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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리뷰

디아블로4 체험해보니… ‘찍먹’에서도 느껴지는 진한 맛

정식 출시 기대감 커진 이유

에 유통된 기사입니다.
방승언(톤톤) 2022-12-08 12:07:47

지난 10월 블리자드는 직원 및 그 지인들을 대상으로 <디아블로 4> 엔드게임 플레이 테스트를 진행했다. 사내 테스트와 비교하면 내용 유출 위험성이 크고, 실제로 일부 유출이 발생하고 말았지만, 엔드게임의 만듦새 확인에 그처럼 공을 들인 이유는 분명해 보인다.

 

<디아블로 4>의 무게중심은 기존 작품들처럼 역시 엔드게임에 있다고 제작진은 말한다. 시리즈 최초의 오픈월드 시스템과 풍성한 멀티플레이 시스템을 적절히 융합, 게임을 향후 수년 동안 즐길 수 있는 라이브 서비스로 운영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는 블리자드가 국내 매체 및 콘텐츠 크리에이터들을 대상으로 <디아블로 4> 초반부 플레이테스트를 진행한다고 알려왔을 때, 다소 회의를 느낀 이유다. 전체 100레벨 중 25레벨까지 제한을 두고 진행되는 플레이테스트. 과연 게임의 재미를 잘 대변해줄 수 있을지, 블리자드를 대신해 우려하기도 했다.

 

하지만 직접 맛본 <디아블로 4>는 ‘찍먹’만으로도 그 풍미를 느끼기에 충분했다. 누누이 강조된 액션성, 암울하고 현실적인 톤, 그리고 다양성 높은 육성법을 느껴보기에 충분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진지하게 재미를 고민한 작품으로 다가온다.

 

 

*체험판이 영문으로 제공되어 일부 용어는 임의로 번역

 

# 알싸한 오컬트 분위기

 

이번 테스트 빌드에서 드러난 구체적인 스토리는 스포일러 방지를 위해 공유할 수 없다. 그러나 그 연출 스타일과 이야기의 입체감, 여기에서 느껴지는 깊이만을 두고도 할 이야기가 충분할 정도로 <디아블로 4>의 스토리텔링은 전편 대비 크게 변했고, 또 발전했다.

 

<디아블로 3>의 스토리는 게임이 초기 악평을 들었던 첫 번째 이유다. 밝고 가벼워진 톤이 원인으로 지목되는데, 또 하나 주목할 변화는 현저히 줄어들었던 몰입감이다. 3편은 모든 사건을 신화적, 초월적 분위기로 묘사하고 비주얼 면에서도 밝은 톤을 유지하면서 ‘거대한 악에 대적하는 인간의 역경’이라는 시리즈의 기존 테마 구현에는 실패했다.

 

반면 <디아블로 4>는 멸망의 때를 살아가는 보통 인간들의 고초와 퇴락, 증오에 초점을 두고, 세계관이 허락하는 한도 내에서 이를 현실적이고 실감 나게 묘사함으로써 암울한 상황을 몰입적으로 전달한다.

 

<디아블로 3>의 말티엘 사건 이후 30년. 대부분의 인간이 사망한 상황 속 좌절한 일군의 사람이 그릇된 희망에 이끌려 성역의 공동 창조자인 악마 ‘릴리트’를 부활시킨다. 그리고 우연 혹은 운명에 의해 릴리트의 부활과 이면의 위협까지 인지하게 된 주인공은, 릴리트를 막고자 그 자취를 추적해나가기 시작한다.

 

흡사 오컬트 영화 같은 스토리와 연출을 보여준다.

 

파멸적 존재의 부활과 이에 대적하는 주인공을 이야기의 핵심 축으로 삼는다는 점에서 몇몇 오컬트물이 연상되며, 실제로 이야기 전개와 컷씬 연출에서도 유사한 클리셰를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익숙한 공식을 무성의하게 반복하거나 어설프게 흉내 내는 것에 그치는 대신, 잘 수립되어있는 고유의 세계관을 덧대면서 독특한 변주를 곳곳에서 성공해내고 있다.

 

더욱 성인 취향이 된 시청각 연출도 언급할 만하다. 제작진이 ‘중세 고전 회화’를 참고해 만들었다는 게임의 비주얼은 호불호가 크게 갈렸던 3편보다는 1, 2편을 훨씬 닮았다. 무채색의 어둡고 탁한 색감을 바탕으로 펼쳐지는 고어한 액션·컷씬 연출, 스산한 BGM은 암울한 세계관을 효과적으로 그려 낸다.

