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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리뷰

[리뷰] 날을 세우고 있는 국산 배틀로얄 슈퍼피플 2, 어떤 족적 남길까?

'슈퍼피플 2'의 '날'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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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석(우티) 2022-12-26 18:41:30

"조금만 더 다듬으면 터질 지도 모르겠는데..."

 

<슈퍼피플 2>를 해보고 든 소감을 한 줄로 요약하면 위와 같다. <슈퍼피플 2>는 원더피플이 개발하고 서비스하는 국산 F2P 배틀로얄이다. 네오플에서 <던전앤파이터>를 터뜨리며 일대 '신화'를 썼던 허민 대표는 다양한 활동 끝에 최근 게임업계로 돌아와 <슈퍼피플 2>의 총괄 디렉터를 맡고 있다. 

 

<슈퍼피플 2>는 지난해 12월 CBT를 시작으로 스팀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테스트에는 430만 명이 모였고, 8월 파이널 베타 서비스를 시작해, 10월에는 얼리억세스의 형태로 출시됐다. 당초 게임은 <슈퍼피플>이라는 레이블로 서비스되었으나, 게임의 특징을 바꾸면서 제목 뒤에 2를 붙였다. 테스트로부터 약 두 달 만에 내린 과감한 결정이었다.

 

그러나 <슈퍼피플 2>의 동시접속자 그래프는 우햐향을 기록하고 있다. 스팀DB 집계에 의하면, 10월 13일 47,000명을 기록했던 게임의 동시접속자는 원더피플의 <슈퍼피플 2> 네이밍 이후에도 줄곧 감소세를 보이며 26일 현재 10,000명 대의 최고 동시접속자를 기록 중이다. <슈퍼피플 2>는 스팀 '최다 플레이 게임'​에서 모습을 감추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슈퍼피플 2>는 만나볼 가치가 충분한 게임이었다. 시장에 할 만한 배틀로얄 게임이 충분히 출시된 조건 속에서 후발주자로서 여러 고민들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핵 유저 대응과 같은기본적인 과제를 수행하면서 <슈퍼피플 2>만의 재미를 더 끌어올린다면, 분위기 반전의 기회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이것도 있고, 저것도 있네?

 

후발주자로서 먼저 출시된 동종 장르 게임의 좋은 점들을 골라 도입하는 것은 일견 당연한 일이다. 매일 밤 PC방을 밝히는 <리그 오브 레전드>의 뿌리에는 <워크래프트 3>의 '유즈맵'이 있으며, 배틀로얄 게임의 대유행을 견인하고 있는 크래프톤의 <배틀그라운드>도 그 옛날 <아르마>에서 유행했던 'DayZ' 모드(MOD)에서 빚을 지고 있다.

 

<슈퍼피플 2>도 후발주자로서 여러 배틀로얄 게임의 사례를 참고한 것으로 보인다. 게임을 하다 보면 그간의 배틀로얄 게임의 모습들이 불쑥 불쑥 나온다. 알파 테스트 단계에서 디스이즈게임이 평가한 "기본은 <배틀그라운드>. 클래스별 스킬과 무기별 등급 시스템은 <에이펙스 레전드>와 <포트나이트>. 플레이어 개인 보급 시스템은 <워존>. 마지막으로 파밍 시스템은 <이터널 리턴>"이라는 평과 크게 다르지 않다.

 

 

게임의 총기명과 부착 시스템은 <배틀그라운드>와 거의 같다. 때문에 배틀로얄 게임을 해본 경험이 있는 유저라면, <슈퍼피플 2>에 처음 접속했을 때 '적응시'를 거의 느끼지 않아도 될 정도다. 헬기 낙하, 좁혀오는 맵, 에너지 드링크 같은 기믹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배틀로얄 게임의 코어 유저층은 대단히 빠르게 게임에 녹아들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차용과 혼합이 과한 탓에 그 게임만의 매력이 뚜렷하지 않다면, 유저들은 이미 매몰비용이 발생한 예전 게임으로 돌아갈 공산이 크다. 만약에 어떤 배틀로얄 팬 유저가, 멀리서 바라봤을 때 <배틀그라운드>와 <슈퍼피플 2>를 구분할 수 없고, 그저 같은 게임으로 인식이 된다면 후발주자인 <슈퍼피플 2>는 비교열위를 점하게 될 것이다.

