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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리뷰

구단운영에는 돈이 든다. 프로야구 매니저

프로야구 매니저, 상용화 버전 리뷰

현남일(깨쓰통) 2010-06-02 06:35:55

 

<프로야구 매니저>(원제: 프로야구팀을 만들자 온라인)은 우리나라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매니지먼트(Management) 장르의 온라인 야구 게임이다.

 

유저가 구단주가 되어 팀을 관리하는 것이 목적인 이 시뮬레이션 게임은, 결론부터 말하자면 매니지먼트 게임 특유의 깊이 있는 재미는 선사하지 못한다. 하지만 <마구마구>와 <슬러거> 같은 기존의 온라인 야구 게임들과는 확실히 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디스이즈게임 현남일 기자


 


각종 데이터를 참고해서 팀을 관리하는 게임이다.

 

아저씨들도 문제 없는 게임 - <프로야구 매니저>는 유저가 선수들을 직접 조작해서 경기를 치르는 게임이 아니다. 타자와 투수 라인업을 짜고, 작전카드를 지정하며, 선수를 영입하는 등 어디까지나 팀 관리를 하는 게임이다.

 

특이한 것은 경기 역시 정해진 스케줄에 따라 100% 자동으로 진행된다는 사실이다. 아침 7시부터 밤 12시까지, 한 시간 간격으로 하루에 18경기가 진행되는데, 유저가 굳이 게임에 접속하지 않아도 시간이 되면 알아서 진행된다(접속하지 않은 상태에서 진행된 경기는 차후 하이라이트나 스코어보드로 결과를 몰아서 확인할 수 있다.)

 

이런 특징 때문에 <프로야구 매니저>는 손이 느린 게이머, 투구/타격 심리전에 약한 게이머, 야구 게임에 센스가 없는 게이머, 장시간 게임에 매달릴 수 없는 게이머까지, 남녀노소 누구나 야구에 대한 지식만 있다면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정말 즐기기에 따라선 하루에 딱 10분만 접속해도 문제 없이 즐길 수 있는 게임. 그것이 바로 <프로야구 매니저>.

 

모든 경기는 자동으로 진행되며, 유저들은 하이라이트 형태로 경기가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확인할 수 있다. 하이라이트 보는 것도 귀찮다면 그냥 스코어보드만 간단하게 보고 승/패를 확인할 수도 있다.

 

 

순위 싸움이 피 말리는 게임 - <프로야구 매니저>의 목적은 지극히 간단하고 단순하다. 보다 강한 팀을 만들어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수준 높은 상위 리그로 진출하는 것!

 

유저들은 게임을 시작하면 일종의 입문 리그인 비기너를 거쳐 최하위 리그인 루키에 자동으로 배치된다. 해당 리그에서 4위 이상의 좋은 성적을 거두면 포스트 시즌을 거쳐 상위 리그인 마이너, 메이저, 월드 순서로 계속 승격하게 되고, 반대로 7위 이하의 성적을 거두면 하위리그로 떨어진다.

 

이 때문에 유저들은 승격, 혹은 강등 탈출을 목표로 매번 피 말리는 순위 싸움을 펼치게 된다. 정말 동기부여는 확실하다고 할까? 내가 자리를 비운 사이에 팀이 과연 몇 승이나 거두었을까? 혹시 경쟁자를 제치고 승격권으로 올라갔을까? 두근두근 거리며 경기 결과를 확인하는 재미는 정말 <프로야구 매니저> 최고의 백미라고 할 수 있다.

 

하나의 리그는 매주 일요일에 시작해서 금요일까지 모두 108 경기가 진행된다. (포스트 시즌은 토요일 진행) 4위 안에 들면 상위 리그로 승격. 7위 이하라면 가차 없이 하위 리그로 강등이다.

 

 

감독이 아니라 구단주가 되는 게임 - <프로야구 매니저>매니지먼트 장르의 게임이기는 하지만, 착각하면 안 되는 것이 유저가 감독이 아닌 구단주가 되는 게임이라는 사실이다. 다시 말해 유저가 할 수 있는 것은 타자와 투수의 라인업을 짜고, 선수를 영입하는 것 정도가 전부다. 경기의 전략과 세세한 전술에는 거의 개입할 수 없다.

