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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리뷰

카세트로 변신하는 이세계물? 기대 이상이었던 '카세트 비스트'

평범한 포켓몬라이크인가 싶었는데, 의외의 참신함과 완성도를 보여줬다

에 유통된 기사입니다.
김승준(음주도치) 2023-05-03 11:31:25

몬스터 수집을 내세운 턴제 전투라고 하면 <포켓몬>과 <디지몬>부터 떠오르는 것은 기자 혼자만이 아닐 것이다. <카세트 비스트>를 다운 받으며 대단한 참신함을 기대하지 않았던 것은 다른 포켓몬라이크 게임들이 지금까지 보여줬던 인상들 때문이었다.

 

하지만 잠깐의 플레이만으로도 게임에 대한 첫인상은 순식간에 바뀌었다. 왜 많은 유저들이 이 게임에 좋은 평가를 남겼는지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참고로 <카세트 비스트>는 4월 27일 출시 이후 885개의 스팀 리뷰 중 96%가 긍정 평가인 '압도적으로 긍정적' 게임이다. ​이 게임의 매력은 무엇이었을까? 애초에 <카세트 비스트>를 포켓몬라이크라고 불러도 좋긴 한 걸까? 게임을 직접 플레이해 봤다.

 

  

게임명: <카세트 비스트>

장르: 오픈월드 턴제 RPG, 전략 어드벤처

출시일 및 플랫폼2023년 4월 27일/ 스팀, PC 게임패스/ *Xbox 및 닌텐도 스위치 출시일은 오는 5월 25일

개발사, 배급사: Bytten Studio, Raw Fury

정가: 21,500원(스팀 기준)

한국어 지원: O 


# 카세트 플레이어로 변신하는 이세계물?

 

<카세트 비스트>는 해변에서 눈을 뜨는 주인공의 시점에서 시작된다. 이유를 알 수 없는 현상으로 인해 이세계에 왔다는 설정이다. 주인공 외에도 게임 안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모두 각자 원래의 세계에서 지금의 세계로 휩쓸려 온 인물들이다. 출신 지역도 시대도 다르지만, 많은 사람들은 이미 지금의 세계에 적응해 살아가고 있고, 일부 인물들은 집으로 돌아갈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 자연스럽게 플레이어의 목표 중 하나는 본인을 포함한 사람들을 원래 세계로 되돌려 보내는 것이 된다.

 

주인공은 케일리라는 인물을 만나 카세트 플레이어를 전달 받고, 이세계의 규칙을 듣는다. 바로 카세트의 기록을 플레이하하면 몬스터로 변신할 수 있다는 것. 몬스터를 소환하는 것이 아닌 변신하는 개념이기 때문에, 체력도 카세트테이프(몬스터) 체력과 캐릭터(인물) 체력으로 구분된다. 이 설정은 <포켓몬> 시리즈보다는 <디지몬 프론티어> 세계관을 연상시키기도 하는데, <카세트 비스트>에서 포획해 변신할 수 있는 몬스터의 수는 120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 게임의 스케일이 더 크다고 볼 수도 있겠다.

 

카세트테이프 하나에 몬스터 하나라는 개념은 게임 내에서 다양하게 변주된다. 기본적인 배틀 인터페이스는 카세트 플레이어의 재생, 정지 버튼을 누르는 방식이며, 몬스터를 포획하는 방법은 카세트테이프에 레코딩하는 것이다. 다른 몬스터로 배틀을 이어갈 때는 카세트테이프를 갈아 끼우게 된다.

 

카세트 플레이어를 활용하는 콘셉트만 봐도 예상할 수 있겠지만, <카세트 비스트>는 BGM에도 꽤나 힘을 줬다. 마을에서의 대화, 필드에서의 탐험, 보스전 등 상황마다 다채로운 음악을 활용하고 있음은 물론, 감성적인 보컬이 추가된 BGM으로 귀를 사로잡기도 했다.  

 

해변에서 눈을 뜨는 주인공
첫 전투에서 카세트 플레이어를 전달 받는다.

전투 인터페이스도 카세트 플레이어를 조작하는 방식
카세트테이프를 재생하면 몬스터로 변신하는 구조다.

  

몬스터를 포획할 때는 잠시 변신을 풀고 기록하게 된다. 몬스터일 때의 초록색 체력과 달리, 빨간색 체력임을 볼 수 있다. 
<포켓몬> 시리즈와 달리 적의 체력이 0이 되어도 기록에 실패하지 않는다.

