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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리뷰

[TIG 퍼스트룩] 우주로 간 타르코프, 그런데 버전이 알파인 '머로더즈'

김승주(4랑해요) 2022-10-17 10:09:09

세상은 넓고 게임은 많습니다.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 15년 역사의 게임 전문지 디스이즈게임에서 어떤 게임이 맛있는지, 맛없는지 대신 찍어먹어드립니다. 밥먹고 게임만 하는 TIG 기자들이 짧고 굵고 쉽게 여러분께 전해드립니다. TIG 퍼스트룩! 

 

생존 MMO FPS <이스케이프 프롬 타르코프>(이하 <타르코프>)는 여러모로 많은 게임에 영향을 끼쳤습니다. 큰 맵에 소수의 플레이어와 다수의 AI가 스폰되어 맵 상의 희귀 전리품을 얻기 위해 경쟁하는 게임 방식, 총 한 발 만 맞아도 자칫하면 사망에 이를 수 있는 하드코어함, 사망하면 하나의 게임에서 얻었던 아이템을 모두 잃을 수 있다는 긴장감까지. <타르코프>는 여러 단점을 딛고 특유의 게임성을 어필해 큰 성공을 거뒀고, 여러 게임사가 <타르코프>를 벤치마킹한 별도의 게임이나 모드를 만드는 수준까지 이르렀죠.

 

<머로더즈>도 같습니다. <머로더즈>를 한 단어로 요약하면 '우주 타르코프'입니다. 플레이어는 피도 눈물도 없는 우주 해적이 되어 버려진 함선이나 정거장을 습격하고, 남들보다 먼저 전리품을 챙겨야 합니다. 죽으면 진입한 게임에서 획득했던 모든 아이템을 잃는다는 것도 같죠. 덕분에 <머로더즈>는 <타르코프>가 주는 특유의 재미를 잘 살려낸 편입니다. 여기에 우주라는 콘셉트를 부여해 나름의 차별화도 선보였죠.

 

하지만 한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타르코프>스러운 덕분인지 단점도 똑같습니다. 알파 버전의 <타르코프>가 보여준 문제를 그대로 따라가고 있거든요. 핵심 재미는 잘 살려냈기에 무작정 게임을 비추천하는 것은 아니지만, <머로더즈>에 관심이 있다면 게임이 개발 초기 단계임을 감안하는 것이 좋습니다.

 


 

 

# 디젤펑크 세계관 속 우주 해적이 되어보자

 

<머로더즈>는 1990년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플레이어는 우주의 용병이 되어, 'MP-40'이나 '파파샤' 같은 구세대의 무기를 들고 버려진 우주 광산이나 정거장에 진입해 전리품을 챙겨야 합니다. 물론, 희귀한 전리품을 노리는 사람은 플레이어뿐만이 아닙니다. 맵 안에 랜덤하게 스폰되는 AI와 다른 플레이어가 항상 서로를 노리고 있죠.

 

아직 알파 버전이기 때문인지, <머로더즈>는 <타르코프>처럼 지역에 선택해 들어갈 수 없습니다. 매치메이킹을 하면 맵이 랜덤으로 선택되며, 우주 외각부터 자신의 우주선을 타고 목표 지점까지 진입해야 합니다.

 

장비를 미리 준비하고

 

레이드가 시작하면 함선을 조종해 구조물에 진입해야 합니다.

 

그렇기에 <머로더즈>는 상당히 초반부터 교전이 발생합니다. 맵마다 하나의 거대한 구조물이 있고, 반드시 함선을 타고 도킹 스테이션에 진입해야 본격적인 게임을 시작할 수 있으며, 기본 함선에도 어느 정도의 무장이 주어져 있습니다. 만약 함선의 체력이 다한다면 즉시 운전대를 내려놓고 엔진에 소화기를 뿌리거나 탈출용 포드로 함선을 떠나야 합니다. 탈출용 포드에 탄 상태에서는 도킹 스테이션에 진입할 수 없기에 사실상 눈물을 머금고 지역을 이탈할 수밖에 없죠. <머로더즈>에서의 탈출은 우주 맵 외각에 위치한 탈출 스테이션까지 함선이나 탈출용 포드를 타고 다가가야 완료됩니다.

