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회원수 1억 명을 보유한 <메이플스토리>의 첫 게임기 진출작, <메이플스토리DS>(이하 메이플DS)가 출시됐습니다. 2006년 지스타에서 제작 사실이 발표된 <메이플DS>는 닌텐도 DS라는 휴대용 게임기에 걸맞는 재미를 추구하기 위해 꽤 오랜 시간을 보냈습니다.
서서히 게이머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질 무렵, 한국닌텐도와 넥슨은 <메이플DS>를 출시한다고 발표했죠. 넥슨의 첫 닌텐도 DS 타이틀은 어떨지 궁금했습니다. 첫술에 배부를 수야 없겠지만, 오랫동안 고민해서 만들었다고 하니 살짝 기대도 되더군요. 자, 그럼 <메이플DS>를 살펴보겠습니다. /디스이즈게임 남혁우 기자
원작과 같으면서도 다른 게임
<메이플DS>는 기본적으로 원작 <메이플스토리>와 유사한 게임입니다. 하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많은 부분이 바뀐 것을 알 수 있는데요, 특히 플랫폼이 닌텐도 DS(이하 NDS)로 달라진 만큼 싱글 플레이에 어울리지 않거나 불필요한 요소들은 대거 수정됐습니다.
원작의 넓고도 넓은 맵은 NDS용 게임에 걸맞게 그 스케일이 대폭 줄었습니다. 예를 들어 원작에서는 1시간 이상 걸리는 거리였다고 해도, <메이플 DS>에서는 한두 번의 맵 이동으로 오고갈 수 있더군요.
또한 수십 명의 유저들이 힙을 합쳐야 겨우 잡을 수 있었던 레이드 몬스터 역시 일정한 레벨만 되면 혼자서도 충분히 잡을 수 있도록 밸런스가 조절됐습니다. 원작에서 강력한 레이드 몬스터로 이름 높았던 ‘자쿰’은 <메이플DS>에서 단지 수문장 정도의 보스로 등장합니다.
레벨이 오르면 유저가 직접 능력치를 올려야 했던 원작과 달리 <메이플 DS>에서는 능력치가 자동으로 올라갑니다. 자신이 원하는대로 키울 수 없다는 점이 아쉽긴 하지만, 복잡한 것을 좋아하지 않거나, 처음 게임을 접하는 유저라면 부담 없이 즐길 수 있겠더군요. 대중적인 휴대용 게임기에 맞게 조절된 요소로 생각됩니다.
참, <메이플 DS>의 게임 진행은 원작에 비교해 매우 빠릅니다. 대시를 이용해 빠르게 달릴 수 있고, 내용의 전개 또한 시원시원합니다. 맵 이동이나 게임 전개에 대한 스트레스는 걱정하지 않아도 될 정도입니다.
특히 레벨 업 속도는 원작과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빠릅니다. <메이플스토리>에서 아무런 지원이 없으면 한 달 정도 걸리는 레벨을 <메이플DS>에서는 7시간이면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원작에서 레벨 업에 고생했던 유저라면 묘한 희열(?)도 느낄 수 있습니다.
4명의 캐릭터가 엮어 가는 스토리
캐릭터마다 각자의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참고로 캐릭터들의 기본 설정이나 배경은 원작과 차이가 많습니다. NDS 버전만의 오리지널 요소라고 보면 됩니다.
캐릭터들의 시나리오는 분리돼 있지만, 중간 중간 다른 주인공들과 협력하거나 서로 싸우는 에피소드도 있습니다.
플레이어는 한 캐릭터만 클리어해서는 <메이플 DS>의 전체적인 내용을 이해하기 힘듭니다. 모든 캐릭터의 앞뒤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4명을 전부 플레이해 봐야 합니다. 그래야 게임의 전체적인 내용이 퍼즐처럼 맞춰지면서 상황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캐릭터들은 다른 캐릭터의 스토리에 알게 모르게 영향을 줍니다.
참고로 <메이플 DS>는 일직선 진행의 시나리오 구성을 보여줍니다. 메인 스토리 외에는 이렇다할 서브 퀘스트가 없고, 숨겨진 요소도 없기 때문에 유저들은 게임이 제시하는 스토리만 따라가면 됩니다.
일반적으로 일직선 진행의 게임은 지루해질 수도 있다는 단점이 있는데요, <메이플DS>는 비교적 빠른 게임 진행 덕분에 일직선 전개가 오히려 ‘시원시원하게 즐길 수 있다’는 장점으로 다가옵니다.