 

덕아웃 작전방침을 통해 방망이를 짧게 잡아라, 투수 교체 타이밍을 길게 가져가라와 같은, 아주 간략한 기본지침 정도는 지정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수는 다양하지 않고, 그나마 한 번에 1개만 지정할 수 있기에 사실상 의미가 없다고 보는 게 속이 편하다.

 

그러니까 유저가 직접 선발 교체는 짧게 가져가면서, 동시에 번트는 자주 대며, 도루도 자주 해라 같은 세세한 작전 지시는 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이에 대해 서비스사는 여러 가지 작전지침이 설정되어 있는 감독 카드를 통해 부족한 전략성을 보완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감독 카드는 가격이 턱 없이 비싼 데다, 구입 방식도 여러 감독 카드 중 하나를 무작위로 뽑는 방식이다. 이 때문에 유저가 자신이 원하는 성향의 카드를 뽑을 확률이 사실상 제로(0)에 가깝다.

 

그런 만큼 이 게임에서 <풋볼 매니저> 같은 깊이 있는 전략·전술과 중독성을 기대했던 유저라면 여로 모로 실망할 수도 있을 것이다.

 

작전 카드가 등장하기는 하지만, 사실상 이는 전략/전술과 무관한 일종의 찬스 카드에 더 가깝다.

 

감독은 비싼 데다 자신이 원하는 카드를 뽑는다는 보장도 없다. 사용 기간도 딱 1주일이고, 심지어 재계약도 안 된다. 이 때문에 게임에서는 거의 의미 없는 존재로 통한다.

  

 

돈이 좀 많이 필요한 게임 - <프로야구 매니저>는 여러 가지로 돈, 그러니까 게임머니가 많이 필요한 게임이다.

 

전략·전술이 개입할 여지가 없기에, 결국 팀의 강함은 보유한 선수들의 능력치에 정비례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유저들은 좋은 성적을 위해 꾸준히 선수 카드를 구입할 수밖에 없는데…… 여기에는 뭐? 아주 당연하지만 돈이 든다.

 

이 밖에도 팀을 제대로 관리하고 성적을 내려면 선수들의 능력을 일정량 보정해 주는 서포트 카드, 작전 카드 등을 정기적으로 구입해야 한다. 또한 선수들의 육성을 위해서는 스킬 블록을 사야 한다. 여기에 선수 카드를 30일 이상 사용하려면 반드시 재계약을 해 줘야 한다.

 

하지만 문제는 허리띠를 졸라 맨다고 해도 유저가 정상적으로 벌 수 있는 수입에 비해 지출이 턱없이 많다는 것이다.

 

선수 카드는 전체 카드 중 하나가 무작위로 뽑히는 트레이딩 카드 게임(TCG) 방식으로 구입할 수 있다. 즉 유저가 아무리 돈을 많이 쏟아 부어도 좋은 카드가 뽑힐지 어떨지는 순전히 운에 달렸다.

 

일단 선수 카드 구입은 둘째 친다고 해도, 재계약비가 굉장한 부담으로 다가온다. 재계약비는 높은 등급의 카드일수록 그 비용도 비싸기 때문에, 특히 높은 등급의 카드가 많은 상위 리그의 유저일수록 상당한 걱정거리로 다가온다.

 

예를 들어 최상위 리그인 월드’에 소속된 필자가 5할대 승률을 꾸준히 유지하면서 현재 로테이션을 돌리는 주요 선수들의 재계약을 꼬박꼬박 챙긴다고 가정해 보자. 이 경우에 계산기를 두드려 보면 한 달 수익의 절반 가까운 게임 머니를 재계약비에만 쏟아 부어야 한다는 결과가 나온다.