 

물론, '우주 해적'이 컨셉트인 만큼 상대방의 배를 탈취할 수도 있습니다. 탈출용 포드를 타고 상대방이나 AI의 함선에 다가가면 난입할 수 있는 선택지가 뜨며, 이를 통해 함내로 진입해 선장을 쏘아 죽이고 자신이 배를 운전할 수 있죠.

 

구조물에 안전하게 도킹하면 감압 과정을 거친 후 본격적인 레이드가 시작됩니다. 함내에는 랜덤하게 생성된 AI가 순찰을 돌고 있고, 주인공이 함내에 진입한 것을 인지해 시작부터 총을 쏘며 달려오기도 하니 주의해야 합니다.

 

감압 과정을 거친 후 본격적인 레이드가 시작된다

 

맵에 따라선 시작부터 AI가 문 여는 소리를 듣고 공격을 해 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외로 K-1도 등장합니다

 

여기서부터는 <타르코프>나 다른 하드코어 생존 FPS를 해 보신 분이라면 익숙한 그대로입니다. 맵 곳곳에는 상자가 흩어져 있으며, 구조물 깊숙한 곳에는 비싼 아이템을 주는 서류함이나 금고가 있습니다. 남들보다 먼저 고급 전리품을 얻어 탈출하거나, 아니면 탈출하는 적을 쏘아 죽이고 아이템을 빼앗는 등 어떤 행동을 할지는 순전히 플레이어의 자유입니다.

 

전투는 캐주얼한 편입니다. <타르코프>처럼 몸 부위별로 체력이 나뉜 것이 아니며, 부상 시스템이 없습니다. 회복 아이템도 붕대나 구급 키트 등으로 단순한 편입니다. 플레이어의 움직임도 무겁진 않으며, 별도의 무게 시스템이 없기에 가방에 여러 아이템을 꽉꽉 눌러 담아도 이동 속도에 페널티는 없습니다.

 

물론, 약간의 제한은 있습니다. 많이 움직일수록 플레이어의 캐릭터는 피로해하며, 시간이 지날수록 달리기나 정조준에 사용되는 스태미나의 총량이 감소합니다. 이 경우에는 미리 준비해 가거나, 맵 상에서 얻을 수 있는 음식을 먹어 회복할 수 있습니다.

 

우주 정거장인 만큼 환경음이 아예 없고, 대부분이 철골 구조물이라 발소리가 상당히 큽니다. 걸어 다녀도 소리가 들릴 정도죠. 덕분에 쫄깃한 긴장감이 있습니다.

 

맵에 들어가면 열심히 아이템을 모으면 됩니다. 채권이나 동전류가 돈이 되는 편입니다.

 

잘 먹고 갑니다! 꺼억

 

가방을 만족스러울 정도로 채웠다면 이제 탈출의 시간입니다. 탈출은 두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맵 곳곳에 위치한 탈출 포드를 통해 나가거나(이 경우에는 처음 타고 온 함선을 버립니다), 자신이 타고 왔던 함선을 다시 타고 나가는 방법이 있습니다. 아니면 다른 플레이어를 사살한 후 인벤토리에서 키카드를 뺏어 상대방의 함선을 통해 나갈 수도 있죠. 다만 여기서 주의해야 할 점은, 자신이 처음에 어떤 곳에서 진입해야 하는지 기억해야 합니다. 각 도킹 덱에 맞는 키카드가 있어야 문이 열리거든요.

 

레이드를 마쳤다면 이제 전리품을 상점에 팔거나, 해체를 통해 재료를 모아 필요한 물건을 제작하거나, 미션 완수를 통해 보상을 받을 수 있습니다. <머로더즈>는 별도의 상점이 있는 게 아니라 랜덤한 아이템을 판매하는 상인이 15분마다 교대하는 방식입니다. 상인이 파는 물건이 많지 않기에 대부분은 자신이 스스로 만들어야 하죠. 레벨이 오를수록 다양한 아이템을 제작할 수 있도록 도면이 해금되며, 재료 아이템은 레이드 안에서 가져오거나 장비 아이템 분해를 통해 얻을 수 있습니다.

 

보상을 받을 수 있는 별도의 퀘스트 또한 존재합니다. 명확한 스토리라인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계속해서 주어진 미션을 완수하며 '시즌 패스' 형식으로 해금되는 메인 퀘스트가 있으며, 하루마다 리셋되는 사이드 퀘스트를 3개까지 받을 수 있습니다.