타격감이 좋으면서도 간편한 전투 |
<메이플DS>의 전투는 기본적으로 원작과 거의 동일한 방식입니다. 조작만 봐도 단지 키보드인가, NDS의 패드인가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입니다.
좌우 방향키로 이동하면서 두 개의 버튼으로 공격과 점프를 하면 대부분의 전투 액션은 쉽게 처리됩니다. 단순히 공격 버튼을 연타하는 것만으로도 콤보를 쓸 수 있을 정도거든요.
그리고 <메이플DS>는 NDS의 [LB], [X], [Y] 버튼과 방향키 위쪽 버튼을 조합해 모두 6개의 단축키를 설정할 수 있습니다. 단축키마다 스킬을 설정해 놓고 쓸 수 있는 방식이죠. 원작에 비하면 단축키가 많은 편은 아니지만, 게임 플레이에는 거의 지장이 없습니다.
하지만 단축키에 포션을 넣을 수 없고, 오로지 스킬만 등록할 수 있는 점은 아쉬웠습니다. 이로 인해 전투 도중 체력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일일이 옵션에 들어가 인벤토리에 있는 포션을 골라서 써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습니다.
단순한 조작으로 다양한 기술을 쓸 수 있습니다.
<메이플DS>의 조작은 원작과 많이 유사하지만, 그래도 전투의 타격감이나 박진감은 차이가 많이 나는 편입니다. 두 게임을 비교해 보면 원작은 사운드와 이펙트에 중점을 둔 반면, <메이플DS>는 캐릭터의 반응(리액션)에 신경 쓴 것이 눈에 띕니다.
가령 <메이플DS>에서는 때리거나 맞았을 때의 모션이 더 크고 확실하게 표현됩니다.
<메이플스토리>는 공격을 하거나 당할 때 캐릭터가 움직이는 모션 대신 효과음과 화려한 이펙트를 써서 타격감을 전달하는데요, <메이플DS>는 이펙트가 단순해진 대신 공격과 피격 등의 동작이 섬세하게 묘사됩니다.
이펙트가 약해진 대신 표정의 변화 같은 세밀한 묘사가 좋아졌습니다.
원작은 공격이 들어갔을 때의 느낌을 효과음와 이펙트 위주로 전달했습니다. 캐릭터가 대미지를 받으면 타격음과 피해를 입은 대미지의 양은 화면에 나오지만, 캐릭터는 공격을 받아도 대부분 반응이 없었죠.
여기에 <메이플DS>는 애니메이션을 추가했습니다. 공격이 성공하면 캐릭터가 뒤로 밀려 나거나 맞았다는 반응을 지속적으로 보여 줍니다. 때릴 때마다 바로 상대방이 당하는 모습을 눈으로 볼 수 있어서 ‘내가 적을 때리고 있구나’ 하는 느낌을 살렸습니다.
캐릭터마다 다른 스타일의 전투
<메이플 DS>에 등장하는 4명의 주인공들은 각자 직업이 다르기 때문에 전투 스타일 역시 확연하게 다릅니다. 가령 전사는 높은 체력을 믿고 무조건 달려드는 스타일로 싸우게 되지만, 궁수나 마법사는 상대방과의 거리를 조절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캐릭터마다 특색이 있기 때문에 같은 미션이라도 어떤 캐릭터로 진행하는가에 따라 느낌이 크게 달라집니다. 따라서 플레이어가 같은 미션을 여러 번 플레이한다고 해도 쉽게 지루함을 느끼지는 않게 됩니다.
다양한 스킬 중에서 골라 쓰는 재미가 있습니다.
전사는 가드를 이용해 상대방의 공격을 막을 수 있습니다. 단순히 막고 있으면 상대방의 공격에 일정 대미지를 입게 되고, 상태 이상 효과가 있었다면 그 효과에도 그대로 당하게 됩니다. 즉 스턴 공격을 받으면 막아도 스턴이 걸린다는 거죠.
하지만 상대가 공격하는 타이밍에 맞춰 가드를 올리면 ‘저스트 가드’가 발동됩니다. 이 경우엔 모든 대미지가 0(제로)이 되고 상태 이상에도 걸리지 않습니다. 근접공격을 저스트 가드로 막으면 오히려 공격한 상대방이 스턴에 걸리면서 무방비 상태가 됩니다.
도적은 플래시 점프를 써서 더 멀리 점프할 수 있기 때문에 다른 캐릭터들이 못 가는 지역에 가거나, 플레이어가 위험할 때 빠르게 피하기 좋습니다. 궁수는 백 스텝을 이용해 갑자기 접근하는 적의 공격을 순간적으로 피하면서 차지 공격을 이어갈 수 있죠.
