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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리뷰

[리뷰] 사도 괜찮은 게임일까? '와룡: 폴른 다이너스티'

액션 하나만큼은 잘 만드는 팀 닌자

에 유통된 기사입니다.
김승주(4랑해요) 2023-03-08 14:58:18
허름해 보여도, 원조 맛집이 역시 맛있는 법.

<닌자 가이덴> 시리즈, <인왕> 시리즈 등을 통해 오랜 기간 활동해 온 개발팀 '팀 닌자'가 새로운 타이틀을 선보였습니다. 바로 삼국시대를 배경으로 한 액션 RPG <와룡: 폴른 다이너스티>(이하 와룡)입니다. 팀 닌자가 개발해 온 액션에 대한 노하우를 토대로 전란기 삼국 시대의 이야기와 물 흐르듯 이어지는 중국 무술을 구현해 낸 게임이죠.

하지만 출시 이후로 예상치 못한 논란이 따라왔습니다. PC 버전에서 부족한 최적화와 사실상 키보드+마우스로는 플레이가 어렵다는 것 때문에 많은 지적을 받은 것이죠. 스팀에서의 이용자 평가 역시 '대체로 부정적'으로 반응이 나쁜 편입니다.

그렇다면 <와룡>은 정말 나쁜 게임일까요? 구매를 고려하시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시간은 좀 늦었지만 <와룡>에 대한 리뷰를 작성해 봤습니다. /디스이즈게임 김승주 기자

 



# 순한맛 세키로? 이외로 초심자 배려한 게임

 

<와룡>의 핵심 전투 시스템은 '기세'에 있습니다.

기세는 마이너스-중립-플러스로 나뉘어 플레이어와 적의 상황에 대해 표현해 주는 게이지입니다. 음수면 플레이어가 밀리고 있는 것이며, 반대로 양수면 유리한 상황이란 것이죠.

기세를 올리기 위해선 적을 공격하거나, 적의 공격을 막아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튕겨내기'로, 적의 공격을 타이밍에 맞춰 받아쳐 기세를 획득할 수 있는 시스템입니다. <세키로: 쉐도우 다이 트와이스>를 생각하시면 이해가 쉽습니다.

다만, 공격 사이사이에 쳐내기가 불가능한 공격이 들어오기에 간파베기 등의 시스템을 통한 심리 싸움도 중요했던 <세키로>와 달리, 와룡은 모든 공격을 튕겨낼 수 있습니다. 하늘에서 번개가 떨어지더라도 타이밍에 맞춰 버튼을 누르면 튕겨냄과 동시에 기세를 획득하죠.

대부분의 공격을 튕겨낼 수 있습니다.

튕겨내기의 타이밍 역시 상당히 넉넉합니다. 가끔은 '어 이게 튕겨지네?'와 같은 생각이 들 정도죠. 게다가 가드 상태에서 패링하거나, 튕겨내기 버튼을 두 번 누르면 회피한다는 것을 이용해 약간의 텀을 두고 버튼을 눌러 튕겨내기와 회피를 동시에 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특히 가드 상태에서도 튕겨내기가 가능하기에, 타이밍에 실패해도 적의 공격을 자동으로 방어하는 식으로 리스크를 줄일 수 있습니다. 이 부분은 여러모로 타이밍 액션에 익숙하지 않은 플레이어를 배려한 느낌입니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방심할 순 없습니다. 순간 타이밍을 놓쳐 공격을 허용하고, 기세가 꺾인 상태에서 우왕좌왕하다 보면 유리한 형세가 단숨에 역전되고 허무하게 사망할 수 있습니다. 적들도 종종 엇박자의 공격을 가해 오거나, 서로 다른 반격 타이밍을 가지고 있는 강력한 '비기'를 대동해 공격해 옵니다.