 

여기에 서포트 카드까지 정기적으로 구입한다고 하면…… 스킬 블록이나 작전 카드는 고사하고, 사실상 추가 선수 카드를 구입할 여력은 없다고 봐야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성적을 유지하는 데 주기적으로 선수 카드를 뽑지 않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렇다면 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 추가로 돈을 벌 수 있는 연습경기에 하루종일 매달리는 것도 방법이지만, 결국 유저들은 캐시로 게임머니를 사게 된다.

 

줄어드는 계약 만료 기간을 바라보는 유저들의 심정은, 연봉협상 시즌을 눈앞에 둔 (돈 없는) 구단주의 그것과 정확하게 일치한다.

 

정말 충격과 공포인 것은 만약 깜빡 잊고 재계약을 하지 않으면, 기간이 만료되는 순간, 해당 선수가 삭제된다는 사실이다. 만약 게임을 한 달 이상 떠나 있다가 복귀한다면“한 달 동안 해외 출장을 다녀왔더니 그 사이 자기 집이 모두 가압류 당해서 경매까지 끝났고 앨범 하나 남아 있더라” 같은 상황이 벌어진다.

 

연습경기를 통해 추가로 돈을 벌 수는 있다. 이를 통해 부족한 게임머니를 보충할 수는 있지만, 한 경기에 30분 가까이 걸리는 데다 난이도가 높기 때문에 많은 돈을 버는 것은 쉽지 않다.

 

 

 친절하지 않은 게임 - <프로야구 매니저>는 손이 느린 아저씨들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가벼운 게임이다. 하지만 가벼운 게임성과는 별개로 게임 그 자체의 유저 편의 면에서 보자면 결코 친절하지 않은 게임이다.

 

배터리 분석이나 팀컬러 같은 주요 시스템들에 대한 설명이 부족한 것은 유저들이 몸으로 부딪히면서 직접 깨닫거나, 아니면 커뮤니티 사이트나 까페를 이용해 다른 유저들과 정보를 공유하면서 해결하라는 일본 게임 특유의 불친절함이라고 이해한다고 치자.

 

하지만 개별 시합 및 선수들의 상세 기록. 그러니까 타자의 좌투수/우투수 상대 타율이나 최근 5경기 성적, 특정 타순에서의 성적, 투수의 득점권 상황에서의 피안타율, 구원투수의 블론 세이브 개수, 특정 타자/투수와의 상대 성적과 같은, 시합을 분석하는 데 필요한 상세 데이터를 거의 제공하지 않는 것은 기록 스포츠인 야구를 소재로 하는 게임, 그리고 분석이 굉장히 중요한 매니지먼트 게임에서 분명 아쉬운 부분이다.

 

예를 들어 선수가 능력치에 비해 성적을 내지 못한다고 치자. 이 경우 상세한 기록을 열람할 수 없기에 대체 이 선수가 왜 이러는지 그 이유를 제대로 분석할 수 없다. (유저의 전략/전술이 잘못 되었다고 하고 싶어도, 애당초 이 게임은 그런 거 없다) 또한 특정 선수가 최근 경기 감각이 좋은지, 아니면 나쁜지를 확인하고 싶어도 최근 5경기 시합 성적 같은 데이터를 열람할 수 없기에, 결국 유저들은 일일이 스코어 보드를 뒤지는 수고를 해야만 한다.

 

유저들이 타선을 정할 때 가장 먼저 참고하게 되는 배터리 분석 그래프. 그런데 이 그래프가 어떻게 하면 오르는지, 어떠한 영향을 주는지 등에 대한 정보는 게임 내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원하는 정보를 찾아가기까지의 인터페이스 디자인도 썩 좋은 편이 아니다. 특히 선수 카드에 표시되는 정보가 적기 때문에 정확한 스탯을 보면서 타순을 변경하려면 정보란과 작전란을 계속 들락날락거려야 한다.

 

 

안 좋은 것까지 웹게임을 닮은 게임 - 유저가 접속하지 않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진행된다는 점부터 시작해 유저의 조작실력이 전혀 필요 없다는 점, 여기에 가벼운 게임성까지, <프로야구 매니저>는 여로 모로 웹게임과 닮은 점이 많은 게임이다.

