다. 원작에서와 마찬가지로 스테이지를 클리어해가며 보상을 얻는 모험 모드, 다른 플레이어들과 네트워크 플레이를 할 수 있는 대전 모드, 그리고 <슈퍼 마리오 메이커> 같은 게임에서처럼 자신만의 던전을 에디트해서 다른 사람들과 공유할수 있는 편집 모드가 있다.

모험모드에서는 진행에 따라서 에그를 뽑을 수 있는데, 여기서 몬스터가 아니라 스킨과 아바타를 얻을 수 있다. 에그는 바로 이런 지점에서 이번 이식작의 뽑기는 다소 몰맥락적인 경향이 있다. 꾸미기 내지는 단순한 수집욕 충족 수준의 가챠는 (덱 꾸리기에 몰두해야만 하는) 원작이 지향하는 바도 아니기 때문이다.

다양한 배경음악에 따라 드래곤이 이 옷 저 옷 바꿔 입는 모습은 퍽 귀여웠지만, 원작의 맥을 잇는 느낌은 아니었다. 이번 <퍼드>는 이런 에그를 회당 약 2.6달러에 판매하는 부분 유료화 모델을 채택했는데, 캐릭터가 아니라 아바타를 주면서 왜 이런 방식을 채택했는지 의문이다. 으레 기자는 직업상 한번은 무조건 뽑아보는데, 이번만큼은 도저히 손이 나가지 않았다. 달러로 판매했기 때문에 시도한다고 해도 결제 과정이 꽤 복잡했을 것이다.


대신에 기자는 이번 <퍼드>가 시리즈 사상 최초로 편집 모드에 도전했다는 것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플레이어가 맵(또는 스테이지)을 만들어 친구들과 공유한다'는 코드는 닌텐도 스위치에서 대단히 중요하게 여겨지고 있다. <차근차근 게임 코딩>은 아예 그런 특성을 전면화한 툴이고, 앞서 언급한 <슈퍼 마리오 메이커>도 마찬가지다. 이번 <퍼드>에서도 유저들끼리 많은 UGC를 만들어 공유할 수 있게 열어두었기에, 닌텐도 온라인에만 가입되어있다면 독창적인 스테이지를 만나볼 수 있다. 

모바일에서만큼 중독성있는 던전을 유저의 손으로 직접 제작하고, 공유할 수 있다면 <퍼드> 닌텐도 스위치 버전의 생명력은 단순한 이식작보다 오래 갈 수 있다. 대전모드에서 말도 안 되는 대미지 스택을 쌓아서 게임을 끝내버리는 고인물에게 신물이 나다가도, 편집모드에서 '어떤 던전이 올라왔나' 둘러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 어떻게 보면 굉장히 절실한 게임?


서두에 적어두었듯 한때 과거 <퍼드>는 기라성 같은 게임이었다. 2013년 한때 겅호의 시가총액은 닌텐도를 넘어서기도 했다. 또 얼마나 많은 한국의 개발자들이 <퍼드>를 참고했나? 그리고 만약에 겅호에게 <퍼드>가 없었더라면,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 같은 국제 무대에서 'GungHo' 스폰서 이름을 볼 수 있었을까? 


<퍼드> 출시 이후 10년간 겅호는 다양한 시도를 했지만, 여전히 <퍼드>만한 효자는 나타나지 않았다. 이번에 스위치로 나온 게임은, 겅호가 <퍼드> IP를 더 넓은 계층에게 어필하려는 도전으로 보인다. 요컨대 이런 시도 말이다. ― '6성급 몹, 한정판 뽑기에 대한 피로도를 최소화하면서 닌텐도 게이머들에게도 한붓그리기의 맛을 전파하겠다!'

그런 사정을 짐작하면서 <퍼드> 닌텐도 스위치 에디션을 보면, 굉장히 절박한 게임으로 보인다. 그리고 기자가 체험한 바, 한붓그리기는 여전히 재밌다. <퍼드> 닌텐도 스위치 에디션의 게임의 가격은 5,200원이다. 모바일에서 (뽑기 빼고) 무료로 할 수 있는 게임이라고 생각하면 물음표가 떠오르지만, 큰 화면에서 즐기는 닌텐도 스위치 게임이라고 생각하면 대단히 저렴한 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