이런 시스템을 활용해 적의 '기세'를 꺾는 것도 중요합니다. 적을 공격하거나, 적의 공격을 막아낼 때마다 기세를 획득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적의 공격을 허용하거나, 튕겨내지 못하고 가드하면 기세가 감소합니다. 기세를 충분히 모은 상태에서는 이를 활용해 일종의 마법인 '선술'이나 특수 공격인 '무예'을 사용해 강력한 대미지를 입힐 수 있습니다. 무예에는 적을 공격한 후 뒤로 크게 회피하거나, 공중으로 점프한 뒤 무기를 내려찍는 등 무기군에 따라 각각 2종의 다양한 동작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점은 기세를 활용한 강공격을 하면 상대의 '기세 최대치'가 깎인다는 점입니다. 기세가 전부 깎이면 일종의 그로기 상태에 빠지며, 강력한 잡기 공격인 '절맥'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즉, 상대방의 공격은 전부 막아내고 나의 공격은 계속 성공시키며 기세를 올리고, 반대로 상대방의 기세는 계속해서 줄여 가며 절맥을 사용해 쓰러트리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전투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덕분에 <와룡>은 각종 무협 소설이나 영화에서 등장한 '진검 승부'를 게임 시스템을 통해 적절하게 구현할 수 있었습니다. 완벽하게 해당 시스템을 사용할 수 있다면 적을 압도해 가며, 압도된 분위기에 자세가 무너진 적의 빈틈을 파고들어 칼을 꽂아넣는 것이죠. 모션과 카메라워크, 연출도 화려하기에 상대방에게 절맥을 꽂아넣을 때의 쾌감이 훌륭한 편입니다.

 


호쾌한 연출만큼은 최고


# 자연스럽게 맵 탐사 유도하는 '군기와 표기'

 

보통 탐험 요소를 가진 액션 게임은 "어떻게 플레이어를 자연스럽게 맵을 탐험하게 만들까?"에 대한 많은 고민을 합니다. 대놓고 "이쪽으로 가세요"라고 유도하기보단 자연스럽게 플레이어가 흥미나 욕구를 가지고 맵을 구석구석 탐사해야 하는 것이죠. 플레이어는 개발자가 대놓고 유도하는 길을 따라가는 것보단, 자신이 능동적으로 행동한다고 느껴야 재미가 생겨나는 법이니까요.

<와룡>은 '사기' 시스템과 '군기'와 '표기'를 통해 플레이어가 자연스럽게 맵을 탐사하도록 만들었습니다. '사기'는 플레이어의 능력치와 상관없이 각 전장에서 적용되는 능력치입니다. 처음에는 0에서 시작하지만 적을 천천히 격파해 나가며 상승하게 되죠. 사기 게이지는 20까지 있으며, 사기 차이가 크면 받는 대미지가 상당하기에 가능하면 비슷한 사기를 가진 적과 싸우는 것이 좋습니다.



하지만 적을 격파하면서 얻는 사기는 일시적입니다. 죽으면 모든 사기를 잃기도 하죠. 사기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불굴' 게이지가 중요합니다. 불굴 게이지는 사망하더라도 사기가 일정 수치 이하로 떨어지지 않도록 하는 시스템입니다. 

불굴 게이지는 맵에 존재하는 '군기'와 '표기'를 통해 얻을 수 있는데요. 군기는 죽으면 해당 장소에서 부활하는 일종의 거점 역할을 하며, 표기는 곳곳에 숨겨져 있는 대신 불굴 랭크를 올려주는 역할을 합니다. 특히, 부표는 예상치 못한 지점에 숨겨져 있기도 하기에 갈수록 눈에 불을 켜고 찾게 됩니다. 

<와룡>은 이런 시스템에 따라 플레이어가 맵의 동선을 따라 자연스럽게 탐험할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가령 길을 가는데 왼쪽 길에는 사기가 20인 적이 즐비하고, 오른쪽 길에는 사기가 0인 적들이 있다면 자연스럽게 오른쪽 길을 먼저 탐사하고, 나중에 사기를 충분히 올리고 난 후에 다시 왼쪽 길을 찾게 되는 식이죠.