 

MMORPG에서는 종종 'A 게임'에서 주도권을 얻지 못한 유저 그룹이 'B 게임'이나 'C 게임'으로 이전해 낮은 투자비용으로 'A 게임'에서 누린 것과 같은 경쟁과 지배의 재미를 누리곤 한다. 그러나 승자 독식 구조에, 스쿼드 이상의 대형 협동 구조가 없고, 한 판, 한 판 결과가 초기화되는 배틀로얄 게임이라면 장르간 평행 이동은 보수적으로 일어날 것이다.

 

다시 말해서 <슈퍼피플 2>의 원더피플은 기라성 같은 '선배' 게임으로부터 많은 것들을 빌려왔지만, 그 선배들로부터 유저를 뺏어오기는 쉽지 않은 여건에 놓여있다.

 


 

# 에이펙스 레전드의 길, 슈퍼피플의 길

2019년 초, EA와 리스폰은 <에이펙스 레전드>를 문자 그대로 '깜짝' 출시해 2,500만 명의 동시접속자를 끌어 모았다. 

 

서로 역할이 다른 여러 캐릭터들의 협동으로 배틀로얄 게임에 팀 슈터의 매력을 융화시키며 장르에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했다. 플레이어간 협동으로 부활을 지원하고, 여러 스킬을 사용해 전황을 바꾼다는 기믹은 새롭게 다가왔다. 초창기 한국 유저들이 <에이펙스 레전드>를 '옵치로얄'이라고 수식한 부분에서 그 점을 다시 한번 읽을 수 있다. 서비스 시작으로부터 언 3년이 흐른 <에이펙스 레전드>​는 일본과 북미 지역에 탄탄한 유저층을 확보했다.

 

<슈퍼피플 2>는 <에이펙스 레전드>가 걸었던 것과 같은 길을 걸으려는 듯하다. 캐릭터성이 도드라지는 배틀로얄 게임을 내세우면서 다양한 팀플레이의 재미를 주겠다는 것이다. <슈퍼피플 2>의 캐릭터들은 일정 범위에 전술핵을 투하할 정도로 강력한 스킬을 사용한다. 역할 구분에 확실한 <에이펙스 레전드> 보다는 적진으로 빠르게 잘라 들어가는 ​스킬(기동타격대, 텔레포터)이나 강력한 딜링(뉴클리어, 개틀링건)을 가진 클래스 중심으로 설계 되어있다. 

 


바로 이 대목에서 <슈퍼피플 2>의 '날'을 엿볼 수 있는데, 이 게임은 기자가 경험한 어떤 배틀로얄보다도 대단히 빠르게 교전이 이루어졌다. 기본적으로 공격, 또는 공격력 버프 스킬을 가진 클래스들이 있기 때문에 낙하산에서 내려서 총 한 자루 얻기 전부터 서너 명씩 죽는 일이 자주 목격되었다. 이렇게 <슈퍼피플 2>의 한 판, 한 판은 매우 신속하고 파괴적으로 이루어진다.

 

원더피플은 이 '날'을 바짝 세우려는 듯하다. 게임을 '2'로 피봇하면서 모든 클래스의 이동 속도와 파쿠르 속도를 향상시켰으며 낙하 딜레이 또한 감소시켰다. 무엇보다 기존에는 특정 클래스에만 존재하던 슬라이딩을 기본적으로 장착시키면서 전투의 텀을 더 짧게 만들었다. <배틀그라운드>에서는 상대가 '순간 이동' 같은 것을 하리라 예상이 어려우므로 아주 먼 거리에서 탄도를 계산에 쏴서 맞추는 플레이가 가능하지만, <슈퍼피플 2>에서 그런 플레이를 하려면 상대의 클래스를 고려하지 않으면 안 된다.

