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MMORPG는 동종 게임 간 동질성이 갈수록 심화하면서 그 타깃 유저 집단의 경계도 점차 뚜렷해지는 장르다. 간단히 정리하면 과금, 성장, 경쟁으로 이루어진 순환 사이클에 저항감 없이 올라타는 유형의 게이머들이 모바일 MMORPG의 주된 고객이라고 말할 수 있다.
세 가지 측면이 유기적으로 잘 연결될수록 이용자 참여 유도와 유지가 용이하다는 게 현재 업계의 통념이다. 반면 어느 한 측면이 과하거나 덜하면 이용자들은 잘 지갑을 열지 않고, 게임에 남지도 않는다. 그런데 그만큼이나 중요하고 또 어려운 것이 있다면 고객 모집이다.
많은 게임이 모객에 실패해 고객의 리텐션을 고민할 단계에 접어들기조차 못한다. 경쟁이 심한 모바일 MMORPG 라면 더욱 그렇다. 그래서 돋보이기 위한 캐치프레이즈나 셀링 포인트를 지닌 채 시장에 뛰어드는 것이 꼭 필요한 생존법이 된다.
6월 23일 문을 열어 기존 MMORPG 강자들의 뒤를 쫓고 있는 <미르M>은 어떨까? 일단 현재까지 매출 10위권을 유지하면서 초기 관심 모으기에는 성공한 듯한 모습이다. <미르M>은 어떻게 사전에 기대를 모았으며, 또 어떤 차별성으로 유저들에게 어필하고 있는 것일지, 한 번 들여다보았다.
<미르M>이 관심을 받고 있는 이유로는 <미르> IP와 개발사 위메이드의 지명도를 꼽을 수 있다.
우선 <미르M>은 MMORPG 장르에서 일찍이 ‘게임 한류’를 이끌었던 <미르의 전설> IP의 작품이라는 점에서 유리한 출발선에 섰다. 올해 출시한 MMORPG <던전 앤 파이터 모바일>, <디아블로 이모탈>이 그러했던 것처럼, 기존 작품을 알고 있거나 즐겼던 유저들의 자연스러운 관심을 받았다.
한편 제작진이 원작의 이름만 빌려온 것은 아니다. 기존 작품과의 연결성을 보여주는 스토리, 시스템적 장치들을 게임에 심어 두었다.
일례로 <미르의 전설 2>의 ‘적월마’를 새롭게 해석해 <미르M>의 핵심적 보스로 등장시키거나 기존 직업들을 재등장시키는 등의 요소를 찾아볼 수 있다. 또한 8방향 이동 시스템이나 쿼터뷰 카메라 시점, 그리드 기반 전투 시스템 등 또한 <미르의 전설 2>을 연상시키는 '레트로' 요소들이다.
고전 게임인 <미르의 전설 2>과 <미르M>사이를 이어주는 <미르 4>의 존재도 빼놓을 수 없다. <미르의 전설> 고전 시리즈에 익숙지 않은 이용자라 하더라도 IP와 개발사에 익숙해질 단초가 되어주었기 때문이다. 최근 <미르 4>와 위메이드가 업계 안팎으로 화제를 모으면서, 잘 몰랐던 유저들도 IP를 접할 기회가 충분히 주어졌던 바 있다.
<미르M>의 프로덕션 퀄리티는 사전에 형성된 기대를 적절히 이어갈 만했다는 인상이다.
우선 모바일과 PC 양쪽 환경 모두에서 부드러운 경험을 제공했다. 플레이에 지장을 줄 만한 지연 현상이나 스터터링 등이 많이 발생하지 않았기 때문에, 내내 쾌적한 플레이가 가능했다. 비록 오픈 직후에는 접속 불가 등 이슈가 발생했으나 그 이후로는 안정적으로 서비스가 이어지고 있다.
디테일한 비주얼과 나쁘지 않은 퍼포먼스를 동시에 구현한 점도 눈길을 끈다. <미르M>은 언리얼 엔진 4 사용을 통해 미려한 외관을 추구하고 있다. 비교적 단조로운 액션을 추구하는 자동 사냥 게임에서 자칫 소홀해지기 쉬운 캐릭터 및 이펙트까지 명료하게 표현한 점도 특징적이다. 한편 이런 묘사로 인한 성능 저하는 딱히 감지되지 않아, 전체적인 만족감이 증대했다.
다만 아직 서비스 초기인 만큼, 일부 아이템 수령이나 퀘스트 완료 등에서 버그를 만나볼 수 있었다는 점은 아쉽다. 지속적인 개선을 통해, 편안한 게임플레이 흐름이 끊어지는 상황이 조속히 모두 해결되길 기대해본다.
