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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리뷰

‘휴대용 디아블로’는 어떻게 원작을 변주했나

게임플레이 완성도에 대한 독립적 평가는?

에 유통된 기사입니다.
방승언(톤톤) 2022-06-08 10:23:46

PC, 콘솔에서의 코어 게임 경험을 모바일 환경으로 옮기기 쉽지 않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일단 조작법의 한계부터 자명하다. 모바일 이식작들의 복잡무쌍한 키 레이아웃을 보고 있노라면, 그만큼이나 복잡했을 개발자들의 머릿속이 눈앞에 훤히 그려지는 듯하다.

 

조작 체계뿐만이 아니다. 스마트폰의 성능 한계와 디스플레이적 제한, 그리고 ‘다용도 통신 기기’라는 특성 때문에 발생하는 여러 복합적이고 돌발적인 사용 상황까지 고려해야 한다.

 

한계 극복을 위해 업계 전반이 따르는 문법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대표적 예시가 ‘자동’ 시스템이다. 일부 모바일게임의 경우 전투 등 핵심 요소에도 자동 기능을 넣는다. 이는 모바일 장르 태동기만 해도 많은 반발을 샀지만, 지금은 널리 통용되는 트렌드다. 가장 엄격했던 소비자들마저 결국엔 모바일 환경 고유의 한계를 이해하고 차이를 받아들인 셈이다.

 

 

 

# ‘휴대용 <디아블로>’, 시스템만 놓고 본다면?

 

위에 언급한 것과 유사한 맥락에서, <디아블로 이모탈>이 처음 공개됐을 때 많은 유저가 게임성의 근본적 변화를 우려했다. ‘모바일 문법’에 맞춰 <디아블로>의 게임 플레이가 둔화, 단순화, 기타 변질을 겪으며 흔한 ‘양산형 모바일 게임’이 되고 말 것이란 우려였다.

 

한편 실제 게임이 출시한 현재는 게임플레이보다 과금 시스템을 중심으로 의견이 나뉘는 상황이다. 특히 기존 <디아블로> 시리즈의 오랜 팬, 그리고 모바일게임 BM에 익숙하지 않은 유저들 사이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는 편이다. 

 

하지만 게임 플레이의 완성도를 비판하는 목소리는 처음 <디아브로 이모탈>이 공개되었던 당시 예상에 비해 월등히 적다는 점에 유념할 만하다. 심지어 ‘게임이 재미있기 때문에’ 오히려 BM에 불만을 느끼게 된다는 반응도 심심치 않게 보인다. 게임 플레이가 마음에 드는 만큼 원래 <디아블로>에서는 경험하기 힘들었던 모바일 플랫폼의 BM에서 느끼는 좌절도 커진다는 것.

 

이런 반응을 볼 때 <디아블로 이모탈>은 전투 등 기본 게임플레이 측면에서 원작의 핵심 재미 이식에 상당 부분 성공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작금의 운영 논란과 별개로 한 번쯤 유심히 살펴볼 만한 지점이다. 특히나 ‘자동사냥’ 등 모바일 MMO의 전형적 문법을 빌려오지 않고도 모바일 유저들을 매료했다는 점에서 다른 모바일 개발사들 역시 참고해 볼 만한 지점이다.

 


 

# 반응성, 편의성 잘 살린 조작체계

 

<디아블로 이모탈>에서 다른 모바일 게임들과 비교해 눈에 띄는 것 중 하나는 매우 간결한 콘트롤 레이아웃이다. 이동을 맡는 좌측 하단 가상 조이스틱과 우측 하단의 스킬/물약 버튼 등 크게 두 영역으로만 구성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먼저 좌측의 가상 조이스틱은 정확한 조작감이 돋보인다. 엄지를 조금만 움직여도 캐릭터가 즉각 반응하지만, 동시에 오조작은 거의 발생하지 않아 쾌적한 플레이를 보장해준다. 특히 <디아블로 이모탈>은 전작인 <디아블로 3>를 계승하면서 적의 스킬 범위나 ‘장판’을 눈으로 직접 보고 피할 상황이 자주 펼쳐지기 때문에, 이동 조작은 게임 경험과 직결되는 중요한 문제이기도 하다.

