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더 쇼> 시리즈는 야구 게임 팬들에겐 실로 귀한 타이틀이다. 메이저리그를 주제로 한 콘솔 야구 게임이 극히 드물기에, 이러한 갈증을 풀어줄 수 있는 몇 안 되는 게임 중 하나기 때문. 덕분에 <MLB 더 쇼> 시리즈는 수년간 PS 독점 타이틀로 군림하며 독자적 위치를 지켜왔다. 물론, 최근엔 Xbox 시리즈 X,S에서도 플레이가능해지면서 상황이 달라지긴 했지만, 여전히 시리즈가 지닌 가치는 높은 편이다.
그런데 최근 몇 년 사이 <MLB 더 쇼> 시리즈를 둘러싼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큰 변화 없는 엔진과 그래픽 탓에 '로스터만 업데이트하는 타이틀'이라는 혹평이 쏟아진 탓이다. 특히 <MLB 더 쇼 21>은 PS5로 출시된 첫 번째 <MLB 더 쇼> 시리즈였음에도 저조한 그래픽와 게임성으로 인해 큰 비판을 받아야 했다.
그리고 지난 5일 <MLB 더 쇼 22>가 출시됐다. 과연 샌디에이고 스튜디오는 이번 타이틀을 통해 '우려먹는다'리는 유저들의 비판을 날려버릴 수 있을까. 얼리억세스를 통해 조금 일찍 플레이해본 <MLB 더 쇼 22>에 대한 솔직한 생각을 정리했다. / 디스이즈게임 이형철 기자
이름에서부터 알 수 있듯 <MLB 더 쇼 22>는 철저히 메이저리그를 중심으로 흘러가는 야구 게임이다. 공식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기에 LA 다저스, 뉴욕 양키스 등 익숙한 인기 구단은 물론 선수들까지 모두 실명으로 등장한다. 구장 역시 현실과 동일한 모습으로 구현됐으며, 인게임 UI도 실제 중계와 큰 차이가 없다. 과장 조금 보태 '선수가 나오기 전까지의 화면'만 보면 현실과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다.
시리즈 특유의 현장감도 건재하다.
개막전에서는 수많은 관중의 함성과 선수들이 도열하는 장면을, 포스트시즌과 월드 시리즈에서는 수건을 돌리며 평소보다 더 크게 환호하는 관중을 배치해 분위기를 끌어올린다.
이는 개선된 그래픽과도 연결돼있다. 전작에서 융단폭격에 가까운 비판을 들었던 그래픽은 <MLB 더 쇼 22>에서만큼은 상당히 개선된 인상이다. 물론 아주 드라마틱한 변화까지는 아니지만, 최소한 'PS3~4급'이라는 혹평을 받았던 전작에 비하면 선수와 유니폼, 관중 표현 등에서 많이 나아진 듯한 느낌을 준다.
물론, 눈에 띄게 달라진 부분도 있다.
<MLB 더 쇼 22>의 가장 핵심적인 변화는 단연코 '해설'이다. 그간 시리즈를 이끌어온 맷 바가시안과 에릭 캐로스 대신 이번 타이틀에서는 존 샴비와 크리스 싱글턴 듀오가 마이크를 잡았다.
잔잔한 톤으로 게임을 해설했던 기존 중계진과 달리 존 샴비-크리스 싱글턴 듀오의 중계는 확실한 업다운이 느껴지는 톤으로 경기를 풀어간다. 샌디에이고 스튜디오가 강조했던 '실제 중계에서 따온 멘트' 역시 게임의 현장감을 크게 증폭시킨다. 지나치게 밋밋했던 탓에 듣기 힘들다는 혹평이 쏟아졌던 기존 중계에 비하면 확실히 개선됐다고 볼 수 있는 요소다.
모션 변화도 주목할 만하다. <MLB 더 쇼 22>에는 새로운 모션이 다수 추가된 만큼, 전작에 비해 한층 자연스러운 플레이가 펼쳐진다. 특히 수비 시 나오는 슬라이딩이나 러닝 캐치 후 스로잉 모션은 그 어떤 <MLB 더 쇼> 시리즈보다 민첩하고 자연스럽게 구현됐다.
애석하게도 <MLB 더 쇼 22>의 긍정적인 요소는 앞서 언급한 내용 정도가 전부다. 수년째 '우려먹는다'는 이야기를 들어온 <MLB 더 쇼> 시리즈는 이번 타이틀에서도 유의미한 변화를 가져오지 못했다. 게임 내 콘텐츠는 물론 시스템마저 전작과 크게 다르지 않은 형태로 등장한 탓이다.
냉정히 말해 <MLB 더 쇼 22>는 전작 대비 큰 변화가 없다. 늘 보던 연출, 늘 보던 게임 모드와 엔진이 또다시 게임의 중심을 차지하고 있다. 변화가 없진 않지만, 그마저도 굉장히 소소하기에 지속적으로 시리즈를 즐겨온 유저가 아니라면 쉽게 인지하기 어렵다.