 

서브퀘스트의 사소한 줄거리에서도 이런 분위기와 테마를 유지한다는 점 또한 짚고 넘어갈 만하다. 장르 특성상 각 퀘스트의 완수 방법은 결국 전투로 귀결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개연성 있는 이야기와 인물, 이야기를 배치해 둠으로써 세계관을 적절히 지탱하는 요소로 삼고 있다.

 

'사연 있는' 소시민들이 다양하게 등장한다

 

# 감칠맛 나는 오픈월드

 

다양한 오픈월드 활동은 기존 시리즈 대비 가장 새로운 콘텐츠다.

 

<디아블로 4>의 월드는 여러 지역으로 나뉘며, 지역마다 고유한 명칭, 적정 유저 레벨이 정해져 있다(지역 레벨은 유저 성장에 따라 스케일링된다). MMORPG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시스템으로, 그 안에 던전, 마을, 부가퀘스트 등이 분포하며 관련 활동을 수행할 수 있다는 점 또한 유사하다.

 

대부분의 활동에는 적절한 보상이 주어진다. 경험치, 아이템, 재료 획득에 더해 활동 진척도에 따른 영구적 성장 보너스도 얻을 수 있다. 활동을 완수할 때 주어지는 ‘명성 포인트가’가 일정량 쌓일 때마다 스킬 포인트, 물약 충전 횟수, 정복자 포인트 등 혜택이 주어지는 방식이다. 다만 지역별 보너스 획득량은 제한된다.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월드 이동과 탐사를 이처럼 다양한 보상으로 채워둔 점은 긍정적이다. 더 나아가 ‘습격받는 주민 보호’ 등 랜덤한 월드 이벤트가 종종 벌어진다. 이벤트는 일정 제한 시간을 두고 완수할 수 있는데, 추가 보상을 얻기 위한 ‘완벽 클리어’는 그 조건이 쉽지만은 않아 나름의 긴박감을 선사해준다. 다만 월드 이벤트의 종류가 적은 편이어서 반복성을 느끼게 되는 지점은 아쉽다.

 

사이드 퀘스트가 많다

 

또한 게임 초반부는 탈것을 주지 않는데, 반면 맵은 매우 광활해 이동에서 피로감을 느끼기 쉽다. 제작진은 이에 대해 “초반부터 탈것을 이용할 경우 흥미로운 이벤트나 장소를 놓칠 가능성이 높다. 월드에 익숙해질 시간을 주기 위해 초반부에는 탈것을 주지 않게 설계했다”라고 전했다. 대신 맵을 열어 언제든 웨이포인트를 클릭해 순간이동 할 수 있다.

 

그 외 주목할 만한 오픈월드 요소로는-게임의 핵심 콘텐츠이기도 한-던전 탐사를 꼽을 수 있다. 던전은 저마다 만만치 않은 규모를 가지고 있고 별도의 보스가 존재해 클리어에 길게는 10분 이상 소요된다. 던전의 적들은 일정 주기로 리셋되며, 엔드게임 단계에서는 그 안에서 아예 새로운 유형의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고 제작진은 설명했다.

 

체험 버전의 지역은 전체의 20~25%가량 되어 보이는데, 그 안의 던전은 이미 20곳을 넘는다. 던전은 숫자가 많을 뿐만 아니라 그 형태와 기믹이 꽤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다. 반복적인 루팅이 필수적인 엔드게임의 지루함을 크게 상쇄하는 장치가 되어줄 것으로 보여 기대를 모은다.

 

또 한 가지 흥미로운 콘텐츠는 ‘보루’(가칭) 해방이다. <위쳐 3> 등 오픈월드 액션게임의 마을 해방 콘텐츠와 유사하며, 해방에 성공하면 해당 위치가 영구적으로 안전한 마을(거점)로 변한다는 사실 또한 같다. 보루는 던전에 비해 그 숫자가 훨씬 적은 대신(체험분량 기준 3개), 던전에서 보는 것과는 전혀 다른 독자적 지형과 임무를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던전은 적당한 도전거리와 보상을 제공한다

 

 

# 골치 아픈 게 매력

 

앞서 설명한 스토리와 오픈월드 구성은 게임의 메인 콘텐츠라고 할 수 있는 전투와 육성 시스템이 꽃피우기 위한 배경이자 토대에 해당한다.

