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넓고 게임은 많습니다.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 15년 역사 게임 전문지 디스이즈게임에서 어떤 게임이 맛있는지, 맛없는지 대신 찍어먹어드립니다. 밥먹고 게임만 하는 TIG 기자들이 짧고 굵고 쉽게 여러분께 전해드립니다. TIG 퍼스트룩!
하워드 필립스 러브크래프트(Howard Phillips Lovecraft)는 여러 의미로 공포 문학, 나아가 서브컬처 전반에 많은 영향을 미친 작가입니다. 본인이 창조한 '크툴루 신화'를 통해 얻어냈던 러브크래프트의 가장 탁월한 성취는 인간이 감히 대적하거나 이해할 수 없는 초월적 존재에 대한 공포인 '코스믹 호러'의 근간이 되었다는 점이죠.
인간이 절대로 이해할 수 없는 미지에 대한 공포. 쳐다보기만 해도 무력함, 역겨움, 두려움, 경외심을 주는 고대 신들에 대한 이야기는 많은 호러 팬들의 찬사를 샀으며, 그의 이야기에 대한 불분명한 저작권 덕분에 많은 '러브크래프트리안(Lovecraftrian - 러브크래프트의 팬들을 지칭하는 단어)이 살을 붙이며 발전시킨 크툴루 신화는 현재도 문화계에 많은 영향을 미쳤습니다.
게임도 예외는 아니죠. <콜 오브 크툴루 - 지구의 음지>나 <더 싱킹 시티> 등 크툴루를 소재로 다룬 게임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그리고 오늘 소개할 게임은 폴란드의 시간제 치과 의사 'panstasz'가 1인 개발을 맡은 호러 텍스트 어드벤처 게임 <월드 오브 호러>입니다. 크툴루 외에도 일본 공포 만화가 '이토 준지'의 영향 또한 돋보이는 게임입니다.
<월드 오브 호러>의 가장 큰 특징이라 한다면, 모든 그래픽이 1비트 혹은 2비트 그래픽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점입니다. 출시 전부터 인디 게이머들에게 주목받았던 이유기도 합니다.
기본적인 서사는 조그마한 일본의 한 마을에 사는 주인공들이 지구를 파멸시킬 수 있는 고대 신의 강림을 막기 위해 마을에서 벌어지는 미스터리를 조사하며 일어나는 일을 다루고 있습니다. 진행 방식은 텍스트 기반 어드벤처 게임과 로그라이트 요소가 혼재되어 있죠. 대부분의 조작이 마우스로 이루어지며, 주어지는 상황에서 선택지를 고르는 방식입니다. 랜덤하게 등장하는 이벤트 속에서 다섯 가지의 미스터리를 해결하고, 등대에 올라 최종 관문을 돌파하면 엔딩입니다.
조그마한 마을에 사는 주인공이 고대신의 부활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월드 오브 호러>의 스크린샷
해결해야 할 다섯 미스터리는 동양권 도시 전설을 기반으로 하고 있습니다. 우리에게도 익숙한 '빨간 마스크'나 '빨간 휴지, 파란 휴지 이야기'가 변형되어 등장하기도 하죠. 외에도 이토 준지의 만화를 즐겨 본 사람이라면 익숙할 이벤트도 등장합니다. 랜덤 이벤트나 전체적인 분위기는 크툴루를 소재로 하고 있지만, 세부적인 이야기는 동양권의 도시 전설이 자리하고 있다고 보면 됩니다.
또한, 위에서 언급했듯이 <월드 오브 호러>는 로그라이트 게임의 특성도 띄고 있습니다. 캐릭터를 선택하지만 하나의 굵은 이야기를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랜덤하게 등장하는 이벤트를 극복하며 게임을 진행해 나가는 식이죠. 탐사를 하다 보면 공포스럽거나 초자연적인 현상과 마주치기도 하는데, 운이 좋다면 스킬 체크를 통해 이득을 얻을 수 있지만, 운이 나쁘면 패널티를 받습니다. 아니면 체력이나 이성 손해를 감수하고 넘어갈 수도 있습니다.
크게는 고대 신(크툴루)에 관한 이야기지만, 작게는 동양권의 도시 전설을 기반으로 삼고 있습니다
이벤트 중 하나. 선택지, 그리고 능력치 체크에 따라 보상, 혹은 패널티를 받습니다.