세세히 뜯어보면 변화의 부재에 대한 아쉬움은 더욱 크게 느껴진다. 우선 새로운 모션부터 살펴보자.
나쁘지 않았던 수비 모션이야 그렇다 쳐도 타격과 투구 모션은 시리즈 내내 이어진 고질적인 '어색한 삐걱임'이 또 한 번 발목을 잡는다. 심지어 경기를 플레이하다 보면 타격이 시작될 때와 끝날 때 왠지 모를 묘한 이질감마저 전해진다. 전혀 다른 두 개의 모션을 하나에 우겨넣었을 때 발생하는 부자연스러움에 가까운 인상이다. 표지 모델 쇼헤이 오타니의 투구 모션도 엉성하긴 마찬가지다. <MLB 더 쇼 22>의 핵심 요소 중 하나가 선수들의 리얼한 모션임을 감안하면 더더욱 아쉬울 수밖에 없다.
<MLB 더 쇼 22>가 PS5로 출시된 두 번째 <MLB 더 쇼>임에도 차세대기를 전혀 활용하지 못했다는 점도 꼬집을 만하다. 실제로, <MLB 더 쇼 22>는 소니 퍼스트 파티 게임이지만, 듀얼 센스 활용과는 거리가 멀다. 소소한 진동을 활용하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올해 출시된 <호라이즌 포비든 웨스트>나 <그란 투리스모 7>과 비교하면 사실상 전무한 수준에 가깝다.
활시위의 팽팽함이나 차를 모는 주행감까지 듀얼 센스로 구현하는 요즘 같은 시대에 <MLB 더 쇼 22>가 전하는 거라곤 공이 미트에 꽂힐 때 느껴지는 미약한 진동 뿐이다. 치열한 경기에서 터져나오는 함성이나 경기장을 발로 구르는 소리, 헛스윙했을 때 느낌 등 듀얼 센스를 활용할 지점이 적지 않았음을 감안하면 못내 아쉽다. 소폭 개선되긴 했지만, 차세대기에 걸맞은 그래픽을 선보이지 못한 점도 뼈아프다.
그 외에도 <MLB 더 쇼 22>에는 아쉬운 부분이 다수 존재한다.
특정 선수를 클로즈업하거나 끝내기 홈런을 친 뒤 홈베이스로 들어오는 상황에서는 전작과 마찬자기로 프레임 드롭이 발생하며 고질적 문제로 꼽히는 '서버 불안' 역시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덕분에 '서버가 불안정하다'는 메시지로 인해 게임 진행이 어려운 상황도 적지 않다.
또한, 방금 홈런을 친 타자가 투수 옆에 멍하니 서있는 등 알 수 없는 버그가 존재한다는 점도 못내 아쉽다. 이러한 상황이 얼리 억세스 기간을 넘어 정식 출시 후에도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는 점은 더더욱 뼈아프게 느껴진다.
스포츠 게임은 매년 새로운 시리즈를 출시하며 명맥을 이어가는 만큼, '변화'에 대한 고민도 많을 수밖에 없다.
장수 축구 게임 <피파> 시리즈 역시 이러한 부분을 극복하기 위해 매년 새로운 변화를 시도한다. 엔진을 큰 폭으로 바꾸기도 하고, 그래픽이나 경기장 내 연출에 드라마틱한 변화를 가져오는 경우도 적지 않다. 심지어 <PES> 시리즈(현 e풋볼)는 변화를 포기하고 무료 업데이트로 방향성을 전환하기도 했다. 유저들에게 어떻게든 신선함을 전해주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반면, <MLB 더 쇼 22>에서는 이러한 '신선함'을 찾기 힘들다. 정확히 말하자면 신규 넘버링 타이틀에 대한 개발진의 고민이 잘 전해지지 않는 것에 가깝다. 문제는 이러한 패턴이 수년째 반복된다는 것이다. <MLB 더 쇼 2014>부터 이어져 온 "그래픽과 로스터 외에 큰 변화가 없다"라는 지적은 이번 타이틀에서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제대로 된 야구 게임을 기다려온 유저들 입장에선 아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MLB 더 쇼 22>는 전작이 그러했듯 이번에도 일정 수준 이상의 판매량을 올리고, 유저를 확보할 가능성이 높다. 메이저리그를 다룬 콘솔 게임이 사실상 전무하기 때문이다. 특별한 대체재가 없는 만큼, 올해도 '메이저리그 콘솔 야구 게임은 더 쇼'라는 공식이 그대로 이어질 전망이다.
하지만 수년째 이어진 '신선함의 부재'가 이런 식으로 계속돼서는 곤란하다. 특별한 신규 요소 없이 지속적으로 넘버링만 늘리는 건 자칫 제 살 깎아 먹기가 될 위험이 높고, 당연히 유저들의 피로도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오랜 시간 시리즈를 플레이했다는 한 유저는 "또 속는다는 심정으로 구매했지만, 역시나였다. 내년부터는 신규 넘버링 타이틀을 구매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어쩌면 지금이야말로 진짜 '변화'를 모색할 타이밍일지도 모른다. 과연 샌디에이고 스튜디오는 현재 상황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