 

제작진은 <디아블로 4>가 3편의 액션성 높은 전투, 2편의 깊이감 있고 자유도 높은 육성법을 하나로 합친 작품이 될 것이라고 이야기해왔다. 기쁘고 다행스럽게도, 실제로 기존 작품들의 장점을 적절히 융합한 모습을 찾아볼 수 있다.

 

가장 먼저 살펴볼 것은 역시 스킬트리다. 스킬트리는 여러 개의 노드가 복잡하게 연결된 형태다. 기자가 주로 체험한 도적 클래스를 예시로 설명하면, 트리에는 7개의 티어가 존재한다. 티어에서는 다시 4~5개의 가지가 뻗어 나오고 각각의 가지가 다시 한번 두 갈래로 갈라지는 방식이다. 그러나 이는 대략적인 원칙일 뿐, 디테일은 부분별로 달라지며, 또한 직업에 따라서도 세부 사항에 변주를 줬다.

 

트리에 투자한 스킬포인트의 숫자가 특정 수치를 넘어가면 다음 티어의 중심 노드가 해금되는 방식으로 성장이 진행된다. 티어별로 뻗어 나오는 4~5개의 노드는 각자 액티브·패시브 스킬 및 각종 보너스와 특성 등인데 하위 티어에는 다양한 액티브 스킬이 주로 분포하고, 티어가 올라갈수록 직업 자체에 전체적인 영향을 주는 특성 노드가 분포한 것을 알 수 있다.

 

수천 개의 빌드를 가능하게 만들겠다는 제작진의 포부에 걸맞게, 스킬트리는 기본 시스템만으로도 골치가 아플 정도의 복잡성을 보여준다. 우선 각각의 스킬 노드는 그 자체에 포인트를 중복으로 투자하여 기본 성능을 강화하거나, 갈라져 나오는 특성 추가 노드에 투자해 특별한 기능을 더해줄 수 있다.

 

얼핏 봐도 복잡한 스킬트리

 

특성 추가 노드는 스킬의 작동 방식 자체를 바꾼다. 최종적으로 두 갈래로 나뉘며, 둘 중 한쪽을 선택하면 다른 쪽을 선택할 수 없다. 결국 하나의 스킬만 해도 작동방식을 크게 세 가지로 구성할 수 있는 셈. 여기에 더해 스킬 간의 연계 가능성이나 상호 시너지도 모두 다르기 때문에, 시도해 볼 만한 빌드의 가짓수는 스킬트리 차원에서만 봐도 이미 풍성하다.

 

이때 다양한 시도와 실험을 가능하게 하기 위해 제작진은 스킬 포인트 재투자 시스템을 유연하게 만들었다. 골드만 충분하다면 다른 절차 없이 노드 단위로 포인트를 회수할 수 있기 때문에, 다양한 실험이 쉽다. 다만 여기 사용되는 골드의 양은 레벨이 높아질수록 늘어나 부담이 점점 커지는데, 이는 유저가 후반부로 가면서 각자의 고유한 빌드를 점차 고정해나가길 바라는 제작진의 노림수다.

 

그러나 스킬 간의 상호작용이 한 눈에 파악되지 않는다면 여전히 빌드 구성에는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이를 보완하는 것은 ‘키워드’ 시스템이다. 이는 일종의 ‘태그 검색’ 기능인데, 스킬창에서 정해진 키워드를 적용하면 해당하는 스킬 노드가 하이라이트되어서, 각각의 스킬 특성과 스킬 간의 상호 연관성을 한눈에 잘 확인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도적에게는 공격 스킬에 특정 속성을 입히는 ‘부여(imbue)’ 계열 스킬들이 존재한다. 그런데 액티브 스킬 중에는 부여가 적용되는 스킬과 그렇지 않은 스킬이 서로 나뉘며, 이를 일일이 확인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이때 ‘부여 가능(imbueable)’ 키워드를 필터로 적용하면, ‘부여’ 계통과 연계하기 좋은 스킬들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 <디아블로> = 아이템 먹는 재미

 

아이템 체계에서도 유연한 성장과 다채로운 빌드 구축의 재미를 구현하려는 제작진 의도를 다시 확인할 수 있다. 우선 장비 아이템을 분해하여 제작 재료를 얻는 시스템은 이번에도 존재하는데, 이렇게 얻은 재료를 통해 마음에 드는 아이템을 몇 단계씩 강화할 수 있다. 즉, 저 레벨 장비의 수명이 조금씩은 늘어날 수 있다는 의미다.