무서운 이벤트나 점프 스케어도 있으니 심약한 분들이라면 주의를
가장 주의해야 할 부분은 '파멸'입니다. 이미 지구가 크툴루 신의 위협을 받는 시간이기에, 주인공이 시간을 낭비할 수록 파멸 게이지가 올라가죠. 파멸 게이지가 100%에 오르면 반드시 게임 오버되기 때문에, 상황에 맞춰 적절한 행동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파멸 게이지가 여유롭다면 서브 퀘스트를 수행하거나 캐릭터의 회복과 강화에 시간을 소모해도 괜찮습니다. 하지만 파멸 게이지가 가득차기 직전이라면 빠르게 미스터리를 해결하고 등대를 오르는 데 집중해야 합니다.
가끔은 피할 수 없는 전투를 수행해야 하기도 하죠. 전투는 주어진 행동 포인트를 소모하는 방식입니다. 도망쳐 전투를 회피할 수도 있지만, 전투를 회피하면 파멸 게이지가 큰 폭으로 올라가는 패널티를 받습니다.
패널티가 있지만, 강력한 효과를 가진 주문을 통해 전투를 헤쳐나갈 수도 있습니다
전투나 이벤트 결과에 따라 저주, 혹은 부상을 입을 수도 있습니다
가끔은 유령을 마주하기도 하는데, 유령은 직접 공격할 수 없고 특수한 의식을 수행해 '퇴마'해야 합니다.게임 내에서 명확히 설명해 주지 않기 때문에 퇴마 의식에 대한 설명을 덧붙이면 다음과 같습니다. 퇴마는 '절 하기'와 '손뼉 치기'를 5회 수행해 올바른 답안을 찾는 형식입니다. 유령이 등장할 때마다 어떤 방식이 올바른지는 랜덤하게 결정되기 때문에, 손뼉 치기를 5번 수행한 후 소거법을 통해 답안을 찾아 나가는 방식입니다.
유령과의 전투는 유저 위키에 서술된 공략 사진을 참고하면 좋습니다.
복잡해 보이지만 어렵지 않습니다 (출처 :월드 오브 호러 위키)
이번 퍼스트룩에서 <월드 오브 호러>를 소개한 이유는, 지금이 시기상으로 게임을 플레이해 보기 가장 적절하기 때문입니다. <월드 오브 호러>는 아직 얼리 엑세스 단계이고, 1인 개발이기에 업데이트도 느립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미스터리의 갯수도 늘어났고, 개발자도 1년 동안 소식이 끊겼다 최근 복귀해 게임에 대한 업데이트를 이어나가겠다고 발언했죠.
출시 초와 비교하면 캐릭터별 이벤트 등 꽤나 다양한 요소가 추가됐습니다
이 덕분인지 커뮤니티 등지에서 <월드 오브 호러>의 플레이 일지가 연재되고, 관심을 가진 게이머들의 재능 기부 덕분에 게임 출시 후 3년이 지난 2022년에 한글 패치가 공개됐습니다. 이전에는 텍스트 어드벤처 게임임에도 영어를 직접 읽어야 한다는 부담감 덕분에 국내 게이머에게 잘 알려지지 못했지만, 이제는 언어의 장벽이 해소돼 영어를 어려워하는 게이머라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죠.
<월드 오브 호러>는 텍스트 위주의 로그라이트 어드벤처 게임이기에 취향을 꽤 타는 게임입니다. 하지만 특유의 그래픽과 소재가 주는 분위기 덕분에 '흥미로운' 인디 게임을 찾는 게이머라면 한 번쯤 관심을 가져볼 만한 게임이라 할 수 있습니다. 조건을 달성하거나 숨겨진 이벤트를 찾아 개방할 수 있는 해금 요소도 꽤 많으며, 한글 패치도 적용되었으니 지금이 적기입니다.
이 자리를 빌려 한글 패치를 제작해 준 재능 기부자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 추천 포인트
1. 흥미로운 2비트 형식 그래픽
2. 독특한 분위기와 칩튠 사운드
3. 커스텀 시나리오, 이벤트 등 유저 모딩 지원
▶ 비추 포인트
1. 그래도 부족한 콘텐츠
2. 버그, 다소 허무하게 끝나는 미스터리 등 곳곳에서 보이는 1인 개발의 한계
3. 취향을 꽤 타는 텍스트 어드벤처 장르
▶ 정보
장르: 호러 / 텍스트 어드벤처
개발: panstasz
가격: 15,500 원
한국어 지원: O (한글 패치 적용 방식)
플랫폼: PC
▶ 한 줄 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