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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리뷰

'차원'이 높아진 풍성함, '별의 커비 디스커버리'

귀여운 게 전부인 게임은 아니다

방승언(톤톤) 2022-03-28 18:48:30

<세금계산하는 커비>를 아시나요? 2017년 유행했던 해외 밈입니다. “커비가 세금계산하는 게임이 나와도 산다”는 팬심 넘치는 글에서 파생된 허구의 게임 타이틀이죠.

 

이런 밈이 널리 공감을 샀을 정도로 커비는 무조건적(?) 사랑을 받는 캐릭터입니다. 하지만 밈과 달리 모든 커비 게임이 호평받는 건 아닙니다. 2018년 <별의 커비 스타 얼라이즈>는 평점 사이트 오픈크리틱에서 추천율 54%를 기록하며 악평을 들었습니다. 새로운 요소의 부재, 너무 낮은 난도 등이 원인으로 꼽히면서 시리즈가 탄력을 잃었다는 말까지 나왔습니다.

 

차기작<별의 커비 디스커버리>에 기대만큼이나 걱정을 느낀 이유입니다. 하지만 <별의 커비 디스커버리>(이하 <커비 디스커버리>)는 우려를 보기 좋게 깨뜨렸을 뿐만 아니라 시리즈 최초의 3D 플랫포머로서 <커비>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을 제시했다는 평가까지 받고 있습니다.

 

“커비는 뭔가 희한함. 닌텐도가 커비로 진짜 아무 게임이나 만들어도 화 안 날 것 같음. 커비가 세금계산하는 게임이 나와도 할 거임. 게임이 구려도 커비라서 화도 못 냄.”

 

 

# 3D에서도 커비는 커비

 

많은 게임 장르에서 그렇지만 특히 플랫포머에 있어 ‘풀 3D’로 전환한다는 건 그 의미가 각별합니다. 플랫포머란 ‘주어진 공간을 돌파하는 게임’이니까요. 그러니 게임 속 ‘공간’이 2차원에서 3차원으로 확장되면 게임성에도 영향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이때 관건은 정체성 유지입니다. 3D로 변한 이후에도 <마리오>의 핵심 메카닉은 타이트한 조작감의 다양한 점프였던 것처럼요. 그렇다면 <커비>의 정체성은 뭘까요? 물론 ‘능력 카피’ 일 겁니다.

 

 

커비의 여러 능력은 기본적으로는 전투 기술이지만, 플랫포밍과 퍼즐 풀이의 핵심이기도 합니다. <커비 디스커버리>는 다양한 능력을 적소에 활용하는 이런 전통적 재미를 충실히 계승하기 위해 디테일에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우선 능력의 조작감과 작동방식을 3D 환경에서 최대한 비슷하게 재현했습니다. 예를 들어 ‘토네이도’ 능력은 특유의 발동 딜레이나 가속도 등의 사용 감각이 놀랍도록 비슷합니다.

 

더 나아가, 각 능력과 페어링되는 전통적 퍼즐 요소도 새 모습으로 다시금 등장해 반갑습니다. 예를 들어 ‘파이어’ 능력으로 작동되는 ‘대포’나 ‘해머’로 작동하는 ‘말뚝’과 같은 요소를 <커비 디스커버리>에서도 3D로 다시 만나볼 수 있습니다.

 

 

 

# ‘디스커버리’라고 이름 붙인 이유

 

그러나 ‘전통 재현’에만 치중했다면 시리즈의 혁신이라는 평가는 아마 어려웠을 겁니다. 3D 포맷에 맞춘 게임성 변화는 <커비 디스커버리>를 향한 호평의 핵심입니다.

 

먼저, 기존보다 맵을 알차게 활용했다는 점을 꼽을 수 있습니다. 커비의 각 스테이지는 길지 않은 편이지만, 그 안에서 밀도 높은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함정과 적이 빽빽하다는 의미만은 아닙니다. 오브젝트, 이동 경로, 퍼즐 등이 무게감 있게 배치되어 있다는 뜻입니다.

 

새롭게 시도한 3D 포맷이 제대로 활용되는 지점입니다. 3차원으로 확장된 공간 속에 제작진은 콘텐츠를 더 창의적으로 배치하고 숨겨둘 수 있었습니다. 커비는 카메라 사각지대의 건물 뒤편으로 돌아 우회로를 찾기도 하고, 비탈을 달려 올라가며 정면에서 굴러떨어지는 바위들을 피하기도 합니다.

 

 

<커비 디스커버리>는 이렇듯 잠깐이나마 구간별로 시간을 들여 관찰하고 해법을 궁리하는 좀 더 느긋한 호흡을 하고 있습니다. 그 과정 속에는 다채롭고 창의적인 연출, 기믹이 커비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직선적이고 속도감 있던 기존 <커비> 작품들과 궤를 달리하는, ‘디스버커리’(발견)이라는 제목에 사뭇 어울리는 측면이기도 합니다.