 

이러한 ‘미세 콘트롤’ 구현은 이동뿐만 아니라 스킬 조작에서도 똑같이 빛난다. 스킬 타겟팅이 의도와 미묘하게 다른 방향을 향한다거나, 한 박자 늦게 반응하는 등의 불편한 경험이 거의 발생하지 않아서, 말 그대로 ‘손에 착 붙는’ 전투 경험을 할 수 있다.

 

콘트롤에 있어 또 한 가지 두드러지는 장점은 게임 콘트롤러와의 호환성이다. 특히 모바일 기기에 직접 게임패드를 연결해 플레이할 경우, 콘솔/PC 게임에 준하는 즉시성과 정밀성을 느낄 수 있다. 캐릭터를 빠른 속도로 제자리에서 빙글빙글 돌리는 등의 난해한(?) 조작을 입력하더라도 아무런 지연 현상 없이 정확하게 동작을 수행하는 모습을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 ‘모바일 손맛’ 느껴지는 전투 시스템

 

<디아블로 이모탈>은 전작인 <디아블로 3>의 시스템을 많은 부분 계승해 만들어졌다. 직업, 아이템, 던전 콘텐츠 등 여러 측면에서 겹치는 개념을 많이 확인할 수 있다. 한편 전투 시스템에 있어서는 모바일에 맞는 변화를 통해 기존과 다른 조작감을 마련하고 있다.

 

우선 스킬의 전반적인 작동 방식을 보면 모바일의 한계 안에서 수동 조작의 손맛을 최대한 구현해낸 모습이다. <디아블로 이모탈>의 대부분 스킬은 ‘탭’과 ‘스와이프’의 두 가지 간단한 동작만으로 구사할 수 있도록 고안되어 있다. 캐릭터 위치를 기준으로 장방형, 부채꼴, 반원 등 형태의 스킬 범위를 지정해 발동시키는 방식이 흔하다.

 

이때 콘솔/PC <디아블로>의 ‘스킬 다양성’을 되도록 희생시키지 않고 그대로 살린 점에 주목할 만하다. 범위 내에 대미지를 입히는 공격 스킬, 특정 위치로 빠르게 이동하며 여러 부수 효과를 발동시키는 이동 스킬, CC(군중제어)스킬, 소환 스킬, 보호 스킬 등 다양한 역할을 하는 스킬을 상황에 맞춰 활용할 수 있다.

 

 

<디아블로 이모탈>은 이렇듯 스킬의 ‘수동 콘트롤’과 ‘스킬 다양성’이라는 두 가지 특성을 잘 조화시키면서, MOBA 장르를 연상케 하는 역동적 전투를 구현했다. 스킬의 효과, 범위, 역할을 모두 고려해 신중히 사용하게 만드는 이런 디자인은 ‘스킬 난사’가 중점이던 <디아블로 3>과는 확연히 차별화된 것이다.

 

더 나아가 <디아블로 이모탈>의 스킬 중에는 상호 연계를 통해 시너지를 내는 특수한 조합도 여럿 존재한다. 예를 들어 강령술사의 경우, 피격된 적 수에 맞춰 시체를 생산하는 ‘사신의 낫’ 스킬과 시체 주변에 막대한 대미지를 입히는 ‘시체 폭파’를 연동해 딜러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이런 시너지 창출까지 고려해 찰나의 작전을 구상하는 전략적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재사용 대기시간(쿨다운) 도입도 기존에 없던 전투 감각을 만드는 요소다. 전작에 비해 스킬 빈도가 낮아진 대신 '한 방'이 더 강한 위력을 발휘하도록 조정하면서 스킬 사용의 쾌감이 크게 증진됐다. 큰 피해량이나 CC 효과 등을 통해 스킬 사용의 결과가 확실히 피드백되기 때문에 이른바 ‘타격감’을 만들어내는데 도움을 준다.

 


 

# 모바일 환경의 한계 극복 방안은?

 

이러한 ‘수동 조작’의 재미는 콘솔/PC 환경에서라면 무리 없이 환영받는 요소다. 하지만 조작 체계의 제약이 크고, 유저의 집중력 지속시간 또한 짧은 모바일 플랫폼에는 그간 어울리지 않는 특징으로 여겨져 온 것이 사실이다. 실제로 수동 조작을 셀링 포인트로 내세운 일부 모바일 MMORPG는 흥행에 참패를 겪기도 했다.