 

시리즈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고급 장비의 매력도 건재하다. 특정 스킬 빌드의 운영 방식을 유의미하게 바꾸는 동시에 전에 없던 강력함을 부여함으로써 아이템 획득의 기대감, 환희, 만족을 주된 플레이 동기로 삼는 <디아블로> 시리즈의 고전적 매력을 충실히 구현한다.

 

전설 무기는 특정 스킬에 새로운 작동 방식을 부여하고, 전설 방어구는 캐릭터 자체에 특별한 보너스를 부여해준다. 이러한 속성들은 ‘양상’이라는 아이템 형태로 추출한 뒤, ‘희귀’ 등급 아이템에 다시 각인해 자신만의 전설 아이템을 만드는 것 또한 가능하다.

 

전설 아이템 획득을 통한 이런 빌드 강화/변화 효과는 플레이에서 확연히 체감되는데, 이는 제작진이 전설 아이템과 기본 스킬 사이의 시너지를 면밀히 고심한 결과로 보인다.

 

아이템 강화 화면

 

*아래의 구체적 예시는 모두 실제 플레이 빌드에서는 변경될 수 있다.

 

예를 들어 기본 2회 스택되는 도적의 ‘질주’(dash) 스킬은 직선으로 빠르게 이동하며 경로상의 적을 공격하는 스킬이다. 스킬트리에서 질주 스킬을 업그레이드하면 1회 적중 시 적에게 느려짐 효과를, 2회 연속 적중 시에는 ‘혼란’(스턴) 효과를 줄 수 있다. 주로 적들을 빠르게 왕복 공격해 혼란 상태에 빠뜨린 뒤 추가 타격을 입히는 식으로 플레이하게 된다.

 

그런데 이때 특정한 전설 단검 아이템을 얻으면 재미있는 변화가 생긴다. 이 단검에는 질주 스킬 시전 시, 주인공 뒤에 분신이 형성돼 같은 경로상에 한 번 더 스킬을 사용하는 효과가 있다. 즉, 한 번의 스킬 시전만으로 적을 2회 타격하게 되어 스턴 효과가 바로 발생한다. 스킬의 위력과 활용도가 간단히 두 배가 되는 셈이다.

 

비슷한 예시는 ‘꿰뚫는 화살’ 스킬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적을 여럿 관통할수록 위력이 강해지는 유용한 스킬이지만, 넓게 퍼진 적은 상대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그러나 관련된 전설 활 아이템을 획득하면, 꿰뚫는 화살이 적에 적중할 경우 해당 지점에서 두 개의 추가 화살이 좌, 우로 발사되면서 일정 범위를 초토화하는 효과를 낳는다.

 

전설 아이템 획득 순간은 매우 설레는 편

 

 

# 같은 듯 다른 전투

 

이렇듯 <디아블로 4>에서 전설 아이템 획득은 유저에게 새로운 선택지를 열어주고 확연히 다른 재미를 선사하는 요소다. 이는 <디아블로 3>의 아이템 체계와 전투 시스템이 지녔던 문제를 상당 부분 개선한 결과로 평가할 수 있다.

 

<디아블로 3>은 시즌마다 단일한 빌드가 득세하는 메타 흐름 자체도 문제시됐지만, 굳어진 스킬셋으로 적을 빠르게 녹이는 플레이가 무한정 반복되는 ‘원 패턴’ 플레이 스타일 역시 비판받았다. 빠른 속도감에도 불구하고 <디아블로 3>의 전투가 지루하게 느껴지던 원인이자, 아이템 획득의 쾌감도 비교적 덜했던 이유다.

 

반면 <디아블로 4>는 빌드의 다양한 효과, 위력을 체감할 만한 전투 시스템이 마련되어 있다는 점에서 클래식 <디아블로>에 조금 더 가깝다. 우선 적의 체력과 수효가 그러한 목적에 알맞다. 직접 설계한 빌드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기능하는지 두 눈으로 확인할 수 있을 만큼의 적당한 템포와 규모로 전투가 벌어진다. 간단히 말해 전황의 가시성을 높였다.