 

한편, 2D에서와 달리 더 넓은 공간을 쓰기 때문에 발생할 수 있는 긴장감 하락을 방지하는 장치도 여럿, 눈에 띕니다. 우선 기존보다 커비가 동시에 상대해야 하는 함정이나 적의 숫자가 많아졌습니다.

 

 

보스전에서는 커비의 이동범위를 제약하는 ‘경계’가 둘리며, 보스의 전반적 덩치와 공격 범위도 큰 편입니다. 커비의 ‘비행 모드’로 날아오를 수 있는 높이에도 제한이 걸려, 수직적 이동에도 이전보다 더 머리를 써야 합니다.

 

한편 트레일러에서 화제를 모은 ‘머금기 모드’는 언급된 발견과 전투 양쪽에 깊이를 더해주는 반가운 추가 요소입니다. 뭐든지 빨아들여 소화하던 커비가 이번에는 몇몇 사물을 입에 ‘머금어’ 새로운 묘기들을 보여줍니다. 커비에게 새 능력을 과하게 추가하지 않으면서 확장된 게임 공간을 다양한 기믹으로 채우기 위한 절충안으로 파악됩니다.

 



# 난이도와 완성도

 

지금까지 기존 시리즈와 <커비 디스커버리>의 차이점에 집중해 게임을 살펴봤습니다. 그렇다면 <커비 디스커버리>의 독립적 완성도는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요?

 

<커비>는 전연령이 즐기는 접근성 높은 시리즈고 <커비 디스커버리>도 이 점은 마찬가지입니다. 난이도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뉘지만, 어느 쪽을 선택하더라도 일반적인 게이머가 클리어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은 크지 않습니다. 체력이 여유롭고, 회복도 어렵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도전거리’가 부족하지는 않습니다. 스테이지 ‘완벽 클리어’를 위해서는 여러 조건을 달성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를테면 ‘숨겨진 아이템 모두 찾기’, ‘특정 구간에서 대미지 입지 않기’ 등 과제를 줍니다. 이를 모두 달성하기란 생각보다 마냥 쉽지는 않습니다.

 

생각 없이 플레이하면 완벽 클리어는 어렵다.

이런 과제 시스템은 사실 ‘귀찮은 요소’로 치부될 때도 잦습니다. 그러나 <커비 디스커버리>의 경우 도전에 따르는 콘텐츠와 보상을 충분히 지급함으로써 이 함정을 피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스테이지에는 ‘구출 목표’인 웨이들 디가 추가로 4~5명 숨겨져 있는데, 이들을 구하는 과정에는 거의 항상 새로운 퍼즐이나 장소 등 유의미한 콘텐츠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더 나아가 웨이들 디 구출은 이번에 새로 도입된 ‘웨이들 디 마을’ 콘텐츠의 핵심입니다. 일정 수의 웨이들 디가 모일 때마다 마을에는 영화관, 카페 등 새로운 시설이 해금 되며, 각자 자체적인 즐길 거리와 함께 게임플레이에 도움이 되는 자원, 업그레이드 등을 제공합니다.

 

한편 ‘트레저’ 스테이지는 게임의 숨은 백미입니다. 메인 스테이지와 별개로 마련된 ‘도전 스테이지’로, 각 능력의 숙련도를 시험해볼 수 있습니다. 메인 스테이지처럼 단순 클리어는 어렵지 않지만 설정된 목표시간 안에 통과해 추가 보상을 얻기 위해서는 한 번의 실수도 용납되지 않습니다.

 


이처럼 <커비 디스커버리>는 기본 플레이 난도를 되도록 낮춰 접근성을 높이고 스트레스를 줄이는 한편, 여러 과제를 통해 숨겨진 난이도 밸런싱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게임이 후반부로 향하면서 ‘기본 클리어’ 난이도 역시 점진적으로 상승하기 때문에, ‘완전 클리어’에 관심 없는 게이머들도 얼마간 만족스러운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하드코어한 게임 경험에 익숙한 게이머들이라면 <커비 디스커버리>는 여전히 조금은 ‘싱거운’ 경험일 수 있습니다. 새로 도입된 웨이들 디 마을 업그레이드, 능력 업그레이드는 그 자체로는 신선하고 흥미롭지만, 난이도 측면에서는 종종 불필요하게 느껴질 정도입니다.

 

다만 서두에 언급한 주인공 커비의 독보적 매력은 이를 상쇄하는 요소로 작용합니다. 또한, 기존 커비 시리즈에서 만나보기 힘들었던 미려한 맵 디자인과 웨이들 디 마을의 정겨움, 피규어 등 수집요소는 <커비> IP 특유의 안온한 만족감을 선사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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