 

그렇다면 <디아블로 이모탈>은 이 문제를 어떻게 보완하고 있을까? 우선 스킬 사용의 편의성을 늘리고 ‘판정’을 너그러이 적용함으로써 조작 스트레스를 줄였다. 이를테면 스킬 사용 범위는 화면 중앙 영역을 되도록 넓게 커버하도록 설정된 경우가 많아 적을 놓칠 일이 적다. 타깃 지정형 스킬의 경우 UI가 적에게 쉽게 스냅 되도록 해 마찬가지로 난도를 줄였다.

 

둘째로는 전투의 플레이 타임을 되도록 짧게 설정함으로써, 장시간 집중 플레이가 어려운 모바일 플랫폼의 단점을 보완하고 있다. 균열 등 주요 콘텐츠를 포함해 거의 모든 전투는 수 분 이내로 결판이 난다. 따라서 집중력이 흐트러지기 전 ‘보상’이 지급되며, 이는 다시 다음 세션을 플레이할 동기를 부여하는 순환 구조가 성립된다.

 

 

 

# <디아블로>의 ‘전통’은 얼마나 물려받았나

 

조작 편의성과 전투의 다이내믹을 잘 살렸다고 한들, 시리즈의 전통을 적절히 재현하지 못했다면 현재처럼 ‘모바일 <디아블로>’로서의 가치를 인정받기는 힘들다.

 

이 방면에서 <디아블로 이모탈>은 우선 ‘아이템 파밍’을 중심에 둔 시리즈 전통의 성장 시스템을 잘 따르고 있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특수한 옵션을 지닌 여러 전설 아이템, 세트 아이템이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어 꾸준히 파밍의 보람을 느낄 수 있다는 의미다.

 

특히 스킬의 작동 방식을 바꾸는 유형의 아이템은 앞서 언급한 전투에서의 ‘스킬 조합’에 확연한 변화를 선사한다. 이는 파밍 과정의 반복성에서 오는 지루함을 크게 달래주는 요소다.

 

한편 스토리상으로는 <디아블로 2>와 <디아블로 3> 사이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기 때문에, 기존 작품들에서 등장한 반갑고 익숙한 요소들을 여럿 만나볼 수 있다는 사실이 기존 팬 사이에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퀘스트의 텍스트 및 스토리 퀄리티는 다소 전형적이었던 <디아블로 3>에 비해 오히려 향상됐다는 평가도 찾아볼 수 있다. 사소한 사이드 퀘스트 안에도 나름의 기승전결이나 신선한 반전을 삽입하는 등, 개별적인 이야기 완성도에 노력한 모습이다.

 

반대로 <디아블로 3>에 이미 소개된 적 몬스터와 여러 장소가 ‘재활용’됐다는 점에 대해서는 호불호가 크게 갈린다. 덕분에 <디아블로 3>에서 이미 검증된 여러 콘텐츠를 조금 새로운 모습으로 즐길 수 있지만, <디아블로 3>을 많이 플레이한 유저 사이에서는 너무 비슷한 게임으로 느껴진다는 의견도 많다.

 


 

# 해결해야 할 과제는?

 

‘언제 어디서나 즐길 수 있는 <디아블로>’라는 차별화된 포지셔닝, 그리고 게임 플레이의 기본적 완성도를 통해 <디아블로 이모탈>은 저류에서 나름의 팬층을 쌓아가고 있는 모양새다.

 

하지만 일부 서양권 국가 유저 사이에서는 <디아블로>를 필두로 트리플A 개발사들 사이에 새로운 BM이 관행화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발생하고 있다.

 

기존 <디아블로> 시리즈, 그리고 보다 콘솔 게임을 즐기던, 즉 패키지 판매와 비교적 가벼운 소비에 익숙한 유저들 사이에서는 <디아블로 이모탈>을 향한 심리적 저항이 나름 만만찮은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여기에 블리자드가 절충안을 내놓을 것인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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