 

# 개성 있는 캐릭터들의 합체!

  

<카세트 비스트>는 영국 인디 게임이지만 텍스트 번역 상태가 매우 좋았다. 민들레와 사자에서 따온 '민들레오', <가면라이더> 시리즈가 떠오르는 나방 몬스터 '나방가면', 불꽃을 뿜는 강아지 '폭메라니안' 등 몬스터 작명만 봐도 그 센스를 알 수 있다. 캐릭터들이 주고받는 대화와 세계관에 대한 설명 등도 모두 깔끔한 전달력을 보여줬다.

 

제 3의 캐릭터를 특수 소환하는 기술을 사용했을 때를 제외하면 초반의 게임플레이는 모두 2대2 또는 2대1 배틀로 진행됐다. 케일리, 유진 등 매력적인 동료들이 등장하며, 이들도 모두 카세트테이프를 활용해 몬스터로 변신하는 능력을 갖고 있어 함께 배틀에 참여한다.

  

왼쪽부터 유진이 변신한 몬스터 '태엽후드', 주인공이 변신한 '민들레오', 적으로 등장한 '폭메라니안'과 '카니바이퍼'
<카세트 비스트>의 배틀은 주로 2대2로 진행됐다.

 

첫 번째 보스전인 '대천사'와의 만남에서는 <카세트 비스트>의 특징적인 시스템인 '융합'이 등장하는데, 두 캐릭터가 변신한 몬스터끼리 하나의 강력한 몬스터로 합체하는 구조다. 융합한 몬스터는 두 몬스터의 능력치를 합한 스탯을 보유하고 있고, 두 몬스터의 기술을 모두 활용할 수 있다. 또한 AP라고 불리는 행동력 또한 최대 5에서 합체 후에는 10으로 늘어나며 행동력 회복 속도도 빨라져 상위 기술을 더 자주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융합하는 두 캐릭터의 호감도에 따라 융합한 몬스터에 추가 위력이 붙는다. 융합은 해당 전투에서만 일시적으로 유지되고, 배틀이 끝나면 다시 원래대로 되돌아간다. 이런 설정은 <디지몬> 시리즈의 조그레스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카세트 비스트> 안에서도 감정적 교류, 유대감을 표현하는 방향으로 이 융합이라는 소재를 활용하기도 한다. 

 

첫 번째 보스전 대천사 '모르간테'와의 전투. 케일리의 '세이레나데'와 주인공의 '밴십'은 모르간테의 힘에 밀린다.

융합으로 하나의 몬스터가 되어 더 강하게 몰아치는 두 캐릭터.

 

# 익숙함과 낯섦 사이 적당한 지점을 노리다

 

<카세트 비스트>는 오픈월드 게임답게 원하는 순서대로 퀘스트를 진행할 수 있다. 이세계에서 현실 세계로 돌아갈 비밀을 품고 있는 '대천사'의 존재를 따라가는 것이 장기 목표라면, 마을 사람들의 의뢰를 수행해주고 필드를 탐험하며 만나는 몬스터와 인물들을 통해 새롭게 확장되는 다양한 이야기를 전해 듣는 것이 선택적인 단기 목표로 주어진다.

 

게임 안에는 본래의 세계로 돌아가고 싶어하는 마을 사람들 외에도, <포켓몬> 시리즈의 로켓단을 떠올리게 하는 뱀파이어 집단, 일시적으로 게임의 분위기를 공포 게임으로 만드는 '대천사' 등 다양한 존재가 등장한다. 기대하지 않은 지점에서 컷씬으로 분위기를 잡기도 하고, 음악과 배경 연출 등으로 긴장감을 고조시기키도 한다. 

  

갑자기 공포 게임 분위기로 전환됐던 대천사 등장 장면

피 빨아 먹듯 돈을 뜯어가서 뱀파이어 집단이라 불리는 투기단

 

이렇게 스토리를 따라가는 과정에서 게임의 디테일한 시스템에 대해서도 조금씩 적응하게 된다. <포켓몬> 시리즈의 기술 머신과 유사하게 카세트테이프에 기록된 몬스터에게 기술을 가르칠 수 있는 '스티커'의 존재, 다양한 상성을 가진 몬스터들이 전투에서 만났을 때 조금씩 알아가게 되는 <카세트 비스트>만의 상성 등이 그 예시다.

 

물, 불, 대지, 공기 같은 일반적인 속성부터 플라스틱 같은 타입도 등장하는데, 이런 속성의 조합으로 나타나는 현상이 독특하다. <카세트 비스트> 세계관 안에서 독은 불에 잘 붙는 특징을 가지고 있는데, 불 타입은 독 타입의 공격을 받으면 자신에게 남은 독을 연료로 연소시켜 힘을 얻기도 한다. 플라스틱 제품이 매립지에서 삶을 마감하듯이, 대지 타입의 공격은 플라스틱 타입 몬스터를 파묻어 움직임을 제한하기도 한다.