체크포인트 역할을 하는 군기

맵 곳곳에 숨겨진 표기

물론 원한다면 사기를 끌어올리는 것도 가능합니다. 많은 적과의 싸움에서 승리해 사기를 올려 놓거나, 사기를 올려주는 아이템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보다 차이를 줄인 후 더 빠르게 게임을 진행할 수도 있죠. 리스크는 있지만 불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또한, 사기는 앞서 언급한 기세 시스템과도 연관됩니다. 상대방의 자세를 무너트리고 절맥을 꽃아넣을 대마다 상대방의 최대 사기 수치가 감소하죠. 내 공격은 상대가 전부 막아내고, 나는 계속 얻어맞기만 한다면 마음이 차차 꺾여 가는 것과 같습니다.

 

 

# 코에이 특유의 '삼국지' 색채

 

<와룡>은 소설 '삼국지연의'를 배경으로 한 게임입니다.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 웹툰, 게임으로 제작됐음에도 '삼국지'는 늘 우리에게 새로운 재미를 가져다 주죠. 덕분에 <인왕>을 통해 실제 일본 역사와 판타지의 재미있는 배합을 보여준 팀 닌자가 삼국지 게임에 도전한다고 밝혔을 때 자연스럽게 주목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팀 닌자'가 속해 있는 '코에이 테크모'는 전략 시뮬레이션 <삼국지> 시리즈와 액션 게임 <진 삼국무쌍> 시리즈로 유명합니다. 지난 인터뷰에 따르면 팀 닌자는 <와룡>의 스토리를 제작함에 있어 다른 팀과 협업을 진행했다고 밝혔는데요. 그 덕분인지 캐릭터 묘사를 보면 코에이 테크모 특유의 삼국지 캐릭터 묘사가 진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코에이 삼국지 게임 특징, 여포는 로맨티스트

<와룡>의 주인공은 삼국 시대의 이름 없는 무장입니다. 우연히 사건에 휘말려 삼국 시대의 중요한 전투에 대부분 참여하며 난세를 헤쳐나가게 되죠. 여기에 사람을 괴이한 생명체로 변화시키는 '단약'이나 각종 신수와 같은 판타지 요소가 첨가되어 있습니다.

재미있는 점은 주인공이다 보니 주인공 캐릭터는 사수관 전투에서 화웅을 물리치는 등의 활약을 통해 유비와 조조와 같은 삼국지의 주요 인물들에게 인정받는 모습을 보여 주면서도, 철저하게 주요 이야기에서는 '제3의 등장인물'과 같은 역할에 충실합니다. 아무리 삼국 시대를 배경으로 한 창작물이라도, 주인공의 활약이 과도하다 보면 원작 팬들에게는 불쾌하게 느껴질 수 있다 보니 적절하게 거리를 둔 느낌입니다.

또한, 스토리의 진행에 맞춰 등장인물들이 주인공의 여정을 돕기도 합니다. '원군'이라는 별도의 시스템을 통해 추가적으로 아군을 부를 수도 있지만, 별도로 부른 원군이 플레이어가 사망하면 사라지는 것과 달리 기본적으로 스토리에 맞춰 동행하는 등장인물은 계속해서 주인공을 돕습니다. 게임 시스템 상 일대 다수가 어렵고, 필드 진행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 게이머를 위해 완충 장치를 마련해 놓은 느낌입니다.

동료와 함께 신나게 적을 공격하다 보면 '다구리 앞에 장사 없다'라는 은어가 절로 떠오릅니다.

동료의 호감도를 최대치까지 쌓으면 선물을 받을 수 있습니다.

 

아쉬운 점이라면 <삼국지>의 이야기를 이미 안다는 것을 전제한 느낌인지 스토리 전개가 상당히 빠르게 넘어가는 편입니다. 동탁 토벌전과 여포의 서주 점거에서 갑자기 관도대전으로 넘어가는 식으로 말이죠. <삼국지>를 모르는 사람에게는 약간 스토리를 따라가기 벅찰 수도 있겠습니다. 물론, 스토리가 중요한 게임은 아니기에 크게 신경 쓰이는 지점은 아닙니다.