 

탈출용 포드. 비싼 함선을 제작해 온 것이 아니라면, 탈출용 포드로 나가는 편이 안전합니다.

 

자신이 진입한 덱의 번호를 외워 두는 것도 좋겠죠.

 

상인의 판매 아이템이 적고, 유저 간 거래 시스템이 있는 것이 아니라 제작을 애용해야 합니다.

 

퀘스트와 평판

 

 

​# 재미는 있는데... 할 게 없다!

 

문제는 <머로더즈>가 아직 얼리 액세스(앞서 해보기) 게임이란 점입니다.

 

<머로더즈>는 여러 부분에서 아직 미완성이라고 느껴지는 게임입니다. 플레이어의 움직임과 모션은 어색한 편이며, AI는 함선 곳곳에 자꾸만 스폰돼 플레이어를 괴롭히곤 합니다. 인벤토리는 상당히 부족하지만, 레이드 내에서 획득할 수 있는 자잘한 아이템의 부피가 커 '만족스러운 파밍'을 하기 어려운 점도 있습니다. 잡동사니 몇 개만 쑤셔 넣으면 금세 가방이 가득 차곤 하죠. 그나마 '과적' 시스템이 없다는 것이 다행입니다.

 

플레이어가 원하는 지역을 선택할 수 없다는 점도 귀찮음을 유발합니다. 가령 광산 지역에서만 클리어할 수 있는 퀘스트를 받았더라도, 다른 맵이 매칭될 수 있기에 퀘스트를 깨기 위해선 원하는 지역이 나올 때까지 레이드를 반복해야 합니다. 게다가 원하는 지역이 나왔더라도 교전에서 패배해 게임에서 아웃된다면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원하는 맵이 나올 때까지 매칭을 반복해야 하죠.

 

퀘스트 클리어가 목표라면, 원하는 맵을 찾을 때까지 매칭을 반복해야 합니다

 

콘텐츠도 상당히 빈약합니다. 우주에 있는 구조물을 배경으로 하고 있기 때문인지 맵은 복잡하지만 넓진 않은 편이며, 명확한 퀘스트라인이 없습니다. <타르코프>가 부위별 대미지 시스템과 부상, 부상을 치료하기 위한 다양한 수단들, 다양한 총기 개조 파츠, 흥미로운 파밍 포인트와 맵 구성을 통해 게임을 파고들길 좋아하는 코어 게이머들의 마음을 샀던 것과 비교하면, <머로더즈>는 '우주'라는 콘셉트 말고는 내세울 것이 적습니다.

 

더욱이, <타르코프>가 현재 수준의 콘텐츠와 시스템을 확보하기 위해 2016년 8월 알파 테스트를 시작하고 2022년 지금까지 베타를 진행해 오고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머로더즈>가 충실한 콘텐츠를 확보하기 위해선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타르코프>의 재미는 살렸지만, <타르코프> 알파 테스트 버전이 보여준 문제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셈이죠. <타르코프>가 업데이트가 독보적으로 느리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본래 이런 류의 게임은 콘텐츠 업데이트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편입니다.

 

개발진은 지속적인 업데이트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고 있지만, <머로더즈>가 확실히 '따봉'을 들어줄 수준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긴 시간이 소요될 것 같습니다. 모쪼록 <머로더즈>가 약속한 로드맵을 충실히 이행해 정식 버전에서는 MMO FPS게임다운 다양한 콘텐츠와 시스템으로 무장해 올 수 있길 바랍니다.

 

게임이 캐주얼하고, 레이드 한 판 마다의 무게도 적은 편이지만, 그만큼 파밍 만족도도 낮습니다.

 

1.0 버전까지의 로드맵

 

▶ 추천 포인트

1. 나름 잘 살려낸 하드코어 FPS 특유의 긴장감

2. 우주와 디젤펑크라는 콘셉트

3. 한 판이 최대 20분으로 라이트한 편

 

▶ 비추 포인트

1. 얼리 액세스기에 빈약한 콘텐츠

2. 무언가 어색한 조작감과 모션

3. 파고들기 요소의 부족

 

▶ 정보

장르: FPS, 생존

가격: 34,800

한국어 지원: O (부분 한글화)

플랫폼: PC

 

▶ 한 줄 평

<타르코프>의 '없데이트'에 지쳤다면
잠시 즐길 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