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랑그릿사 모바일>로 국내 게이머들에게도 친숙한 즈롱게임즈의 신작 <아르케랜드>가 지난 7일, 정식으로 서비스를 개시하고 약 일주일의 시간이 흘렀다.
이 게임은 즈롱게임즈가 전작을 통해 쌓은 게임에 대한 노하우를 한껏 살린 SRPG 장르의 '캐릭터 수집형' 모바일 게임이다. <랑그릿사>가 원작 IP가 있었던 반면, <아르케랜드>는 즈롱게임즈 오리지널 IP의 '완전히 새로운' 판타지 세계관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특히 <아르케랜드>는 카툰풍의 풀 3D 그래픽을 선보이면서 각종 전투 연출이 굉장히 화려하고, 한 편의 애니메이션을 보는 것 같은 고퀄리티를 선보이고 있어 주목을 끄는 데 성공했다. 이 정도로 전투 연출에서 고퀄리티 애니메이션을 보여주는 모바일 게임은 국내외를 통틀어도 손에 꼽을 정도이기 때문이다.
게임의 초반 성적은 굉장히 좋게 나오고 있다. <아르케랜드>는 출시 첫 주말에 바로 국내 구글플레이/애플 앱스토어 매출 순위 TOP 10에 진입했으며, 인기 순위 또한 상위권을 기록하고 있다. 턴제 SRPG 장르의 신작이 그렇게 많지 않았던 상황에 제대로 '고퀄리티 SRPG' 라는 사실이 게이머들에게 통하는 모습이다.
<아르케랜드>는 PC와 모바일에서 동시에 즐길 수 있는 멀티 플랫폼 기반의 게임이다. PC에서는 전용 클라이언트를 통해 즐길 수 있는데, 이 때문인지 사실상 이 게임의 그래픽 퀄리티는 'PC에 맞춰져 있다' 라고 해도 좋을 정도다.
모바일 게임 기준으로는 차고 넘칠 정도로 고퀄리티의 비주얼을 선보인다는 뜻. 이 때문에 일부 모바일 기기에서는 발열과 배터리 소모 문제가 심하지만, 그래픽 옵션 조절 등을 동해 어느 정도 타협하면 즐기는 것 자체는 큰 문제가 없다.
게임은 전반적으로 풀 3D 그래픽에 카툰 랜더링을 적용한 비주얼을 선보이며, 캐릭터와 캐릭터간의 전투가 발생하면 모든 연출이 고퀄리티의 3D 애니메이션 같은 비주얼을 선보인다. 특히 일부 스킬의 연출은 정말 입이 쩍 벌어질 정도의 고퀄리티 애니메이션 연출을 선보이기 때문에 확실하게 '보는 맛'이 살아있다.
SRPG를 즐기는 기본 중의 기본이 '공격 명령 내리고', 그 공격의 연출을 감상하는 것이라고 한다면, 일단 <아르케랜드>의 기본은 정말 확실하다고 볼 수 있다.
SRPG로서의 모습을 살펴보면 <아르케랜드>는 전형적인 '랑그릿사가 연상되는' 타일형 SRPG의 구조를 그대로 따른다. 사각형으로 표현되는 타일 위에 캐릭터를 배치하고, 유저들은 각 턴에 걸쳐서 캐릭터들을 이동시키고, 적들을 '공격' 한 다음, 공격/방어 판정을 통해 그 결과를 지켜보고 다음 수를 생각한다. 기본적인 'SRPG'로서의 진행 자체는 사실 특별한 것이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언가 모난 것 또한 없는 모습이다.
다만 SRPG로서의 <아르케랜드>가 특이한 점은 '상성'간의 찌르기가 굉장히 중요한 요소로 작동한다는 것이다. 게임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은 총 여섯가지의 속성을 가지고 있으며, 이들 속성은 서로가 물고 물리면서 상성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유리한 속성'으로 공격할 때 얻는 대미지 이득과, '유리한 속성으로 적의 공격을 막아 냈을 때'의 받아내는 대미지 이득이 각각 30%와 25%에 달할 정도로 '속성을 통한 가위바위보'가 굉장히 비중이 높다.
'속성' 뿐만 아니라 유저가 신경 써야할 시스템이나 기믹도 굉장히 다양하다. 캐릭터마다 역할군이 나뉘어져 있어서 아군의 공격을 보조해주는 직업, 추가 공격을 할 수 있는 캐릭터, 넓은 범위에 특화된 캐릭터 등 캐릭터마다 다양한 특성과 스킬을 보유하고 있어서, 가급적 이런 요소들을 모두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일부 스테이지는 단순하게 '적을 전멸시켜라'가 목적으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특정 기믹을 활용한 스테이지 '공략'을 요구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더더욱 집중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아르케랜드>는 게임을 시작할 때, 매번 스테이지를 진행할 때마다 가급적 '두뇌 플레이'가 권장된다. 물론 자동전투를 지원하고, 전투력이 권장 전투력 이상이라면 어지간하면 '딜찍누'(딜로 찍어서 누르기)가 가능하기 때문에 무지성 플레이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적절하게 긴장감을 유지하기 때문에 유저들은 비교적 재미있게 몰입할 수 있다.