마법사는 텔레포트를 써서 조금 앞쪽으로 순간이동할 수 있습니다. 이를 이용해 가시로 둘러싸여 넘어갈 수 없는 지형을 이동할 수 있고, 접근하는 상대의 뒤쪽으로 순식간에 넘어가서 반격을 노릴 수도 있습니다.
캐릭터마다 고유의 특수 기술을 갖고 있습니다.
초보자들을 위한 배려
<메이플DS>는 남녀노소 모두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게임입니다. 특히 처음 접하는 유저들이 쉽게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 주는 요소들이 곳곳에 풍부하게 배치돼 있습니다.
우선, 캐릭터가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서 있으면 자동으로 체력과 마나가 회복됩니다. 게임을 진행하다가 물약을 다 쓴다고 해도 잠시 적들과 떨어져서 쉬면 얼마든지 다시 싸울 수 있습니다. 덕분에 위험한 상황에서도 여유를 갖고 게임을 진행할 수 있더군요.
또한 ‘스토리’와 ‘힌트’라는 옵션을 통해 해야 할 일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옵션은 내가 어디까지 진행했고, 다음에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 모르는 사람들을 위한 것입니다. 스토리에 들어가면 내가 지금까지 플레이한 내용과 앞으로 할 일이 간단하게 나와 있습니다.
플레이어가 게임 도중 대화한 내용을 무심코 지나쳤거나, 저장해 둔 세이브 게임의 이전 내용이 기억나지 않을 때 유용합니다. 내가 무슨 일을 해야 하나 알려 주기 때문에 플레이 도중 헤매는 시간을 많이 줄일 수 있습니다.
자주 잃어버리는 사항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메이플DS>는 NDS의 아래쪽 화면에 미니맵과 GPS 두 가지 지도를 제공해서 유저들이 길을 잃지 않고 목적지를 찾아갈 수 있게 도와 줍니다. 이들을 통하면 NPC나 포탈의 위치는 물론이고, 다음 맵으로 가려면 어떻게 가야 하는지, 현재 들어선 곳이 막다른 길은 아닌지 등에 대해 자세하게 알 수 있습니다.
길을 자주 잃어 버리는 사람들을 위해 미니맵(좌)과 GPS(우) 두 가지 지도를 제공합니다.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게임, 아쉬운 난이도 설정
<메이플DS>는 횡스크롤 RPG를 처음 플레이하는 사람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을 정도로 높지 않은 난이도를 보여 줍니다.
그런데 너무 쉬운 나머지 자칫 지루함을 느낄 수도 있다는 점은 아쉽습니다. 캐릭터마다 고유의 방식이 있고, 보스 캐릭터나 다른 몬스터들도 다양한 행동 패턴을 갖고 있지만, 문제는 너무 쉽다는 것입니다.
일부 보스는 너무 쉬운 나머지 회피나 다른 움직임 없이 계속 체력만 회복하면서 공격해도 클리어하는 데 전혀 문제가 없더군요. 물론 대중성을 위해 난이도를 낮춘 것이 무조건 나쁘다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게임에 익숙한 플레이어를 위해 난이도를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 있었다면 더 좋았을 것 같습니다.
보스전도 너무 쉽습니다.
<메이플DS>는 각 캐릭터의 마지막 에필로그를 포함해서 모두 41개의 챕터로 구성돼 있습니다. 플레이 타임으로 계산하면 한 캐릭터당 7~10시간 정도로, 총 30시간 이상의 플레이 타임을 보여 줍니다. NDS 타이틀로 생각하면 적당한 플레이 타임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일단 클리어하면 단지 갤러리를 볼 수 있다는 것 외엔 2회차 이후의 플레이를 위한 동기부여가 거의 없어 아쉬웠습니다.
원작 <메이플스토리>에서 쓸 수 있는 쿠폰. 하지만 이것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캐시 아이템이 필요하기 때문에 유저들의 불만을 샀습니다.
몇 가지 단점들이 눈에 띄긴 하지만, 전반적으로 <메이플DS>는 NDS를 가진 유저라면 누구나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습니다. 국산 게임이기에 당연히 한글로 즐길 수 있고, 무엇보다 친숙한 온라인 게임을 소재로 삼고 있어서 원작을 경험한 유저라면 더욱 즐겁게 할 수 있을 겁니다.
4명의 캐릭터가 만들어 가는 스토리도 좋았고, 전투를 포함해 전반적으로 유저들이 편하게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돕는 요소들이 많아서 쾌적했습니다. 어렵고 복잡한 게임에 질렸거나, 갖고 있는 NDS로 쾌적한 액션 RPG를 즐기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