 

전투 인터페이스 안에서도 몇 턴 동안 이런 버프, 디버프가 진행되는지 보여주긴 하지만, 엄밀히 따지면 그리 직관적인 상성 및 상호작용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존 <포켓몬>, <디지몬> 시리즈에서 보지 못했던 참신한 상성 조합으로 플레이어의 시선을 붙잡는 전략은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적당히 낯설어서 재밌었고 오히려 전투에 더 집중하게 됐다.

 

플라스틱 타입 몬스터는 대지 타입의 공격에 파묻힌다.

카세트테이프에 스티커를 붙이고 떼는 것으로 기술을 가르치고 잊게 할 수 있다. 
스티커는 마을에서 구매할 수도 있고 성장 과정에서 얻기도 한다.

 

# 탐험의 재미는 디테일에서 온다

 

<카세트 비스트>에는 <젤다의 전설: 야생의 숨결>의 플레이가 연상되는 필드 스태미나가 있다. 맨 처음에는 짧은 달리기에서 시작해, '가면나방'을 잡은 이후에는 공중에서 짧은 활강을 할 수도 있다. 탐험의 레벨 디자인에 맞게 활강 시간을 늘리는 기능도 등장한다. 

 

필드 탐험 중에는 특정 위치에 도달해 스위치를 눌러 다음 진행 루트를 활성화시키는 방식이 종종 등장한다. 스위치를 누르면 엘리베이터가 작동하거나 바닥에서 물이 차오르는 것부터, 내내 고정되어 있던 카메라 시점을 갑자기 90도 꺾어 숨겨진 뒷공간을 보여주거나, 옥상 위의 창문을 열쇠로 따고 건물로 진입하기도 하는 등 다양한 필드 상호작용을 보여줬다.

  

스위치, 레버 등을 활용한 필드 상호작용이 다양하게 등장한다.

 

이렇게 많은 장점을 가진 <카세트 비스트>였지만, 일부 유저들에겐 게임의 속도가 느리게 느껴졌던 것 같다. 개인적인 체감으로는 전투 및 스토리 진행 속도 자체는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았지만, 반복 전투가 많을 수밖에 없는 턴제 RPG 특성상 패턴이 익숙해지면 같은 전투도 느리게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래도 <카세트 비스트>의 레벨업 시스템은 개별 몬스터의 레벨을 올리는 것이 아닌, 캐릭터의 레벨을 올리는 방식이라서 레벨업 부담은 적은 편이다. 새로운 몬스터를 얻어도 바로 전투에 투입할 수 있는 수준이다. 다만, 기술 배치 및 기존 파티와의 조합은 신경 써야 한다.

  

기술을 사용할 때 나오는 연출은 지루함을 덜어줬다. 새로 얻는 몬스터도 캐릭터 레벨로 전투에 투입된다.

 

스팀 리뷰에서는 "<포켓몬> 유사작이라고 부르기엔 너무 뛰어난 완성도와 재미를 보여준다", "몬스터 디자인과 작명 센스가 요즘 <포켓몬>에 비해 훨씬 정감이 간다", "좋은 디자인, 멋진 콘셉트, 예쁜 아트", "BGM이 이렇게 좋은 게임은 또 오랜만이다" 등 다양한 칭찬이 줄을 이었다. "체력을 회복하는 캠프 사이트가 더 많이 있어야 한다", "상성이 직관적이지 않다"는 등의 지적도 긍정 평가 안에 섞여 있었다.

 

만약 당신이 턴제 RPG 마니아 수준의 확고한 기준을 가진 유저라면 <카세트 비스트>가 취향에 맞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가볍게 즐길 수 있는 몬스터 수집 RPG를 찾고 있다면, 이 게임을 꼭 해보길 추천한다. 아기자기한 도트 그래픽, 감성적인 음악과 연출만으로도 이 게임은 기대 이상의 만족감을 줬다. <포켓몬>, <디지몬> 시리즈와는 또 다른 <카세트 비스트>의 세계관과 매력이 당신을 사로잡을 테니, 이 카세트 플레이어의 재생 버튼을 한번 눌러보시라.

  

매력적인 동료들과 함께 펼쳐나가는 흥미진진한 이야기는

주인공을 포함한 사람들을 원래 세계로 돌아가게 해줄 수 있을까? 기대 이상의 재미를 보여준 <카세트 비스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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