<아르케랜드>는 게임의 비주얼과 여러 요소들을 보면 알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캐릭터 수집형' 서브컬처 지향의 SRPG다.
게임의 BM을 살펴보면 기본적으로 '캐릭터 뽑기'가 이 게임의 주된 수익원이라는 것을 알 수 있으며, 그렇기 때문에 실제 게임이 오픈한 이후에도 가장 많은 유저들이 관심을 가진 것이 "어떤 캐릭터를 리세마라(초반에 주어지는 재화를 통해 뽑기를 시도했을 때, 원하는 캐릭터가 나올때까지 계정생성을 반복하는 행위) 해서 들고가야하나", "어떤 캐릭터가 1티어냐" 같은 것들이었다.
그리고 이런 서브컬처 지향의 캐릭터 수집형 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에 하나는 바로 '캐릭터성 어필' 이다. 즉 단순히 성능뿐만 아니라 게임 내외적인 '스토리'와 여러 요소들을 통해 게임에 등장하는 캐릭터에 대한 애정을 게이머에게 심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유저들로 하여금 자연스럽게 "가슴이 시켜서 뽑았다", "꼭 뽑고 싶었다" 같은 목소리가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아르케랜드>는 이런 '서브컬처 지향의 캐릭터 수집형 게임'의 미덕 면에서 보면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너무 무난 무난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기본적으로 비주얼 퀄리티가 굉장히 좋기 때문에 '이 캐릭터 꼭 뽑고 싶다', '정말 이쁘다' 같은 소리는 자연스럽게 나올 수 있는데, 문제는 개별 캐릭터들의 스토리. '서사'에 대한 어필 요소가 부족한 것이다.
현재 <아르케랜드>가 유저들 사이에서 가장 악평을 듣는 것 중에 하나도 이런 부분이다. 일단 기본적으로 게임의 메인 시나리오가 다른 게임들에 비해 무언가 '특별하게 매력적이거나', '재미 있는 부분'이 잘 보이질 않는다. 좋게 말하자면 무난하달까?
여기에 메인 스테이지 시작부터 게임의 배경 설정과 시나리오를 공부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온갖 '전문 용어'가 난무해서 스토리를 이해하기 쉽지 않다. 전반적으로 '매력적이지 못한 스토리' 라고 읽히는 와중에 각각의 캐릭터들이 저마다의 캐릭터성을 어필하는 '서브 시나리오', '읽을 거리', '설정놀음' 같은 사이드 콘텐츠도 부족해서 '서브컬처 게임' 으로서는 아쉬움을 남길 수밖에 없다.
여기에 이 게임은 주요 시나리오가 모두 한국어로 더빙이 되어 있는데 소위 '국어책 읽기' 더빙으로 퀄리티가 높지 않다는 점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서브컬처 게임' 으로서는 분명 성에 안차는 요소들이 없는 것이 아니지만, <아르케랜드>는 기본적으로 'SRPG' 장르의 모바일 게임으로서는 분명 높은 완성도를 가지고 있다. 또 모바일 'RPG'로서 캐릭터의 육성과 강화, 아이템 파밍 등의 요소도 준수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의외로 서브컬처 게임의 요소를 기대하지 않고 '재미있는 모바일 SPRG'를 찾은 유저라면 별다른 불만 없이 만족하며 즐길 수도 있을 것이다.
게임의 콘텐츠 자체는 굉장히 풍성하고, 즐길 것도 많다.
실제로 이 게임은 '캐릭터 레벨업' 부터 '장비 파임/강화', '특성 강화' 같은 요소가 풍성하게 갖춰져 있어서 하나의 캐릭터라고 해도 육성과 파밍에서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또한 파밍을 위한 '외전' 스테이지와 '도전' 계열 스테이지도 풍성하게 갖추고 있기 때문에 하루하루 이런 콘텐츠들을 클리어하고, '점차 강해지는' 느낌도 확실하게 받을 수 있다.
<아르케랜드>는 지난 10월에 CBT를 진행하면서 유저들의 피드백을 받아들여 다양한 부분에서 수정을 가하고, 게임의 퀄리티를 높여서 이번에 정식 서비스까지 이어졌다. 그 덕분에 게임 자체의 안정성도 나쁘지 않고, 현재까지는 운영 면에서도 제법 무난한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개발사는 앞으로의 게임 개선과 콘텐츠 업데이트에 대한 의지를 확실하게 밝히고 있는 만큼, 어찌되었든 모바일에서 '제대로된(+퀄리티 높은) SRPG'를 즐기고 싶었던 유저라면 <아르케랜드>는 분명 가뭄의 단비 같은 게임이라고 정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