 

그런데 문제는 웹게임의 짧은 수명까지 그대로 닮았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게임의 콘텐츠가 웹게임급으로 정해진 리그 외에는 전무하다. 정해진 리그경기 외에 연습경기가 있고, 주변의 아는 사람들과 11로 대결할 수 있는 친선경기가 있기는 하지만, 이 정도로는 유저들이 장기간 게임을 즐기기 힘들다. (심지어 친선경기는 이긴다고 해도 보상이 없다.)

 

게다가 리그자체의 콘텐츠 수명도 결코 길다고 할 수 없다. 유저가 최상위 리그인 월드 리그에 올라가서 한동안 강등을 당하지 않거나, 하위 리그에서 아무리 노력해도 승격을 하지 못 한다면 금방 목적의식을 잃어버린다. 특히 실컷 노력했는데 상위 리그에 올라가지 못하고 강등 당하면 그 순간 바로 의욕이 꺾여 버린다.

 

그리고 여기에서 만약 강등 당해 게임을 떠나서 한 달 정도 쉬었다가, 그래도 자기의 핏덩이 같은() 선수들이 생각나서 다시 복귀했다고 치자. 그런데 <프로야구 매니저>는 위에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한 달에번 재계약을 정기적으로 하지 않으면 선수 카드가 바로 삭제되기에 복귀가 의미가 없다. 돌아오기도 쉽지 않은 것이다.

 

철저하게 이기는 자만 좋은 보상을 받고, 패배자는 나쁜 보상과 함께 가차 없는 패널티까지 입는다. 이러한 점 역시 웹게임을 닮았다.

 

 

가볍게 즐겨야 하는 매니지먼트 게임 - 결국 정리하자면 <프로야구 매니저> 마니악한 매니지먼트 게임의 관점으로 깊게 생각해서는 안 되는 게임. 굉장히 가볍게 즐겨야 하는 매니지먼트 게임이라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전략·전술의 요소가 거의 없고 팀 전력을 상세하게 분석할 여지도 그렇게 많지 않기 때문에 깊이 있는 재미끝 없는 중독성은 느끼기 힘들다. 하지만 유저들은 투수와 타자 라인업만 걱정하면 된다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반대로 생각하면 접근성가볍게 즐기는 게임성쪽에서는 굉장히 많은 이점으로 다가온다.

 

물론 이 게임은 아쉬운 요소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 (특히 재계약은 게임의 롱런을 위해서는 반드시 수정되어야 한다)

 

하지만 이러니 저러니 해도, 분명 <프로야구 매니저>야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게임이다.

 

게임은 선수 트레이드나 유저간 거래 기능을 지원하지 않는다. 좋은 카드가 두 장 뽑히더라도 포지션이 겹치면 어쩔 수 없이 하나를 못 쓰는 사태가 벌어진다.

 

<마구마구>와 <슬러거> 같은 게임에서 나만의 팀을 만드는 재미에 흠뻑 빠졌지만, 정작 실제 시합에서는 손이 느려서 제대로 승리를 거둬본 기억이 없는 사람, 야구 게임을 하고 싶지만 정작 게임을 할 시간은 그렇게 많지 않은 사람, 매니지먼트 게임을 해 보고 싶었지만 어렵고 복잡하다는 인식 때문에 제대로 해보지 못 했던 사람, 야구를 좋아하며 게임을 즐기는 데 돈을 아끼지 않는 사람.

 

이런 사람들 모두가 가볍게’, 그리고 재미있게즐길 수 있는 게임. 그것이 바로 <프로야구 매니저>.

 

숨겨진 재미 중에 하나인 로딩 화면 중의 미니게임. 난이도는 높다. (-_-)

 

게임머니가 많이 부족한 게임이다 보니 게임은 운영 차원에서 게임머니를 거의 뿌리다시피 한다. 게임 서비스 시작 후 첫 재계약 시점이 된 지난 5월 중순에는 재계약 지원비 명목으로 현금 5천 원에 해당하는 게임머니를 모든 유저들에게 공짜로 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