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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리뷰

귀여운 그림체에 그렇지 못한 난이도, 덱빌딩 로그라이크 '와일드프로스트'

단순히 어렵기만 해서 복합적 평가를 받았을까

에 유통된 기사입니다.
김승준(음주도치) 2023-04-18 10:15:07
스트레스를 받으면 매운 음식을 먹고 속을 푸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적당한 자극의 매운맛은 실제로 스트레스를 경감시켜 준다는 연구 결과도 있죠. 하지만 매운맛에 대한 역치는 사람마다 차이가 있어서, 매운 걸 처음부터 입에도 못 대는 사람들도 적잖게 있습니다.

4월 12일에 출시된 덱빌딩 로그라이크 게임 <와일드프로스트>는 바로 이 매운맛 난이도 때문에 평가가 엇갈리고 있습니다. 엿새 만에 2,551개의 스팀 리뷰 중 69%가 긍정 평가인 '복합적' 게임이 됐죠. 다수의 호평과 혹평에서도 왜 난이도 이야기가 계속 나온 것일까요. 게임을 재밌게 즐긴 사람들은 어떤 요소를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일까요. <와일드프로스트>를 직접 플레이해봤습니다.

 


게임명: <와일드프로스트>

장르: 덱빌딩 로그라이크

출시일 및 플랫폼: 2023년 4월 12일/ 스팀, 닌텐도 스위치

개발사: Deadpan Games, Gaziter

배급사: Chucklefish

정가: 23,000원

한국어 지원: O


# 일러스트와 UI는 귀엽고 깔끔했다

 

<와일드프로스트>는 강력한 눈보라에 눈과 얼음으로 뒤덮인 세상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전체적인 배경 디자인과 카드 및 캐릭터 설정에도 이런 배경 이야기가 녹아들어 있어서, 적절한 통일성을 갖추고 있었죠. 깔끔한 일러스트와 UI도 이런 경험에 한몫을 했습니다. 태양마저 집어삼켜진 세상에서 플레이어는 이 눈보라를 몰아내기 위한 여정을 떠납니다.

플레이어는 전투를 진행하며 양 갈래로 나뉜 길에서 어떤 보상을 얻을지 선택합니다. '스노우드웰'이라는 거주지에서는 눈보라에 망가진 여러 건물들을 재건하는 중인데, 한 번의 여정이 끝날 때마다 조건 달성 정도에 따라 건물을 해금합니다. 각각의 건물에서는 다음 여정에서 사용할 수 있는 카드, 펫, 동료의 종류를 늘려주는 미니 퀘스트를 받을 수 있죠. 촘촘한 퀘스트 배치를 통해 기본적인 게임 시스템 안내를 ​친절하게 진행했습니다.

한국어 번역 상태도 괜찮은 편입니다. 카드 게임은 게임 초기에 카드 특성에 대해 학습하면서 읽어야 할 텍스트 양이 많아 번역 퀄리티가 중요한데, <와일드프로스트>의 카드 텍스트는 일부 사례를 제외하면 모두 직관적으로 이해 가능했습니다. 카드에 사용된 키워드나, 특징적인 시스템을 좌우에 함께 카드 양옆에 함께 띄워준 방식도 좋았습니다. 

 

게임을 진행하면서 자연스럽게 설정을 따라갑니다.
동료를 얻는 방식도 얼음을 깨서 구하는 방식입니다.

양 갈래 길에서 보상을 선택하며 진행합니다.
상점, 보물, 부적, 동료 영입 등의 이벤트가 있습니다.

마을 재건 과정에서 해금 조건이 촘촘하게 제시됩니다.
점점 더 다양한 덱 타입을 활용할 수 있게 됩니다.

# 기대했던 것과는 조금 달랐던 카드 배틀

 

<와일드프로스트>의 배틀에는 몇 가지 특징적인 요소가 있습니다. 덱을 구성하는 부족과 전체적인 배틀 방향에 영향을 주는 '지도자' 카드가 있는데, 전투는 언제나 지도자 카드를 먼저 배치하는 것으로 시작됩니다. 지도자 카드는 여정을 떠나는 시점에 주어지는 랜덤한 3장의 카드 중에서 선택하게 됩니다.