<미르M>은 기존 시리즈에서 중시되었던 생산, 제작 시스템을 모바일 MMORPG에 부합하는 형태로 재해석하면서, 전투 외 성장할 수 있는 수단을 별도 마련했다. 다른 플랫폼 게임이나 다른 장르 게임에서는 꽤 흔하게 볼 수 있지만, 국산 모바일 MMORPG에서는 잘 도입되지 않는 시스템으로서 <미르M>의 차별화된 콘텐츠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생산 활동은 전투만으로는 콘텐츠 진행이 어려워지는 레벨 20 인근부터 도모해 보기에 적당하다. ‘장인’ 수준에 올라서지 않더라도 생산 활동은 여러 도움을 주기 때문에, 전투에 방점을 찍은 유저라도 한 번씩 챙길 만하다.
우선 채광, 채집, 낚시 등 생산 활동을 하면 ‘활력’을 수급할 수 있다. 활력은 보너스 경험치를 제공해주는 게이지다. 높은 활력 수준을 유지하면 사냥을 통한 효율이 대폭 성장하기 때문에 전투와 전투 사이 적절한 시간에 생산에 매진하면 좋다.
더 나아가 이렇게 수집한 재료로 많은 장비를 제작할 수 있어 사냥에 보다 직접적 도움도 준다. 그 뿐만 아니라 채광에서는 장비 강화에 필수인 강화석도 획득 가능해 여러모로 무,소과금 유저들에게는 좋은 성장의 발판이 되어주는 시스템이다.
또한 생산, 제작, 강화 등 생활 기술 중 한 가지를 특화, 진짜 ‘장인’으로 활동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 다른 유저들보다 더 높은 작업 성공률을 통해 수요가 높은 재화나 아이템을 판매할 수 있다. '랭커' 장인들만 제작 가능한 아이템도 존재해 장인 스킬을 연마할 동기가 추가로 부여되기도 한다.
<미르M>이 게임의 아이덴티티 중 하나는 내세운 ‘만다라’ 시스템은 이렇게 ‘장인’을 노리는 유저들에게 더 풍부한 선택지를 준다. 만다라는 원판 위에 복잡하게 배열된 노드를 하나씩 언락할 때마다 해당 버프가 캐릭터에 추가되는 방식의 성장 시스템이다.
비슷한 시스템이 있는 <패스 오브 엑자일>을 연상시키지만, 원판이 전투와 성장의 두 가지로 구분되고 각각의 원판이 다시 세 개의 ‘바퀴’로 나뉘어 배치를 바꿀 수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하나하나 해금에 재화가 소모되기 때문에, 무소과금 유저의 경우 신중한 선택이 중요하다. 한편 그런 만큼 전체 게임 생태계 내에서 플레이어 간의 자연스러운 ‘역할 분담’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미르M>은 원작이라 할 만한 <미르의 전설 2>를 현재의 기술로 구현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다. 하지만 M이 뜻하는 것처럼 기본 플랫폼이 모바일로 나온 이상 과금에 대한 허들은 과거와 다르게 높다는 체감이다.
화신과 영물처럼 능력치에 큰 영향을 주는 부분은 확률형으로 구현됐다. 일정시간 동안 사냥 경험치를 추가제공하는 활력 시스템을 통해 성장 속도를 높여주는 부분은 나름 무과금 유저들을 위한 시스템처럼 보인다. 이는 <미르 4>에서도 선보였고 일반적인 모바일 MMORPG에서도 주로 사용하는 방법이다.
활력을 채우는 방법은 휴식을 하거나, 생산활동을 하거나, 흑철을 지불하는 방식이다. 다만 이 활력을 보유하는 시간은 앞서 이야기한 화신의 등급에 따라 달라진다. 즉 화신의 등급이 활력 보너스의 효율을 결정한다는 점에서 과금 플레이가 유리해질 수밖에 없다는 유저들의 평가다.
물론 과금이 무과금 플레이보다 유리한 것은 당연해 보일 수도 있지만, 이것이 게임의 난이도로 인식되는 순간 너무 어려운 게임 혹은 중간 밸런스가 한쪽으로 치우친 것으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높다. 이 허들은 대략 20레벨부터 느껴지게 된다.
MMORPG의 과금에 익숙하지 않다면 BM에 대한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는 모양새다. 다만 이런 부분은 국내에서 당분간 적용되기 힘든 P2E 모델의 적용이 변수가 될 수 있다. <미르M> 글로벌 버전에는 P2E, 즉 블록체인을 통한 위믹스 생태계가 접목될 예정이다. <미르4>에서 흑철을 위믹스로 교환했듯 <미르M>에도 이를 감안한 시스템을 고려해야 하는 부분이다.
현 시점에서 <미르M>은 과거 <미르의 전설 2>의 추억을 어느정도 되살리고, 시각적 만족을 주는 IP 게임으로서 매출 순위 6위를 기록했다. 이런 면에서 첫 스타트는 연착륙을 했다고 볼 수 있다. 다만 향후 운영과 업데이트, P2E가 적용될 글로벌 버전과 적용되기 힘든 국내 버전의 밸런스 조절이 <미르M>의 이후 항로를 바꾸게 될 것으로 보인다. 돈을 쓰는 게임이 될지, 돈을 벌게 하는 게임이 될지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