 

제작 시스템의 삭제 또한 이런 기조 아래에서 설명이 가능하다. 원래 <슈퍼피플>의 필드 곳곳에는 천, 오일, 망치, 못'등 다양한 재료 아이템이 배치되어 있으며, 이를 조합해 무기나 방탄조끼의 등급을 올릴 수 있었다. 전설 등급의 총기를 얻기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제작이 동반됐으며, 여기 '드랍이 발생했다'라는 알림을 통해서 안내됐다. 원더피플은 유저들이 간단한 재료를 모으는 시간까지 삭제하면서까지 빠르고 파괴적인 전투를 지향하고 있다.

 

 

 

# <슈퍼피플 2>의 '날'을 벼루기 위해서

 

그래서 <슈퍼피플 2>에서는 중거리, 단거리 교전이 대단히 자주 일어났다. 팀 플레이의 경우 서로의 궁극기가 빠지는 시간을 계산하면서 교전을 시작하는 경우도 있었다.​ 한 세션이 재빨리 이루어지기 때문에, <슈퍼피플 2>에 갈피를 잡기 어려운 유저라면 배틀로얄을 하기 위해 게임에 접속한다기 보다는 흔한 슈팅 게임의 공방(공개방)을 돌듯이 게임에 접근하는 것을 추천한다.

 

개발사 원더피플은 일종의 '부양책'으로 온라인 토너먼트를 개최하고 있다. 매주 총 1억 원의 상금이 배정되는 토너먼트인데, 메이저 리그에는 하루에만 총 상금 7만 달러(8,935만 원)이 걸려있다. 매주 금요일 열리는 개발사 주최 대회가 앞으로도 지속된다면, 게임의 장기적인 흥행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앞서 살펴본 것과 같이 게임이 대단히 빠른 세션으로 이루어져 있어 '보는 재미'가 있기 때문이다.

 

기존 배틀로얄 e스포츠 대회의 경우,​ 초반부에는 기본적인 전투를 위한 구성이 갖춰져야 하기 때문에 파밍을 위한 시간이 있다. 그러나 <슈퍼피플 2>는 초반부터 안전지대를 크게 줄이면서, 다른 배틀로얄 게임보다 빠르게 초반부터 맞붙을 수 있어서 지루할 틈이 적은 편이다. 스킬 또한 큰 이펙트로 나타나 보는 재미가 배가된다. 이런 재미가 널리 퍼진다면, 게임은 장기적인 모멘텀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살펴본 것과 같이 <슈퍼피플 2>은 도전자의 입장에 서있다. 그리고 <슈퍼피플 2>의 핵심은 ​클래스 플레이에서 오는 신속하고 파괴적인 전투 양상에 있다. 유저들이 게임의 재미를 진정으로 몰라주고 있다면, 원더피플은 더 적극적으로 대회를 개최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슈팅게임 운영의 최대 난제라고 할 수 있는 핵 유저 대응도 더 강력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그간 무수히 많은 배틀로얄 게임이 명멸했다. <헌트 쇼다운>이나 <이스케이프 프롬 타르코프>처럼 '라스트 맨 스탠딩'보다는 생존 그 자체에 방점을 찍는 사례도 생겨나고 있다. 스팀 게임의 또다른 키워드로 부각한 생존 게임은 바로 이런 키워드와 맞닿아왔다. 근래 이렇다 할 도전자가 나타나지 않으면서 배틀로얄 게임은 잘 나가는 게임들로 정리가 되고 있는 듯하다.

 

이 시장에서 앞으로 <슈퍼피플 2>가 어떤 족적을 남길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