 

일부 기믹은 여전하지만, 게임플레이 감각은 확연히 다르다

 

여기에 긴박함을 높이는 메커니즘을 몇 가지 더했다. 핵&슬래시 계열 게임이 빠지기 쉬운 기계적이고 단순한 전투의 함정에서 벗어나, 최소한의 ‘상호작용성’을 살리기 위한 시도들이 돋보인다.

 

이런 기획 의도를 가장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것은 모든 캐릭터에 존재하는 ‘회피’ 능력이다. 회피는 일정 거리를 무적 상태로 빠르게 이동하는 기술로서, 5초의 재사용 대기시간이 존재하지만 아무런 자원도 사용하지 않는다. 이렇게 잦은 회피가 가능하게 만들었다는 것은 반대로 얘기해 그만큼 적 공격이 유의미한 수준으로 주인공을 위협한다는 의미다.

 

실제로 정예, 보스 몬스터들은 지속 대미지를 입히는 ‘장판’류 기술이나, 각종 상태이상 기술, 그리고 일정 시간의 예비동작 후에 발동하는 ‘강공격’ 등을 다양하게 구사한다. 이는 3편에서도 찾아볼 수 있던 요소들이지만, 과도했던 빈도와 위력을 조절, 보고 피하는 식의 감각적 플레이를 적당한 호흡으로 즐길 수 있게끔 했다는 차이가 있다.

 

발전한 타격/피격 연출도 한몫한다. 낭자한 선혈 표현, 스킬 콘셉트에 걸맞은 여러 이펙트, 화면 흔들림과 타격음 등을 높은 퀄리티로 구현하면서 전투의 쾌감을 크게 높였다.

 

속성 공격의 임팩트가 눈에 잘 보인다

 

 

# 아쉬움, 불안, 기대

 

종합해볼 때, <디아블로 4>는 제작진의 말대로 전투와 성장 재미요소의 상승효과 및 극대화를 위한 여러 층위의 고민이 느껴지는 게임이다. 특히 직전 작품인 <디아블로 3>의 단점들을 집중적으로 재검토하여 극복하고자 노력한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장르의 고질이기도 한 ‘반복성’은 아쉬운 지점이다. 예를 들어 시리즈 전통에 따라 기존의 적 유형이 다시 등장하는 것은 이해할 만하지만, 그런 경우에도 사소한 변화는 추가했음 직하다. 게임 내적으로도 여러 장소에서 같은 적이 자꾸 재등장하거나, 던전 보스가 몇 종류로 한정된 등의 다양성 부족 문제는 아쉬움을 느낄 만했다.


방대해진 월드 때문에 이런 빈약한 구성이 조금 더 두드러지는 측면이 있다. 흥미로워진 전투 메커니즘에도 불구하고 시리즈 전통의 ‘수면제’ 효과가 부분적으로 나타났던 이유다. 하지만 이는 모두 최종 빌드에서 변경될 수 있는 사항이다. 더 나아가 <디아블로 4>가 장기 서비스를 지향하고 있다는 사실까지 고려하면 추후 개선 가능성은 충분한 편이다.

 

던전 보스는 자체로선 재미있지만 다소 반복적이었다

 

한편 정식 서비스에서 가장 우려되는 지점은 게임의 지속가능성과 퀄리티 유지다. 다양한 빌드가 허용되는 만큼 각각의 밸런스 조절은 어려운 일이 될 수 있다. 더 나아가 전설 아이템, 스킬, 지역, 직업 등 게임의 핵심 메커니즘을 계속 확장해나갈 예정이라면, 그 모든 콘텐츠에서 적정 수준의 독창성, 퀄리티, 그리고 업데이트 빈도를 유지하기란 쉽지 않을 듯하다.

 

하지만 게임의 메인 콘텐츠라고 할 수 있는 엔드게임 구간을 체험하지 못했음에도 기본 메커니즘에서 최종적 재미를 얼마간 짐작할 수 있었다는 점은 매우 긍정적이다. 블리자드가 희망하는 ‘수년에 걸친 재미’까지 내다보기에는 시기상조지만, 이번 ‘찍먹’으로 인해 전체 풍미를 맛보고 싶어졌음은 분명하다.

 

릴리트를 어서 만나길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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