카드의 좌상단에는 체력이, 우상단에는 공격력이 표시되고, 카드 아래쪽에는 '카드 카운터' 수치가 표시됩니다. 카운터는 매 턴마다 1씩 줄어들며, 카운터가 0이 되면 해당 카드는 공격 또는 행동을 합니다. 

전투 진행은 '같은 줄 전체', '가장 먼 적'처럼 따로 표기된 카드가 아니라면 기본적으로는 같은 줄의 가장 가까운 적을 자동으로 공격합니다. 공격 순서는 적이 먼저 공격을 수행하고 나서 아군이 공격하며, 아군은 전열에 있는 카드가 먼저 공격을 수행합니다.

'드로우' 또한 조금 독특한 시스템을 가지고 있습니다. 드로우에도 카드 카운터처럼 제한이 있어서 일정 턴을 소모해야 무료로 드로우할 수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 한 턴을 소모하게 됩니다. 전투 시작과 중간 모두 동일하게 한 번의 드로우로 뽑는 카드는 6장이라서 넉넉한 편이지만, 손패가 꼬이거나 덱에 불필요한 카드가 많아지는 경우엔 어쩔 수 없이 턴을 소모하며 드로우를 할 수밖에 없습니다.

동료의 체력이 떨어진 채로 전투가 종료되면 다음 전투에서 '부상자'로 등장하는 것도 독특했습니다. 부상자가 된 캐릭터는 다음 소환 시에 공격력과 체력이 반으로 줄어든 상태로 등장하게 됩니다. 

 

지도자 카드를 먼저 선택하고 그 뒤에 기본덱에서 점차 키워나가는 방식입니다. 
지도자 카드는 매 전투 초기에 가장 먼저 배치하게 됩니다.

턴이 지나서 카드 카운터가 0이 되면 카드는 공격 또는 행동을 합니다.

드로우 한 직후의 장면. 우측 하단의 종 모양으로 생긴 아이콘이 드로우 아이콘입니다. 
기본적으로는 4턴마다 한 번씩 무료로 드로우할 수 있고, 카운터 숫자가 남아있으면 턴을 소모하며 드로우합니다.

 

동료가 '부상자'가 되면 다음 전투에도 영향을 줍니다. 
다시 묘지에 넣었다가 소환하는 방식으로 회복할 수도 있지만, 매 턴이 중요한 게임에서 쉽진 않은 방법입니다.

 

손패에서 직접 사용하는 무기 카드, 아이템 카드 등을 제외하면 배치한 아군의 움직임은 모두 턴 진행과 카드 카운터 기반의 오토 전투라는 점이 눈에 띕니다. 그래서 전투 시스템을 보면 확실히 카드 게임보다는 '오토 배틀러' 게임 쪽에 더 가깝습니다. 캐릭터 배치나 돌아오는 턴에 대한 계산을 얼마나 잘 하느냐로 승부가 갈리게 됩니다. 그래도 전투 연출도 역동적이었고 게임 진행이 빨라서 플레이하는 감각이 좋았습니다.​

 

다른 카드 게임들처럼 <와일드프로스트>에도 카드끼리의 시너지에 영향을 주는 여러 '키워드'들이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시가 서리, 도토리 등이 있는데, 눈덩이는 적의 카드 카운터 진행을 막고, 도토리는 체력과는 별도로 방어도를 쌓는 개념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어떤 덱 타입을 시도해볼 수 있는지 여러 가능성을 자연스럽게 제시해준 점이나, 덱 구성을 맞춰냈을 때의 쾌감을 잘 살려놓았습니다. 

 

하지만 전투 중에 여러 카드가 치고받는 경우 주고받은 대미지가 눈에 잘 안 보인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습니다. 수첩을 열어보면 배틀 로그를 확인할 수 있지만, 전투 화면에서의 캐릭터 배치를 가리게 되니, 대미지 계산이 어려운 건 마찬가지였습니다.

 

'이빨'로 불리는 '피격 시 그 수치만큼 대미지를 주는' 키워드가 불합리하다는 평이 많았던 것도 대미지가 직관적으로 잘 보이지 않는 디자인의 영향도 크다고 봅니다.​ 이외에도 대미지가 두 배로 들어가는 '저주', 피격 당하면 자동으로 공격하는 '반격' 등 직관적인 대미지 계산을 어렵게 하는 키워드도 다수 있었습니다. 