정리하자면 '삼국지연의' 요소는 크게 원작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나름의 창작을 담았다고 보시면 좋습니다. 코에이의 <삼국자> 시리즈나 <진 삼국무쌍> 시리즈를 생각하면 될 듯하네요.

 

 

# 아쉬움 없는 것은 아니지만 

 

하지만 <와룡>을 무턱대고 칭찬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먼저 게임을 즐기는 것이 도저히 불가능한 수준은 아니지만, 계속해서 화를 유발하는 스타터링(끊김) 현상이 문제입니다. 스팀판 대신 게임 패스 및 콘솔로 즐기거나, 엔비디아 제어판에서 강제로 60 프레임을 고정해 주는 등의 조치로 완화할 수도 있습니다만, 비싼 돈 주고 산 게임인데 이런 편의성 부분에서 미흡하다면 게이머로써 썩 유쾌한 일은 아니죠. 

가뜩이나 정신 없고 색감이 번잡한데, 프레임도 뚝뚝 끊기면 불쾌감은 이루 말할 수가 없습니다.

특히 최근 많은 멀티플랫폼 게임이 계속해서 'PC 최적화'에서 부족한 부분을 보이고 있기에, 꽤 민감한 부분이기도 합니다. 또한, 우려와 달리 게임이 나쁘지 않은 수준에서 플레이된다는 의견도 있으나, 반대로 충분한 사양에서도 튕김 현상이 발생하는 등 이용자에 따라 편차도 큰 편입니다.

가끔은 개발 과정에서 '힘이 빠졌나?'라고 여겨지는 부분도 보입니다. 몇몇 보스전은 정말로 정교하고 재미있게 만들어져 있지만, 어떤 보스전은 싱겁거나 그다지 흥미로운 공격 패턴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시연회 등을 통해 소개된 '여포'와의 전투는 홍보에 사용된 만큼의 퀄리티를 보여주지만, 삼국지에서 유명한 인물임에도 허무하게 끝나 버리곤 하는 보스전도 있습니다. 

필드에서 적의 다양성도 부족해 갈수록 탐험에 대한 흥미도 떨어지는 편입니다. 캐릭터의 스탯이나 무기별 능력치에 대해서도 전작인 <인왕> 시리즈보다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커스터마이징은 세세하게 할 수 있지만, 능력치 시스템이나 무기별 밸런스 등에서는 아쉽다는 만응이 많습니다.

 

# 이 정도면 믿고 먹는 맛집

 

그러나 이런 단점들이 <와룡>의 장점을 모두 덮어 버릴 정도는 아닙니다. 앞서 말했듯이 액션 시스템 하나는 참으로 "팀 닌자답다"라는 말이 절로 나올 만큼 다채롭게 만들어져 있기 때문이죠 마치 고전 중국 영화에 나오던 무림고수가 된 것 마냥 적의 공격을 튕겨내고, 비기 공격을 발로 차 낸 다음 무방비해진 적에게 칼을 꽂아넣는 등 조금의 컨트롤만 받쳐준다면 오랜 경력을 가진 개발팀의 게임다운 재미를 체험할 수 있습니다.

본편의 분량도 20시간 이상을 보장할 만큼 나쁘지 않으며, 사후 지원 역시 기대해 볼 법 합니다. <와룡>의 시즌 패스 소개 문구에 따르면 DLC 1탄 '중원의 쟁패'가 2023년 6월, '강동의 소패왕'이 2023년 9월, '형주의 풍운'이 2023년 12월로 3개월 간의 간격을 두고 순차 출시될 예정입니다. 본편에서 전부 다루지 못했던 삼국지 이야기를 DLC에서 다루려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요약하자면 <와룡: 폴른 다이너스티>는 액션 RPG 그리고 소울류 게임을 좋아하시는 분들에게 충분히 구매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게임입니다. 군데군데 발목을 잡는 아쉬운 부분도 있지만, 게임의 완성도와 재미 자체를 해칠 정도는 아닙니다. 허름하고 위생 상태가 좋아 보이지 않아도 결국 경력을 가진 맛집을 찾게 되는 것과 같습니다. Xbox 게임 패스로도 플레이 가능하니 이 점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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