 

직접 대상 지정을 하는 카드도 있지만, 기본적인 전투는 배치와 카드 카운터에 따른 수 싸움입니다.

전투 연출 자체는 꽤 역동적인 편이라서 보는 맛, 하는 맛은 있습니다.

다만, 최대 12개(아군 6, 적군 6)의 캐릭터가 배치된 채로 전투를 할 때 주고받는 대미지가 직관적으로 눈에 들어오진 않았습니다.
배틀 로그를 따로 남겨주는 시스템 자체는 칭찬할 만하지만, 전투 화면에서 한눈에 들어왔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 분명 재미는 있는데...

 

이제 <와일드프로스트>의 난이도 이야기를 해봅시다. 왜 사람들은 이 게임의 난이도에 불만이 많았던 것일까요.

일단, 게임 안에 존재하는 여러 덱이 요구하는 카드 시너지 조건 자체가 꽤 까다롭습니다. 튜토리얼부터 등장하는 서리 덱을 예로 들어보면, 적에게 서리 카운터가 있어야 추가 피해를 줄 수 있는 '동료' 카드 '월로프'를 잘 활용해야 합니다. 그런데 보스 몬스터는 대부분 서리 카운터를 1까지만 쌓을 수 있는 부분 면역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았죠. 

다른 덱들도 사정은 마찬가지입니다. 덱 순환 속도에 비해 조합해야 하는 카드 수가 많거나, 시너지를 내는 배치를 완성하기 전에 죽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여기에 공격 대상을 '무작위'로 정하는 아군, 적군 카드도 섞여 있어서 운 때문에 지는 경우도 생기기도 하죠.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같은 줄의 적을 한 번에 공격할 수 있는 카드나 일부 강력한 카드를 중심으로 한 덱을 제외하면 보스를 잡아내기가 쉽지 않습니다.

 

운 좋게 덱을 잘 맞춰도 시너지를 활용하기 쉽지 않습니다.

후반부에 힘을 발휘하는 버티는 덱도 많지만, 드로우에 의한 손패 말림, 대상 무작위 지정 등에 의한 운적 변수 때문에
초반에 빠르게 쓸어버리는 덱이 아니면 이기기 어려웠습니다.

 

# 어려운 게임을 좋아한다면 도전해보시라

 

앞서 설명한 여러 요소들 외에도 지나치게 강력한 보스, 느린 템포로 버티는 덱에 필요한 카드도 체력이 낮은 점 등 <와일드프로스트>의 밸런스는 분명 아쉬운 점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와일드프로스트>가 가진 독특한 전략성과 매력적인 캐릭터 구성은 충분히 매력적이기도 했죠.

<슬레이 더 스파이어> 같은 유사 장르의 게임에서 더 어려운 난이도를 원했거나, 새로운 시스템의 카드 게임을 찾고 있던 유저들은 "귀여운 이미지에 매운맛 난이도", "<슬레이 더 스파이어> 승천 모드에도 익숙해진 사람들이라면 이 게임을 해보라"는 호평을 남겼습니다. 

반면, "복합적 평가에는 이유가 있다", "이건 어렵게 만든 게 아니라 깨지 말라고 만들어 놓은 거다", "고난이도 태그가 밸런스 까방권은 아니다" 등의 평가도 적지 않았죠. 개인적인 플레이 경험으로는 아예 깰 수 없는 수준의 난이도까지는 아니었다고 생각하지만, 리스크에 비해 리턴이 크지 않았던 무작위 대상 지정 카드 등은 조정이 필요해 보입니다.

만약 당신이 어려운 난이도의 화려하고 정교한 카드 게임을 좋아하는 유저라면 이 게임을 플레이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많은 유저들이 언급한 '밸런스 패치'가 실제로 이루어질지에 대해서는 아직 출시 이후 일주일도 지나지 않은 시점이라 확언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와일드프로스트>가 가진 독특한 전투 방식과 시스템은 충분히 흥미를 끌만 했고 다시 도전해보고 싶은 중독성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업데이트만 제대로 진행된다면 앞으로 좋은 평가로 개선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반복되는 죽음을 통해 배우는 게 로그라이크 게임이라지만 너무 어려우면 또 문제가 되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와일드프로스트>는 다시 도전해보고 싶게 만드는 매력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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